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기록의 변수요인
경주마들이 결승선을 통과하는 순간 자동기록장치에 의해 각 출주마들의 해당 경주거리 주파타임이 기록된다. 이렇게 얻어진 경주기록은 착순·착차와 함께 공표되어 팬들이 참고하도록 한다. 다음에 출전할 때 상대 말들과 능력 우열을 견주어 보는 자료로 활용되는 것이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경마는 기록경기가 아니기 때문에 경주마의 능력 비교에 경주기록이 그다지 중요한 요소가 되지는 않는다고 한다. 상대가 빠른 말이면 더 빠르게 달려야 우승을 할 수 있기 때문에 빠른 기록을 내고, 상대가 느린 말이면 덜 빠르게 달려도 우승할 수 있기 때문에 느린 기록을 수립하므로, 경주기록만 가지고는 그 말의 실제 능력을 파악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말의 경주능력을 평가하기 위한 다른 유효한 요소는 무엇일까? 딱히 다른 고려 요소가 있는 것은 아니다. 결국 말의 능력을 평가하는 데 경주기록보다 더 나은 객관적인 자료는 없다.그렇다고 경주기록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여서는 안된다.
경주기록은 재평가되어야 한다
같은 거리에서 여러 번 경주를 한 경우 매번 경주기록이 다르게 나온다. 어떤 말은 1∼2초 차이가 있지만, 어떤 말은 3∼4초 이상 차이를 보인다. 그렇다면 어떤 기록이 정말 그 말의 능력을 나타내는 것일까? 평균값일까, 아니면 최고값일까? 그렇게 단순히 계산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라 상황에 따라 매우 다르다. 그러므로 경주기록을 평가할 때는 여러 변수들을 보정한 후에 다시 평가해야 한다. 왜냐하면 경주환경과 경주전개 내용에 따라 기록이 단축될 수도, 지연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경마를 관전할 때는 내가 우승마로 예측한 말만을 주시하며 응원하지 말고, 다른 말들이 어떻게 경주를 전개해 나가는지도 함께 주시해 관찰한다. 필요하면 경주의 녹화 내용을 다시 보며 분석하는 게 좋다. 그리고 그 내용을 잘 기록해 두어야 한다. 그것은 이번 경주에서 승패의 원인을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차후 또 다른 경주에서 우승마를 추리하는 데에도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경주분석의 주안점
경주기록의 변수요인들을 찾아내기 위해서는 체계적인 경주분석이 필수적이다. 경주분석에는 기본적으로 경주환경 분석과 경주전개 분석이 필요하다. 경주환경이란 경주가 진행되는 주변환경이나 조건들을 말한다. 즉 경주조건(경주거리, 군, 성, 연령, 부담중량 등), 경주로 상태, 발주번호, 기승기수, 출주주기, 마체 컨디션, 기후 등을 말한다. 이런 환경에 따라 경주기록의 변화폭이 크기 때문이다.
경주전개 상황이란 경주가 진행되는 동안 말이 어떤 경로로 주행했는지, 진로방해는 없었는지, 주행습성대로 잘 달렸는지, 능력안배는 잘 되었는지 등을 분석하는 것이다. 원형트랙이기 때문에 주행경로가 외측일수록 주행거리가 길어져 그만큼 기록이 늘어나고, 주행습성에 잘 맞추어 전개할 수록 순조로운 전개를 통해 기록이 단축되며, 구간별 유산소운동과 무산소운동을 적절히 안배할수록 양호한 기록을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 주행습성이나 능력안배의 적정성 여부를 정확하게 판단하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다. 다만 평소 그 말의 주행습성이나 구간기록과 상당히 다른 경주전개를 한 경우를 고려하는 것이다.
경주환경에 따른 기록편차
대표적인 경주환경으로 주로상태를 들 수 있다. 주로상태는 모래두께와 함수율에 따라 달라진다. 그런데 모래두께는 가급적 7cm 수준으로 맞추어지기 때문에 큰 변수가 안되지만, 함수율은 기후에 따라 크게 변한다. 보통 건조(모래먼지 발생), 양호(보통상태), 다습(축축한 모래), 포화(물기가 많은 모래), 불량(물에 잠긴 모래) 등으로 구분된다. 일반적으로 함수율이 높을수록 경주기록은 단축되고 낮을수록 그 반대 현상이 발생한다. 통계적으로 분석해 보니 평균기록에 비해 건조는 0.3초, 양호는 0.1초 느리다. 반면 다습은 0.2초, 포화는 0.7초, 불량은 1초 정도 빠른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경주거리에 따라 차이가 있기 때문에 대략 평균값을 계산한 것이다. 그러므로 건조주로와 불량주로의 평균적인 기록차이는 적어도 1초 이상 벌어지는 셈이다.
발주번호에 따라서는 안쪽 낮은 번호일수록 경주기록이 빠르고, 외측 높은 번호일수록 기록이 늦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통계적으로도 그런 경향이 뚜렷이 나타났으나 주로상태만큼 그다지 큰 편차는 아니었다. 정리해 보면 평균기록보다 내측인 1번(0.2초) 3번(0.18초) 5번(0.03초) 등은 빠르고, 외측인 7번(0.03초) 9번(0.1초) 11번(0.2초) 13번(0.27초) 등은 느렸다. 물론 경주거리별로 약간씩 달랐으나 대략 내측 1번이 최외측 14번보다는 평균적으로 0.6초 정도 빠른 것으로 나타났다.
그 외에 기수의 능력에 따라 수습기수와 우수 경력기수간에도 약 1초 이상 기록차이를 보일 수 있다. 또 부담중량의 기초중량이 되는 마령중량이 변동되는 시점, 즉 북반구 출신마는 1월 1일, 남반구 출신마는 8월 1일을 기준으로 전보다 후의 경주기록이 0.4∼0.5초 느려진다. 그것은 나이가 2세에서 3세로, 3세에서 4세로 증가됨에 따라 부담중량이 증가하기 때문인 것으로 생각된다. 출주간격 측면에서도 보통 1∼1.5개월 만에 출주하는 경주는 평균기록보다 약 0.1초 빠른 기록을 보였는데, 출주간격이 2주 또는 2∼3개월인 경우는 0.5∼1초 정도 기록이 늦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출주주기가 너무 빠르면 피로에 지쳐서, 너무 늦으면 마체이상이나 컨디션에 문제가 있어 기록이 늦어지는 것으로 생각된다.
경주전개상황에 따른 기록편차
기수가 경주전개 부적절 또는 능력안배 불량 등의 사유로 제재처분을 받는 경우가 간혹 있는데, 그 이유는 경주전개 상황에 따라 경주기록에 영향을 미쳐 결국 경주결과에 지장을 초래하기 때문이다. 경주전개는 기수가 고의로 어떤 전개를 불리하게 한다기보다는 경주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말의 악벽, 주행습성, 타마의 견제 및 주행방해 등 매우 다양한 순간 순간의 상황이 원인이 되어 본의 아니게 불리한 경주전개를 하게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예측이나 예방이 가능한 경우 이를 소홀히 하면 제재를 받는다.
어찌됐든 적절한 경주전개에 실패하면 경주기록은 지연된다. 통계적으로 분석해 보니 흔히 발생하는 늦발주는 평균기록보다 0.5∼1초 정도 지연되며, 코너에서 외곽쪽으로 크게 돈 경우는 1∼2초가 지연되고, 길게 사행한 경우도 약 1초가 지연된다. 진로방해를 받은 경우도 그 정도에 따라 0.5∼2초 정도 지연된다. 특히 발주 직후 경주 초반에 무리하게 선행다툼을 하는 경우는 경주 후반의 주행속도가 급감하여 평균기록에 비해 2∼3초 이상 지연되는 결과를 보였다. 또 경주에서 능력안배에 실패한 경우로, 경주 후반에 추입할 작전으로 후미에서 여유를 부리다가 추입 시기를 놓쳐 여력이 남은 채 결승선을 통과하는 경우도 역시 0.5∼1초 정도 기록이 지연된다. 이처럼 경주전개의 내용에 따라 말의 능력발휘의 성패가 좌우되고, 결국 이는 경주기록 및 착순의 지연으로 연결된다.
그러므로 이런 말들은 다음 경주에서 얼마든지 종전보다 양호한 경주성적을 발휘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시행된 경주의 면밀한 분석을 통해 경주환경 및 전개상황에 따른 변수들을 잘 기록, 관리할 필요가 있다.
글/ 김병선 핸디캡전문위원
건전경마연구회
경마의 의외성
글 | 김병선 제주경마팀장
경마일에 많은 팬들의 공통적인 관심거리는 ‘이번 경주에서는 과연 어떤 말이 우승을 할까’이다. 그래서 경주프로그램을 보며 출주마들의 과거 성적을 비교하기도 하고, 예상전문지의 분석을 참고하여 출전 경주마들의 능력을 열심히 분석한다. 더불어 그 말에 기승하는 기수의 기량을 살피고, 경주거리도 체크해 본다. 혹시 지난번 경주에서 어떤 말이 방해를 받았거나 늦발주를 하였는지, 경주 전개나 능력 안배에 실패하여 자기의 경주 능력을 십분 발휘하지 못한 말은 없었는지도 확인해서 경주성적을 보정하고 다시 평가한다.
우승마 추리를 위해서는 이렇게 많은 자료들을 분석하고 최종적으로 종합평가를 해야 한다. 그래서 경마를 ‘추리의 게임’이라고 한다. 그렇기 때문에 냉철한 이성과 정확한 논리의 소유자가 우승마를 적중시킬 확률이 높다. 즉흥적인 감정과 타인의 이야기에 의존해서는 경마에서 절대 이길 수가 없다.
그러나 경주의 추리요소들을 충분히 감안하여 우승마를 예측했다고 하더라도 적중시키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경마에는 의외성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승마를 맞힌 사람은 다행이지만, 빗나간 사람은 불만을 갖게 되는 것이 경마다. 예를 들어, 팬들 각자는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 우승마를 예측하고 마권을 구매한다. 손에 마권을 쥐고, 방금 전에 막 출발 게이트를 박차고 나가 선두그룹에 섞여 내달리는 말을 보면서 다시 한번 확신한다. 역시 탁월한 결정이었다고. 그러나 막판의 경주 진행은 전혀 딴판으로 흐른다. 잘 달려나오던 말이 막판에 힘겨워하며 걸음이 무뎌지거나, 결승선 얼마 안 남기고 말이 넘어지거나, 기수가 때린 채찍에 놀라 갑자기 옆으로 비어져 결국 우승을 놓치고 만다. 결과적으로는 예측이 영 빗나간 셈이다. 그러기에 고배당이라도 터지면 누가 짜고 해먹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짜고 해먹은 사람은 없다. 정작 짜고 어떻게 해보려던 자가 있다면 그도 허탕을 치고 만다. 그것이 의외성이다.
