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저문화의 탄생
영어의 루저(loser)라는 단어가 지금 우리가 사용하는 것과 같은 새로운 사회·문화적 함의를 지니기 시작한 것은 사실 최근의 일이다. 그리고 이와 유사한 이미지나 의미를 지니고 있던 기존의 단어들을 대체하거나 포괄하는 개념이자 하나의 문화적 현상으로서 부각된 것 또한 최근의 일이다. 1950년대에 미국 학생들 사이에서 단순한 패배자라는 의미 외에 ‘재수없는, 불운한 놈’이라는 의미의 속어로 사용되기 시작하면서 따돌림과 놀림의 대상이 되는 약자나 타자의 뉘앙스가 생겨났다. 하지만 최근 동아시아, 특히 한국에서 루저는 보다 복합적이면서도 중층적인 함의를 지닌 문화적 현상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루저’ 키워드 검색에 대한 구글 트랜드 지수(2009~2014).
2009년 11월 한 여대생이 <미녀들의 수다>라는 TV프로그램에서 "키가 180이하인 남성은 루저"라는 발언을 하였던 것이 발단이 되어 ‘루저’라는 단어 자체가 크게 유행하면서 소위 ‘루저 의 난’이 야기되었다.1) 수많은 남성들을 루저로 만들어버린 이 사건은 사람들에게 ‘루저’라는 단어를 깊숙이 각인시키는 역할을 하였다. 이 해프닝이 있기 얼마 전부터 이미 ‘루저문화’에 대한 담론들이 보이기 시작하였고, 2008년 무렵부터 대중음악계에 파란을 일으켰던 ‘장기하와 얼굴들’이라는 밴드의 인디음악이 ‘루저 문화’의 아이콘으로 떠오르게 되고 이와 관련된 다양한 문화 상품과 문화 현상들 역시 이러한 범주 틀 속에서 인식되기 시작하면서 루저문화는 하나의 현상이 되었다.2)
- 한국에서 2012년 병무청의 신체검사를 받았던 1993년생 남자들의 평균 신장은 173.7cm 였고, 180cm 이상의 비율은 11.9%였다. 이 결과를 놓고 보자면 대략 10명중 9명은 루저가 되는 셈이니, 당시 여대생의 발언이 얼마나 많은 남성들을 자극했을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 루저문화는 그 범위가 매우 모호하기는 하지만, 기본적으로 키 작고, 못 생기고, 신분이 낮고, 사회적으로나 경제적으로 열악한 처지에 있는 이들이 만들어 내거나, 이들이 자신의 처지를 그리거나 자조하며 즐기는 문화 전반을 가리킨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들 문화의 생산자와 소비자 가운데 청년 세대가 대부분을 차지하지만, 그렇지 않은 세대를 포함하기도 하며, 아직 어린 청소년(초등학생 포함)들인 경우도 적지 않다. 대표적인 대중문화 텍스트로는 밴드 ‘장기하와 얼굴들’로 대표되는 인디음악들, TV에서 방영되는 <무한도전>, <개그콘서트>(특히 ‘오성과 한음’ 코너)와 같은 예능 프로그램이나, <메리 대구 공방전>, <할 수 있는 자가 구하라> 등과 같은 드라마나 그 속의 캐릭터들, 그리고 소위 병맛 만화(병신 맛이 나는 만화라는 의미의 아마추어 만화)로 대표되는 다수의 웹툰 등을 꼽을 수 있다.
<88만원 세대> 책표지. 한국사회의 '세대간 불균형' 문제를 외국의 변화들과 비교하며, 한국청년의 문제를 이슈화했다.
이에 덧붙여 루저의 대두가 소위 ‘무한경쟁’, ‘승자독식’ 시대라 불리는 신자유주의 질서 속에서 소위 ‘88만원 세대’라 불리는 대다수 청년들이 처한 실업이나 비정규직화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분석과 설명이 나오면서, 루저 문화 역시 이러한 사회적 맥락 하에서 이해되기 시작하였으며, 루저가 사회적·경제적으로 미래가 불안한 대다수의 청년세대를 가리키는 용어로 사용되기에 이르렀다.
