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의 세계】산림병해충예찰방제원 - 병들어 가는 산림을 구하는 사람들

작성자뿡어님|작성시간16.03.29|조회수185 목록 댓글 0

산림병해충예찰방제원 병들어 가는 산림을 구하는 사람들

  

경남 사천시 산림병해충예찰방제단 소속 산림병해충예찰방제원들이 지난 7월 17일 사천시 용현면 덕곡리 와룡산 중턱에서 재선충병에 감염된 40년생 소나무를 베어내고 있다.

 

우리나라는 국토의 65%가 산림이다. 한국전쟁 등을 거치면서 한 때 벌거숭이 상태였던 우리 산림은 1960년대 이후 극적으로 변신했다. 정부가 온 국민과 함께 추진한 산림녹화사업 덕분에 산은 점차 푸르름을 찾아갔다. 덕분에 지금 우리나라는 세계 어떤 나라에도 부럽지 않을 정도로 울창한 산림을 갖게 됐다. 한국이 지난 반세기 동안 추진한 산림녹화사업은 세계적으로 비슷한 예를 찾을 수 없을 정도의 놀라운 성공사례로 일컬어지고 있다.

산림은 물의 순환, 토양의 생성과 보존에 영향을 주고 많은 생물의 서식지로서 기능을 한다. 이 때문에 산림은 지구의 생물권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로 여겨지기도 한다. 또 산림은 맑은 공기를 생산하며, 수 많은 사람들에게 휴식의 공간을 제공한다.

그러나 최근 들어 우리나라의 산림은 새로운 위기를 맞고 있다. 소나무재선충병, 솔껍질깍지벌레, 솔잎혹파리, 참나무시들음병 등 각종 산림 관련 병해충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우리 국민이 가장 좋아하는 나무로 알려진 소나무가 심각한 위기에 직면해 있다. 소나무재선충병이 전국으로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 병을 잡기 위해 해마다 수많은 예산을 쏟아 붓고 있지만, 좀처럼 잡히지 않고 있다. 특히 고온과 가뭄 등 이상기후로 몸살을 앓은 2013년 소나무재선충병의 피해가 급증, 당국이 긴장하고 있다. ‘산림병해충예찰방제원’은 이런 산림환경의 변화 속에서 새로 생긴 직업이다. 소나무재선충병 등의 병해충을 방치할 경우 우리의 산림을 지켜낼 수 없다는 위기의식이 이 직업의 직접적인 생성 배경이다.


‘산림병해충예찰방제원’이란?

 

산림자원을 해치는 병해충 또는 병해충에 피해를 입은 나무 등을 찾아내고 이를 방제하기 위한 작업을 하는 사람을 일컫는다. 우리 산림을 해치는 많은 병해충 가운데 산림병해충예찰방제원이 주로 다루는 병해충은 소나무재선충병, 솔껍질깍지벌레, 솔잎혹파리, 참나무시들음병 등이다. 산림병해충예찰방제원은 전국의 지방자치단체와 국유림관리소 등이 운영하는 ‘산림병해충예찰방제단’에서 활동하고 있다. 전국적으로 250여개 산림병해충예찰방제단에서 1000여명의 산림병해충예찰방제원이 일을 하고 있다.


경남 남해군청 산림병해충예찰방제단 소속 산림병해충예찰방제원들이 재선충병예찰 및 방제 작업에 사용하는 트럭.

 

산림청의 산림병해충 예찰·방제단 운영지침은 ‘산림병해충예찰방제단’의 목적을 ‘증가하는 산림병해충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고 지역여건에 알맞은 적기 방제체계를 구축, 산림피해를 최소화하는 것’으로 설명하고 있다. 산림병해충예찰방제단은 1개 단에 3~5명의 산림병해충예찰방제원이 소속돼 활동한다. 이들은 예찰조사요원, 벌채요원, 약제관리요원, 장비관리요원 등으로 업무를 나눠서 작업을 진행한다.

