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의 세계】그린 잡 - 블루칼라, 화이트칼라? 이제는 그린칼라

작성자뿡어님|작성시간16.04.28|조회수211 목록 댓글 0

그린 잡 블루칼라, 화이트칼라? 이제는 그린칼라

  

사회와 환경 측면에서 윤리적인 직업에 대한 관심이 많아졌다. 블루칼라, 화이트칼라에 이어 그린칼라로 불리는 일자리, 그린 잡(Green Job)이다. 고용은 길을 만들고, 상품을 찍어내며, 주택을 지어야만 늘어난다고 생각하던 때는 지났다. 인간이 만든 이런 기반시설들이 때로는 인류가 추가로 지불해야 하는 비용을 발생시켰는데, 이를 줄이는 것에 대한 인식도 높아지고 있다. 가령 지구의 물 여과시스템인 습지대는 1900년 이후 절반이 사라졌다. 공짜로 오염원을 걸러내던 대신 정화시설이 새로 필요하게 된 셈이다. 이제는 원래 자연과 생태계를 회복시키는 복원 경제, 즉 그린 경제가 이익을 창출하는 시대가 됐다. 개인의 만족뿐 아니라 사회적으로 의미가 있는 일을 찾는 이들도 늘면서 이 같은 일자리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끊임없이 동기를 부여하고 직무에 대한 만족도를 높일 수 있는 것이 그린 잡의 가장 큰 장점이다.


독일 바이에른주 한 도시에서 태양전지판 설치전문가 들이 설치 작업을 하고 있다. <제공: 로이터통신>


그린 잡, 전망은 어떤가

 

미국 노동부와 노동통계국은 그린 잡을 두 가지 개념으로 본다. 하나는 환경이나 천연자원에 이득이 되는 제품과 서비스를 만드는 직업이고 또 다른 하나는 자원을 덜 쓰고 생산 과정이 더 친환경적인 직업이다. 미국만 따지면 직접적인 자연 복구산업 106억달러를 포함해 총 340억달러 수준의 시장이 형성돼 있다. 특히 그린 잡과 관련한 산업은 고용 창출효과가 높은 것으로 평가되는데, 100만달러가 투자될 때마다 10.4~39.7개 일자리가 생긴다고 노동통계국은 설명한다. 석유와 가스 산업이 5.3개 직업을 만드는데 비하면 훨씬 많다. 특히 민간부분에 상당한 일자리를 만드는 것으로 분석됐다.

그린 잡은 특정 구역을 대상으로 고용과 산업이 형성돼 이득을 창출하기 때문에 지역밀착형으로 집중적으로 이뤄진다. 각 지역의 노동력과 자원을 소비하는 경향이 있다. 계절과 주기에 따라 인력을 필요로 해 계약직이 많고, 연간 수입과 고용 상태의 변동성이 높은 편이지만 평균 임금보다는 많은 보상을 받는 편이다.


그린 잡은 환경운동이다?

 

그린 잡은 발상의 전환을 하면 기회가 보인다. 직업을 찾을 때 ‘멸종위기 동물을 구하겠다’거나 ‘기후변화를 멈추겠다’고 각오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하지만 지구복원 작업이나 이와 비슷한 개념은 산업 곳곳에서 도입되고 있기 때문에 틈새시장을 공략하기도 쉽다. 이 같은 일을 해왔던 환경단체는 생태학이나 화학을 전공한 이들이 들어가 전문적인 영역을 다루는 것이 일반적이었으나 최근 경영학을 바탕으로 한 지식도 필요하다. 페이스북과 구글 등 세계적 기업들이 회사의 사업들이 유익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조언을 주고, 여기에 회사의 구조도 아는 환경전문가를 고용하기 때문이다. 천연자원을 보존하고 사라져가는 동식물을 구하는 것은 사회적으로 칭찬받을 일이지만 비용이 많이 들고 보상도 없는 경우가 많다. 또 기업이 도덕성을 유지하는 것도 쉽지 않다. 싼 노동력을 들여 저렴한 물건을 파는 부도덕한 기업보다는 돈이 들더라도 윤리적 소비재를 찾는 이들에 맞출 경영전략을 위해서는 두 지식을 모두 가진 인재가 적합하다. 그린 산업이 이제 막 시작됐기 때문에 적당한 자질을 가진 이들은 같은 경력으로 들어갔던 기존의 직장보다는 보수가 더 많다는 장점도 있다.


미국 시민들이 수도 워싱턴의 의회의사당 앞에서 그린 잡 활성화를 요구하는 집회를 하고 있다. <제공: 로이터통신>


그린 잡 분야와 갖춰야 할 조건은

 

환경 법률전문가와 환경 변호사는 가장 많이 알려진 그린 잡이다. 지구의 자연환경을 보호하는 취지도 살리고 괜찮은 수익도 올릴 수 있다. 법률적 면허를 가지고 오염된 불법 쓰레기 투기를 하는 기업을 꺾어버리고, 동물의 권리나 환경도 보호할 수 있다. 소비자에게 비도덕적이라는 인식을 주고 싶지 않거나 법적인 문제를 만들고 싶지 않아 하는 기업 경영자에게 관련 법에 대한 자문을 주는 직업이다. 환경단체에 들어가 자연권을 보호할 수도 있고, 반대로 석유회사에서 기업의 방어 역할을 할 수도 있다.

