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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아침에 일어나서 책상에 앉기까지

작성자잘하고있잖아|작성시간19.03.20|조회수2,220 목록 댓글 4


여러분, 아침에 일어나서 제일 먼저 하시는 일은 무엇인가요?


커피를 끓이는 분도 계실 테고, 아침 운동을 하는 분도 계시죠. 기타 또다른 무엇이 되었든, 그 모든 행동들의 공통점은 하나입니다. 워밍업, 다른 말로 공부할 수 있는 상태를 만들기. 가장 쉬운 말로는 "잠을 깨려고."


이번 편에서는 제가 조심스럽게 권해 보는 방식이 하나 있어요. 그리고 그 이유도 함께 설명드리려구요. 결론부터 먼저 말씀드리고 설명을 이어갈게요.


[결론] 일단 덮어놓고 책상에 가서 앉기.


이건 자투리 시간을 절약한다는 의미보다는, 사실 마인트 컨트롤을 위해서입니다. 무슨 얘기인지 이해가 쉽도록 설명할게요.




예를 들어, 도서관에 가기 전에 집에서 커피를 끓이면서 하루를 시작했다고 생각해 보기로 해요. 그런데 이렇게 커피가 완성되고 그걸 마시면서 혹시 "빨리 시작해야 하는데..." 이런 생각을 나도 모르게 하고 있지는 않던가요? 어서 잠이 깨어야 책상에 가서 앉을 텐데, 잠을 깨우려고 아침에 하는 이런저런 루틴 속에서 뭔가 나도 모르게 찝찝한 기분이 턱턱 마음 속에서 깐죽깐죽거리진 않더냐 말이죠.


지금 이 상태 이거요, 마음 속에 자신도 모르게 뭔가 압박감이 생긴 상태입니다. 이런 압박감이 무의식중에 마음 한켠에 자리하고, 아침의 루틴을 다 끝내고 자리에 가서 앉았을 때 심적 컨디션을 좋지 않게 합니다. 이 압박감은 공부를 시작하기 위한 아침의 결심을 오히려 더 약하게 만드는데, 이 압박감 이거, 좀처럼 체감을 못할 뿐이지 의외로 생각보다 무겁습니다.


원래 사람이 해야 할 일이 뭔가 있는데 그걸 하기 전의 선행단계인 무언가를 하고 있을 때는 은근한 초조함이 듭니다. 왜 빨리 잠이 안 깨지? 아 도서관 가기 전에 이것도 해야 하는데, 저것도 해야 하는데... 가서 빨리 앉아야 하는데... 나도 모르게 이런 생각을 하고 있고, 이렇게 되면 그날 공부를 시작하는 것이 실제보다도 더 힘들게 느껴져서 점점 하고 싶지 않아집니다.


그 선행단계의 루틴이 길면 길수록 그렇게 되는데, 이러고 도서관에 가서 자세잡으면 이상하게 집중이 되지 않고 오히려 뭔가 정신적으로 피곤할 겁니다. 도서관까지 왔으니 또 한 20분 숨돌려야지, 이거 꺼내고 저거 꺼내고 도서관 자리 세팅해야지, 나가서 커피 한판 때려야지, 커피 있으니 담배도 한 대 빨아야지... 이런 식으로 아침의 모든 의식(ritual)이 끝나면 이상하게 집중이 안 돼요(근데 이거 알고 보면 너무나 당연한 거거든요). 어느새 점심시간이 됩니다. "에이씨 오전 내내 나 뭐한 거지..." 이게 되고, 이젠 완전히 악순환에 빠지게 됩니다.


그런 이유로 저는, 아침에 눈을 뜨고 내가 공부하는 그 자리에 가서 앉기까지의 동선을 최소한 짧게 가져가길 권합니다. 아침에 자리에 앉기 전에 잠을 완전히 깨워서 가야 할 필요 없어요. 대부분 도서관 가는 동안 반은 깨고, 반만 깬 상태로 조금 몽롱하더라도 괜찮습니다.


그 "평온한 몽롱함"과 함께 가세요.


