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합 다섯송이의
영토를 지우고
기꺼이 단하나의
알뿌리를 묻었다
초록 왕관아래
거꾸로 매달린
다홍빛 종소리
첫눈에 내 눈을 멀게 했던
도도했던 이국적인 군주
나무 한그루 서지 못하는
고산 바위틈
살을 에는 바람과
바위속 갈증이
네 오랜 고향인줄 모른채
거름진 양지녘에 뉘어놓고
찬란한 고운소리
들리길 기다렸지
겨울의 눈비와 여름의 장마가
네 투명한 뼈속까지
녹이는걸 모르고
네 자리 쳐다보며
몇계절을 보냈지
인연이 아니라고
손사레를 치다가도
봄바람 불면
홀린듯 땅을 파는 굴레
이제야 보았다
살아남기 위해
고행으로 고착된
너의 생존본능
목마르지 말라고
베픈 나의 풍요가
너를 숨 막히게
만드는 단두대였음을
온실속 다정함이
가장 치명적인 독이었음을
내 다시 너와의
인연이 주어지면
거름끼 하나없는
바위틈속 심어서
향수병 달래가며
찬란하게 다홍종
댕댕 울리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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