때문에 최근 한국 사회에서 루저라는 개념은 기존에 비슷한 뉘앙스를 지니고 있던 일본의 ‘마케이누’·‘오타쿠’·‘히키코모리’, 한국의 ‘왕따’·‘낙오자’·‘찌질이’·‘룸펜’·‘잉여인간’·‘백수’·‘니트족(NEET; Not in Employment, Education or Training)’ 등보다도 훨씬 포괄적인 사회·경제적 타자나 비주류를 가리키는 의미로 사용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이처럼 상대방에 대한 욕설 내지는 비하의 의미를 지니고 있던 단어를 “so what(그래서 뭐)”이라는 식으로 받아들이며 스스로 ‘루저’임을 자인하거나 문화적 코드로 만들어내어 그 의미를 뒤틀기 시작하면서부터 이는 일종의 대안적 저항문화(counterculture) 내지는 하위문화(subculture)의 문화적 함의마저 지니게 되었다.3)
- 어찌 보자면 주류 사회를 비판하는 청년들의 저항문화나 하위문화라는 점에서 과거의 청년 문화들과 유사하거나 그 계보의 연장선 위에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1960년대의 히피문화로부터 최근의 힙합문화에 이르기까지, 그리고 한국 사회의 경우 스스로를 ‘바보’라 지칭한 주인공들을 다룬 <바보들의 행진>이나 산울림 밴드 등으로 상징되는 비주류 저항문화나 운동문화도 있었다. 하지만 이는 억압적 체제와 그에 순응하는 주류사회에 저항하고 전복하고자 하는 반영웅 내지는 기인(광인)으로서의 이미지가 강했다.(이들의 반영웅적 이미지는 비극적 결말을 맞게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점에서 더욱 그러하다.) 그리고 이들의 저항 이면에는 전근대적 공동체에 대한 향수나 반근대적(탈근대적) 유토피아가 있었다는 점에서 별다른 대안이나 지향점이 부재한 현재의 루저 문화와는 다르다.
한국에 ‘루저’가 있다면 중국에는 ‘띠아오스(屌丝)’가 있다.
‘띠아오스(屌丝)’란, 사회경제적으로 하층민의 신분에서 벗어나기 힘든 청년들이 자기 스스로를 가리키는 자조적인 개념으로 사용되는 단어이다.4) 이는 중국의 독특한 인터넷 문화 가운데 하나인 티에바(贴吧, 바이두의 인터넷 포럼)의 두 팬클럽 커뮤니티 사이의 설전에서 나온 비방용 용어에서 시작되었다. 2011년 무렵, 바이두 최대의 티에마 중 하나인 리이바(李毅吧, 축구선수 리이(李毅)의 티에바)의 팬들을 가리켜, 다른 티에바에서 ‘X같은 놈의 팬들’이라는 의미로 사용한 것이다. 하지만 리이바의 팬들이 오히려 이 욕설을 가지고 자신들을 지칭하면서부터 띠아오스라는 말은 소위 ‘까오푸슈아이(高富帅, 키 크고 잘 살고 잘 생긴 사람)’에 대비하여 ‘아이춍추어(矮穷矬 혹은 矮窮醜, 키 작고 가난한 사람)’들이 스스로를 가리키는 자조적인 의미로 사용되기 시작하였다.
- 屌丝는 문자 그대로의 뜻을 놓고 보자면 ‘X털’을 의미한다. 남성의 성기를 의미하는 ‘띠아오(屌)’와 팬을 의미하는 ‘펀스(粉丝)를 결합하여 만들어낸 신조어이다.
이후로 인터넷 상에서는 ‘띠아오스 현상’이라 할 만큼 수많은 이들이 스스로를 띠아오스라 자칭하면서 수많은 관련 담론들을 양산해내었으며, 이런 인기에 편승하여 띠아오스와 관련된 사진, 움짤5), 그리고 ‘人再囧途之泰囧’와 같은 영화들을 비롯해 인터넷 TV인 Sohu TV에서 만든 ‘미스터 띠아오스(屌丝男士)’ 등과 같은 드라마들이 대거 양산되었다.