스타트 게이트가 열린 후부터 말들이 결승선에 도착하기까지 경주를 전개하는 과정 내내, 불과 1∼2분 사이에 수많은 돌발 변수들이 생긴다. 경마의 이런 의외성은 여러 요인에 의해 나타난다. 그것은 말 자체의 돌발 사고 및 컨디션, 기수의 순간 판단 착오, 기승장구의 문제, 경주 진행 과정의 문제 등으로 나눌 수 있다.
말 자체의 돌발 사고 유형
발주기 문은 정상적으로 개방되어 다른 말은 이미 출발을 하였는데, 발주기에서 나오지 않고 그냥 버티고 서 있거나, 한참 후 뒤늦게 나와 출발하는 이른바 발주기 내 고착 또는 늦발주하는 말들이 있다. 이런 경우는 발주기 문이 정상적으로 열려 말에게 출발할 기회를 주었는데도 발생한 일이기 때문에 발주 및 경주는 정상적으로 성립된다. 또 발주기 문이 열리자마자 급히 출발하려던 말이 앞발을 헛디디거나 뒷발이 미끄러지면서 발주기 앞에서 꾸벅 하여 늦은 출발을 하든지, 아니면 아예 기수를 낙마시키는 경우도 있다. 이런 상황도 역시 발주 및 경주는 정상적으로 성립된다. 다만 해당 마필은 발주불량마로 지정되어 충분한 조교를 마친 후 다시 발주검사를 받아 이상 없이 합격해야만 출주의 기회가 주어진다. 사실 처음 경주에 출전하는 말은 수차례의 발주검사에서 정상적으로 출발하는 모습을 보여야 경주에 출전하도록 되어 있다.
그 외에 말이 달리다 다리를 헛디디거나 접질려 골절이 되고, 건과 인대가 늘어나 어쩔 수 없이 달리기를 중지하거나 제대로 달릴 수 없는 경우도 생긴다. 심하면 기수와 말이 함께 넘어지면서 큰 인마사고로 연결되기도 한다. 수의사들이 평소에 말 다리를 철저히 검사하여 건강하다고 인정되는 경우만 출전을 시키지만, 워낙 육중한 몸에 스피드를 내며 달리는 말이기에 이런 돌발사고가 종종 발생한다.
잘 달리던 말이 폐출혈을 일으켜 코피를 흘리거나, 과격한 운동에 의해 심장마비가 발생해 스피드가 급감하거나 아예 멈춰 주로에 넘어지는 경우도 있다. 그뿐 아니라 비오는 날 흙탕물이나 아주 건조한 날 흙먼지를 싫어하는 말은 머리를 들려 하지 않는다. 또 잘 달리다 갑자기 진로를 벗어나 급사행하여 옆으로 비어져 달리는 말도 있다. 이런 경우도 역시 경주능력을 제대로 발휘할 수 없게 된다. 말이 급사행하는 이유는 우선 겁이 많기 때문이다. 옆에서 달리던 말이 바짝 붙으면 깜짝 놀라 옆으로 피하는 것. 또 기수가 고삐로 연결하여 조정하는 재갈에 불만을 가진 말이 허술한 틈을 타 속박에서 벗어나려는 시도로 급사행을 하기도 한다.
그 외에 재갈을 제대로 물지 않거나 또는 달리다 옆으로 벗어나려는 말을 제어하기 위해 기수가 적극적인 추진동작을 하지 못하는 바람에 경주능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 할 수도 있다. 이렇듯 말에게 문제가 있어 의외의 돌발 사태가 발생, 능력발휘에 실패하는 경우는 부지기수다.
기수의 순간 판단착오
경마는 정해진 유형이 없다. 마치 바둑을 둘 때마다 다른 판세를 경험하듯이, 경주의 진행도 상황 상황이 달라진다. 즉, 같은 말과 기수가 같은 발주번호에서 동일한 거리를 여러 차례 반복하여 달리더라도 매 경주의 전개 형태가 같을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기수는 순간 순간 유리한 위치를 잡아야 말을 덜 지치게 하며 효율적으로 경주를 전개할 수가 있다.
경마는 타 마필과 기수들을 견제하면서 경주거리와 자기 말의 남은 에너지를 어떻게 적절히 안분하여 활용하는가에 따라 명암이 엇갈린다. 그런데 초반 도주, 선행다툼, 발주직후 무리한 선행시도, 늦발주한 선행마의 뒤늦은 선행 시도, 내측 추입시도 후 진로차단, 추입마의 늦은 추입 시도, 상대마 판단미스로 엉뚱한 말 견제, 결승선 직전에서 방심으로 추입당함 등 기수의 이러저러한 순간 판단착오로 경주를 망치는 경우도 종종 있다.
그러한 이유는 경주 전개 상황이 매번 다르기 때문에 그 상황에 적절하고 효율적인 작전을 순간 순간 구사해야 하나 사실 그것이 그리 쉽지가 않기 때문이다. 빠르게 질주하는 말을 타고 균형을 잡으며 고삐추진을 하는 것만도 어려운 일인데, 앞뒤 말들의 전체 주행 흐름을 파악하며 전개 추이를 예측하고 그에 적절하게 자기 말의 능력을 안배해 나가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므로 기수들은 경주를 마친 후에야 ‘그때 이렇게 할걸’ 하는 아쉬운 마음을 갖게 된다.
기승장구의 문제
기승장구라 함은 기수가 말에 올라타 말을 조종하는 데 필요한 장구들이다. 안장, 등자(발걸이), 등자끈(안장과 발거리를 연결하는 가죽끈), 재킹(안장 밑에 깔아 마찰을 줄이는 깔개), 상·하복대(안장을 말 가슴에 조여 고정하는 넓은 끈), 굴레(말 머리에 씌워 재갈을 고정하는 가죽끈 연결체), 재갈(말 입에 물려 말을 좌우로 통제하는 쇠막대), 고삐(말 입에 물린 재갈 양끝에 연결하여 기수의 손에 쥐고 말을 조종할 수 있도록 하는 끈), 안장고정대(말목을 한 바퀴 돌려 안장의 좌우에 연결하여 안장이 뒤쪽으로 밀려나지 않도록 고정하는 끈) 등이 기본적으로 사용된다. 이외에도 자주 사용되지는 않지만 특수한 경우에 사용하는 여러 가지의 기승장구들이 있다.
보통 이런 기승장구들의 문제는 경주 중에 예기치 않게 파손되는 경우다. 대체로 수명이 오래되거나 품질이 불량한 제품에서 나타나는데, 파손되기 전에는 별 이상이 없던 것도 기승하여 격렬한 운동을 하는 과정에서 파손되곤 한다. 가장 흔한 경우는 등자끈이 끊어져 한쪽 다리의 의지를 잃어 균형이 깨지는 바람에 정상적인 기승이 곤란하거나 낙마하는 사례다. 복대끈이 끊어져 안장이 몸통 한쪽으로 돌아 기수가 균형을 잃게 되는 경우도 많다. 만일 고삐끈이라도 끊어지는 날이면 상황은 더욱 심각해진다. 이런 일들이 자주 일어나는 것은 아니지만, 장구에 문제가 발생하면 말과 기수가 정상적으로 추진운동을 할 수가 없어 경주능력을 발휘하는 데 실패하고 만다.
경주 진행 과정상의 문제
기수나 조교사는 해당 경주에 출전하는 말들의 주행습성과 발주칸 번호를 보고 경주의 진행 과정을 대략 유추하여 작전을 구사한다. 팬들도 어떤 말이 선행을 갈 것이고, 어느 말이 추입을 시도할지를 추리하여 결과를 예측한다. 하지만 실제 상황은 그런 예측대로 맞아 떨어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선행마가 늦발주한 경우, 외측발주번호를 받아 선행이 불리해져 불리한 상황을 만회하려고 초반에 무리하게 질주를 하는 경우도 역시 엉뚱한 결과를 낳는다. 앞으로 빠져나가야 하나 경주 초반에 다른 말들에게 휩싸여 빠져나가질 못하고 추입할 시기를 놓치는 경우, 말들이 뭉쳐 둥근 반원 코너를 달릴 때 맨 외측에 위치하여 안쪽 말들보다 먼 거리를 달리는 경우, 선행을 나갔는데 다른 말도 선행작전을 하여 두 말이 선두에서 각축을 벌이느라 초반에 힘을 다 소진하는 경우, 선행마들은 놓아두고 후미 추입마들만 견제하다 페이스가 늦어져 결국 선행마를 따라잡지 못하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전체적인 경주 전개 상황에서 불리한 위치와 코스를 잡았거나 능력안배가 적절치 못해 말의 에너지가 일찌감치 소진되어 정작 결승 직선주로에서는 힘도 못 써보고 패배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최악의 변수는 다른 말이 급사행하여 주행을 방해하거나 말과 말의 다리가 엉켜 인마가 전도되는 ‘경주 중 사고’이다. 심하면 여러 말들이 기수와 함께 연쇄적으로 전도되는 경우도 있다.
이처럼 경주의 결과가 예측과 달리 영 딴판으로 나오게 하는 돌발변수는 무수히 많다. 대부분은 이런 변수들이 복합적으로 나타난다. 이런 현상이 전혀 나타나지 않는 완벽한 경주는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므로 모든 추리요소들을 고려하여 신중하게 승부를 예측했다고 하더라도 경주 결과가 빗나가는 경우가 많다. 경마에서 ‘완벽한 추리’는 없는 셈이다. 다만 확률을 높이는 데 의미가 있을 뿐이다. 그러나 예측과 결과가 달라진 경우, 즉 승마투표에 실패한 경우 어떤 변수로 인해서 결과가 달라졌는지를 알아두는 것이 다음을 위해서 필요하다. 그것이 경주분석능력이다. 과거의 불리했던 변수는 미래의 유리한 조건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한편 말들의 순치정도, 조교사의 작전구사력, 기수의 전반적인 기승술, 경주로 코스 상태, 경주마 착용장구 등이 부진할수록 이런 변수들의 발생 가능성은 더욱 높아진다. 변수들이 많이 발생할수록 팬들은 경마를 불신하게 된다. 그러므로 관계자들은 이런 변수를 줄이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건전경마연구회
경주마들의 능력이나 컨디션은 항상 일정한 것이 아니다. 특히 막 성장하는 어린 나이의 말들은 능력이 일취월장하기도 하고, 장기간 휴양을 하고 돌아온 말은 과거의 화려한 경주성적을 유지하기는커녕 힘없이 무너지는 무기력한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추운 날씨에 강한 말이 있는가 하면 반대로 무더운 날씨에 강세를 보이는 말도 있다. 어느 말은 한번 전력을 다해 우승을 한 후 한동안 저조한 성적을 보이기도 한다. 이렇듯 경주마의 능력은 시기와 상황에 따라 차이가 많다.
