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FE

오늘의 시

보랏빛 하늘 : 숨쉬는행복 김선희 오늘의 시

작성자stella|작성시간26.06.23|조회수17 목록 댓글 0

보랏빛 하늘

들국화 보랏빛 하늘이

마음의 싱큼을 울린다

듣는 소리들이

눈을 가린 듯

걸어가도 보이지 않는 날들이

더 많아지는 날들

하늘이 보랏빛이 든

들국화 꽃잎 하나 하나

그렇게 물들여져 있다

겨울잠을 향하여

가을 잎이 물들어 가는

나뭇잎 사이에

힘내랴 겨울이 온다

쉬고 쉬고

겨울잠 푹자고 나면

하늘 우산이 받쳐 주는

새로운 힘이 생긴다

긴 겨울잠이 필요한 시기

보랏빛 하늘 아래, 긴 겨울잠을 준비하며

어느 날 문득 하늘을 올려다보니 보랏빛 물감이 번져 있는 듯했다. 그 하늘 아래 피어 있는 들국화들도 같은 빛을 품고 있었다. 작은 꽃잎 하나하나가 보랏빛으로 물든 모습은 마치 세상의 모든 사연을 품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 풍경은 내 마음 깊은 곳의 그리움과 쓸쓸함을 조용히 울렸다.

나이가 들수록 세상을 바라보는 일이 쉬워질 것이라 생각했지만, 오히려 그렇지 않은 날들이 많다. 많은 소리를 듣고 많은 사람을 만나지만, 정작 무엇이 진실이고 무엇이 내 마음의 길인지 알기 어려울 때가 있다. 마치 눈을 가린 채 길을 걷는 사람처럼 앞이 보이지 않는 순간들이 찾아온다. 분명 걸어가고 있는데도 어디로 향하는지 알 수 없는 날들, 그런 날들이 점점 많아진다.

그럴 때면 보랏빛 들국화를 바라본다. 들국화는 화려하지 않지만 자신의 자리에서 묵묵히 계절을 견딘다. 뜨거운 여름을 지나고 차가운 바람이 불어오는 가을에도 흔들리면서 피어난다. 꽃잎 하나하나가 물들어 가는 모습은 마치 우리 삶이 시간 속에서 익어 가는 과정과도 닮아 있다.

가을이 깊어지면 나무들도 겨울을 준비한다. 초록빛 잎들은 붉고 노랗게 물들며 마지막 아름다움을 보여 준다. 그 모습은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을 위한 준비처럼 느껴진다. 자연은 쉬는 법을 알고 있다. 나무는 잎을 떨구고, 동물은 겨울잠을 자며, 대지는 긴 침묵 속으로 들어간다.

사람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우리는 늘 힘을 내야 한다고 생각한다. 쉬지 않고 달려야 한다고 믿는다. 하지만 삶에는 멈춤이 필요한 시기가 있다. 몸이 지쳤을 때뿐 아니라 마음이 지쳤을 때도 충분한 휴식이 필요하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이 결코 헛된 시간이 아니다. 겨울잠을 자는 생명들이 봄에 더욱 건강한 모습으로 깨어나듯, 우리도 쉼을 통해 새로운 힘을 얻게 된다.

지금이 바로 그런 계절일지도 모른다. 서두르지 않고 잠시 쉬어 가야 할 때, 마음의 겨울잠을 준비해야 할 때 말이다. 충분히 쉬고 충분히 자신을 돌본 뒤에 다시 일어설 수 있다. 그리고 어느 날 눈을 뜨면 하늘은 다시 새로운 빛으로 열려 있을 것이다.

보랏빛 하늘 아래 들국화가 조용히 피어 있듯이, 우리 삶도 때로는 쉼 속에서 가장 아름답게 물들어 간다. 긴 겨울잠은 끝이 아니라 새로운 힘을 얻기 위한 자연의 지혜이며, 우리에게도 필요한 소중한 시간이다.

다음검색
현재 게시글 추가 기능 열기

댓글

댓글 리스트
맨위로

카페 검색

카페 검색어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