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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시

삶과 죽음 : 숨쉬는행복 김선희의 오늘의 시

작성자stella|작성시간26.06.14|조회수20 목록 댓글 0

삶과 죽음

삶과 죽음을

누가 지시하리

생명의 끈은

하늘 동아줄처럼

질긴 인연인 것을

사람의 말로

사람의 지시로

누가 죽음을 말하리

삶과 죽음 앞에 선

생명은

하늘의 뜻이리

삶과 죽음 앞에서 겸손해지는 마음

시인은 짧은 시 안에서 아주 큰 질문을 던진다. “삶과 죽음을 누가 지시하리.” 인간은 문명을 이루고 과학을 발전시키며 세상을 통제할 수 있다고 믿어 왔지만, 결국 삶과 죽음이라는 가장 근원적인 문제 앞에서는 한없이 작은 존재임을 깨닫게 된다. 이 시는 그 겸손한 깨달음을 담담하면서도 깊은 울림으로 전해 준다.

생명의 끈은 질긴 인연

시에서 가장 인상적인 구절은 “생명의 끈은 하늘 동아줄처럼 질긴 인연인 것을”이다. 생명을 단순한 육체의 존재가 아니라, 하늘이 이어 준 인연의 끈으로 바라보는 시선이 담겨 있다. 동아줄은 쉽게 끊어지지 않는 질긴 줄이다. 그처럼 우리의 삶도 수많은 관계와 시간, 우연과 필연이 엮여 이어져 있다.

우리는 흔히 자신의 의지로 모든 것을 결정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돌이켜 보면 내가 선택하지 않은 것들이 더 많다. 부모를 만난 일, 어떤 시대와 나라에 태어난 일, 뜻밖의 만남과 이별, 예상하지 못한 기쁨과 슬픔까지도 그렇다. 삶은 내가 전적으로 설계한 결과라기보다, 보이지 않는 인연의 흐름 속에서 만들어진 여정에 가깝다.

죽음을 말할 수 있는가

“사람의 말로, 사람의 지시로 누가 죽음을 말하리.” 이 구절은 인간의 한계를 정면으로 드러낸다. 우리는 타인의 삶을 쉽게 판단하고, 때로는 생명조차 숫자나 효율로 계산하려 한다. 그러나 죽음은 그렇게 단순히 규정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누군가의 마지막 순간에는 그 사람만의 역사와 사랑, 기억과 후회가 담겨 있다. 그래서 죽음은 외부에서 명령하거나 재단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라, 한 존재의 모든 삶이 응축된 신비로운 순간이다. 시인은 그 앞에서 함부로 말하지 말라고, 인간의 오만을 내려놓으라고 조용히 경고하는 듯하다.

삶과 죽음은 하늘의 뜻

마지막 구절 “삶과 죽음 앞에 선 생명은 하늘의 뜻이리”는 체념이 아니라 경외에 가깝다. 여기서 ‘하늘’은 특정한 종교적 개념을 넘어, 인간을 초월한 큰 질서와 섭리를 의미한다. 우리는 그 뜻을 완전히 이해할 수 없지만, 분명 그 안에서 살아가고 있다.

이 깨달음은 오히려 삶을 더 소중하게 만든다. 모든 것이 영원하지 않기에 오늘의 숨결이 귀하고, 언젠가 끝이 있기에 사랑과 시간이 값진 것이다. 죽음을 두려움으로만 바라보지 않고 삶을 깊이 있게 만드는 거울로 받아들일 때, 우리는 조금 더 성숙해질 수 있다.

겸손하게 살아간다는 것

결국 이 시가 말하는 것은 인간의 겸손이다. 삶도 죽음도 내가 완전히 통제할 수 없다는 사실을 인정할 때, 우리는 타인의 생명을 더 존중하게 되고 자신의 하루를 더 진지하게 바라보게 된다.

하늘의 뜻을 다 알 수는 없지만,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분명하다. 주어진 삶을 성실히 살아가고, 만나는 인연을 소중히 여기며, 서로의 생명을 함부로 대하지 않는 것이다. 그 겸손한 태도 속에서 비로소 삶은 깊어지고, 죽음 또한 두려움만이 아닌 자연스러운 순환으로 다가올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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