신마의 첫 출주
일반적으로 데뷔 신마들이 다수 출전한 경주가 우승마 예상이 가장 어렵다. 과거 출주 경력이 없어 말들의 능력을 가늠하기가 곤란하기 때문이다. 다행히 능력검사 성적이 공개되기는 하지만, 능력검사란 것이 착순에 따라 상금을 지급하는 것이 아니라 정상적인 주행 자세로 일정 기록 내에 주파만 하면 합격된다. 그러므로 말들이 자신의 전 능력을 발휘할 필요가 없기도 하지만, 능력검사시에는 경주에 곧바로 출전할 만큼 조교가 충분히 되어 있지 않은 말도 많기 때문에 능력검사 성적은 우승마 예측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렇지만 능력검사시 상당히 여유 있는 주행으로 좋은 검사기록을 보인 말은 그만큼 가능성이 있는 말이라고 예견할 수도 있다.
일반적으로는 능력검사를 필하고도 보통 1개월 후에 출전하기 때문에 그동안 말의 능력이 확연히 신장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므로 데뷔 신마들의 능력판단은 혈통을 기초로 하여 최근의 경주로 조교 내용이나 컨디션을 비중 있게 참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승군 후 첫 경주
경주마들은 능력이나 수득한 상금에 따라 여러 등급의 군으로 나뉘어 있다. 이는 능력 정도가 비슷한 말들을 한 군으로 묶어 그 말들끼리 경쟁을 시킴으로써 각 말들에게는 승리 기회를 공정하게 주는 한편 경주의 질을 향상시키는 데 목적이 있다. 서울경마의 경우 국산마는 5개군, 외국산마는 4개군으로 구분된다. 처음 데뷔해서는 최하위군부터 출발하여 1∼3착 수득상금을 기초로 산출된 승군 조건상금에 의해 일정 수준을 초과하면 한 등급씩 승군하여 상위군에 속하게 된다. 대략적으로 한 군에서 1.5승을 하면 직상위군으로 승군하는 조건상금이 되나 세부적으로는 등급별로 약간의 차이가 있다. 그러므로 능력이 우수하여 연전연승하는 말은 빨리 승군을 하게 되고, 능력이 부진한 말은 하위군에 머물러 있는 기간이 길게 마련이다. 그런 만큼 하위군에는 능력이 부진한 말들이, 상위군에는 능력이 우수한 말들이 모이게 된다. 결국 군이 상승될 때마다 그만큼 어려운 상대를 만나 경쟁을 해야 하는 부담이 가중되는 것이다.
따라서 하위군에서 좋은 성적을 보인 말이라도 승군을 하게 되면 그만큼 경주경험이 많고 상대적 능력이 강한 말들과 경쟁을 해야 하므로 승군 후 첫 경주에서는 양호한 성적을 낼 확률이 적어진다. 또 어린 말이 능력이 좋아 연전연승하며 최상위군으로 단기간에 승급할 경우 그간 누적된 피로도 문제이지만, 상위군의 최강자들을 상대해 낼 수 있는 역량에 한계를 느껴 결과적으로 경주마 수명을 단축시킬 수도 있다. 이 때문에 마주나 조교사 입장에서는 사양관리나 조교관리에 있어서 어느 정도 완급을 조절할 수도 있다는 점을 감안해야 할 것이다.
경주거리 증가 후 첫 경주
경주마의 능력 정도에 따라 선택적으로 출주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경마팬의 흥미 제고를 위해 군별로 3∼5개의 다양한 경주거리를 운영하고 있다. 경주거리는 일반적으로 단거리에 해당하는 1,000m·1,200m·1,400m, 중거리에 해당하는 1,700m·1,800m, 그리고 장거리에 해당하는 1,900m와 2,000m 등이 있다. 하위군 경주는 단거리에서 시행되지만, 상위군 경주는 주로 장거리에서 시행된다. 그러므로 말이 승군함에 따라 달려야 하는 경주거리가 증가하게 된다.
외국에서는 상금이 많은 상위 등급에서도 단거리 경주가 종종 벌어진다. 이는 경주마 자원이 풍부한 것을 전제로 경주마에 따라 적성거리가 다른 점을 감안한 것이나, 우리나라에서는 경주마 자원이 부족하여 등급별 단·중·장거리를 모두 적용시킬 수 없는 실정이다. 그러므로 우리나라에서는 수득상금이 증가하여 승군함에 따라 필연적으로 장거리 경주에 출전해야 하고 경주거리가 늘어난 만큼 경주마는 부담을 느끼게 된다.
특히 늘어난 거리에 처음 출전할 때는 해당 거리에 적응이 안되어 경주성적이 저조하게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고, 오히려 경주거리가 늘어서 더 좋은 결과를 보이는 경우도 간혹 있다. 즉 단거리에서 경주 후반부의 기록이 좋은 말은 지구력이 그만큼 강한 것을 의미하는데, 이런 경주마는 장거리에서도 좋은 성적을 보이는 경향이 있다. 이런 말은 장거리형 말이라고 볼 수 있다. 매 경주 각 출주마들의 구간 기록을 면밀히 검토하면 이런 말을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
비오는 날 불량주로 경주
우리나라의 경주로는 입자가 고운 모래 주로이다. 일시에 폭우가 내려 배수가 안되면 경주로는 논바닥같이 변한다. 배수가 빠르고 모래가 굵으면 그럴 염려가 적겠으나 경주로 지층의 토질과 구조상 빠른 배수가 곤란하며, 굵은 모래를 깔면 말이 달릴 때 튀어 말과 기수의 눈에 상처를 입힐 수 있기 때문에 고운 입자의 모래를 쓰다 보니 어쩔 수 없는 실정이다.
경주로 환경이 이렇다 보니 비가 내려 불량주로가 되면 말의 주행에 여러 가지 영향을 미친다. 우선 주로면이 매우 미끄러워 말이 달리면서 균형을 잡기가 쉽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는 말의 발굽 바닥이 넓은 것보다는 좁은 것이 유리하다고 한다. 넓으면 착지할 때 발굽 밑에 고인 물의 응력이 커져 미끄러지기 쉬우나 좁은 발굽은 주로면에 안정적으로 착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불량주로에서는 말이 달릴 때 흙탕물이 심하게 튄다. 그러므로 앞에 달리는 말은 지장이 덜하지만 뒤따라 달리는 말은 흙탕물을 흠뻑 뒤집어쓰게 된다. 그러니 뒤따르는 말은 머리를 들어 흙탕물을 피하거나 옆으로 비어져 달리려 하거나 움츠러든 주행을 하게 된다. 특히 잘 놀라거나 성격이 소심한 말은 무척 예민하게 반응한다. 그러니 불량주로에서는 선행마가 가장 유리하다. 앞에서 달리면 흙탕물의 영향을 받지 않기 때문이다.
같은 맥락에서 내측번호 발주마도 유리하다. 선행을 잡기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불량주로에서의 상위 입상마 통계를 뽑아보면 대부분이 선행마이거나 내측번호 발주마임을 알 수 있다.
타조 기수 기승 경주
타조 기수를 기승시키는 유형은 대략 두 가지다. 하나는 우승 가능성이 높아 승부를 강하게 걸어 볼 말에게 기승술이 좋고 해당 경주마와 잘 맞는 타조 기수를 기승시킨다. 대상경주 출주마에게 유능한 타조 기수를 기승시키는 경우가 그 일례이다. 일반 경주에서도 타조 기수를 기승시켰다는 것은 대부분 내심 우승을 노리고 있음을 의미한다. 특히 기승 기량이 뛰어난 기수로 교체된 경우라면 확률은 더 높아진다.
이런 판단은 같은 조에서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평소 기승술이 미숙한 기수가 기승하던 말을 좀 나은 기수가 기승하면 더 좋은 성적을 낼 확률이 높아진다.
타조 기수를 기승시키는 또 다른 경우는 자기 조 기수와 여러 가지가 잘 맞지 않아 어쩔 수 없이 선택한 경우이다. 일례로 자주 아침 조교에 늦게 참여하거나 간혹 결근하는 경우 조교사가 기수에게 경고하는 하나의 수단으로 해당 기수의 기승을 제한하고 타조의 기수를 기승시키는 경우가 있다. 이 경우는 승부에 기대를 걸었다기보다는 단순한 기수 대체로 보는 것이 옳다. 그러나 이런 경우에도 의외의 좋은 경주결과를 얻는 경우가 종종 있다. 기수가 교체되어 기승한다는 것은 말과 기수가 서로 익숙하지 않은 상황이라는 단점이 있기는 하지만, 기수 간에 기승술의 차이가 많은 현재의 여건을 감안한다면 평소보다 좋은 경주 결과가 나타날 가능성도 적지 않다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그러나 만일 기승술이 상대적으로 부족하다고 평가되는 타조 기수로 기승자가 변경되었다면 그 연유를 알아보고 판단할 문제이다.
휴양에서 복귀 후 첫 경주
활동하던 경주마가 한동안 출전을 멈추었다가 오랜만에 다시 경주에 복귀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런 경우 과연 예전의 경주성적대로 잘 달려줄 것인지, 아니면 그만 못할 것인지를 판단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대체로 과거의 컨디션으로 회복이 덜 되어 예전만큼 잘 달리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의외로 좋은 결과를 내어 고배당을 터트리는 예도 간혹 있다.
현역 경주마가 휴양을 하는 경우는 대부분 운동기질환 때문이다. 운동기질환이라 함은 다리의 근육이나 건, 인대 또는 관절이나 뼈에 문제가 있는 경우이다. 이런 질환들은 심한 경우가 아니면 일정 기간 휴식을 통해 몸을 추스르고 운동에 복귀할 수 있다. 심한 관절염 또는 건염 등으로 아주 오랜 기간 휴양한 말은 경주능력 회복이 어렵지만, 가벼운 관절염이나 어깨통증·근육통 등은 쉽게 회복된다. 특히 쉬는 동안 피로가 회복된 말은 휴양 후 좋은 결과를 낼 수도 있다. 이런 말을 찾아내는 방법은 복귀 후에 실시한 조교 내용을 잘 관찰하는 것이다. 충분히 쉬면서 체계적이고 단계적인 운동을 하고 최근 마무리 조교의 내용이 양호하다면 어느 정도 기대를 걸어 볼 만하다.
