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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시

도서 삭제 : 숨쉬는행복 김선희 오늘의 시

작성자stella|작성시간26.06.22|조회수11 목록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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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엽이 각자소리를 낸다

바람에 날개달고

회오리처럼 날아간다

마른 잎들이 부서져 내리듯

가던길들이 부서져

산산히 사라졌다

이제는 훔치는 자만이 남았다

낙엽이 사라진 자리

가을이 깊어지면 낙엽들은 저마다의 소리를 낸다. 바람에 스치는 소리, 땅에 내려앉는 소리, 서로 부딪히며 부서지는 소리까지 모두 다르다. 같은 나무에서 태어났어도 각자의 삶을 살다 마지막 순간에는 자신만의 목소리를 남긴다.

시인은 낙엽이 바람에 날개를 달고 회오리처럼 날아가는 모습을 바라본다. 그 모습은 단순한 자연의 풍경이 아니다. 한때 생생했던 꿈과 희망, 수많은 사람들의 발자취가 바람 속으로 흩어지는 모습과 닮아 있다. 낙엽은 결국 마르고 부서져 흙으로 돌아간다. 사람의 삶도, 시대의 기억도 그렇게 사라져 간다.

특히 "가던 길들이 부서져 산산이 사라졌다"는 구절은 깊은 여운을 남긴다. 누구에게나 걸어온 길이 있다. 믿음으로 걸었던 길, 사랑으로 이어졌던 길, 정의와 희망을 향해 나아가던 길이 있다. 그러나 어느 순간 그 길들이 끊어지고 무너져 버릴 때가 있다. 세상은 변하고 가치들은 흔들리며, 우리가 당연하게 여겼던 것들은 흔적 없이 사라지기도 한다.

더욱 씁쓸한 것은 마지막 구절이다. "이제는 훔치는 자만이 남았다." 이 말은 단순히 물건을 훔치는 사람을 뜻하지 않는다. 타인의 꿈을 빼앗는 사람, 양심을 버리고 이익만을 좇는 사람, 공동체의 신뢰를 훔치는 사람들에 대한 비판으로 읽힌다. 정직하게 살아가던 사람들의 길이 무너진 자리에 욕심과 탐욕만 남아 있는 현실을 바라보는 시인의 탄식이 담겨 있다.

그러나 낙엽은 끝이 아니다. 낙엽은 흙이 되어 다시 나무를 키우고 새로운 봄을 준비한다. 비록 길이 부서지고 많은 것이 사라졌더라도, 그 기억과 경험은 다음 세대의 양분이 될 수 있다. 낙엽이 각자 소리를 내듯 사람들도 저마다의 목소리를 남긴다. 그 목소리가 사라지지 않는 한, 세상은 다시 새로운 길을 만들 수 있다.

우리는 부서진 길만 바라볼 것이 아니라 그 길 위에 남겨진 흔적을 기억해야 한다. 낙엽의 마지막 소리처럼 작은 진실과 양심의 목소리를 잃지 않을 때, 사라진 길은 언젠가 새로운 길로 이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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