- “움직이는 짤방”이라는 말에서 나온 것으로, 원래 “짤방”이란 디시인사이드 같은 게시판에서 글을 올릴 때 사진(이미지 파일)을 같이 올리지 않으면 운영자에 의해 삭제(짤림)되었기 때문에 게시글에 같이 올리는 이미지 파일들을 “짤방”이라고 불렀던 것에서 연유한다. 사진 이미지가 아니라 동영상을 올리는 경우가 “움짤”인데, 인터넷 속도가 빠르지 않았던 당시의 상황에 맞게 gif와 같은 파일 형식을 이용해 용량이 매우 작게 만든 짧은 동영상을 주로 가리킨다.
무엇이 루저와 띠아오스를 만들어냈나
약 2~3년의 시간적 차이를 두고 한국과 중국에서 나타났던 이 두 문화 현상은 모두 연애나 결혼의 상대자로 원하지 않는 ‘키 작고 못 생기고 가난한 남자’를 지칭하는 단어로부터 이슈화되었다는 점에서 매우 유사하다. 뿐만 아니라 아래와 같은 몇 가지 공통적인 특징이 있다.
우선 두 현상 모두 여성의 시선과 욕망이 중심에 놓여있다. 결혼이나 연애의 대상으로서의 이성, 특히 남성에 대한 조건이 ‘루저’와 ‘띠아오스’를 표상하는 기준이 되고 있다는 점에서 그러하다.6) 여성의 사회 진출과 자주화, 그리고 그에 따른 남성의 상대적 지위 하락과 박탈감은 근대화 과정 내내 이어져왔다. 더욱이 최근 들어 더욱 여성의 사회적 지위와 경제력이 높아지고 여성들의 욕망 표출이 자유로워짐에 따라 이성의 조건에 대해 더 노골적으로 표현할 수 있게 된 측면이 적지 않다.
- 물론 여성에 대해서도 ‘루저’와 ‘띠아오스’에 대한 조건이 적용되기도 하고, 중국의 경우 ‘띠아오스 남성(屌丝男士)’에 상대 개념으로 ‘미스 띠아오스(屌丝女士)’라는 용어가 사용되기도 하지만, 상대적으로 루저문화 속에서 여성이 표상되는 경우는 적은 편이기도 하고, 다른 조건들에 비해 외모가 차지하는 비중이 남성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라 할 수 있다.
다음 특징으로는, 여성의 시선과 욕망이 몸이라는 대상을 통해 드러나고 있다는 점이다. 몸은 후기 자본주의 사회 궁극의 문화 상품 내지는 문화 자본이다. ‘키’가 유전적 우열 구분의 인자이자 위너와 루저의 판단 기준이라고 한다면, ‘띠아오’는 남성성의 상징이자 비하되는 루저의 상징 그 자체이기도 하다. 잘 관리된 몸은 하나의 기호이자 문화자본이 되었다. 대중문화 시장에서뿐만 아니라, 결혼 ‘시장’이나 연애 ‘시장’에서까지도 말이다. 인간의 노동력뿐만 아니라 몸과 감정까지도 시장의 상품이 되고 있으며, 이 모든 것들이 이윤추구 타겟이 되고 있다. 소위 ‘루저의 난’을 촉발시켰던 ‘180 이하는 루저’라는 발언은 상등품과 하등품을 가르는 계량화된 기준이 한 여대생의 입을 통해 표면화된 것일 뿐이다.
그리고 이러한 현상은 보다 근본적으로 신자유주의 질서 확산에 따른 것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양극화와 취업난이 심화되면서 가진 자와 못 가진 자 사이의 골이 더욱 깊어지고, 갈수록 더 많은 이들이 루저로 전락해가고 있는 상황이다.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조건으로서 각종 스펙과 외모라는 조건의 의미가 더욱 중요해져가고 있다.
