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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췌]니체의 도스토예프스키

작성자kundera|작성시간02.09.18|조회수689 목록 댓글 0

* 이 글은 많은 사람들에 의해 가장 빈번히 언급되는, 그러나 어디에 실린 것인지 잘 모르는 글이다. 그건 바로 니체가 '도스토예프스키를 알게 된 게 내 생애의 가장 큰 행운 중 하나'라고 말하는 부분이다. 물론, 여기서 니체가 읽고 감탄한 도스토예프스키 작품은 <죽음의 집의 기록>이다. 니체가 그 외 다른 작품도 읽었는지에 관해서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올린이)
* 출처: 프리드리히 니체, <우상의 황혼>, 송무 옮김, 청하, 1984, 102-103쪽

'범죄자와 그에게 관련된 것' - 범죄자형은 불우한 환경에 처한 강한 인간의 유형, 즉 강한 인간이 병든 상태다. 범죄자가 결여하고 있는 것은 광야, 즉 강자에게는 본능적으로 공격이나 방어가 될 수 있는 모든 것이 '제대로 기능을 발휘하는' 한결 자유롭고 한결 모범적인 생존의 성격과 형태이다. 범죄자의 '미덕'들은 지금까지 사회로부터 배척되어 왔었다. 그가 지닌 가장 활력에 가득 찬 충동들은 곧장 억압적인 감정과 의심과, 공포와, 치욕과 뒤섞인다. 그러나 그것은 바로 생리적인 퇴화의 비결이나 다름없다. 가장 잘 하는 일, 가장 하고 싶은 일을 오랫동안 긴장과 조심 속에서 은밀히 남몰래 해야 하는 사람은 빈혈증이 되고 만다. 또 그는 자신의 본능들로 인하여 위험, 박해, 재난밖에는 얻는 것이 없기 때문에 자신의 감정까지도 그 본능들을 적대하게 된다. - 그는 그 본능들을 일종의 숙명적인 불운으로 생각하는 것이다. 타고난 대로 자난 인간, 산에서 혹은 바다의 모험에서 뛰어 나온 인간이 필연적으로 하나의 범죄자렛 퇴락하고 마는 것은 사회, 우리들의 길들여지고 범용하고, 거세된 사회에서이다. 필연적이 아니라면 거의 필연적이라 해야 할 것이다. 왜냐하면 어떤 인간은 사회보다 강한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코르시카인 나폴레옹이 가장 유명한 경우다. 여기의 이 문제에 대해서는 도스토예프스키의 증언이 중요하다. - 그런데 말이 나온 김에 말하자면 도스토예프스키야말로 내가 무언가를 배운 유일한 심리학자이다. 그를 안 것은 내 생애의 가장 큰 해운 중의 하나라 할 것이다. 스탕달을 발견했을 때보다도 더 말이다. 이 '심오한' 인간이 천박한 독일인을 경멸한 것은 백 번 잘한 일이거니와, 그는 자기가 오랫동안 함께 산 시베리아의 죄수들, 다시 말해 이제는 사회로의 복귀가 불가능한 중범죄자들이, 자기가 생각했던 것과는 전연 딴판이라는 사실을 발견했다. - 그는 그들이 러시아의 토양 어디서나 자라고 있는 아마도 가장 훌륭하고, 가장 단단하고, 가장 가치 있는 재목으로 만들어진 인간들임을 발견했던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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