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눈을 들어 저 멀리 줄지어 서 있는 아파트 단지를 바라본다. 시인의 눈으로 현실을 바라보노라면, 때로는 그 익숙한 풍경 속에서 숨은 또 다른 삶의 철학을 마주하게 된다.
문득 그 화려한 거대함 아래, 수십 년 동안 터줏대감으로 묵묵히 자리를 지키고 있는 작은 집들이 눈에 들어왔다. 저 높은 아파트는 온갖 고운 색으로 화려하게 꽃단장을 하고 웅장하게 서 있건만, 그 아래 나지막이 엎드린 작은 집들은 한 군데도 성한 곳이 없어 보인다. 빛바랜 지붕, 금이 가고 부서진 벽돌들이 온갖 비바람을 온몸으로 받아내며 모진 세월을 버텨낸 고단한 몸짓을 하고 있다.
저 높은 곳에는 때깔 고운 이들이 가득 모여 살아가겠지만, 이 작고 낡은 집에는 그저 세월의 무게를 힘겹게 지탱하며 하루하루를 살아내는 이웃들이 있다. 아파트와 작은 집, 그 건너편의 간극에는 현대 도시화가 남긴 짙은 그늘과 소외된 이웃들의 아픔이 고스란히 고여 흐른다.
낡은 것은 과감히 부수고 없애야만 하며, 오직 새로운 것만 추구하는 물질만능주의의 세상이다. 외형과 겉모습으로 사람을 평가하는 냉혹한 현실 속에서, 화려한 개발 뒤에 가려진 소외 계층의 무력감이 오늘 아침 내 시선 끝에 무겁게 내려앉는다. 저 거대한 콘크리트 벽이 가리지 못한, 낮고 쓸쓸한 삶의 풍경이 마음을 아려오게 하는 아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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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산 밑에 들어선 아파트들
누가 누가 높나 키재기를 할 때
그 발치 아래 수십 년 터줏대감 작은 집들
낡은 옷 입었다고 조롱하는 수모 견디며
온갖 비바람에 모진 세월 겪어내고
그늘진 좁은 골목 끝으로
깊은 한숨만 뿜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