휴양마들은 대개 체중이 증가되어 있는데, 이는 휴양 중 섭취한 사료량에 비해 운동량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복귀하여 충분히 훈련을 실시한 말은 과거와 체중의 차이가 별로 없다. 그러므로 휴양마의 경주 예측을 위해서는 휴양의 원인 질환, 복귀 후 조교내용, 체중변화 정도, 출주 당일의 마체 컨디션 등을 함께 살펴봐야 한다.
건전경마연구회
글 | 김병선 제주경마팀장
사람의 기억력에는 한계가 있다. 경주가 끝나고 며칠 간은 경주 전개 과정이 선명하게 기억되어 복기가 가능하지만, 한두 달 지나면 점차 기억 속에서 멀어지게 마련이다. 그런데 말에 따라서는 어떤 특정한 경주환경에서 좋은 성적을 내는 경우가 종종 있다. 또는 그 반대의 경우도 있다. 즉 말마다 경주습성이 다른 것이다. 그러므로 이런 특성들을 잘 기록해 두면 다음에 그 말이 출전할 때 좋은 참고자료가 될 수 있다. 경주마들의 특성을 많이 확보해 놓을수록 그만큼 승마투표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경주마의 주행습성
경주마의 주행 습성은 일반적으로 선행형, 선입형, 추입형, 자유형 등으로 구분된다. 이런 습성을 알아두면 경주 초반의 전개 양상을 예측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된다. 경주 초반을 어떻게 전개하고 자리를 얼마나 쉽게 잡을 수 있느냐가 주도권을 쥐고 경주를 용이하게 풀어나가는 데 관건이 되기 때문이다. 이는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간단한 예를 하나 들면, 단거리 경주나 발주지점에서부터 코너까지의 거리가 가까운 경주에서는 일반적으로 선행마가 유리하고, 그 반대의 경우는 추입마가 유리하다. 그러므로 우선 경주마들의 주행 습성을 잘 파악하여 승마 예측에 참고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러나 주행 습성을 모든 경주에서 같은 의미로 해석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중·단거리에서는 선행마가 유리하다고 하지만 비슷한 선행마가 여러 두 있는 경우에는 서로 선행을 잡으려고 경주 초반부터 다투다 많은 힘을 소모하여 결승선에서는 턱없이 허우적거리는 예가 종종 있다. 또 선행마가 내측 발주번호를 받은 경우에 더 유리한 것으로 평가를 하는데, 말에 따라서는 발주번호가 외측인 경우에 수월하게 선행을 잡는 말도 있다. 또 유달리 겁이 많은 선행마의 경우 내측에 서게 되면 여러 마리의 말들이 발주 직후 내측으로 달려드는 것이 두려워 주춤거리거나 주행을 거부하는 경향을 보이기도 한다.
기록된 정보를 일방적으로 해석해 적용하는 것보다는 경주에 편성된 상대마들이나 해당마의 습성을 잘 고려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기승 기수와 궁합 적격
기수는 기량이나 경험에 따라 여러 등급으로 분류할 수 있다. 기수라고 하여 모두 말을 잘 타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갓 데뷔한 수습기수부터 베테랑 기수까지 그 수준은 천차만별이다.
수준급 기수가 기승할수록 그만큼 높은 점수를 주어 좋은 경주성적을 기대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말에 따라서는 풋내기 기수가 기승을 하거나 또는 보통 수준으로 평가되는 특정 기수가 기승할 때 오히려 더 좋은 성적을 내는 말도 있다. 이는 아마도 그 말의 잠재적 주행 습성과 특정 기수의 기승 스타일이 잘 맞아떨어지기 때문인 듯하다. 즉 선행형의 말을 추입형의 숙련된 기수가 기승해서 성적을 못 내다 용감한 수습기수로 바꾼 경우에 나타날 수 있는 상황이다. 일반적으로 수습기수들은 노하우가 필요한 추입보다는 별다른 작전이 필요 없는 선행을 구사하기 때문이다. 이런 말들도 잘 기록해 두면 도움이 된다.
경주로 상태와 경주성적
경주로 상태는 경주의 기록이나 성적에 큰 영향을 미치는 요소 중 하나이다. 경주로가 바짝 말라 모래가 푸석푸석한 건조상태의 경우, 비가 온 후 모래가 가라앉아 다져진 포화상태, 물이 흥건하게 고인 불량상태 등 경주로의 상태에 따라 주행 조건은 크게 다르다. 일반적으로 빗물이 고인 상태에서는 경주기록이 빨라지고, 건조하여 모래가 푸석한 상태에서는 경주기록이 늦어진다. 그러나 계속되는 건조한 날씨에서는 모래가 미세하게 분쇄되어 퇴적됨에 따라 실제 쿠션 역할을 하는 두께가 얇아져서 오히려 경주기록이 빨라지는 경우도 종종 있다.
이처럼 경주로의 상태는 매우 다양하며, 말에 따라 양호한 기록을 내는 경주로 조건이 다르다는 것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물이 흥건한 불량 주로에서는 발굽이 좁은 말이 넓은 말보다 유리하고, 푸석푸석한 건조 주로에서는 굽바닥이 넓은 말이 유리하다고 한다. 또한 불량주로에서는 겁이 많은 말의 경우 튀기는 흙탕물에 놀라 머리를 들고 잘 달리지 못해 좋은 성적을 내지 못한다. 반면 맨 앞으로 달려나가는 선행마는 불량주로에서 오히려 좋은 성적을 내는 경우가 종종 있다.
몇 가지 예를 들었지만, 말마다 좋은 경주성적을 냈을 때의 경주로 상태를 기록해 두면 승마 예측에 도움이 될 것이다.
예시장 마필상태와 경주성적
예시장은 출주 직전에 경주마들의 컨디션을 파악하는 좋은 장소라고 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는 걸음걸이가 사뿐사뿐하고 경쾌한 말, 피모에 윤택이 있는 말, 엉덩이 근육이 잘 발달된 말 등은 컨디션이 좋은 상태다. 그런데 말 중에는 컨디션이 좋을 때 또는 나쁠 때 특정한 행동을 보이는 말이 간혹 있다.
예를 들어 몹시 흥분되어 과격한 행동을 보이는 경우 보통은 힘이 차서 달리고 싶은 욕망을 표출하는 것으로 보이나 경주 성적이 저조하게 나타나는 일이 많고, 반대로 머리를 숙이고 조용히 걸어 힘이 없어 보이는 말이 좋은 경주 성적을 내기도 한다. 그것은 그 특정 말의 성격이며 고유행동이다. 그러므로 그런 말의 특정한 예시장 행동을 기억하거나 기록해 두는 것이 바람직하다.
과거 경주 분석 특이사항
경주진행 상황에는 수없이 많은 변수들이 발생한다. 그 변수들은 경주 성적에 유리한 것도 있고, 불리한 것도 있다. 이중 특히 불리하게 작용되었던 변수들을 기록해 두면 다음에 아주 유용한 자료가 된다. 늦은 발주, 진로방해 당함, 외곽주행, 선행다툼에 의한 오버 페이스, 늦은 추입에 의한 경주여력 등 경주성적이나 기록에 불리하게 작용되었던 내용들을 기록해 두는 것이다. 경주 직후에는 이런 특이 사항들이 결정적인 패인으로 작용하였다는 사실을 깨달지만, 시간이 흘러 한두 달 후에 그 말이 다시 출전할 때는 그런 불리했던 특이 사항들을 망각하고 단지 부진한 경주성적이나 기록만을 참고하여 그 말을 과소평가하게 된다. 그러지 않기 위해서 경주전개상 특이 사항들을 기록해 둘 필요가 있다.
경주마의 운동기질환 병력
대부분의 경주마들은 ‘직업병’처럼 운동기질환을 달고 산다. 구절염·완슬염·비절염 등 심한 마찰과 착지시 발생하는 충격에 의해 발생된 갖가지 관절염과 과도하게 골격운동을 하면서 근육·인대·건 등이 무리하게 당겨져 늘어난 건염·인대염·근염·마비성근색소뇨증 등을 앓는다. 그리고 발굽에 충격이 심해 생긴 제저 좌상, 발굽바닥이 예리한 물체에 찔린 답창, 관리가 부실해 감염된 제차부란 등의 발굽질병, 심지어 충분한 적응훈련 없이 출전하여 오버 페이스하다 발생된 폐출혈도 일종의 운동기인성 질환이다.
이런 운동기질환들은 늘 반복되는 훈련과 경주 출전으로 인해 한번 발생되면 완쾌되지 않고 오래 간다. 심한 경우에는 어쩔 수 없이 장기간 훈련을 중단하고 휴양을 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건염이나 퇴행성관절염, 특히 구절염 등은 잘 회복되지 않는 질환으로 경주 능력을 저하시키는 요인이 된다.
경주마의 거리적성
100m 선수가 마라톤을 잘 달릴 수 없고, 마라톤 선수가 100m를 좋은 기록에 주파할 수 없듯이, 말도 단거리형 또는 장거리형으로 구분된다. 보통 1,400m 이하의 거리를 단거리라 하고, 1,900m 이상은 장거리라고 하는데, 말들에 따라서 경주 적성거리가 다르다. 발주 후 초반 스타트가 빨라 앞장서서 내달리는 말이 단거리형인데, 이런 말은 1,000m 이상 달리면 다리에 힘이 빠져 발걸음이 무거워지고 숨이 턱에 닿아 달리는 속도가 뚝 떨어진다. 반대로 장거리형은 스타트가 늦어 경주 초반에는 뒤에 처져 천천히 따라가는 형태로 달리지만 결승선 주로에 들어서면 속도가 갑자기 빨라져 앞에 가던 말들을 보기 좋게 따돌리는 말을 말한다. 이런 말은 경주거리가 길어질수록 유리해진다.
이러한 차이는 근육의 구성이 다르기 때문이다. 근육섬유는 자극이 가해질 때 빨리 수축하는 속근섬유와 늦게 수축하는 지근섬유로 대별된다. 근육다발은 이 두 섬유가 적정한 비율로 섞여 구성되는데, 속근의 비율이 많으면 단거리형 말이 되고 지근의 비율이 많으면 장거리형의 말이 되는 것이다. 훈련을 통해 어느 정도는 극복할 수 있지만 근본적으로 선행형 말이 장거리 경주에서 좋은 성적을 내기는 어렵다. 그 반대도 마찬가지다. 그러므로 경주마의 이런 적성거리를 잘 파악하여 기록해 두었다 참고하면 도움이 될 것이다.
