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FE

** 이달의 책 **

[이달의 책]마루야마 마사오의 『일본정치사상사연구』는 두고두고 도움이 되리라

작성자chung|작성시간05.02.23|조회수369 목록 댓글 0

 마루야마 마사오 일본정치사상사연구, 김석근옮김, 통나무, 1995.

 

느닷없이 낯설고 수상한 사람이 나타나서, 이달의 책을 선정하는 걸 보고 의아하게 생각하실 분이 많을 듯합니다. 폭주기관차님께서 자기 소개를 하는 게 좋을 듯하다는 제안을 하셨는데, 짤막하게나마 자기 소개를 해보겠습니다. 저는 고원이 출발했을 때부터 가까이서, 때로는 멀리서 함께 해왔는데, 고원이란 곳은 제가 본격적으로 공부를 하게된 계기를 만들어준 곳이기도 합니다. 그동안 제가 무척이나 좋아하는 고원 분들께도 전혀 소식을 전해 드리지 못해서 죄송한 마음이 듭니다. 요즘 어디서 뭘 하고 지내시는지요라고 얼마 전에 K님께서 물어보셨는데, 저는 지금 일본 동경에서 아이들과 살고 있고, 모대학 표상문화과에서 공부하고 있습니다. 쓸데없는 이야기를 하자면, 요즘 가장 관심이 있는 분야는 1. 일본의 구승문예 셋쿄부시와 나카가미 겐지 소설과의 관련성 2. 메이지 시대의 사상가, 나카에 초민, 도쿠토미 소호, 후쿠자와 유키치 3. 야스쿠니 (야스쿠니 신사와 관련된) 문제입니다.

 

 여기 카페에 올 때마다 입이 딱 벌어지게 만드는, 고수들의 글을 보면서 감탄만 거듭하다가, 뭘 써볼까 하다가도 주눅이 들어서 돌아가게 됩니다. 이런 분들 앞에서 감히 뭘 읽어보시라고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폭주기관차님의 권유를 사양하려다가, 그래도 카페할동 재개를 위한 기회로 삼아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서론이 길어졌습니다만, 제가 이달의 책으로 골라본 책은, 마루야마 마사오의 일본정치사상사 연구입니다. 마루야마 마사오는 일본에서는 아직도 엄청난 힘을 지니고 있습니다. 소위 이름난 학자들 중에 마루야마 마사오 팬이 아닌 사람을 만나기가 어려울 정도입니다.

 

  저는 반 년 전쯤 큰 맘 먹고 마루야마 마사오 전집을 구입해서 조금씩 읽어나가고 있습니다만, 사고의 힌트를 얻을 수 있는 보고라고 여겨집니다. 마루야마의 글은 문학 작품처럼 재미있는데, 워낙에 문학(독일문학)을 지망했었다고 하더군요. 요즘에는 마루야마가 쓴 후쿠자와 유키치에 관한 논문들을 읽고 있습니다만, 지나치게 후쿠자와에게 경도했다는 게 약점이라면 약점이겠지만, 생각해볼만한 문제점들을 많이 던져주고 있고, 무엇보다 소설처럼 재미있어서 후딱 읽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그다지 문학적이지도 않고 후딱 읽을 수도 없는일본 정치 사상사 연구가 느닷없이 흥미롭게 여겨졌습니다. 이 책에는 생소한 이름들이 많이 나오지만, 일본 학생들은 물론이고, 선생들도 이런 인명들을 우리보다 더 생소하게 여깁니다. (일본 사상에 관심을 지닌 사람은 일본 내에서는 도무지 찾아보기 어려워졌습니다) 그러니 자신을 갖고 읽으시길! 아무튼일본정치사상사연구를 통해서 (과장을 좀 섞어 이야기하자면) 일본 사상의 주요 맥락은 물론이고 마루야마의 사고 방법을 파악할 수 있을 거라고 여겨집니다.

 

 일본정치사상사연구 1장에서 마루야마는 오규 소라이의 학문을 분석하고 있는데, 오규 소라이도 마루야마에게 있어서 후쿠자와 유키치와 더불어 가장 비중있는 인물입니다. 이러한 오규 소라이의 학문이 어떻게 모토오리 노리나가학과 이어지는지, 시원스럽게 설명해주고 있습니다. 엊그제 모토오리 노리나가를 연구하는 선생을 찾아가서 마루야마의 일본정치사상사연구에서의 노리나가론을 어떻게 평가하시나요 라고 여쭤보니, 가장 유명하다는 모토오리 노리나가론(무라오카 쓰네쓰구의 모토오리 노리나가가 노리나가론 중에서 가장 탁월하다고 하는군요)을 베이스로 깔고 있을 뿐 아니라, 모토오리 노리나가 입문으로도 아주 훌륭하다고 하면서 읽어두면 앞으로 두고두고 많은 도움이 될 거라고 하시더군요.

 

 저는 제2장에서 다루는 안도 쇼에키의 자연진영도에 실려 있는 호세 모노가타리를 얼마 전에 읽어보았는데, 두 줄에 한번씩 웃게 만드는 해학적인 글이면서 동시에 기괴할 정도로 급진적인 사상을 담고 있더군요. 한국어역이 없으니, 오로지 마루야마의 해석에 기댈 수밖에 없다는 게 아쉽습니다. (영어로는 일찌감치 노만이라는 학자가 번역을 해서 영어권 사람들은 안도 쇼에키 사상에 접할 수 있다고 합니다)

 

 한가지 덧붙이자면, 마루야마가 근대의 초극 좌담회, 근대의 초극론에 대한 비판이라는 뜻에서 이 책을 썼다고 영문판 서문에 밝히고 있는데, 그가 근대의 초극을 어떻게 또 다시 초극하려고 했는지(또는 실패했는지)를 살펴보는 것도 흥미롭겠군요.

 

 일본정치사상사연구는 분량도 좀 많고, 유학, 국학 등등 아무래도 난해한 편이라 손이 잘 안가는 책이지만, 워낙 명쾌한 문장이라 저처럼 기본 지식이 없어도 술술 읽히더군요. 술술 읽히지 않는다면, 십중팔구 번역문(번역의 질과는 상관없이)이라는 이유일겁니다. 한국어 번역본을 아직 보지 못했는데, 한글로 글을 올리려면 구해야겠군요.

 

 , 그리고 마루야마의 충성과 반역도 구할 수 있는 분은 꼭 손에 넣으시길 바랍니다. 오래 전에 한국어로 번역되었는데, 구하기가 쉽지 않은 것 같더군요. 이 책에는 정말 정말 재미있는 논문들이 실려있습니다. 마루야마 사상의 백화점같은 책이라고 여겨지는데, 마루야마 연구자들은 이 책에 실린 논문들을 분석하는 걸 큰 즐거움으로 삼고 있더군요. (문제도 많고 재미도 있고!) 이 책을 구할 수 있는 분은 여기 실린 논문들을  읽으셔도  좋을 것 같군요. 어쨌든 이번 기회에 카페 분들과 함께 마루야마 마사오를 읽어보게 되어 무척 즐거운 마음이 듭니다.

 

 

 

 

 

 

 

다음검색
현재 게시글 추가 기능 열기

댓글

댓글 리스트
맨위로

카페 검색

카페 검색어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