많은 이들이 최근 루저 문화의 확산 원인을 백수, 취업준비생, 청년실업 등이 일반화된 사회 현실에서 찾고 있다. 또한 그 이면에서 프레카리아트(precariat, 불안정 프롤레타리아트)를 끊임없이 양산해내는 신자유주의의 노동유연화라는 사회 구조적 문제도 있다. 승자가 된 이들은 그 승리를 바탕으로 더욱 승승장구해 가는 반면, 패자들은 패배와 실패의 악순환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영영 신분상승을 꿈꿀 수 없는 처지로 전락해가고 있다. 때문에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욕망이자 행복 추구 행위인 연애,결혼에 있어서도 그러한 물질적인 조건들이 그대로 반영되고 있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러한 신자유주의 질서하의 생존 경쟁이 더욱 극심해질 수밖에 없도록 만드는 경기침체가 루저나 띠아오스와 같은 현상이 불거져 나오는 데 있어 중요한 배경이 되고 있다. 재미있는 사실은 이 두 현상이 발생하였던 해에는 두 국가 모두 가장 낮은 GDP성장률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의 경우 1998년 IMF사태와 2008년 금융위기를 제외하면 2009년도에 지난 30년 동안 가장 낮은 성장률을 보여주었고, 중국 역시 천안문 사건의 영향을 받았던 1989년과 1990년, 그리고 1998년 경제 위기의 여파를 겪었던 1999년을 제외하면 2012년도에 개혁개방 이래로 가장 낮은 GDP성장률을 보여주었다. 이처럼 경제 성장의 둔화와 경기 침체는 사회적으로 취업난을 가중시키고 개개인의 삶에도 타격을 줄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청년 세대의 루저나 띠아오스 문화 확산에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루저·띠아오스의 정서
몸의 일부로서의 ‘띠아오’는 남성성의 상징이긴 하지만, 언어적 기호로 사용될 때는 주로 욕설로 사용된다. ‘띠아오스’ 현상에서의 ‘띠아오’는 후자에 더 가깝다. 상대방을 비하하는 욕설이라는 점에서 뿐만 아니라 주류 사회의 언어적 금기를 깬다는 점에서도 이는 매우 강한 저항의 코드로 읽힐 수 있다. 하지만 이 욕설의 방향을 자기 자신에게 돌리는 순간 그 함의는 매우 복잡해진다. 소위 ‘셀프 디스’7), 자기 비하, 자조는 복합적인 정동을 담고 있다. 주로는 적이 너무 강하거나 자신이 너무 약해서 불만은 있지만 저항하기는 힘든 상황에서 일종의 자포자기의 의미를 담고 있다. 하지만 또한 역으로 자신에게 욕설을 하거나 비방을 해서 자신을 자극하려한 상대방에게는 오히려 기운 빠지게 하는, 어찌 보면 최고의 방어가 될 수도 있다.
- self-dis. ‘dis’는 원래 사전적 의미로 ‘경멸하다’, ‘비방하다’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는데, 주로는 힙합 랩퍼들이 서로 비방하는 형태로 음악 경연을 하는 것에서 나온 힙합 문화의 용어로 사용된다. ‘self-dis’는 자기 비방, 자기 비하를 말한다.
루저 문화 역시 그러한 코드로 읽힌다. 병맛 만화 속의 황당한 행동을 하는 주인공들이나 <개그콘서트> ‘오성과 한음’ 코너의 주인공들은 사회에 저항하는 것조차 버거운 공부 못하고 못 생긴 중·고등학생이거나 수년째 취업도 못하고 있는 백수들이다. 질 수밖에 없는 경쟁을 해야만 하는 세상은 이들에게 넘기 힘든 장벽이며, 이들의 자기비하와 자조 속에는 절망과 무기력이 배어있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장기하의 음악에서 느껴지는 유유자적함과 기존의 시스템을 거부하겠다는 전복적인 함의를 찾아볼 수 있다. 그리고 사회 현실을 간접적 내지는 은유적으로 비꼬면서 다른 한편으로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무한도전>의 경우 은근한 사회 비판과 희망의 메시지를 담고 있기도 하다.
이처럼 띠아오스나 루저의 문화 속에는 분노와 좌절, 그리고 희망과 절망 모두가 담겨 있기는 하지만, 적극적인 방식으로서의 분노나 저항을 찾아보기는 쉽지 않다. 거대한 벽과 같은 사회 구조와 규칙 앞에서 반항과 분노는 무기력하게 꺾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근대 끝자락의 신자유주의 질서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이들 루저·띠아오스 문화 속에서, 근대 초기 혁명가들의 ‘절망에 대한 반항(反抗絶望)’을 찾아보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그 소극성과 무기력의 이면에는 근대적 합리성과 계몽정신만으로는 설명하기 힘든 에너지와 가능성이 담겨 있음은 분명하다.
