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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북부방

[24년3월24일 일]갯벌 위로 걷는 12km 노둣길 섬티아고

작성자도시농부(고양시)|작성시간24.03.24|조회수42 목록 댓글 0

 

신안 천사섬의 섬티아고는 시작부터 끝까지 바다와 섬, 갯벌을 바라보며 걷는 둘레길이다. 대기점도 소기점도 소악도 진섬 딴섬을 잇는 12km 둘레길에는 밀물 때 바닷물 속으로 들어가 버리는 노둣길도 있다. 기점·소악도의 5개 노둣길을 연결하면 1980m. 우리나라에서 가장 긴 노둣길이다.

노둣길은 예부터 섬 주민들이 섬과 섬사이의 갯벌에 돌을 쌓아 만든 징검다리다. 지금은 시멘트로 포장해 자동차를 타고 들어갈 수 있지만 도로 높이가 낮아 밀물 때는 길이 잠긴다. 아슬아슬하게 썰물 때를 놓치면 물속에 들어간 노둣길이 다시 드러나기까지 서너 시간 기다려야 한다.

 

 

 

람사르 습지로 지정된 아름다운 갯벌을 가로지르는 이 길은 전라남도가 2018년 벌인 '가고싶은 섬' 사업을 통해 새롭게 탄생했다. 스페인의 산티아고 순례길(800km)에서 아이디어를 빌려와 섬티아고라 불린다. 순례길을 3~4시간 걷다 보면 기도실 같은 작은 예배당 12개를 만난다. 예수의 열두 제자에 숫자를 맞추었다. 

 

람사르 습지를 도는 둘레길

 

순례길에서 만나는 예배당 열두 개는 국내외에서 이름 높은 공공건축 및 설치미술 작가들의 작품이다. 국내에서는 강영민, 김강, 박영균, 손민아 작가가 참여했다. 해외에서는 장미셀 후비오, 파코, 브루노 프루네, 아르민딕스, SP38 등 프랑스 스페인 포르투갈 독일 작가들이 이름을 올렸다.

그런데 불교 쪽에서 국가 예산으로 특정 종교의 기념물을 12곳이나 짓는 것은 '특정종교 편향'이라는 이의를 제기했다. 헌법 20조 2항에는 '국교는 인정되지 아니하며, 종교와 정치는 분리된다'고 나와 있다. 그래서 예수의 열두 제자들 이름 대신에 건강의 집(베드로) 소원의 집(야고보) 등으로 개명했다. 원래 명칭도 '12사도 순례길'이었으나 '섬티아고'로 바뀌었다.

기점·소악도는 섬 주민의 80%가 기독교인. 한국 최초의 여성 순교자 문준경(1891~1950) 전도사가 나룻배에 몸을 싣고 일년간 고무신 아홉 켤레가 닳도록 전도를 한 지역이다. 문 전도사의 그 고무신을 다 모아 놓았으면 백 켤레가 넘었을 것이다. 

가톨릭이나 개신교 순례자들만을 위한 길은 아니다. 유네스코에 등재된 생물권 보존지역이자 람사르 습지로 이어지는 섬과 갯벌을 걷다 보면 마음이 고단한 사람들에게는 사색과 치유의 나그넷길이 될 수 있다.

섬티아고는 하루에 주파하는 마라톤 코스도 아니다. 쉬엄쉬엄 걷다가 중간에 대기점도 노둣길민박이나 병풍도같은 데서 하룻밤 묵어간다면 추억 거리가 될 것이다. 노약자들은 한여름에 에어컨을 가동하고 승용차 투어를 하는 방법도 있다.

  

갯벌 위로 걷는 12km 노둣길 섬티아고© 제공: 오마이뉴스

 

압해도 송공항에서 배를 타고 대기점도 선착장에서 내리면 처음 만나는 예배당이 1번 건강의 집(베드로). 건물 외벽은 하얗고 지붕은 코발트 블루여서 지중해 연안의 산토리니 풍 건물을 옮겨온 듯하다. 베드로는 닭이 울기 전에 예수를 세 번 부인했으나 해가 동쪽에서 뜨는 것을 보면서 뉘우친 수제자. 네로 황제 때 체포돼 십자가에 거꾸로 못 박혀 순교했다. 가톨릭의 초대 교황이다.

예배당이 해가 뜨는 정동(正東)을 향하고 있다. 섬의 등대 역할도 한다. 대기점도에 여객선 터미널이 없어서 내부는 대합실처럼 꾸몄다. 종탑의 키가 작아 순례자가 겸손하게 고개를 숙여 종을 치고 순례길을 시작한다. 건강의 집이라고 명명한 것은 12km 순례를 마치고 건강해지라는 축원의 뜻이 담겨 있다.

2번 생각하는 집(안드레아)은 북촌마을 동산에 있다. 하늘색 돔은 대기점도에서 많이 재배하는 양파를 형상화했다. 예배당 앞에는 고양이 조형물을 설치했다. 1990년대 들쥐들이 번성해 피해가 커지자 고양이를 들여왔고, 고양이를 보호하기 위해 섬에서 개를 내보내 대기점도는 고양이 나라가 됐다.

안드레아는 세례 요한의 제자, 안드레아가 형인 베드로를 예수에게 소개했는데 제자 서열에서 베드로는 1번이고, 안드레아는 2번이다.

 

다리 건설 NO, 섬다운 맛 살리는 병풍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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