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FE

댓글

뒤로

(2012년 7월 24일) 생물학적 인간학이란 무엇인가?

작성자아이온| 작성시간12.07.25| 조회수724| 댓글 16

댓글 리스트

  • 작성자 정신병자 작성시간12.07.29 생물학을 전공한 철학자의 내용이라 흥미롭습니다. 좀 더 연구 사례들을 열거하여 그의 이론이 보여졌으면 좋겠는데, 그의 저서가 그럴지 궁금하군요.(셀러의 주장을 비판한 것을 보면 뭔가 과학적 근거가 있나보죠?). 인간은 동물과 다르게 전문화된 기능이 없다고 하는데, 평생 환경과 무관하게 작동하는 성기능이라는 인간 고유의 전문번식능력을 생물학자가 왜 언급하지 않는지 의문입니다. ㅎㅎ. 그리고 마지막으로 보수주의자로서 인간의 불완전함을 보완할 장치를 요구한다고 했는데 이 것은 보수주의자들의 '보이지 않는 손'과는 다른 맥락에 있는 것인가요. 아니면 독일의 보수주의인건가요.
  • 작성자 아이온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12.07.30 겔렌은 나치정부를 지지한 철학자이지요. 그런 연유로 전후 정규대학 교수로 활동하는 데 커다란 제약을 받았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영향력은 철학과 사회정치이론에 지대했지요. 제 개인적인 견해로는 20세기 독일 철학자들 가운데 가장 재치 있고 설득력 있는 철학자 중 한 분으로 생각됩니다. 먼저 마지막 질문부터 대답하자면, 겔렌의 보수주의는 일종의 문화적 보수주의라 할 수 있습니다. 인간을 불완전하게 받아들이는 것이 거의 모든 보수주의의 전형이지만 겔렌은 자신의 보수주의 성향이 다른 한편 실용주의적 진보주의와 맞닿아 있다는 측면에서 20세기 어느 보주주의 사상가와도 확연히 구별됩니다.
  • 작성자 아이온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12.07.30 실제로 그는 미국의 고전적 실용주의를 독일사상에 본격적으로 접목시킨 최초의 사상가이기도 합니다. 독일철학자 아펠, 하버마스, 루만, 요하스, 호네스 등 기라성 같은 철학자들이 겔렌의 실용주의적 진보성향을 수용한 사상가라 할 수 있습니다. 겔렌의 대표저작은 1940년에 출간된 [인간]입니다. 겔렌은 이 저작을 서거할 때까지 지속적으로 수정해가는데, 그 이유는 당대의 다양한 생물학적 발견을 자신의 저작에 반영하고자 했기 때문이지요. 그 과정에서 그는 여러 흥미로운 경험적 사례들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제가 알기로 이 저작의 서론은 국문으로 번역이 되어 있습니다만, 종합적으로 연구한 우리 학자는 거의 전무한 것 같습니다.
  • 작성자 아이온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12.07.30 하나의 예를 들자면, 언어의 중요한 근원 가운데 하나로 놀이를 들고 있지요. 이 놀이는 단순히 어린아이들의 상상력과 관련되어 있는 과도한 에너지만의 사안이 아니라 성인들의 놀이 역시 아이들 못지않게 언어의 발전에 결정적인 공헌을 하고 있다고 봅니다. 이러한 놀이의 예로 성인의 에로틱하고 금전적이며 공격적인 관심들을 들 수 있을 것입니다. 이 관심들은 환상적이면서도 전적으로 비실천적인 관심들을 통해서 나온다고 보고 있습니다. 놀이가 언어발전에 중요한 또 다른 이유로 다른 사람의 역할놀이를 들기도 합니다. 이러한 논의들이 아이의 성장과정에 따르는 여러 사례들을 통해서 검증되고 있습니다.
