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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시

발이 시리다 : 숨쉬는행복 김선희 오늘의 시

작성자stella|작성시간26.06.07|조회수18 목록 댓글 0

발이 시리다

잔디밭에 풀이 남아 있던가

마른잎이 가을 냄새을 탄다

바람따라 흩어져가는

겨울 길

발이 시리다

작은 애견의 발걸음도

발이 시리다

겨울 길에 떨어져

빛바랜 나뭇잎들의

발이 시리다

겨울이 오면 가장 먼저 느끼는 것은 차가운 바람도, 하얗게 내리는 눈도 아니다. 어느 날 문득 발끝으로 스며드는 차가움이다. 두꺼운 양말을 신고 있어도 발은 시리고, 햇살이 비추는 길을 걸어도 발은 시리다. 마치 계절이 가장 먼저 발끝을 통해 우리에게 인사를 건네는 것 같다.

잔디밭을 바라본다. 한때 푸르름으로 가득했던 잔디는 이제 누렇게 변해 있다. 그래도 어딘가에는 아직 남아 있는 푸른 풀잎이 보인다. 차가운 바람 속에서도 끝까지 생명의 빛을 놓지 않으려는 작은 의지처럼 느껴진다. 그러나 그 곁에 쌓인 마른잎들은 이미 가을의 냄새를 품고 있다. 바람이 불 때마다 낙엽은 이리저리 흩어지고, 계절은 조용히 겨울로 넘어간다.

겨울길을 걷다 보면 나 역시 바람에 밀려가는 낙엽 한 장이 된 듯한 기분이 든다. 지나온 시간들이 문득 떠오르고, 다시 돌아오지 않을 날들에 대한 그리움이 마음을 스친다. 그래서인지 발이 시린 것은 단순히 추위 때문만은 아닌 것 같다. 지나가는 계절을 붙잡을 수 없는 아쉬움이 발끝까지 내려와 차가움으로 남는 것인지도 모른다.

산책길에서 만난 작은 강아지 한 마리가 종종걸음으로 걸어간다. 작은 발로 차가운 땅을 딛고 걷는 모습이 안쓰럽기도 하고 사랑스럽기도 하다. 사람이나 동물이나 겨울 앞에서는 모두 비슷한 존재가 된다. 서로 다른 모습으로 살아가지만 차가운 계절을 견디고 따뜻함을 찾아가는 마음은 닮아 있다.

길가에 떨어진 빛바랜 나뭇잎들을 바라본다. 한때는 푸른 생명으로 나무를 장식하던 잎들이다. 여름 햇살을 받으며 반짝였고, 가을에는 아름다운 색으로 물들었다. 이제는 땅 위에 누워 겨울을 맞이하고 있다. 그 모습이 왠지 쓸쓸하면서도 아름답다. 마지막까지 자신의 시간을 다 살아낸 존재의 평온함이 느껴진다.

발이 시리다는 것은 어쩌면 살아 있다는 증거인지도 모른다. 차가움을 느끼고, 계절의 변화를 느끼고, 지나가는 시간을 아쉬워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겨울은 모든 것을 얼어붙게 만드는 듯하지만, 그 속에는 봄을 준비하는 생명의 숨결이 숨어 있다.

오늘도 시린 발로 겨울길을 걷는다. 그러나 그 차가움 속에서 나는 계절의 이야기를 듣고, 작은 강아지의 발걸음을 바라보고, 빛바랜 낙엽의 삶을 생각한다. 그리고 깨닫는다. 시린 것은 발뿐만이 아니라 지나가는 시간 앞에 서 있는 우리의 마음이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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