경주마들이 결승선을 통과하는 순간 자동기록장치에 의해 각 출주마들의 해당 경주거리 주파타임이 기록된다. 이렇게 얻어진 경주기록은 착순·착차와 함께 공표되어 팬들이 참고하도록 한다. 다음에 출전할 때 상대 말들과 능력 우열을 견주어 보는 자료로 활용되는 것이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경마는 기록경기가 아니기 때문에 경주마의 능력 비교에 경주기록이 그다지 중요한 요소가 되지는 않는다고 한다. 상대가 빠른 말이면 더 빠르게 달려야 우승을 할 수 있기 때문에 빠른 기록을 내고, 상대가 느린 말이면 덜 빠르게 달려도 우승할 수 있기 때문에 느린 기록을 수립하므로, 경주기록만 가지고는 그 말의 실제 능력을 파악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말의 경주능력을 평가하기 위한 다른 유효한 요소는 무엇일까? 딱히 다른 고려 요소가 있는 것은 아니다. 결국 말의 능력을 평가하는 데 경주기록보다 더 나은 객관적인 자료는 없다.그렇다고 경주기록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여서는 안된다.
경주기록은 재평가되어야 한다
같은 거리에서 여러 번 경주를 한 경우 매번 경주기록이 다르게 나온다. 어떤 말은 1∼2초 차이가 있지만, 어떤 말은 3∼4초 이상 차이를 보인다. 그렇다면 어떤 기록이 정말 그 말의 능력을 나타내는 것일까? 평균값일까, 아니면 최고값일까? 그렇게 단순히 계산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라 상황에 따라 매우 다르다. 그러므로 경주기록을 평가할 때는 여러 변수들을 보정한 후에 다시 평가해야 한다. 왜냐하면 경주환경과 경주전개 내용에 따라 기록이 단축될 수도, 지연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경마를 관전할 때는 내가 우승마로 예측한 말만을 주시하며 응원하지 말고, 다른 말들이 어떻게 경주를 전개해 나가는지도 함께 주시해 관찰한다. 필요하면 경주의 녹화 내용을 다시 보며 분석하는 게 좋다. 그리고 그 내용을 잘 기록해 두어야 한다. 그것은 이번 경주에서 승패의 원인을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차후 또 다른 경주에서 우승마를 추리하는 데에도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경주분석의 주안점
경주기록의 변수요인들을 찾아내기 위해서는 체계적인 경주분석이 필수적이다. 경주분석에는 기본적으로 경주환경 분석과 경주전개 분석이 필요하다. 경주환경이란 경주가 진행되는 주변환경이나 조건들을 말한다. 즉 경주조건(경주거리, 군, 성, 연령, 부담중량 등), 경주로 상태, 발주번호, 기승기수, 출주주기, 마체 컨디션, 기후 등을 말한다. 이런 환경에 따라 경주기록의 변화폭이 크기 때문이다.
경주전개 상황이란 경주가 진행되는 동안 말이 어떤 경로로 주행했는지, 진로방해는 없었는지, 주행습성대로 잘 달렸는지, 능력안배는 잘 되었는지 등을 분석하는 것이다. 원형트랙이기 때문에 주행경로가 외측일수록 주행거리가 길어져 그만큼 기록이 늘어나고, 주행습성에 잘 맞추어 전개할 수록 순조로운 전개를 통해 기록이 단축되며, 구간별 유산소운동과 무산소운동을 적절히 안배할수록 양호한 기록을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 주행습성이나 능력안배의 적정성 여부를 정확하게 판단하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다. 다만 평소 그 말의 주행습성이나 구간기록과 상당히 다른 경주전개를 한 경우를 고려하는 것이다.
경주환경에 따른 기록편차
대표적인 경주환경으로 주로상태를 들 수 있다. 주로상태는 모래두께와 함수율에 따라 달라진다. 그런데 모래두께는 가급적 7cm 수준으로 맞추어지기 때문에 큰 변수가 안되지만, 함수율은 기후에 따라 크게 변한다. 보통 건조(모래먼지 발생), 양호(보통상태), 다습(축축한 모래), 포화(물기가 많은 모래), 불량(물에 잠긴 모래) 등으로 구분된다. 일반적으로 함수율이 높을수록 경주기록은 단축되고 낮을수록 그 반대 현상이 발생한다. 통계적으로 분석해 보니 평균기록에 비해 건조는 0.3초, 양호는 0.1초 느리다. 반면 다습은 0.2초, 포화는 0.7초, 불량은 1초 정도 빠른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경주거리에 따라 차이가 있기 때문에 대략 평균값을 계산한 것이다. 그러므로 건조주로와 불량주로의 평균적인 기록차이는 적어도 1초 이상 벌어지는 셈이다.
발주번호에 따라서는 안쪽 낮은 번호일수록 경주기록이 빠르고, 외측 높은 번호일수록 기록이 늦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통계적으로도 그런 경향이 뚜렷이 나타났으나 주로상태만큼 그다지 큰 편차는 아니었다. 정리해 보면 평균기록보다 내측인 1번(0.2초) 3번(0.18초) 5번(0.03초) 등은 빠르고, 외측인 7번(0.03초) 9번(0.1초) 11번(0.2초) 13번(0.27초) 등은 느렸다. 물론 경주거리별로 약간씩 달랐으나 대략 내측 1번이 최외측 14번보다는 평균적으로 0.6초 정도 빠른 것으로 나타났다.
그 외에 기수의 능력에 따라 수습기수와 우수 경력기수간에도 약 1초 이상 기록차이를 보일 수 있다. 또 부담중량의 기초중량이 되는 마령중량이 변동되는 시점, 즉 북반구 출신마는 1월 1일, 남반구 출신마는 8월 1일을 기준으로 전보다 후의 경주기록이 0.4∼0.5초 느려진다. 그것은 나이가 2세에서 3세로, 3세에서 4세로 증가됨에 따라 부담중량이 증가하기 때문인 것으로 생각된다. 출주간격 측면에서도 보통 1∼1.5개월 만에 출주하는 경주는 평균기록보다 약 0.1초 빠른 기록을 보였는데, 출주간격이 2주 또는 2∼3개월인 경우는 0.5∼1초 정도 기록이 늦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출주주기가 너무 빠르면 피로에 지쳐서, 너무 늦으면 마체이상이나 컨디션에 문제가 있어 기록이 늦어지는 것으로 생각된다.
경주전개상황에 따른 기록편차
기수가 경주전개 부적절 또는 능력안배 불량 등의 사유로 제재처분을 받는 경우가 간혹 있는데, 그 이유는 경주전개 상황에 따라 경주기록에 영향을 미쳐 결국 경주결과에 지장을 초래하기 때문이다. 경주전개는 기수가 고의로 어떤 전개를 불리하게 한다기보다는 경주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말의 악벽, 주행습성, 타마의 견제 및 주행방해 등 매우 다양한 순간 순간의 상황이 원인이 되어 본의 아니게 불리한 경주전개를 하게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예측이나 예방이 가능한 경우 이를 소홀히 하면 제재를 받는다.
어찌됐든 적절한 경주전개에 실패하면 경주기록은 지연된다. 통계적으로 분석해 보니 흔히 발생하는 늦발주는 평균기록보다 0.5∼1초 정도 지연되며, 코너에서 외곽쪽으로 크게 돈 경우는 1∼2초가 지연되고, 길게 사행한 경우도 약 1초가 지연된다. 진로방해를 받은 경우도 그 정도에 따라 0.5∼2초 정도 지연된다. 특히 발주 직후 경주 초반에 무리하게 선행다툼을 하는 경우는 경주 후반의 주행속도가 급감하여 평균기록에 비해 2∼3초 이상 지연되는 결과를 보였다. 또 경주에서 능력안배에 실패한 경우로, 경주 후반에 추입할 작전으로 후미에서 여유를 부리다가 추입 시기를 놓쳐 여력이 남은 채 결승선을 통과하는 경우도 역시 0.5∼1초 정도 기록이 지연된다. 이처럼 경주전개의 내용에 따라 말의 능력발휘의 성패가 좌우되고, 결국 이는 경주기록 및 착순의 지연으로 연결된다.
그러므로 이런 말들은 다음 경주에서 얼마든지 종전보다 양호한 경주성적을 발휘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시행된 경주의 면밀한 분석을 통해 경주환경 및 전개상황에 따른 변수들을 잘 기록, 관리할 필요가 있다.
글/ 김병선 핸디캡전문위원
건전경마연구회
경마의 의외성
글 | 김병선 제주경마팀장
경마일에 많은 팬들의 공통적인 관심거리는 ‘이번 경주에서는 과연 어떤 말이 우승을 할까’이다. 그래서 경주프로그램을 보며 출주마들의 과거 성적을 비교하기도 하고, 예상전문지의 분석을 참고하여 출전 경주마들의 능력을 열심히 분석한다. 더불어 그 말에 기승하는 기수의 기량을 살피고, 경주거리도 체크해 본다. 혹시 지난번 경주에서 어떤 말이 방해를 받았거나 늦발주를 하였는지, 경주 전개나 능력 안배에 실패하여 자기의 경주 능력을 십분 발휘하지 못한 말은 없었는지도 확인해서 경주성적을 보정하고 다시 평가한다.
우승마 추리를 위해서는 이렇게 많은 자료들을 분석하고 최종적으로 종합평가를 해야 한다. 그래서 경마를 ‘추리의 게임’이라고 한다. 그렇기 때문에 냉철한 이성과 정확한 논리의 소유자가 우승마를 적중시킬 확률이 높다. 즉흥적인 감정과 타인의 이야기에 의존해서는 경마에서 절대 이길 수가 없다.
그러나 경주의 추리요소들을 충분히 감안하여 우승마를 예측했다고 하더라도 적중시키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경마에는 의외성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승마를 맞힌 사람은 다행이지만, 빗나간 사람은 불만을 갖게 되는 것이 경마다. 예를 들어, 팬들 각자는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 우승마를 예측하고 마권을 구매한다. 손에 마권을 쥐고, 방금 전에 막 출발 게이트를 박차고 나가 선두그룹에 섞여 내달리는 말을 보면서 다시 한번 확신한다. 역시 탁월한 결정이었다고. 그러나 막판의 경주 진행은 전혀 딴판으로 흐른다. 잘 달려나오던 말이 막판에 힘겨워하며 걸음이 무뎌지거나, 결승선 얼마 안 남기고 말이 넘어지거나, 기수가 때린 채찍에 놀라 갑자기 옆으로 비어져 결국 우승을 놓치고 만다. 결과적으로는 예측이 영 빗나간 셈이다. 그러기에 고배당이라도 터지면 누가 짜고 해먹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짜고 해먹은 사람은 없다. 정작 짜고 어떻게 해보려던 자가 있다면 그도 허탕을 치고 만다. 그것이 의외성이다.
