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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이야기방

실직한 남편과 우유배달 아내

작성자반딧불의추억[전라도,광주]|작성시간22.05.23|조회수16 목록 댓글 2


 

. (💕) 실직한 남편과 우유배달 아내 ..(🙏) 남편은 말이 없습니다 하루에 세마디도 안 할 때도 많고요. 한 달을 말을 안 시키면 아무 말도 하질 않는답니다 자물통처럼 굳게 닫힌 저 입을 열 방법이 없나 궁리 끝에 유머책을 사다주며 남자가 사회생활하려면 유모러스해야 한다며 늘 채근을 하고 있었답니다 “당신은 꼭 아내를 힘들게 하는 게 취미 같애 아침에 갈 때 “오늘 늦다” “먹고 온다” 말 좀 해주면 어디가 덧나 “ 퇴근해 터덜터덜 집으로 걸어오던 나의 눈에 공중전화 부스 안 전화기에 누군가가 서둘러 끊어져 남아버린 잔돈 50원을 바라보며 저는 자물통 제남편을 떠올리고 있었습니다 실직한 남편은 아무 말 없이 아침이면 걸어 나가 저녁이면 걸어 들어옵니다 남편이 실직한 걸 알고 있었지만 숨기려는 남편에게 내색하지 않았죠 “여보.. 새벽마다 우유 배달하면 뱃살도 빠지고 운동도 된데.. “ 남편이 힘들어할까 봐 맘이 다치지 않게 오늘도 비가 오는 새벽을 조용히 걸어 나가고 있습니다 아파트 한동을 다 돌고 나오니 다른 동에 돌리려고 빼놓은 우유상자가 보이질 않아 우왕좌왕하는 제 눈에 우산도 우비도 없이 저 어둠 속에서 웬 상자를 들고 걸어오고 있는 남자는 “남편”이었습니다 “아니.. 여보.. “ 서둘러 우유라도 챙겨 먹이려 굽혔던 허리를 펴고선 “여보 이것 먹고 가요” 어둠 속으로 무쇠솥 같은 남편은 사라진 뒤였습니다 “나갈게....”라는 외마디 말조차 없이..... 일요일 모처럼 늦잠을 자고선 눈을 떠보니 고무장갑이 말없이 식탁에 누워있었습니다 어제밤 잠들기 전 “내일은 김치를 담아야겠네...”라며 혼자 흥얼거린 말을 듣고선 아침 일찍 싸다 놓고 간 남편 우유배달을 하다 껍질이 벗겨진 제 손을 언제 봤는지 알지못하는 두툼한 밴드가 감겨 있는걸 보며 눈이 녹으면 눈물이 된다더니만 제눈에 어느새 뜨거운 눈물이 두 볼에 그려진 미소를 타고 흘러내리고 말았습니다 어느 날부터인가 자물통 저희 남편 손에는 유머책이 들려져 있었고 혼자 읽으며 실실거리며 웃음소리라도 집안에 나고 하니 그제야 남편이 있나 싶었습니다 유머에 재미를 붙인 제남편 이젠 모든 이야기마다 썰렁한 아재개그를 붙이는게 습관이 되었답니다 “아빠! 왜 시곗바늘은 같이 안 다니고 따로 다녀 “ ..... 큰아들이 대답했다 ‘서로 안 친하니까 그렇지“ “그런데 왜 12시가 되면 모여”.... 신문을 보며 가만히 듣고만 있던 자물통 저희 남편 일어서 밖으로 나가며 하는 말 “점심시간이니까.......” 저는 그 소리에 커피를 마시다 웃음이 터져버리고 말았습니다 오늘은 10월 1일 국군의 날 티브에서 군인들이 국군의 날 행사를 하고 있었습니다 “난 커서 멋진 해군이 될래? “ 가만히 듣고 있던 남편이 “너 수영할 줄 알아..‘” “아니” “그럼 안돼” “그럼 공군 가면 되지 뭐..” “하늘을 날줄 알아..” “아니.” “그럼 못가“” "그럼 아빠 공군은 스파이더맨이나 슈퍼맨만 갈 수 있는 거야.. “ 유머에 빠진 제 남편... 자물통에서 벗어나 말이 늘은 것에 감사해야 할까요.... 뭉게구름이 모처럼 나온 해님과 노닥거리고 있는 아침을 걸어 나가 가족 나들이를 갔다 오는 차 안에서 천천히 좌회전하는데 뒤에 있는 차가 추월하며 유리창을 내리더니 “바보 멍청이... 해삼 멍게.. 그렇게 느리게 갈려면 걸어 다녀.. “ 라는 말에도 아무 댓구도 안 하는 남편을 보고선 더 화가 났는지 “벙어리냐..”.. 라더니 지나쳐 달려가버립니다 한마디 말도 못 하고 운전만 하며 웃고만 있는 남편에게 화가 난 저는 “여보 금방 그 사람 아는 사람이야..” “아니..” “근데 어찌 당신에 대해서 저리 잘 알아....” 아이들은 뒷좌석에서 웃을 수도 울 수도 없는 이 상황 어찌하면 좋을까요 소태를 씹은 듯 인상만 쓰고 있는 아빠에게 차 안에 칙칙한 분위기를 애써 지우려던 아들이 친근하게 말을 던집니다 “아빠 a/c라고 적힌 저 버튼은 뭐야 “... “여보 말해줘요.. 그러지 말고..”.... “차가 고장 났을 때 저 버튼 눌러면 as맨이 오는 거야” “헐.... 복수라도 하듯 아재개그를 작렬시키는 남편 허탈한 웃음만 차 안에 떠다니고 말았습니다 “여보 ...