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헛웃음

작성자우리꽃사랑(춘천)|작성시간26.06.19|조회수21 목록 댓글 2

​지난주 일요일의 일이다. 서울에 있는 우리 교회로 예배를 보러 가면서, 집 뒤뜰에 열린 개량 산딸기와 왕보리수를 따서 챙겼다. 춘천에서는 차로 두 시간 거리라 ‘혹시나 가는 길에 상하지는 않을까’ 내심 걱정이 앞섰다.

​교회에 도착해 열매들을 펼쳐 놓으니 다들 눈이 휘둥그레졌다. 내가 손이 커서 워낙 많이 챙겨간 탓도 있지만, 일단 비주얼부터가 압권이었다. 도시에서는 쉽게 맛볼 수 없는 귀한 구경이다. 원래 산딸기는 시큼한 맛이 강한데, 이 개량종은 알도 굵고 아주 달다.

​이 사람 저 사람 와서 한 움큼씩 집어먹더니, 이내 얼굴에 기쁨이 확 퍼진다. 그 모습을 보니 ‘정말 잘 가져왔구나’ 싶어 속으로 덩실덩실 춤이 춰졌다.

​유독 한 장로님이 정말 맛있게 드시며 연신 감탄사를 내뿜으셨다. 어디서 사 왔냐고, 본인도 사서 먹고 싶다고 하셨다. 나는 우리 집 뒤에서 직접 따온 거라며, 다음 주에 또 열려 있으면 더 따다 드리겠다고 말씀드렸다. 그 말을 들은 장로님의 표정이 마치 어린아이처럼 밝아졌다.

​집으로 돌아와 곧장 산딸기 수확 작업을 했다. 깨끗이 손질해 플라스틱 통에 꼭꼭 담아 냉장고 깊숙이 넣어 두었다. 아내에게는 굳이 말하지 않았다. 괜히 쓸데없는 짓 한다고 한소리 들을 게 뻔했기 때문이다. 아내는 내가 필요 이상으로 오버하는 걸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

​마침 아내가 2박 3일로 여행을 떠났다. 가기 전에 두어 가지 반찬도 정성스레 해두고 갔다. 다음 날 아침, 냉장고에서 밥을 꺼내려는데 뒤편 공간이 어쩐지 썰렁했다. 분명 내가 산딸기 통을 넣어 두었던 자리인데 보이지 않았다. 대신 위쪽에 웬 작은 그릇에 조금 남겨진 산딸기만 덩그러니 보였다.
​‘흠, 여행 가는 일행들 주려고 챙겨갔구나.’

​얼마 전에도 서울에서 손님이 왔을 때 이 두 가지를 따서 내놓으니 엄청 좋아했었다. 분명 이번에도 가져가서 일행들에게 생색을 낼 모양이다.

​전화를 걸어 한마디 할까 하다가 이내 마음을 접었다. 이미 엎질러진 물인 것을. 누군가의 입을 즐겁게 해주고 있을 텐데 굳이 전화를 걸어 초를 칠 필요는 없겠다 싶었다. 여행에서 돌아와서도 그저 모른 척 넘어가 줄 예정이다.

​그나저나 장로님과 약속을 해두었으니, 집 뒤에 혹시 새로 따갈 만한 산딸기가 더 남아있나 가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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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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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봄소녀(광주) | 작성시간 26.06.19 ㅎㅎ 마님이 맛나게 드시면 더 좋지요
  • 작성자쁘띠야(홍천) | 작성시간 26.06.19 얼마간은 달려 있을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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