예찰조사요원은 산림을 순찰하면서 산림병해충에 감염된 나무와 병·해충을 찾는 일을 주로 한다. 소나무재선충병 예찰조사요원의 경우 산속을 돌아다니면서 누렇게 말라 죽어가는 소나무를 찾아내는 일을 주로 한다. 예찰조사요원은 산림병해충의 발생 시기별로 예찰조사를 실시하고, 병해충별 발생위치 도면을 작성·관리하는 업무도 담당한다. 벌채요원은 예찰조사요원이 찾아낸 감염목을 기계톱 등으로 잘라내는 역할을 한다. 약제관리요원은 감염된 나무 등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방제약 처리와 약품의 조달업무를 한다. 장비관리요원은 예찰·방제작업에 필요한 장비 일체를 관리하며 산림병해충 피해목의 제거 등 벌채요원의 벌채작업을 보조한다.

산림병해충예찰방제원은 예찰·방제단의 차량은 물론 기계톱, 동력천공기, 약제주입기, 고압분무기, 다목적 방제차, 목재파쇄기 등 각종 기계도 다룰 줄 알아야 한다. 예찰을 하는데 필요한 디지털 카메라, 휴대용 GPS(Global Positioning System·위성항법장치), 망원경 등도 업무에 활용하기 때문에 이에 대한 지식도 갖고 있어야 한다. 이들에게는 작업복·안전화·안전모·보안경·마스크·안전장갑 등이 지급된다. 산림병해충예찰방제원의 하루 근로시간은 휴게시간을 제외한 8시간으로 정해져 있다. 토·일요일 또는 공휴일 근무가 불가피한 경우에는 평일을 대체 휴무일로 지정, 쉴 수 있다.


산림병해충예찰방제원이 되려면?

 

전국의 지방자치단체 등은 매년 12월 다음 연도에 운영할 예찰·방제원 모집 공고를 낸다. 매년 공개모집 절차를 통해 채용하도록 하고 있기 때문이다. 예찰·방제원 신청자격은 신청일 현재 만18세 이상의 국민에게 주어진다. 채용 과정에서는 산림병해충 관련 예찰·방제 업무로 일한 경력이 있는 사람, 산림공무원·산림조합직원 등으로 근무한 경력이 있는 사람, 산림분야의 자격증을 갖고 있는 사람, 산림 관련 교육기관에서 기능교육을 이수한 사람, 기계톱 등 산림장비 활용능력과 운전면허를 갖고 있는 사람, GPS 및 컴퓨터를 능숙하게 쓸 수 있는 사람 등을 우대한다. 경우에 따라 기계톱 등의 장비활용 능력 검정이나 병해충 식별 및 방제요령에 대한 평가, 달리기, 통나무 옮기기 등의 체력검정을 실시하기도 한다.


산림병해충예찰방제원의 급여?

 

산림청은 산림병해충예찰방제원의 임금을 하루 5만1500원으로 정해 놓은 뒤 예산이나 지역여건 등을 고려해 조정할 수 있도록 했다. 단장에게는 하루 2000원의 수당이 추가된다. 산림병해충예찰방제원에게는 교통비 및 식대로 하루 5000원이 별도로 지급된다. 법에 의해 의무화된 고용보험, 산업재해보험, 국민연금보험, 국민건강보험 및 노인장기요양보험 등도 가입된다.


산림병해충예찰방제원의 하루는?

 

경남 남해군청 산림병해충예찰방제단 소속 산림병해충예찰방제원들이 지난 7월 16일 오후 남해군 이동면 초음리 고모마을에서 재선충병에 감염된 소나무를 파쇄기에 넣어 파쇄하고 있다.

 

2013년 7월 16일 오후 5시쯤 경남 남해군 이동면 초음리 고모마을 안길로 접어드는 순간, ‘웅~’ 하는 굉음과 함께 파쇄기가 쉼 없이 나무토막을 먹어치우고 있었다. “지금 재선충병에 감염된 소나무를 파쇄하는 중입니다. 40~50년 된 소나무가 가루로 변하는 모습을 보면 마음이 너무 아프지만 다른 나무를 살리기 위해서는 어쩔 수가 없어요.” 남해군 농정산림과 소속 산림병해충 예찰방제단 2조의 반장인 하대길씨(61)가 긴 한숨을 몰아쉬며 설명했다. 하씨는 다른 반원 4명과 함께 재선충병에 걸린 소나무를 찾아내 제거하는 일을 하고 있다. 이들은 이날 하루 종일 재선충병 확진을 받은 소나무를 베어 파쇄기에 집어넣었다. 하씨 등 2조가 이 마을에서 재선충병에 감염된 소나무를 찾아낸 것은 같은 달 9일이었다. 하씨 등 반원들은 이날 오전 10시쯤 차를 타고 소나무재선충병 예찰구역인 고모마을 일대를 순찰하다가 산 중턱에서 ‘수상한 소나무‘ 한 그루를 발견했다. 나무의 끝부분이 붉게 변해가고 있었다. 재선충병 감염목일 가능성이 높았다. 반장 하씨는 바로 망원경을 꺼냈다. 소나무의 변색을 확연하게 알 수 있었다. 산속으로 달려가 보니 푸른 잎을 달고 있어야 할 소나무가 마치 단풍이라도 든 것처럼 갈색으로 변해 있었다. 예상대로 재선충병 피해목임을 확인한 반원들은 GPS 장비를 꺼내 장소에 대한 정확한 발생지 좌표를 입력했다.

