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FE

-울림있는 글과 문학

맹방해변의 여유 / 김영근

작성자이상목|작성시간26.06.17|조회수23 목록 댓글 0

맹방해변의 여유 / 김영근

 

겨울 차가운 날씨를 아랑곳하지 않고 작은 파도가 이는 ‘맹방해변’을 맨발로 걸었다. 기념으로 핸드폰으로 나의 모습을 찍기도 했다. 고향의 모래밭과는 느낌이 달랐다. 겨울바람이 세차게 불고 기온이 영하로 내려가서 관광객은 얼마 되지 않았다. 관광지라면 사람이 많아야 할 것인데 찾는 사람이 너무 적어서 관광휴양지라는 멋은 없어도 마음은 흡족했다.

맹방해변에서 ‘덕봉산’으로 가는 길에는 작은 냇물을 건너는 외나무다리가 있다. 다리의 폭이 좁아서 센 바람에 몸의 중심을 잡지 못하면 균형을 잃어 신체가 날려 냇물 속으로 떨어지지 않으려면 조심해서 걸어가야 한다. 모두 위험한 곳이라고 발을 조심스레 옮기며 조바심을 두고 걷는다.

한 남자는 체격이 작은 여자 친구를 쌀 포대기를 어깨에 메고 가는 것처럼 여유 있게 건너갔다. 어깨에 둘러메어진 여성은 무서운지 두 눈을 꼭 감고 고함을 질렀다. 건너가서는 주변 사람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함박웃음으로 남자친구를 포옹하며 자기들만의 여유를 가졌다.

해안 둘레길을 걸어 덕봉산 전망대까지 가는 산언덕은 천국의 길로 불렸다. 경사는 가파르지 않지만, 길 좌우에 대나무가 우거져서 터널을 이루었다. 정상에서 보는 겨울 바다는 한없이 넓게 펼쳐졌다.

어촌에서 사는 사람은 바다가 생활 터전이다. 7∼8월 한두 달 동안 여름철 피서객이 몰려왔다가 가고 나면 허허벌판이다. 낚시를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취미 생활의 장으로 마음의 안식도 준다. 여름 피서지는 전국의 국민을 불러 모은다. 날씨가 추울 때는 찾는 사람이 적지만, 긴 백사장과 넓은 바다는 작은 파도와 함께 해변을 지켜준다.

해변 언덕 한가운데 안전 전망대가 덩그러니 있다. 피서철에는 방문객의 안전과 사고 예방을 위해 감시꾼의 역할을 도와준 곳이다. 지금은 안전요원을 휴가 보내고 혼자 있다. 피서객이 빨리 많이 와서 그들과 함께 웃고 싶어 한다. 전망대는 파도 소리를 들으며 하루빨리 관광객이 찾아와 기쁨을 나누는 날이 오기를 목 놓아 기다리고 있다.

겨울 바다도 여름 바다 못지않게 낭만과 운치가 있다. 사람들의 마음에도 계절이 있다. 여름 바다와 겨울 바다, 계절과 관계없이 다 좋아하는 사람도 있다. 겨울 바다는 외로움을 달래며 내년에 더 많은 손님이 찾아오라는 광고 한다. 사람의 발길은 뜸하지만, 너울 파도의 긴 웃음이 백사장과 함께 지켜주며, 바다는 몇 층의 아파트 층을 지어 올렸다가 부서 없애기를 한다. 찬바람과 맞서서 힘자랑이라도 하려는 듯, 기세 백배한다. 그 속에 사람들에게 줄 여러 가지 보물을 숨겨서 가져오는지도 모른다.

넓은 바다에서 외로움을 달래려는 듯 달려왔다가 밀려가는 작은 흰 파도가 있다. 여름철 너울이 심한 파도는 서핑으로 즐거움을 더해준다. 작은 파도는 모래와 언제나 재미난 이야기를 속삭인다. 갯바위에 부딪혀 새 모습을 보인다. 다가가서 모래에 말을 붙이고 철썩하고 때려도, 대꾸하지 않으면 물러선다. 먼저 덤벼든 것이 미안하다는 듯 “쏴∼” 하는 소리로 사과한다. 그래도 바다섶이 응대하지 않으면 밤, 낮이 지나도 똑같은 일을 되풀이한다. 싫증을 내거나 지친 기색을 내지 않는다. 그게 자기의 생활이고 사람의 귀를 끌어들여 마음을 즐겁게 해주는 일이라고 여기는 것 같다.

여름철 바다 부근에 사는 사람은 기대하고 있다. 비키니 차림의 멋쟁이하고, 건장한 체력과 건강미를 뽐내는 사람들이 찾아와 용돈 뿌려주기를 기다린다.

겨울 바다는 찬바람에 맞서 세찬 파도를 이겨내라고 응원한다. 외롭다고 느낄만하면 푸른색 옷을 벗고 새로운 흰 여울의 깨끗한 옷을 입어 보라고 권한다. 어떤 때는 큰 덩치가 덤벼들고, 때로는 속삭임에 지쳤는지 작은 조무래기가 다가온다. 험상궂은 파도와 북풍이 세차게 몰아세워서 싫다. 겨울의 주변 풍경이 메마르고 앙상한 나뭇가지에 마음 붙일 곳이 없어서 싫다고 하는 이도 있다.

겨울 바다는 너 춥지 않으냐고 따뜻한 말 한마디 건네주는 사람이 없지만, 바다의 형제들은 서로 뒹굴고 얼싸안으며 단결한다. 영하의 추운 날에는 고작 흰 연기를 뿜어 열기를 식히기도 한다.

파도가 자신이 하는 일이 바닷가 모래가 마음에 안 들어 할까 봐 노심초사한다. 1초도 쉬지 않고 해변을 감시자 독려자로, 관광객이 없으면, 달빛을 친구삼아 살펴봐 주는 것을 고맙게 여기고 있다.

모래가 파도의 귓속말에도 대답하지 않아도 ‘싸고 작, 싸고 작, 쉬∼’ 하고 한숨을 내뱉는다. 파도가 끝없이 밀려오며 해변의 모래가 맑고 깨끗한 모습을 하라고 다독여 준다.

우리는 친구와 작은 말다툼으로 아무 말 하지 않고 지낼 수도 있다. 바닷물은 시간을 오래 끌지 않고 즉시 다가가 말을 붙이는 천성을 가지고 있다. 파도가 계속 왔다 갔다가 하는 모습이 모래는 귀찮고 화가 나서 가만히 있다. 모래에 내가 잘못한 일을 삐지고 화내지 말라고 끊임없이 화해하려 한다. 사람들도 대인관계에서 바닷물의 모래와 사귐을 본받았으면 하는 생각이 든다.

파도는 가던 길을 되돌아와서 모래에 더러운 오물이 묻을까 봐 속삭임을 계속한다. 우리도 관용과 포용으로 이끌어야 할 때가 많다. 파도와 모래처럼 생활하면 어떨까, 한다. 때로는 씨름선수처럼 밀치기도 하고, 모래가 반가운 표정을 하지 않고 가만히 있는다고 오해해서는 안 될 것 같다. 너울 파도는 모래가 싫어해도 끈질기게 계속 밀려오고 다가와도 싫어하는 말을 하지 않고 있다.

우리 인간도 파도와 모래처럼 사리 판단을 성급하게 하지 말고 행동도 신중히 처리해야 하지 않을까?

다음검색
현재 게시글 추가 기능 열기

댓글

댓글 리스트
맨위로

카페 검색

카페 검색어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