절망과 반항, 혹은 이데올로기와 유토피아 사이
루저가 문화로 변화했을 때, 사람들은 거기서 희망과 저항 정신을 찾고자 하였다. 여기에서 떠오르는 질문은 과연 인터넷 루저 문화는 전복적 성격을 지닐 수 있는가하는 점이다. 어떤 이들은 그 전복성과 저항적 가능성을 논하였지만, 다른 한편으로 어떤 이들은 그 과도한 남성성과 정치적 무기력에 대해 논하기도 하였으며, 심지어 어떤 이는 이들의 보수화의 가능성과 한계에 대해 이야기하며 그 부정적 가능성까지도 논하였다.
무언가 추구할 이상이나 반항할 대상을 찾지 못한 채 자신의 현실을 자조하며 비현실 속에 머물러 있는 띠아오스나 루저의 모습 속에서, 절망과 반항 사이에 머물러 있는 무기력한 모습을 떠올려볼 수 있을 것이다. 이는 두 감정 사이의 중용이라기보다는, 오히려 둘 사이를 끊임없이 방황하는 불안정한 상태이자, 아주 작은 계기로도 한 극단으로 치달을 수 있는 폭발성을 지닌 에너지의 잠재적 동요상태에 가깝다. 사회적 인정이 좌절된 청년들 사이에서 인터넷이라는 공간을 매개로 하여 폭발적으로 표출되었던 띠아오스와 루저 문화는 바로 이러한 동요하는 잠재적 에너지의 산물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에너지들은 약자에 대한 분노로 전이되거나, 사소한 감정 발산으로 휘발되거나, 지배이데올로기(국가주의나 민족주의와 같은)에 이용당하거나, 아니면 어느 순간 정치적 변화를 위한 집단적 실천으로(소위 자스민 혁명의 경우와 같은) 분출되어 나오기도 한다.
스스로를 ‘루저’나 ‘띠아오스’라 자조(自嘲)하는 이들 젊은이들의 모습은, 더 이상 반항하거나 해결하고자 하지 않고 절망에 안주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자조와 풍자와 같은 방식으로 기득권 세력과 기성세대를 비꼬면서 사회 구조에 순응하기를 거부하는 측면도 없지 않다. 이 같은 문화현상은 비록 현 사회가 강제하는 욕망의 사다리의 위쪽(혹은 설국열차의 앞 칸)으로 올라가기 위해 안간힘을 다 쓰거나, 혹은 그런 현실의 모순에 적극적으로 맞서 저항하며 정치적 주체화의 길로 나서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소극적인 방식으로나마 자신들의 정서를 표출해내고자 하는 청년들의 양가적인 문화화의 형식이라 볼 수 있을 것이다.
이 글은 3/27~28 진행예정인 <한국사회가 묻고 인문학이 답하다> 심포지엄에서 발표될 원고의 요약내용입니다. 다른 44개 발표주제와 내용에 대해서는 아래 심포지엄 안내를 참조해주세요.
인문한국(HK)지원사업을 수행하는 43개 인문학 연구소가 처음으로 함께 모여, '미래, 행복, 상생, 소통, 치유'라는 키워드로 오늘 우리의 모습을 성찰하고, 21세기 인문학의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하는 학술 향연의 장이 열립니다.
- 글
- 윤영도 성공회대학교 동아시아연구소 HK교수
- 성공회대학교 동아시아연구소의 HK교수로 재직 중이다. 연세대학교 중어중문학과 대학원에서 〈中國 近代 初期 西學 飜譯 硏究〉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이후 중국을 포함한 동아시아 지역의 근현대 사상•문학 및 문화에 대한 다양한 연구를 진행해왔다. 최근 연구 성과물로는 공저 《아시아의 접촉지대: 교차하는 경계와 장소들》(2013)와 공역 《홍콩영화 100년사》(2013)를 비롯하여, 〈《형제》의 리얼리즘과 그 서사적 총체성에 관하여〉(2010), 〈전후 홍콩영화와 동아시아 문화냉전의 절합〉(2013), 〈1950년대 황비홍 현상의 문화사회학적 맥락 연구〉(2013), <신자유주의 시대 중국계 이주민의 초국적 사회공간의 형성과 변천> (2014) 외 다수의 논문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