스타트 게이트가 열린 후부터 말들이 결승선에 도착하기까지 경주를 전개하는 과정 내내, 불과 1∼2분 사이에 수많은 돌발 변수들이 생긴다. 경마의 이런 의외성은 여러 요인에 의해 나타난다. 그것은 말 자체의 돌발 사고 및 컨디션, 기수의 순간 판단 착오, 기승장구의 문제, 경주 진행 과정의 문제 등으로 나눌 수 있다.
말 자체의 돌발 사고 유형
발주기 문은 정상적으로 개방되어 다른 말은 이미 출발을 하였는데, 발주기에서 나오지 않고 그냥 버티고 서 있거나, 한참 후 뒤늦게 나와 출발하는 이른바 발주기 내 고착 또는 늦발주하는 말들이 있다. 이런 경우는 발주기 문이 정상적으로 열려 말에게 출발할 기회를 주었는데도 발생한 일이기 때문에 발주 및 경주는 정상적으로 성립된다. 또 발주기 문이 열리자마자 급히 출발하려던 말이 앞발을 헛디디거나 뒷발이 미끄러지면서 발주기 앞에서 꾸벅 하여 늦은 출발을 하든지, 아니면 아예 기수를 낙마시키는 경우도 있다. 이런 상황도 역시 발주 및 경주는 정상적으로 성립된다. 다만 해당 마필은 발주불량마로 지정되어 충분한 조교를 마친 후 다시 발주검사를 받아 이상 없이 합격해야만 출주의 기회가 주어진다. 사실 처음 경주에 출전하는 말은 수차례의 발주검사에서 정상적으로 출발하는 모습을 보여야 경주에 출전하도록 되어 있다.
그 외에 말이 달리다 다리를 헛디디거나 접질려 골절이 되고, 건과 인대가 늘어나 어쩔 수 없이 달리기를 중지하거나 제대로 달릴 수 없는 경우도 생긴다. 심하면 기수와 말이 함께 넘어지면서 큰 인마사고로 연결되기도 한다. 수의사들이 평소에 말 다리를 철저히 검사하여 건강하다고 인정되는 경우만 출전을 시키지만, 워낙 육중한 몸에 스피드를 내며 달리는 말이기에 이런 돌발사고가 종종 발생한다.
잘 달리던 말이 폐출혈을 일으켜 코피를 흘리거나, 과격한 운동에 의해 심장마비가 발생해 스피드가 급감하거나 아예 멈춰 주로에 넘어지는 경우도 있다. 그뿐 아니라 비오는 날 흙탕물이나 아주 건조한 날 흙먼지를 싫어하는 말은 머리를 들려 하지 않는다. 또 잘 달리다 갑자기 진로를 벗어나 급사행하여 옆으로 비어져 달리는 말도 있다. 이런 경우도 역시 경주능력을 제대로 발휘할 수 없게 된다. 말이 급사행하는 이유는 우선 겁이 많기 때문이다. 옆에서 달리던 말이 바짝 붙으면 깜짝 놀라 옆으로 피하는 것. 또 기수가 고삐로 연결하여 조정하는 재갈에 불만을 가진 말이 허술한 틈을 타 속박에서 벗어나려는 시도로 급사행을 하기도 한다.
그 외에 재갈을 제대로 물지 않거나 또는 달리다 옆으로 벗어나려는 말을 제어하기 위해 기수가 적극적인 추진동작을 하지 못하는 바람에 경주능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 할 수도 있다. 이렇듯 말에게 문제가 있어 의외의 돌발 사태가 발생, 능력발휘에 실패하는 경우는 부지기수다.
기수의 순간 판단착오
경마는 정해진 유형이 없다. 마치 바둑을 둘 때마다 다른 판세를 경험하듯이, 경주의 진행도 상황 상황이 달라진다. 즉, 같은 말과 기수가 같은 발주번호에서 동일한 거리를 여러 차례 반복하여 달리더라도 매 경주의 전개 형태가 같을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기수는 순간 순간 유리한 위치를 잡아야 말을 덜 지치게 하며 효율적으로 경주를 전개할 수가 있다.
경마는 타 마필과 기수들을 견제하면서 경주거리와 자기 말의 남은 에너지를 어떻게 적절히 안분하여 활용하는가에 따라 명암이 엇갈린다. 그런데 초반 도주, 선행다툼, 발주직후 무리한 선행시도, 늦발주한 선행마의 뒤늦은 선행 시도, 내측 추입시도 후 진로차단, 추입마의 늦은 추입 시도, 상대마 판단미스로 엉뚱한 말 견제, 결승선 직전에서 방심으로 추입당함 등 기수의 이러저러한 순간 판단착오로 경주를 망치는 경우도 종종 있다.
그러한 이유는 경주 전개 상황이 매번 다르기 때문에 그 상황에 적절하고 효율적인 작전을 순간 순간 구사해야 하나 사실 그것이 그리 쉽지가 않기 때문이다. 빠르게 질주하는 말을 타고 균형을 잡으며 고삐추진을 하는 것만도 어려운 일인데, 앞뒤 말들의 전체 주행 흐름을 파악하며 전개 추이를 예측하고 그에 적절하게 자기 말의 능력을 안배해 나가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므로 기수들은 경주를 마친 후에야 ‘그때 이렇게 할걸’ 하는 아쉬운 마음을 갖게 된다.
기승장구의 문제
기승장구라 함은 기수가 말에 올라타 말을 조종하는 데 필요한 장구들이다. 안장, 등자(발걸이), 등자끈(안장과 발거리를 연결하는 가죽끈), 재킹(안장 밑에 깔아 마찰을 줄이는 깔개), 상·하복대(안장을 말 가슴에 조여 고정하는 넓은 끈), 굴레(말 머리에 씌워 재갈을 고정하는 가죽끈 연결체), 재갈(말 입에 물려 말을 좌우로 통제하는 쇠막대), 고삐(말 입에 물린 재갈 양끝에 연결하여 기수의 손에 쥐고 말을 조종할 수 있도록 하는 끈), 안장고정대(말목을 한 바퀴 돌려 안장의 좌우에 연결하여 안장이 뒤쪽으로 밀려나지 않도록 고정하는 끈) 등이 기본적으로 사용된다. 이외에도 자주 사용되지는 않지만 특수한 경우에 사용하는 여러 가지의 기승장구들이 있다.
보통 이런 기승장구들의 문제는 경주 중에 예기치 않게 파손되는 경우다. 대체로 수명이 오래되거나 품질이 불량한 제품에서 나타나는데, 파손되기 전에는 별 이상이 없던 것도 기승하여 격렬한 운동을 하는 과정에서 파손되곤 한다. 가장 흔한 경우는 등자끈이 끊어져 한쪽 다리의 의지를 잃어 균형이 깨지는 바람에 정상적인 기승이 곤란하거나 낙마하는 사례다. 복대끈이 끊어져 안장이 몸통 한쪽으로 돌아 기수가 균형을 잃게 되는 경우도 많다. 만일 고삐끈이라도 끊어지는 날이면 상황은 더욱 심각해진다. 이런 일들이 자주 일어나는 것은 아니지만, 장구에 문제가 발생하면 말과 기수가 정상적으로 추진운동을 할 수가 없어 경주능력을 발휘하는 데 실패하고 만다.
경주 진행 과정상의 문제
기수나 조교사는 해당 경주에 출전하는 말들의 주행습성과 발주칸 번호를 보고 경주의 진행 과정을 대략 유추하여 작전을 구사한다. 팬들도 어떤 말이 선행을 갈 것이고, 어느 말이 추입을 시도할지를 추리하여 결과를 예측한다. 하지만 실제 상황은 그런 예측대로 맞아 떨어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선행마가 늦발주한 경우, 외측발주번호를 받아 선행이 불리해져 불리한 상황을 만회하려고 초반에 무리하게 질주를 하는 경우도 역시 엉뚱한 결과를 낳는다. 앞으로 빠져나가야 하나 경주 초반에 다른 말들에게 휩싸여 빠져나가질 못하고 추입할 시기를 놓치는 경우, 말들이 뭉쳐 둥근 반원 코너를 달릴 때 맨 외측에 위치하여 안쪽 말들보다 먼 거리를 달리는 경우, 선행을 나갔는데 다른 말도 선행작전을 하여 두 말이 선두에서 각축을 벌이느라 초반에 힘을 다 소진하는 경우, 선행마들은 놓아두고 후미 추입마들만 견제하다 페이스가 늦어져 결국 선행마를 따라잡지 못하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전체적인 경주 전개 상황에서 불리한 위치와 코스를 잡았거나 능력안배가 적절치 못해 말의 에너지가 일찌감치 소진되어 정작 결승 직선주로에서는 힘도 못 써보고 패배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최악의 변수는 다른 말이 급사행하여 주행을 방해하거나 말과 말의 다리가 엉켜 인마가 전도되는 ‘경주 중 사고’이다. 심하면 여러 말들이 기수와 함께 연쇄적으로 전도되는 경우도 있다.
이처럼 경주의 결과가 예측과 달리 영 딴판으로 나오게 하는 돌발변수는 무수히 많다. 대부분은 이런 변수들이 복합적으로 나타난다. 이런 현상이 전혀 나타나지 않는 완벽한 경주는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므로 모든 추리요소들을 고려하여 신중하게 승부를 예측했다고 하더라도 경주 결과가 빗나가는 경우가 많다. 경마에서 ‘완벽한 추리’는 없는 셈이다. 다만 확률을 높이는 데 의미가 있을 뿐이다. 그러나 예측과 결과가 달라진 경우, 즉 승마투표에 실패한 경우 어떤 변수로 인해서 결과가 달라졌는지를 알아두는 것이 다음을 위해서 필요하다. 그것이 경주분석능력이다. 과거의 불리했던 변수는 미래의 유리한 조건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한편 말들의 순치정도, 조교사의 작전구사력, 기수의 전반적인 기승술, 경주로 코스 상태, 경주마 착용장구 등이 부진할수록 이런 변수들의 발생 가능성은 더욱 높아진다. 변수들이 많이 발생할수록 팬들은 경마를 불신하게 된다. 그러므로 관계자들은 이런 변수를 줄이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건전경마연구회
경주마들의 능력이나 컨디션은 항상 일정한 것이 아니다. 특히 막 성장하는 어린 나이의 말들은 능력이 일취월장하기도 하고, 장기간 휴양을 하고 돌아온 말은 과거의 화려한 경주성적을 유지하기는커녕 힘없이 무너지는 무기력한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추운 날씨에 강한 말이 있는가 하면 반대로 무더운 날씨에 강세를 보이는 말도 있다. 어느 말은 한번 전력을 다해 우승을 한 후 한동안 저조한 성적을 보이기도 한다. 이렇듯 경주마의 능력은 시기와 상황에 따라 차이가 많다.