하씨는 “재선충병 피해목이 정확히 어디서 발생한 것인지, 그리고 발생 추이는 어떻게 되는지 등을 확인하기 위해서 GPS를 이용하고 있다”며 “GPS 등 첨단 장비를 활용하기 시작하면서 재선충병 방제가 보다 효율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다음날 시작된 감염목 제거 작업은 말 그대로 ‘전쟁’이었다. 기계톱과 낫 등 위험한 장비를 하나씩 든 반원들은 산속으로 올라가 감염목을 제거하는 작업에 매달렸다. 기계톱 담당 반원이 톱을 나무에 대자 불과 몇 분 만에 40년생 소나무가 맥없이 쓰러졌다. 반원들의 예상대로 잘린 소나무에서는 송진이 나오지 않았다. 전형적인 재선충병 피해목 증상이다. 반원들은 1주일 뒤 이 소나무의 시료에 대한 산림환경연구원의 정밀 조사에서 ‘재선충 감염이 확실하다’는 판정이 나오자 바로 파쇄 작업에 들어갔다. 한 반원은 “파쇄기 진입이 가능한 곳에서 발생하는 경우에는 파쇄하고, 깊은 산속에서 발생하는 경우에는 훈증처리한다”고 말했다.


경남 사천시 산림병해충예찰방제단 소속 산림병해충예찰방제원들이 2013년 7월 17일 사천시 용현면 덕곡리 와룡산 중턱에서 재선충병에 감염된 40년생 소나무를 베어낸 뒤 훈증처리를 하고있다.

 

같은 달 17일 오전 10시30분 경남 사천시 용현면 덕곡리 와룡산 중턱. 사천시 소속 소나무재선충병 예찰방제단에서 기계톱을 담당하는 이마성 반장(49)이 능숙한 솜씨로 재선충병으로 누렇게 변한 40년생 소나무를 쓰러뜨렸다. 이씨와 함께 일하는 5명의 반원은 쓰러진 소나무를 토막토막 잘라냈다. 잔가지 하나하나까지 모두 토막을 낸 반원들은 소나무 토막을 한곳에 모아놓고 주변에 전용 방제약을 뿌린 뒤 포장재로 덮어 밀폐했다. 이씨는 “밀폐된 포장재 안에서 훈증제가 퍼지면서 소나무 안에 있던 솔수염하늘소(매개충)와 재선충이 죽게 된다”고 설명했다.

산림병해충예찰방제원들이 주로 방제에 나서는 나무재선충병이란?

 

소나무재선충병이 번지면서 소나무가 사실상 전멸상태에 놓인 일본 돗토리현 해안의 야산. 윤희일 기자

 

1988년 부산의 금정산에서 처음 발생했다. 전문가들은 이 병이 일본에서 유입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일반 소나무뿐 아니라 해송과 잣나무에서도 발생한 바 있다. 재선충은 길이 1㎜ 내외의 선충으로서 매개충(솔수염하늘소·북방수염하늘소)의 몸 안에 서식하고 있다가 매개충이 새순을 갉아먹을 때 소나무에 침입, 증식한다. 나무의 수액(양분)이 이동하는 통로를 막아 말라 죽게 한다. 이 병은 나무주사·지상방제·항공방제 등을 통해 예방할 수 있고, 일단 감염된 소나무는 파쇄·훈증·소각 등의 절차를 거쳐 제거한다. 100년전에 이 병이 처음 발생한 일본의 경우 홋카이도를 제외한 전국으로 번지면서 소나무가 큰 위기를 맞고 있다.




 

글·사진
윤희일 | 경향신문 전국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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