  • 작성자 아이온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12.07.30 물론 겔렌은 인간의 성기능에 대해서도 진지하게 다루고 있습니다. 특히 그가 주목하고 있는 인간과 동물의 성성의 중요한 차이로 인간의 성성이 너무 오랫동안 미성숙 상태에 머물러 있다는 점을 들고 있습니다. 이 기간 동안 인간은 자신이 활용할 수 없는 과도한 충동으로부터 많은 고통을 받게 된다고 보지요. 그래서 이러한 충동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서 다양한 놀이방법이나 기법들이 개발되고 이를 세상과 소통하는 데 원용한다고 봅니다. 인간의 성성이 일깨워지는 데는 대단히 복잡한 과정, 예컨대 세상에 대한 자신의 경향성 정립, 언어적 발전, 운동기능, 사고, 육체적 기능숙달 등이 전제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 작성자 아이온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12.07.30 제가 지적한 대로 셸러가 겔렌에게 가장 심대한 영향을 끼치지만 그를 넘어서는 데는 겔렌의 과학적이고 생물학적인 접근이 매우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나중에 기회가 되면 그 부분에 대한 글도 한 꼭지 쓰고 싶군요. 기본적으로 겔렌의 통찰은 아리스토텔레스와 헤겔을 대단히 독창적으로 재해석하는 과정에서 이루어지지요. 그가 지젝과 동시대에 활동했더라면 아주 볼만한 지적 게임을 보이지 않았을까 하는 저만의 공상을 하곤 합니다. ^^
  • 작성자 정신병자 작성시간12.07.30 대단히 낯설면서 흥미로운 철학자이군요. 하지만 고마운 댓글에도 불구하고 그의 매력은 어렴풋한 것 같습니다. 과연 그의 생물학이 현재까지 통하는 수준인지도 궁금하고...흠...지젝과 상대하려면 (헤겔은 제외하더라도), 라캉과 마르크스에 상당하는 팀원을 구성하고 있어야 할 듯 하군요. ^^;
  • 작성자 아이온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12.07.31 겔렌이 일구어 놓은 결과물보다는 그의 참신한 접근방식에 주목할 필요가 있을 것입니다. 오늘날 잘 나가고 있는 진화심리학이나 진화생물학을 기성의 철학틀로 수용하고자 할 때 겔렌의 통찰은 매우 유효할 것입니다. 사실 겔렌이 나이로는 라캉보다 조금 아래이니 지젝의 멘토인 라캉과 대면해야 겠지요?^^ 안타깝게도 학문적 일가를 이룬 사람들끼리 그럴싸한 논쟁은 거의 이루어지지 않더군요. 다만 겔렌의 사상적 순발력과 재치가 오늘날에도 충분히 통할 거라는 거지요. 당시대 겔렌과 아도르노가 짤막하게 제도를 두고 한 설전이 있는데 요즘 진지하게 대입논술준비하는 친구들의 필독자료로 읽힐만큼 대중화되어 있더군요.
  • 작성자 아이온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12.07.31 제 경우 가다머의 [진리와 방법]보다 겔렌의 [인간]을 읽으며 사상적 자극을 더 많이 받는 편입니다. 올 여름 무더위를 나는데 겔렌이 일조하고 있는 셈이지요.
  • 작성자 정신병자 작성시간12.07.31 ㅎㅎ. 그렇군요. 나치 지지 철학자라는 것부터 참신하기는 한 것 같습니다. 하이데거도 그랬다는데, 과연 '나치'라는 것이 그들의 사상에서 무언가 환상적 대상이었는지도 궁금해지는군요. 논쟁은 윈윈전략 때문에 일어나지 않는게 아닐까요 ㅎㅎ, 주로 그들의 독자에게서 논쟁이 활발하지 않을까요, 덩달아 책도 더 팔리고.
  • 작성자 아이온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12.07.31 그의 나치 지지는 참신한 것이 아니라 의구한 것이 아닐까요?^^ 당시 독일의 많은 천재사상가들이 나치에 암묵적으로 동조한 데는 독일국민들의 궁극적인 질문, "우리는 누구인가?"와 무관하지 않을 것입니다. 거기에 민족의 문제가 걸려 있지요. 하이데거의 경우 나치 개입 3개월만에 히틀러 정강정책과 자신의 철학이 전혀 맞지 않았음을 뼈저리게 자각하고(rude awakening) 그로부터 확실히 돌아섭니다. 지젝은 하이데거가 골수 나치주의자라고 하는데 신뢰할 수 있는 연구라고 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겔렌의 경우 41년까지 나치에 심정적으로 동조한 것으로 밝혀지고 있습니다.