신마의 첫 출주
일반적으로 데뷔 신마들이 다수 출전한 경주가 우승마 예상이 가장 어렵다. 과거 출주 경력이 없어 말들의 능력을 가늠하기가 곤란하기 때문이다. 다행히 능력검사 성적이 공개되기는 하지만, 능력검사란 것이 착순에 따라 상금을 지급하는 것이 아니라 정상적인 주행 자세로 일정 기록 내에 주파만 하면 합격된다. 그러므로 말들이 자신의 전 능력을 발휘할 필요가 없기도 하지만, 능력검사시에는 경주에 곧바로 출전할 만큼 조교가 충분히 되어 있지 않은 말도 많기 때문에 능력검사 성적은 우승마 예측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렇지만 능력검사시 상당히 여유 있는 주행으로 좋은 검사기록을 보인 말은 그만큼 가능성이 있는 말이라고 예견할 수도 있다.
일반적으로는 능력검사를 필하고도 보통 1개월 후에 출전하기 때문에 그동안 말의 능력이 확연히 신장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므로 데뷔 신마들의 능력판단은 혈통을 기초로 하여 최근의 경주로 조교 내용이나 컨디션을 비중 있게 참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승군 후 첫 경주
경주마들은 능력이나 수득한 상금에 따라 여러 등급의 군으로 나뉘어 있다. 이는 능력 정도가 비슷한 말들을 한 군으로 묶어 그 말들끼리 경쟁을 시킴으로써 각 말들에게는 승리 기회를 공정하게 주는 한편 경주의 질을 향상시키는 데 목적이 있다. 서울경마의 경우 국산마는 5개군, 외국산마는 4개군으로 구분된다. 처음 데뷔해서는 최하위군부터 출발하여 1∼3착 수득상금을 기초로 산출된 승군 조건상금에 의해 일정 수준을 초과하면 한 등급씩 승군하여 상위군에 속하게 된다. 대략적으로 한 군에서 1.5승을 하면 직상위군으로 승군하는 조건상금이 되나 세부적으로는 등급별로 약간의 차이가 있다. 그러므로 능력이 우수하여 연전연승하는 말은 빨리 승군을 하게 되고, 능력이 부진한 말은 하위군에 머물러 있는 기간이 길게 마련이다. 그런 만큼 하위군에는 능력이 부진한 말들이, 상위군에는 능력이 우수한 말들이 모이게 된다. 결국 군이 상승될 때마다 그만큼 어려운 상대를 만나 경쟁을 해야 하는 부담이 가중되는 것이다.
따라서 하위군에서 좋은 성적을 보인 말이라도 승군을 하게 되면 그만큼 경주경험이 많고 상대적 능력이 강한 말들과 경쟁을 해야 하므로 승군 후 첫 경주에서는 양호한 성적을 낼 확률이 적어진다. 또 어린 말이 능력이 좋아 연전연승하며 최상위군으로 단기간에 승급할 경우 그간 누적된 피로도 문제이지만, 상위군의 최강자들을 상대해 낼 수 있는 역량에 한계를 느껴 결과적으로 경주마 수명을 단축시킬 수도 있다. 이 때문에 마주나 조교사 입장에서는 사양관리나 조교관리에 있어서 어느 정도 완급을 조절할 수도 있다는 점을 감안해야 할 것이다.
경주거리 증가 후 첫 경주
경주마의 능력 정도에 따라 선택적으로 출주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경마팬의 흥미 제고를 위해 군별로 3∼5개의 다양한 경주거리를 운영하고 있다. 경주거리는 일반적으로 단거리에 해당하는 1,000m·1,200m·1,400m, 중거리에 해당하는 1,700m·1,800m, 그리고 장거리에 해당하는 1,900m와 2,000m 등이 있다. 하위군 경주는 단거리에서 시행되지만, 상위군 경주는 주로 장거리에서 시행된다. 그러므로 말이 승군함에 따라 달려야 하는 경주거리가 증가하게 된다.
외국에서는 상금이 많은 상위 등급에서도 단거리 경주가 종종 벌어진다. 이는 경주마 자원이 풍부한 것을 전제로 경주마에 따라 적성거리가 다른 점을 감안한 것이나, 우리나라에서는 경주마 자원이 부족하여 등급별 단·중·장거리를 모두 적용시킬 수 없는 실정이다. 그러므로 우리나라에서는 수득상금이 증가하여 승군함에 따라 필연적으로 장거리 경주에 출전해야 하고 경주거리가 늘어난 만큼 경주마는 부담을 느끼게 된다.
특히 늘어난 거리에 처음 출전할 때는 해당 거리에 적응이 안되어 경주성적이 저조하게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고, 오히려 경주거리가 늘어서 더 좋은 결과를 보이는 경우도 간혹 있다. 즉 단거리에서 경주 후반부의 기록이 좋은 말은 지구력이 그만큼 강한 것을 의미하는데, 이런 경주마는 장거리에서도 좋은 성적을 보이는 경향이 있다. 이런 말은 장거리형 말이라고 볼 수 있다. 매 경주 각 출주마들의 구간 기록을 면밀히 검토하면 이런 말을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
비오는 날 불량주로 경주
우리나라의 경주로는 입자가 고운 모래 주로이다. 일시에 폭우가 내려 배수가 안되면 경주로는 논바닥같이 변한다. 배수가 빠르고 모래가 굵으면 그럴 염려가 적겠으나 경주로 지층의 토질과 구조상 빠른 배수가 곤란하며, 굵은 모래를 깔면 말이 달릴 때 튀어 말과 기수의 눈에 상처를 입힐 수 있기 때문에 고운 입자의 모래를 쓰다 보니 어쩔 수 없는 실정이다.
경주로 환경이 이렇다 보니 비가 내려 불량주로가 되면 말의 주행에 여러 가지 영향을 미친다. 우선 주로면이 매우 미끄러워 말이 달리면서 균형을 잡기가 쉽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는 말의 발굽 바닥이 넓은 것보다는 좁은 것이 유리하다고 한다. 넓으면 착지할 때 발굽 밑에 고인 물의 응력이 커져 미끄러지기 쉬우나 좁은 발굽은 주로면에 안정적으로 착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불량주로에서는 말이 달릴 때 흙탕물이 심하게 튄다. 그러므로 앞에 달리는 말은 지장이 덜하지만 뒤따라 달리는 말은 흙탕물을 흠뻑 뒤집어쓰게 된다. 그러니 뒤따르는 말은 머리를 들어 흙탕물을 피하거나 옆으로 비어져 달리려 하거나 움츠러든 주행을 하게 된다. 특히 잘 놀라거나 성격이 소심한 말은 무척 예민하게 반응한다. 그러니 불량주로에서는 선행마가 가장 유리하다. 앞에서 달리면 흙탕물의 영향을 받지 않기 때문이다.
같은 맥락에서 내측번호 발주마도 유리하다. 선행을 잡기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불량주로에서의 상위 입상마 통계를 뽑아보면 대부분이 선행마이거나 내측번호 발주마임을 알 수 있다.
타조 기수 기승 경주
타조 기수를 기승시키는 유형은 대략 두 가지다. 하나는 우승 가능성이 높아 승부를 강하게 걸어 볼 말에게 기승술이 좋고 해당 경주마와 잘 맞는 타조 기수를 기승시킨다. 대상경주 출주마에게 유능한 타조 기수를 기승시키는 경우가 그 일례이다. 일반 경주에서도 타조 기수를 기승시켰다는 것은 대부분 내심 우승을 노리고 있음을 의미한다. 특히 기승 기량이 뛰어난 기수로 교체된 경우라면 확률은 더 높아진다.
이런 판단은 같은 조에서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평소 기승술이 미숙한 기수가 기승하던 말을 좀 나은 기수가 기승하면 더 좋은 성적을 낼 확률이 높아진다.
타조 기수를 기승시키는 또 다른 경우는 자기 조 기수와 여러 가지가 잘 맞지 않아 어쩔 수 없이 선택한 경우이다. 일례로 자주 아침 조교에 늦게 참여하거나 간혹 결근하는 경우 조교사가 기수에게 경고하는 하나의 수단으로 해당 기수의 기승을 제한하고 타조의 기수를 기승시키는 경우가 있다. 이 경우는 승부에 기대를 걸었다기보다는 단순한 기수 대체로 보는 것이 옳다. 그러나 이런 경우에도 의외의 좋은 경주결과를 얻는 경우가 종종 있다. 기수가 교체되어 기승한다는 것은 말과 기수가 서로 익숙하지 않은 상황이라는 단점이 있기는 하지만, 기수 간에 기승술의 차이가 많은 현재의 여건을 감안한다면 평소보다 좋은 경주 결과가 나타날 가능성도 적지 않다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그러나 만일 기승술이 상대적으로 부족하다고 평가되는 타조 기수로 기승자가 변경되었다면 그 연유를 알아보고 판단할 문제이다.
휴양에서 복귀 후 첫 경주
활동하던 경주마가 한동안 출전을 멈추었다가 오랜만에 다시 경주에 복귀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런 경우 과연 예전의 경주성적대로 잘 달려줄 것인지, 아니면 그만 못할 것인지를 판단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대체로 과거의 컨디션으로 회복이 덜 되어 예전만큼 잘 달리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의외로 좋은 결과를 내어 고배당을 터트리는 예도 간혹 있다.
현역 경주마가 휴양을 하는 경우는 대부분 운동기질환 때문이다. 운동기질환이라 함은 다리의 근육이나 건, 인대 또는 관절이나 뼈에 문제가 있는 경우이다. 이런 질환들은 심한 경우가 아니면 일정 기간 휴식을 통해 몸을 추스르고 운동에 복귀할 수 있다. 심한 관절염 또는 건염 등으로 아주 오랜 기간 휴양한 말은 경주능력 회복이 어렵지만, 가벼운 관절염이나 어깨통증·근육통 등은 쉽게 회복된다. 특히 쉬는 동안 피로가 회복된 말은 휴양 후 좋은 결과를 낼 수도 있다. 이런 말을 찾아내는 방법은 복귀 후에 실시한 조교 내용을 잘 관찰하는 것이다. 충분히 쉬면서 체계적이고 단계적인 운동을 하고 최근 마무리 조교의 내용이 양호하다면 어느 정도 기대를 걸어 볼 만하다.