일단 책을 펴고 공부자세를 잡습니다. 어째 좀 멍한 상태일지언정 공부하는 시늉이라도 하는 거죠. 책에 눈을 고정시킨 그 상태에서, 아까 도서관 걸어오는 길에 편의점에 들러서 산 (적당히 느끼하고 적당히 자극적인) 데자와 또는 (그날 기분에 따라 좀 더 자극적인) 커피로 조금씩 몸을 달래어 깨워 주면서 계속 책을 봅니다. 워밍업과 공부를 동시에 하는 방식입니다.


완전히 깨고 나서야 책상 앞에 앉으려 하실 필요는 생각만큼 별로 없더라고요. 그냥 일단 가서 앉아요, 괜찮아요. 천천히 시동걸고 페이스 올리면서 서서히 깨면 됩니다. '어 내가 조금 전에 일어난 것같은데, 내가 언제 여기 온 거지?' 이런 기분이 들면 제대로 된 겁니다. 아예 자리에 앉고 나서 도로 털푸덕 엎어져 자지 않는 한, 최소한 정체 모를 압박감으로 공부 시작부터 어딘가 개운치 못한 감정을 안고 시작하는 일은 없을 겁니다. 그리고 이 몽롱함에서 공부한 게 의외로 기억에 오래 남을 겁니다.


내가 아침에 일어나서 도서관 자리에 앉기까지 하는 루틴이 무엇인지를 순서대로 쭉 적어 보시고, 최소한의 세수와 로션 바르기 정도 말고는 과감하게 싹 다 제외해 보시는 것도 괜찮습니다. 잠을 깨우기 위한 행동들은 도서관 가서 자리에서 하는 것도 괜찮습니다. 아침 먹는 것도 자리에 가서 바나나 혹은 칼로리바 정도면 충분합니다(어차피 수험생은 점심을 일찍 먹잖아요!). 그리고 채 깨어나지도 않은 몸에 무리하게 음식물을 투여하면 막대한 피로감이 올 수 있기 때문에(※칼럼 27회 참조), 일반인과는 좀 다른, 수험에 최적화된 방식이 필요합니다.


저는 그냥 아침에 일어나면 워밍업(※여기서는 잠을 깨기 위해 하는 일체의 행동들을 말함) 같은 것은 생각하지 않고 그냥 도서관에 가서 앉았습니다. 아파트 단지를 나가면 바로 도서관일 정도로 도서관이 가까웠던 덕분도 있지만 눈을 뜨고 일어나서 도서관 자리에 앉기까지 걸린 시간은 대략 20분 정도였는데, 이게 짧으면 짧을수록 그날 스타트하는 기분이 좋았습니다. 비록 조금 몽롱할지언정 오히려 그게 더 좋은 컨디션이었습니다.


이것의 의미는 공부라는 행위 자체보다도 깨어나서 자리에 앉기까지의 루틴이 길었을 때 생겨나는 마이너스 감정과 이로 인한 악순환을 방지하는 데 있었고, 또한 슬럼프 발생을 최소화하는 마인드컨트롤 기술이기도 했습니다.


다시 한 번 말씀드립니다. 내가 매일 공부하는 그곳에 가기 전에 잠을 완전히 깨워서 갈 필요는 없어요. 설령 완전히 깨워서 간다 해도 그 과정에서 나도 모르게 압박감과 초조함에 터치되었기 때문에 뭔가 좋은 컨디션이 아니기 쉽습니다.


공부하는 사람이 제일 피해야 하는 2대 마이너스 감정이 '초조함'과 '자책감'입니다. 공부라는 것을 무척 고된 일로 느껴지게 하는 게 이 두 감정이고, 슬럼프의 가장 큰 원인이 되는 것도 이 둘입니다. 우리가 막연하게 말하는 마인드컨트롤이라는 것도 쉽게 말하면 이 두 감정이 쳐들어올 여지를 주지 않는 것이고, 오늘의 칼럼은 그런 맥락에서 이해해 주시면 여러분들께 분명히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2019. 3. 20.

잘하고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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