환경 비즈니스 컨설팅 역시 지속가능한 경영을 원하는 이들에게 자문을 주는 일자리다. 이 직종의 고용은 8년 새 25%가 증가했다. 보통 경영학을 전공한 이들이 특화된 영역을 찾아 이 분야를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 환경적 결정뿐 아니라 경영실적을 올리는 방법도 찾아줘야 하기 때문이다. 상품의 환경적 영향을 줄일 수 있는지 도와주거나 오염을 최소화해 자연을 보호하는 방식을 제시하는 식이다. 대기와 식품, 토양 등 연구 분야는 다양하다. 인류와 생태학적 오염원을 찾는데 투입되기도 한다. 샘플을 채취해 실험실에서 분석하는 역할이 대부분인데, 정부와 일할 때 보수가 많다. 교육을 확실히 받고 추진력이 있으면 프리랜서로 일하기도 하고, 다국적 기업의 경우 임원직에 최고지속가능경영책임자(CSO·Chief Sustainability Officer)를 두기도 한다. 각국 정부 규제에 맞게 정책을 만들고 전략적 이익과 환경친화적인 사업 기획을 구상한다.

건축과 토목을 전공한 이들도 자격증을 가지고 그린 잡으로 특화해 취직을 할 수 있다. 도시설계의 경우 건축에 대한 지식뿐 아니라 정치와 사회 현안에 정통해야 한다. 정부나 일반 기업 모두 그렇다. 세계 각국이 재생에너지 비중을 높여가면서 관련 기술자들에 대한 수요도 많다. 태양광 설비와 시스템을 개발하는 전문가들은 태양전지 모듈이나 축전지, 전력변환장치에 대한 지식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또 바이오에너지 관련 전공자들은 생물유기체를 통해 열과 전기를 만들어 내는 연구에 투입될 수 있다. 실제 연료전지를 조립하고 배관·용접 등의 작업을 진행할 수 있는 연료전지 설치기사 등도 지역에 따라 고용이 늘 수 있다.


풍력발전 등 재생에너지 비중이 높아지면서 관련 직업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다. <제공: 로이터통신>


지구과학자와 기후학자, 토양학자 등은 이미 세계 경제에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들은 멸종위기종이나 기후변화 운동에 직접적으로 투입되기도 하지만 기업이나 투자자들이 미래에 대한 정확한 그림을 그리기 위해 고용하는 경우가 있다. 최근에는 지속가능한 식품 산업을 위해 유기농업을 전공한 이들에 대한 수요도 많아지고 있다. 또 물을 전문적으로 다뤄 수자원 관리방식을 정하는 수문학자의 경우 정부나 지방자치단체 등에 고용돼 주요 유역을 계획하는 일을 하기도 한다.

한국의 그린 잡

 

우리 정부도 2009년 10개 부처가 녹색 일자리를 만들기 위한 계획을 수립한 바 있다. 당시 녹색성장 5개년 계획에서 연평균 23만~29만명씩 고용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됐다. 정부가 뽑아놓은 그린 잡들은 다음과 같다.

윤리소비와 맞물려 유기농업 역시 커지면서 정밀농업 전문가의 수요도 늘었다. 해충을 찾고 살충제를 얼마나 쓸지, 수확량은 어떻게 될지, 지역별로 관수 전략을 짜는 등 총괄적인 농업생산 관리를 해주는 것이다. 기업의 폐기물관리 기획가도 있다. 매립지나 재활용 시설, 퇴비 등을 조사해 운영방식을 짜는 일을 한다.

최근 새롭게 만들어진 그린 잡에는 탄소거래중개인도 있다. 교토의정서가 발효된 후 탄소 감축량을 기업·국가별로 사고 팔 수 있게 되면서 이를 중개하는 일을 한다. 한국은 의무감축국이 아니기 때문에 시장이 크게 형성돼 있지는 않다. 국내 배출권거래법에 따라 할당 대상 기업에서 주도하고 있는데, 중개인이 되는 특별한 자격은 없다. 민간에서 만든 자격증이 있으나 취득하는데 비용이 많이 들고 경력 증명에는 쓸 수 없어 주의해야 한다. 현재 중개인은 석사 이상의 다양한 직종의 경력자들이 활동하고 있다.

사회적인 측면에서 그린 잡으로 분류되는 직업도 눈 여겨 볼만하다. 교통경로기획가는 도시의 대중교동 수단들을 어떻게 배치할지 구조를 짜는데, 공해는 줄이고 효율을 높이는 방식으로 신호와 노선을 설계하는 것이다. 생태도시 개발자는 도시의 기능과 전자통신 기술을 접목해서 자연친화적인 계획을 짜는 역할을 한다. 도시계획기사 자격증을 취득하는 것은 기본이고, 자신만의 주관과 사회적인 관심도 필요하다.




 

김보미 | 경향신문 기자
2006년 경향신문에 입사, 산업부·사회부를 거쳤다. 현재 전국부 시청팀에서 서울 시정 및 25개 자치구와 관련한 기사를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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