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일요일의 일이다. 서울에 있는 우리 교회로 예배를 보러 가면서, 집 뒤뜰에 열린 개량 산딸기와 왕보리수를 따서 챙겼다. 춘천에서는 차로 두 시간 거리라 ‘혹시나 가는 길에 상하지는 않을까’ 내심 걱정이 앞섰다.
교회에 도착해 열매들을 펼쳐 놓으니 다들 눈이 휘둥그레졌다. 내가 손이 커서 워낙 많이 챙겨간 탓도 있지만, 일단 비주얼부터가 압권이었다. 도시에서는 쉽게 맛볼 수 없는 귀한 구경이다. 원래 산딸기는 시큼한 맛이 강한데, 이 개량종은 알도 굵고 아주 달다.
이 사람 저 사람 와서 한 움큼씩 집어먹더니, 이내 얼굴에 기쁨이 확 퍼진다. 그 모습을 보니 ‘정말 잘 가져왔구나’ 싶어 속으로 덩실덩실 춤이 춰졌다.
유독 한 장로님이 정말 맛있게 드시며 연신 감탄사를 내뿜으셨다. 어디서 사 왔냐고, 본인도 사서 먹고 싶다고 하셨다. 나는 우리 집 뒤에서 직접 따온 거라며, 다음 주에 또 열려 있으면 더 따다 드리겠다고 말씀드렸다. 그 말을 들은 장로님의 표정이 마치 어린아이처럼 밝아졌다.
집으로 돌아와 곧장 산딸기 수확 작업을 했다. 깨끗이 손질해 플라스틱 통에 꼭꼭 담아 냉장고 깊숙이 넣어 두었다. 아내에게는 굳이 말하지 않았다. 괜히 쓸데없는 짓 한다고 한소리 들을 게 뻔했기 때문이다. 아내는 내가 필요 이상으로 오버하는 걸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
마침 아내가 2박 3일로 여행을 떠났다. 가기 전에 두어 가지 반찬도 정성스레 해두고 갔다. 다음 날 아침, 냉장고에서 밥을 꺼내려는데 뒤편 공간이 어쩐지 썰렁했다. 분명 내가 산딸기 통을 넣어 두었던 자리인데 보이지 않았다. 대신 위쪽에 웬 작은 그릇에 조금 남겨진 산딸기만 덩그러니 보였다.
‘흠, 여행 가는 일행들 주려고 챙겨갔구나.’
얼마 전에도 서울에서 손님이 왔을 때 이 두 가지를 따서 내놓으니 엄청 좋아했었다. 분명 이번에도 가져가서 일행들에게 생색을 낼 모양이다.
전화를 걸어 한마디 할까 하다가 이내 마음을 접었다. 이미 엎질러진 물인 것을. 누군가의 입을 즐겁게 해주고 있을 텐데 굳이 전화를 걸어 초를 칠 필요는 없겠다 싶었다. 여행에서 돌아와서도 그저 모른 척 넘어가 줄 예정이다.
그나저나 장로님과 약속을 해두었으니, 집 뒤에 혹시 새로 따갈 만한 산딸기가 더 남아있나 가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