CAFE

묵상글 나눔

사제성화의 날을 맞이하여 교구장 주교님께서 교구사제들에게 보내는 편지

작성자본당신부|작성시간23.06.22|조회수51 목록 댓글 5

+ 찬미예수님!

사랑하고 존경하는 신부님,

지극히 거룩하신 예수 성심 대축일이며 사제 성화의 날을 맞아 신부님께 인사드립니다.

저는 지난 5월 사제 연수 때 신부님들과 우리가 받은 사제직에 대한 말씀을 나누었습니다.

모든 사제들의 수호자이신 성 마리아 비안네 신부님은 사제직의 위대함을 외치면서

사제들이 하는 일은 지상에서 온전히 인식할 수 없는 것이라고 확신했습니다.

그것은 사실 그분이 체험한 것이었습니다.

마리아 비안네 신부님이 본당신부로서 첫 소임지로 떠날 때

총대리 신부님이 그에게 한 짧은 말은 다음과 같습니다.

“가십시오. 아르스에는 하느님께 대한 사랑이 없습니다.

가서 하느님 사랑을 불러일으키십시오.”

 

비안네 신부님이 아르스에 도착했을 때 정말 성당에는 아무도 없었습니다.

주일미사에 오는 신자도 거의 없었습니다.

고해소도 오랫동안 쓰지 않은 것처럼 지저분했고,

성당 주변에는 몇몇 여인과 아픈 사람, 죽음을 앞둔 사람, 버려진 사람들뿐이었습니다.

대신 술집은 사람들로 만원이었고,

미혼모의 아이들이 늘어만 가는 상황이었고,

주변 농부들은 쉽게 하느님을 모독하고

어린이들은 교리에 대해 아무것도 몰랐습니다.

 

비안네 신부님은 거기에서 시작했습니다.

특별한 사목 계획을 세우지도 않았습니다.

세울 수도 없었습니다.

그저 사람들을 만나러 길을 나섰고,

가정 방문을 했습니다.

만나는 사람마다 진심으로 친절한 말을 건네고

따뜻하게 다가갔습니다.

삶에 대하여 자녀 교육에 대하여

자신이 배운 교리를 아주 단순하게 나누었습니다.

 

신부님은 그렇게 사람들 가운데 단순하게 그러나 진지하게 머물렀고,

아르스는 변해갔습니다.

주민들의 삶이 바뀌기 시작했고,

회개하며 교회를 찾는 이들이 주님의 사랑을 만나는 가장 중요한 장소는

바로 고해소였습니다.

 

비안네 신부님의 삶을 들여다보면,

신부님은 하느님을 모시고 주민들을 만났습니다.

우리의 정성이 사람을 바꿀 수는 없어도,

우리가 모신 주님은 사람들을 변화시키실 수 있습니다.

주님을 믿는 모든 이가 그렇게 할 수 있지만,

사제는 이 점에서 아주 탁월한 존재입니다.

성사는 예수 그리스도께서 우리 가운데 존재하는 방식이고,

사제는 그리스도께서 이루신 구원을

성사적인 직무로 행하는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비안네 성인은 “사제란 얼마나 위대합니까!”라고 외칩니다.

 

사랑하는 신부님,

우리 사제들이 이러한 거룩한 자부심으로 충만하기를 빕니다.

사제는 이 세상에서 주님의 현존을 가장 분명하게 드러내는 존재입니다.

그리고 그 첫째가는 자리는 우리가 매일 행하는 고해성사와 성체성사입니다.

우리가 행하는 이 일들로 온전한 은총을 전달하기 위하여,

비안네 성인께서 모범을 보이신 것처럼 사제가 하느님과 일치를 이루어야 합니다.

 

사제인 우리가 먼저 성사를 통한 은총의 기쁨을 누립시다.

말씀에 흠뻑 취합시다.

우리의 친절에 사람들이 감동을 느끼게 합시다.

그러나 이 길을 묘사하는 말들은 아름답지만,

가는 길은 탄탄대로가 아니라

오히려 한 걸음마다 돌부리가 있고

계속 고개를 넘어야 하는 길일 수 있습니다.

독신의 정결을 살며

세상의 유혹을 거슬러 복음을 선포하는 사제에게는

더욱 그럴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사제 연수 때에 신부님들께 형제애를 호소했습니다.

‘빨리 가려면 혼자 가고,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는 말이 있습니다.

우리가 갈 길은 거룩하지만 멀고 험한 길입니다.

주님께서 우리를 신뢰하며 주신 목표는 다음과 같습니다.

 

너희의 하느님 나 야훼가 거룩하니 너희는 거룩해야 한다(레위 19,2).

하늘에 계신 너희의 아버지께서 완전하신 것같이 너희도 완전해야 한다(마태 5,48).

너희의 아버지께서 자비로우신 것같이 너희도 자비로운 사람이 되어라(루가 6,36).

나는 너희에게 새 계명을 준다. 서로 사랑하여라.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처럼 너희도 서로 사랑하여라(요한 13,34).

 

하느님을 닮게 창조된 우리가 하느님처럼 되라는 말씀입니다.

이것은 명령이 아니라 주님의 계획이기에

우리를 향한 그분의 믿음이기도 합니다.

사제는 이 길에서 첫째가는 봉사자로 불린 사람입니다.

우리가 어떻게 이 일을 홀로 온전히 갈 수 있겠습니까?

사제는 사제단을 마음에 품고,

사제단은 사제 한 사람 한 사람을 지지하고 사랑하는

그런 형제 사제단을 이룹시다.

 

매일 미사 중에 주교의 이름을 부르며 기억해주시는 신부님께

충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저도 매일 기도 안에서 신부님을 기억합니다.

신부님,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

 

지극히 거룩하신 예수 성심 대축일, 사제 성화의 날을 맞으며

김종수 아우구스티노 주교 드립니다.

 

천주교 대전교구 교구장 주교 김종수 아우구스티노

 

다음검색
현재 게시글 추가 기능 열기
  • 북마크
  • 공유하기
  • 신고하기

댓글

댓글 리스트
  • 작성자박글라라 | 작성시간 23.06.22 사제는 이 세상에서 주님의 현존을 가장 분명하게 드러내는 존재입니다. ᆢ
  • 작성자신혜원 글라라 | 작성시간 23.06.23 ...사제들이 이러한 거룩한 자부심으로 충만하길 빕니다...주교님의 사제에대한 사랑이 느껴집니다.
  • 작성자본당신부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3.06.23 그 사랑을,
    사랑받고 있음을 자랑하고 싶어서 이렇게 올렸습니다~^^
  • 작성자김상민미카엘 | 작성시간 23.06.23 늘 사제의 성화를 위해 기도를... 아멘...
  • 작성자김순정 유체칠리아 | 작성시간 23.06.23
    댓글 이모티콘
댓글 전체보기
맨위로

카페 검색

카페 검색어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