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철도가 처음 놓인 것은 1899년이다. 노량진과 제물포를 잇는 33.2㎞ 거리의 경인선이 시초다. 당시 철로를 달리던 열차는 증기기관차 4대로, 객차 6량과 화차 28량이 전부였다. 이후 114년이 지난 지금, 거미줄처럼 엮인 철로 위를 달리는 열차는 하루 3300여 회에 이른다. 화물열차와 특수열차는 물론 객차인 새마을호와 무궁화호, 고속 열차인 KTX, 이벤트 열차인 해랑·와인트레인·바다열차·O-train·V-train 등에 이르기까지 종류도 다양하다. 객차는 특히 수 백 명의 승객이 탑승하는 만큼 사고가 날 경우 대형 인명피해가 뒤따른다. 이를 사전에 방지하기 위해 동원되는 첨단 장비도 다양하다. 하지만 장비는 장비일 뿐. 열차의 안전운행을 보장받을 수 있는 것은 ‘운전사령’으로 불리는 철도관제사의 보이지 않는 손길 덕이다.

고속열차인 KTX
철도관제사가 하는 일은
철도관제사의 주된 업무는 간단히 말해 ‘계획된 스케줄대로 열차를 안전하게 운행시키는 것’이다. 이를 위해 관제센터에서 관제설비를 이용해 담당선로를 운행하는 모든 열차를 제어·감시·통제한다. 또 열차 운행선로에서 발생되는 각종 사고나 장애의 복구 및 대응 조치를 수행해야 한다. 유지보수를 위한 작업구간의 열차를 통제해 안전하고 원활한 열차운행을 돕는 것도 이들의 몫이다.

코레일 관제센터 전경. 거미줄처럼 얽혀있는 전국의 철도망이 한눈에 보며 실시간으로 통제한다.
열차의 안전운행을 위한 이들의 업무는 가히 ‘만능맨’에 가깝다. 복잡하고 다양하고 전문적이다. 우선 출근하면 제일 먼저 챙겨야 하는 일이 전일 근무시간에 일어난 사항과 이날 하루 시행할 사항을 인수인계하는 것이다. 이후 열차운행과 선로 보수작업에 대한 계획 및 임시운전 명령 등을 확인해야 한다. 또 시간표대로 열차를 운행시키기 위해 관제시스템을 이용, 열차의 운행진로를 설정한다.
이뿐 아니다. 열차를 정상적으로 운행할 수 없는 사고나 장애가 발생하면 관련 정보를 파악하고 열차와 정거장에 열차 운행 통제를 위한 운행지시와 관제승인을 내려야 한다. 이 모두 안전운행을 위한 조치다. 철도관제사는 열차운행의 최전방에서 불철주야 운행 상황을 감시하는 ‘불침번’인 셈이다. 이들은 서울시 구로동에 위치한 철도교통관제센터에서 근무한다.

관제센터 직원이 운행중인 열차에 지시를 내리고 있다.
철도관제사가 되려면
현재 철도관제사와 관련된 공부를 가르치는 교육기관은 많지 않다. 대학으로는 한국교통대와 우송대, 동양대, 가톨릭상지대 등이 전부다. 대학 재학생들은 코레일에서 운영하는 인재개발원에서 총 389시간에 걸쳐 관련 교육을 받는다. 철도안전법, 운전이론, 철도시스템, 열차운행선관리, 운행정보시스템, 비상상황발생조치, 열차운행스케줄, 관제설비운영, 운영기관별관제시스템 등 10개 과목을 배운다. 교육 이수 후에는 코레일에서 수료증을 발급해 준다.

