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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청년 전참범님의 글

작성자강현만|작성시간26.06.08|조회수21 목록 댓글 0

20대 청년 전찬범님의 글
(서울대 21학번)

저도 이번 선거를 보고 민주당이 나아가야할 방향에 대해 이것저것 생각해봤는데요. 작성을 하다보니 무의식적으로 잘 모르는 사람을 청자로 설정하고 글을 쓰게 되었는데, 80년대 학생운동을 하셨던 선배님들이 알지 못하고 있는 내용은 아닐 것이라서, 그저 인식을 공유한다는 차원에서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1. 내란 청산을 더 이상 구호로 내새워서는 안 됩니다.
내란이 끝났기 때문이 아닙니다. 다수 대중(특히 중도층)의 정세 인식 속에서 내란이 끝났기 때문입니다.
비리 등 정치인의 스캔들을 생각해봅시다. 스캔들이 문제가 되는 것은 정치인이 문제가 되는 행위를 일으켰을 때가 아닙니다. 스캔들이 알려졌을 때, 즉 대중의 인식 내로 들어왔을 때입니다. 이렇듯 대중이 사태를 어떻게 인식하냐는 문제는 사태의 진실만큼이나 중요하거나, 때로는 더욱 중요합니다.

아무리 거대한 정치적 사건이라도, 그것이 지속되지 않게 되는 순간 정치적 생명력에 막대한 타격을 입습니다. 정치 비-고관여층의 눈에서 내란은 윤석열 탄핵이 선고된 순간 끝났습니다. 따라서 내란이 정치적 생명력을 가지는 것은 지난 대선 때까지이며, 이후로는 구호로 사용될 수 없습니다. 대중이 공감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1.1 어째서 내란이 (대중들의 인식 속에서) 끝났는가?
극우들이 말하는 것처럼, 내란 때 아무도 죽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끔찍한 말이지만, 그날 군인들이 발포했다면 아마 국힘은 진작에 해산당했을 겁니다.(혹은 군사독재 시기로 회귀)
무단횡단을 하다 차에 치일 뻔한 경우와 실제로 차에 치인 경우를 생각해봅시다. 교통사고를 당했냐, 안 당했냐의 여부는 아주 사소하고 우연적인 계기로 갈린 것으로, 이 위험천만한 경험을 통해 다시는 무단횡단을 하지 말아야겠다는 강한 결심을 하고, 자신의 생활습관을 고쳐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일반적으로는 차에 치일 뻔한 순간으로 넘어갔을 경우, 며칠 지나지 않아 잊어버리게 됩니다. 내란도 이와 마찬가지입니다. 암만 노상원 수첩에서 수천, 수만을 학살하겠다는 내용이 나왔다고 한들, 실제로 일어나지 않았기에 그저 미친 자들의 망상으로 치부하고 넘어가게 됩니다.

2. 무엇을 내세워야 하는가?(선도투?)
그렇다면 대중이 가지고 있는 인식내용, 세계관을 그대로 따라가고 수용해야 하는가? 극우들은 자기들의 담론, 심지어 부정선거 음모론같은 아주 허황되고 거짓된 담론도 대중들에게 설파하고 있지 않은가?같은 질문이 제기될 수 있습니다. 제가 보기에 담론의 설파는 과거의 사태가 아니라 지금 벌어지고 있는 사태를 해석하는 틀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져야 합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팔레스타인 활동가 억류 문제를 다룬 방식이 모범적인 예시일 것입니다. 사실 가지 말라는 곳에 간것이기에, 선교사들이 선교하러 가는 것과 마찬가지로 국민적인 비난을 받기 쉬운 일이었으며, 이스라엘의 만행을 알고 활동가들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사람들도 쉽사리 옹호하기 어려운 상황이었습니다. 그러나 이 대통령이 불법 나포 문제를 부각시킴으로써, 즉 사태를 올바르게 바라볼 수 있는 틀을 제공함으로써, 국민적인 여론이 나쁘게 흐르기 전에 뒤집어버렸습니다. 

지금 극우들이 부정선거를 아무때나 떠들어대고 있지만, 그것이 정치적인 위력을 갖게 되는 건 작금의 선관위 투표지 부족 사태처럼 담론과 일치하는 (것처럼 보이는) 사태가 벌어졌을 때입니다. 만일 내란도 국힘이 또 내란을 일으킬 역량이 있다면 계속 내세워야겠지만, 행정부와 입법부가 전부 민주당인 상황에 국힘이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사법부랑 작당해서 솜방망이 처벌을 받거나, 망언이나 해대는 정도라서 이것을 비판하는 것으로는 국민적인 관심을 끌기 어려운 것같습니다.

3. 민주당은 공성이 아니라 수성
사실 지금 국면에서는 국힘이 민주당을 일방적으로 공세할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민주당이 문제가 많아서가 아니라, 너무 크기 때문입니다. 행정부도 민주당, 입법부도 민주당이고, 지방도 영남을 빼면 다 민주당입니다.(서울은 민주당이 시의회의 2/3을 차지해서 오세훈이 뭘 못할 것 같습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모든 사태가 (민주당의 책임이 없는데도) 민주당의 책임이 됩니다.(지금의 선관위 투표지 부족 사태가 그렇습니다.) 따라서 민주당은 수성의 입장으로써, 국힘의 공세를 성벽에 의지하여 막아내면 되는 것이지, 나서서 맞공세를 펼치다 피를 보면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민주당이 무엇을 해야하는가? 그냥 성 안을 잘 보살피면 됩니다. 행정과 입법 권력을 다 쥐고 있으니, 그것들을 가지고 최대한 유능한 행정을 하고, 자연스럽게 국힘은 목소리만 큰 무능한 정당으로 프레이밍하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성안의 내치가 잘 이루어지는데 적군과 내통할 생각을 할리가 없으니까요.
이번에 이게 잘 이루어지지 않아 패배한 곳이 서울이라고 생각합니다. 현수막을 예로 들면 오세훈은 지역별 특성을 고려해 지역마다 다 다른 내용의 현수막을 붙였는데, 정원오 후보는 착착 재개발 구호로만 일관했습니다. 이런 것들을 보고 사람들이 4선 시장 오세훈에 끌리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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