휴양마들은 대개 체중이 증가되어 있는데, 이는 휴양 중 섭취한 사료량에 비해 운동량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복귀하여 충분히 훈련을 실시한 말은 과거와 체중의 차이가 별로 없다. 그러므로 휴양마의 경주 예측을 위해서는 휴양의 원인 질환, 복귀 후 조교내용, 체중변화 정도, 출주 당일의 마체 컨디션 등을 함께 살펴봐야 한다.
건전경마연구회
글 | 김병선 제주경마팀장
사람의 기억력에는 한계가 있다. 경주가 끝나고 며칠 간은 경주 전개 과정이 선명하게 기억되어 복기가 가능하지만, 한두 달 지나면 점차 기억 속에서 멀어지게 마련이다. 그런데 말에 따라서는 어떤 특정한 경주환경에서 좋은 성적을 내는 경우가 종종 있다. 또는 그 반대의 경우도 있다. 즉 말마다 경주습성이 다른 것이다. 그러므로 이런 특성들을 잘 기록해 두면 다음에 그 말이 출전할 때 좋은 참고자료가 될 수 있다. 경주마들의 특성을 많이 확보해 놓을수록 그만큼 승마투표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경주마의 주행습성
경주마의 주행 습성은 일반적으로 선행형, 선입형, 추입형, 자유형 등으로 구분된다. 이런 습성을 알아두면 경주 초반의 전개 양상을 예측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된다. 경주 초반을 어떻게 전개하고 자리를 얼마나 쉽게 잡을 수 있느냐가 주도권을 쥐고 경주를 용이하게 풀어나가는 데 관건이 되기 때문이다. 이는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간단한 예를 하나 들면, 단거리 경주나 발주지점에서부터 코너까지의 거리가 가까운 경주에서는 일반적으로 선행마가 유리하고, 그 반대의 경우는 추입마가 유리하다. 그러므로 우선 경주마들의 주행 습성을 잘 파악하여 승마 예측에 참고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러나 주행 습성을 모든 경주에서 같은 의미로 해석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중·단거리에서는 선행마가 유리하다고 하지만 비슷한 선행마가 여러 두 있는 경우에는 서로 선행을 잡으려고 경주 초반부터 다투다 많은 힘을 소모하여 결승선에서는 턱없이 허우적거리는 예가 종종 있다. 또 선행마가 내측 발주번호를 받은 경우에 더 유리한 것으로 평가를 하는데, 말에 따라서는 발주번호가 외측인 경우에 수월하게 선행을 잡는 말도 있다. 또 유달리 겁이 많은 선행마의 경우 내측에 서게 되면 여러 마리의 말들이 발주 직후 내측으로 달려드는 것이 두려워 주춤거리거나 주행을 거부하는 경향을 보이기도 한다.
기록된 정보를 일방적으로 해석해 적용하는 것보다는 경주에 편성된 상대마들이나 해당마의 습성을 잘 고려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기승 기수와 궁합 적격
기수는 기량이나 경험에 따라 여러 등급으로 분류할 수 있다. 기수라고 하여 모두 말을 잘 타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갓 데뷔한 수습기수부터 베테랑 기수까지 그 수준은 천차만별이다.
수준급 기수가 기승할수록 그만큼 높은 점수를 주어 좋은 경주성적을 기대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말에 따라서는 풋내기 기수가 기승을 하거나 또는 보통 수준으로 평가되는 특정 기수가 기승할 때 오히려 더 좋은 성적을 내는 말도 있다. 이는 아마도 그 말의 잠재적 주행 습성과 특정 기수의 기승 스타일이 잘 맞아떨어지기 때문인 듯하다. 즉 선행형의 말을 추입형의 숙련된 기수가 기승해서 성적을 못 내다 용감한 수습기수로 바꾼 경우에 나타날 수 있는 상황이다. 일반적으로 수습기수들은 노하우가 필요한 추입보다는 별다른 작전이 필요 없는 선행을 구사하기 때문이다. 이런 말들도 잘 기록해 두면 도움이 된다.
경주로 상태와 경주성적
경주로 상태는 경주의 기록이나 성적에 큰 영향을 미치는 요소 중 하나이다. 경주로가 바짝 말라 모래가 푸석푸석한 건조상태의 경우, 비가 온 후 모래가 가라앉아 다져진 포화상태, 물이 흥건하게 고인 불량상태 등 경주로의 상태에 따라 주행 조건은 크게 다르다. 일반적으로 빗물이 고인 상태에서는 경주기록이 빨라지고, 건조하여 모래가 푸석한 상태에서는 경주기록이 늦어진다. 그러나 계속되는 건조한 날씨에서는 모래가 미세하게 분쇄되어 퇴적됨에 따라 실제 쿠션 역할을 하는 두께가 얇아져서 오히려 경주기록이 빨라지는 경우도 종종 있다.
이처럼 경주로의 상태는 매우 다양하며, 말에 따라 양호한 기록을 내는 경주로 조건이 다르다는 것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물이 흥건한 불량 주로에서는 발굽이 좁은 말이 넓은 말보다 유리하고, 푸석푸석한 건조 주로에서는 굽바닥이 넓은 말이 유리하다고 한다. 또한 불량주로에서는 겁이 많은 말의 경우 튀기는 흙탕물에 놀라 머리를 들고 잘 달리지 못해 좋은 성적을 내지 못한다. 반면 맨 앞으로 달려나가는 선행마는 불량주로에서 오히려 좋은 성적을 내는 경우가 종종 있다.
몇 가지 예를 들었지만, 말마다 좋은 경주성적을 냈을 때의 경주로 상태를 기록해 두면 승마 예측에 도움이 될 것이다.
예시장 마필상태와 경주성적
예시장은 출주 직전에 경주마들의 컨디션을 파악하는 좋은 장소라고 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는 걸음걸이가 사뿐사뿐하고 경쾌한 말, 피모에 윤택이 있는 말, 엉덩이 근육이 잘 발달된 말 등은 컨디션이 좋은 상태다. 그런데 말 중에는 컨디션이 좋을 때 또는 나쁠 때 특정한 행동을 보이는 말이 간혹 있다.
예를 들어 몹시 흥분되어 과격한 행동을 보이는 경우 보통은 힘이 차서 달리고 싶은 욕망을 표출하는 것으로 보이나 경주 성적이 저조하게 나타나는 일이 많고, 반대로 머리를 숙이고 조용히 걸어 힘이 없어 보이는 말이 좋은 경주 성적을 내기도 한다. 그것은 그 특정 말의 성격이며 고유행동이다. 그러므로 그런 말의 특정한 예시장 행동을 기억하거나 기록해 두는 것이 바람직하다.
과거 경주 분석 특이사항
경주진행 상황에는 수없이 많은 변수들이 발생한다. 그 변수들은 경주 성적에 유리한 것도 있고, 불리한 것도 있다. 이중 특히 불리하게 작용되었던 변수들을 기록해 두면 다음에 아주 유용한 자료가 된다. 늦은 발주, 진로방해 당함, 외곽주행, 선행다툼에 의한 오버 페이스, 늦은 추입에 의한 경주여력 등 경주성적이나 기록에 불리하게 작용되었던 내용들을 기록해 두는 것이다. 경주 직후에는 이런 특이 사항들이 결정적인 패인으로 작용하였다는 사실을 깨달지만, 시간이 흘러 한두 달 후에 그 말이 다시 출전할 때는 그런 불리했던 특이 사항들을 망각하고 단지 부진한 경주성적이나 기록만을 참고하여 그 말을 과소평가하게 된다. 그러지 않기 위해서 경주전개상 특이 사항들을 기록해 둘 필요가 있다.
경주마의 운동기질환 병력
대부분의 경주마들은 ‘직업병’처럼 운동기질환을 달고 산다. 구절염·완슬염·비절염 등 심한 마찰과 착지시 발생하는 충격에 의해 발생된 갖가지 관절염과 과도하게 골격운동을 하면서 근육·인대·건 등이 무리하게 당겨져 늘어난 건염·인대염·근염·마비성근색소뇨증 등을 앓는다. 그리고 발굽에 충격이 심해 생긴 제저 좌상, 발굽바닥이 예리한 물체에 찔린 답창, 관리가 부실해 감염된 제차부란 등의 발굽질병, 심지어 충분한 적응훈련 없이 출전하여 오버 페이스하다 발생된 폐출혈도 일종의 운동기인성 질환이다.
이런 운동기질환들은 늘 반복되는 훈련과 경주 출전으로 인해 한번 발생되면 완쾌되지 않고 오래 간다. 심한 경우에는 어쩔 수 없이 장기간 훈련을 중단하고 휴양을 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건염이나 퇴행성관절염, 특히 구절염 등은 잘 회복되지 않는 질환으로 경주 능력을 저하시키는 요인이 된다.
경주마의 거리적성
100m 선수가 마라톤을 잘 달릴 수 없고, 마라톤 선수가 100m를 좋은 기록에 주파할 수 없듯이, 말도 단거리형 또는 장거리형으로 구분된다. 보통 1,400m 이하의 거리를 단거리라 하고, 1,900m 이상은 장거리라고 하는데, 말들에 따라서 경주 적성거리가 다르다. 발주 후 초반 스타트가 빨라 앞장서서 내달리는 말이 단거리형인데, 이런 말은 1,000m 이상 달리면 다리에 힘이 빠져 발걸음이 무거워지고 숨이 턱에 닿아 달리는 속도가 뚝 떨어진다. 반대로 장거리형은 스타트가 늦어 경주 초반에는 뒤에 처져 천천히 따라가는 형태로 달리지만 결승선 주로에 들어서면 속도가 갑자기 빨라져 앞에 가던 말들을 보기 좋게 따돌리는 말을 말한다. 이런 말은 경주거리가 길어질수록 유리해진다.
이러한 차이는 근육의 구성이 다르기 때문이다. 근육섬유는 자극이 가해질 때 빨리 수축하는 속근섬유와 늦게 수축하는 지근섬유로 대별된다. 근육다발은 이 두 섬유가 적정한 비율로 섞여 구성되는데, 속근의 비율이 많으면 단거리형 말이 되고 지근의 비율이 많으면 장거리형의 말이 되는 것이다. 훈련을 통해 어느 정도는 극복할 수 있지만 근본적으로 선행형 말이 장거리 경주에서 좋은 성적을 내기는 어렵다. 그 반대도 마찬가지다. 그러므로 경주마의 이런 적성거리를 잘 파악하여 기록해 두었다 참고하면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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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을 사랑하는 남자 홍대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