운행중인 기관사가 관제센터로부터 지시를 하달 받고 있다.
현재 정부는 철도운전면허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따라서 철도관제사가 되기 위해서는 반드시 철도회사에 입사해야 한다. 기관사운전면허 등의 시험을 통과해 자격증을 취득한 다음 경력을 쌓은 후 철도관제사로 업무를 바꾸는 것이 일반적이다. 국토부에서는 향후 철도기관사운전면허 외에 철도교통관제사와 철도차량정비사, 철도선로·철도전기·철도신호관리사 자격 등을 2015년부터 도입한다는 방침이다.
결국 철도관제사가 되가 위해서는 철도대학 등 관련 대학에서 철도 운행과 관련된 공부를 마친 후 관제사 훈련과정을 거치는 것이 필수다. 철도안전법에 규정된 신체검사와 적성검사에서 합격 판정을 받아야 하고, 법령에 의해 지정된 교육기관에서 360시간 이상 교육훈련을 이수해야 한다. 교육 이수 후에는 본인이 근무하는 철도운영기관에서 100시간 이상의 실무 수습교육도 빠져서는 안 된다.
코레일 관계자는 “철도관제사는 국민의 생명을 책임지는 만큼 신속한 판단력이 무엇보다 필요하다”며 “철도관련 지식을 바탕으로 고도의 집중력과 상황분석력, 규정적용 능력 등이 요구되고 공익사업 수행자로서 남다른 사명감도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철도관제사의 보람과 애로
앞서 말한 대로 철도관제사의 업무는 복잡·다양하다. 빠듯한 업무과정에서 이들이 얻는 보람은 무엇일까. 철도관제사들은 사고나 장애로 인해 열차 운행이 정상적이지 못할 때 집중력을 발휘, 열차운행을 신속하게 정상적으로 복구했을 때 작은 보람을 느낀다고 입을 모은다. 반면 고객과의 약속, 즉 안전 및 정상운행을 위해 불철주야 노력하지만 여러 가지 요인으로 인해 열차가 지연되거나 사고가 발생했을 때 마음고생이 심하단다. 특히 내·외부의 따갑고 매서운 질책이 계속 이어질 때는 참기가 힘들다는 게 이들의 공통된 생각이다.
철도관제사의 업무는 열차의 안전운행이 최우선이다. 이를 위해 풍부한 경험과 지식을 바탕으로 정신적·육체적으로 고도의 집중력이 필요하다. 자칫 실수로 인해 신호나 선로전환기를 잘못 조작하면 대형사고로 이어져 이에 따른 책임 또한 막중하다. 열차운행에 있어 중요 업무를 담당하는 만큼 자부심 또한 대단하다.

코레일 양운직 선임관제사가 스크린을 보며 열차 운행상황을 체크하고 있다.
철도관제사의 연봉과 전망
공기업에서 근무하는 만큼 연봉은 타 공기업과 비슷한 수준이다. 평균 5000만 원 내외로, 호봉제가 적용돼 진급과 근무 연수에 따라 점진적으로 보수가 올라간다. 대략 3800만~6000만원대 수준이다. 나이가 들면 젊은 사람들보다 순발력이 떨어지게 마련이다. 하지만 관제업무에서 경험은 매우 중요하다. 따라서 정년까지 관제사로 근무하는 사람이 많다. 이는 나이가 들어도 업무 수행이 무난하다는 뜻이다. 철도관제사의 정년은 58세다.
철도는 에너지 효율화가 최적인 녹색교통 산업이다. 현재 서울을 비롯해 인천, 대전, 대구, 부산, 광주, 의정부, 용인 등 많은 자치단체에서 철도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따라서 철도가 존재하는 한 철도관제사는 반드시 필요한 직업이고, 고용 또한 안정적인 편이다. 특히 향후 국토부에서 철도관제사면허제를 검토하고 있어 직업이 갖는 가치는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코레일 소속 13년 경력의 양운직 선임관제사는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는 공공시설을 운영하는 보람 있는 일을 하고 있다는 측면에서 철도관제사는 업무에 대한 자부심은 크다”며 “‘안전 파수꾼’으로서 사명감을 갖고 성실하게 일하는 자세가 무엇보다 필요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