저기 수박 한 통 사가서 애들이랑 먹을까 “ 도로 한편에 수박을 농사지어 파는 즐비한 상점들을 본 저는 “수박 한 통 얼마예요 “ “아이고 사모님 한통은 오천 원... 두통이면.. “ 그때 말없이 서있던 남편.. “게보린..” 아.. 이걸 어쩝니까 또 우리 남편 시도 때도 없이 썰렁한 아재개그가 나오고 말았습니다 다음날 부족해도 기쁨의 이야기로 하루를 열어가던 아침 저를 말없이 따라나서는 남편과 함께 출근을 하고 있었어요 버스를 타고 가다 부저가 고장 났는지 눌러도 소리가 나질 않더라고요 저는 남편을 쳐다보며 기사님께 한마디 해달라는 눈짓을 보냈습니다 남편은 헛기침을 한번하더니 “삐...........”라고 소리치고 있었습니다 아,, 저희 남편 왜 이럴까요 그렇게 말하기가 힘든 걸까요 버스에서 내린 저는 애써 웃음을 지우고 “여보 일 보고 들어가세요 “ “응......” “응”이란 딱 그 한마디만 거리에 세워 놓은 채 뒤뚱거리며 걸어가는 남편의 뒷모습을 한참 바라보다 직장으로 발걸음을 옮겨가고 있었습니다 퇴근시간.... “남편이 비 온다고 데리러 왔네.. 나 먼저 갈게” 멀이지는 직장동료의 뒷모습에 매단 행복을 바라보며 우산 하나에 의지한 채 걸어가는 두사람에게서 전 오랫동안 눈을 떼지 못했습니다 멍한 눈을 치켜세우고 손가방을 머리에 이고 머리를 숙인 채 땅만 보고 뛰어가든 제 앞에 어디서 본듯한 구두 한 켤레가 떡하니 서있었습니다 저는 놀란 눈으로 올려다보니 “아니 당신이... “ 남편의 우산 속으로 쏙 들어간 저는 내리는 비에게 이렇게 말하고 있었답니다 “ 자물통을 채운 듯 무뚝뚝한 내 남편.. 그대로 멋지죠... “라구요 지옥철을 지나 집에 도착해 방에 들어간 저는 소리치고 있었어요 놀란 소리에 뛰어들어온 남편을 보며 “여보 가방이 찢어졌어 지갑도 없어졌고.. “ 울고 있는 저를 보고 말없이 어딘가 나갔다 오더니 잃어버린 지갑과 똑같은 지갑을 건네고 있었습니다.. “돈은 어떡해 우리 가족 생활비인데...” 라며 울음을 그치지 못하는 제게 “열어봐..” 돈이 가득 들어있는지갑 안을 들여다본 저는 너무 놀래고 고마워 그쳤던 울음을 다시 터트리고 있을 때 남편이 이렇게 말하더라구요 “그보다 더 많이 들었어?” 저는 남편에게 뛰어가 안기며 “아직 안 세워봐서 몰라...”라며 환하게 웃고 있었습니다 먼지 덮인 거리를 가로질러 콩나물 시루 같은 버스를 타고 집에 도착했을 때 현관 손잡이 틈 사이로 꼽혀있는 쪽지 한 장 “우리에게 던져진 이 어둠을 터널이라고 생각해줘 직장 구할 때까지만 좀 더 고생하자 여보 미안해... “ 아무리 애써 달려가도 앞서 가지 못하는 자동차 뒷바퀴처럼 남편은 세상살이에 힘들어하고 있었지만 사느라 살아내느라 고생한 내 남편 상실의 시간을 뚫고 함께 만들어 놓은 가족 나이테를 보며 저는 모든 날이 기적인 것처럼 웃고 있었습니다 남편은 열심히 살아준 아내가 고맙고 아내는 오늘이 우리 생에 남은 첫날처럼 소중하게 살아가는 그런 남편이 또 고맙기만 한걸까요 한줄기 빚을 향해 뻗어가는 갸느린 새순처럼 우리 가족에게는 “그래도 희망“이라며........ ‘잠김 마음을 열 수 있는 건 사랑하는 마음이란 걸.... “ 알아가고 있었습니다...♣ ♣【"노자규의 골목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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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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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도시농부(고양시) | 작성시간 22.05.24 힘들다고 자책하면 더 힘듭니다.
    작은거라도 취미 생활을 같이 해야해요
  • 답댓글 작성자반딧불의추억[전라도,광주]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2.05.24 안녕하세요? 도시농부님
    감사해요..♧
    해피한
    저녁시간 보내세요
    댓글 첨부 이미지 이미지 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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