  • 작성자 아이온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12.07.31 그의 결별에 자신의 고유한 인간학이 큰 몫을 하지요. 1933년 우파헤겔주의적 성향의 자기확신을 가지고 국가사회당에 가입했던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그가 나치 제복을 입거나 인종주의나 생물주의를 보였던 것은 결코 아니었다 하더군요. 이 점에서 우리는 그의 인간학적-생물학적 접근과 생물주의를 엄격히 구분할 필요가 있습니다.
  • 작성자 한살림 작성시간12.08.10 처음 글 제목을 보고서 꼭 읽겠다고 생각했지만 좀처럼 시간이 나지 않았습니다. 이제 집으로 돌아와서야 읽고 있습니다. 잘 읽었습니다. 요즘 '겔렌'이라는 이름을 종종 듣게 되는군요. 요즘 제가 천착하고 있는 주제와 관련하여 겔렌이 매우 많은 생각거리를 제공합니다. 우선 그의 주저를 구하여 읽어볼까 합니다. 그리고 정신병자님과 나눈 대화에서 라캉을 언급하시니 한 마디 거들면, 라캉은 글에서 언급하신 W. 퀠러의 연구를 잘 알고 있었습니다. 겔렌의 아버지 세대에 속하는 프로이트도 당시 생물학에 '토대를 두고서' 정신분석학을 발전시킵니다. 지금 자세히 논평할 처지가 아니지만 문득 프로이트가 떠올라
  • 답댓글 작성자 한살림 작성시간12.08.10 그가 1926년에 발표한 Inhibitions, Symptoms and Anxiety (억제와 증상과 불안)상의 한 대목을 옮겨놓습니다. 마지막 장의 후반부에 있습니다. "The biological factor is the long period of time during which the young of the human species is in a condition of helplessness and dependence. Its intra-uterine existence seems to be short in comparison with that of most animals, and it is sent into the world in a less finished state."(p.80) 저는 화이트헤드와 함께 동물에 비하여 사람이 '-a(마이너스a)'라기보다는 '+a'라고 생각합니다. 결핍이 아니라 어떤 과잉. 이에 대해 나중에 설명하겠습니다.
  • 작성자 아이온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12.08.12 사회학을 하신 한살림님께서 겔렌은 그리 낯설지 않을 것 같습니다. 슈츠에게서 배웠던 사회학자 토마스 루크만과 피터 버거가 겔렌의 현상학적 인간학을 적극 수용하여 자신들의 제도론의 입장을 정립하였구요. 루만과 하버마스 역시 겔렌의 언어, 문화 그리고 제도관을 깊이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최근 그들의 제자이자 지젝과 같은 세대라 할 수 있는 독일의 요아스와 호네트가 겔렌을 비판적으로 수용하고 있습니다. 말씀하신 쾰러의 침팬지 연구에 기초한 게슈탈트 심리학은 현상학자, 인간학자 정신분석학자들에게 공히 잘 읽혔던 것 같습니다. 겔렌이 그보다 더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생물학자 von Uexkuell이 있습니다.
  • 작성자 아이온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12.08.12 아마 겔렌이 프로이트를 자기 이론에 적극 끌어들이는 이유가 바로 위 인용문에도 있는 것 같습니다. 저는 겔렌의 결핍 개념을 후설의 과잉(more than)을 구체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예로 생각합니다. 이 점에서 겔렌의 경험철학은 후설의 초월철학과 같은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습니다. 요컨대 겔렌의 생물학적 인간학은 현상학적 인간학으로 이해되어야 하는 거지요. 그의 입장은 위에서도 말씀드렸던 것처럼 그의 선배 현상학자이자 인간학자였던 셸러와 플레쓰너와 확연히 구분될 필요가 있습니다.
맨위로

카페 검색

카페 검색어 입력폼
카카오 이모티콘
사용할 수 있는 카페앱에서
댓글을 작성하시겠습니까?
이동시 작성중인 내용은 유지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