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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겐남과 테토녀 / 김대원

작성자이상목|작성시간26.06.16|조회수35 목록 댓글 0
에겐남과 테토녀 / 김대원


언제부터인가 우리말을 줄여서 말하고 쓰는 경우가 많아졌다. 아마도 청소년들 사이에서 그 유행이 시작되지 않았을까? 하기는 정부 기관이나 각종 언론매체도 큰 몫을 했다. 나는 어느 날 신문 경제면을 보다가 ‘주담대’라는 기사 제목을 보고 그 뜻을 알아본 일이 있었다. “주택 담보 대출” 앞 자만 따서 붙여 부른 것임을 알고는 마음이 편치 않았다. 이러다간 우리말이 큰 혼란에 빠지지 않을까 싶어서였다. 그러나 내 우려에 콧방귀 뀌듯 지금은 이런 말들이 보편화되었다.
우리나라 대표적인 한글학자였던 최현배(崔鉉培, 1894. 10. 19∼1970. 3. 23. 호는 ‘외솔’, 대한민국의 독립운동가, 교육자, 한글학자 겸 대학교수이자, 국어 운동가, 연세대학교 부총장, 명예교수 겸무)옹翁이 지하에서 놀래 크게 역정을 냈을 것이다.
오늘 내 글의 제목 또한 그런 부류이니 나도 한몫 거든 셈이다.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선 성격 유형을 테토 남‧녀와 에겐 남‧녀 네 가지로 나누는 분류법이 유행하고 있다고 한다. 테토는 남성 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을, 에겐은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을 의미한다. 이에 따르면 테토 남‧녀는 리더십leadership 있고 직설적이며 주도적인 사람이고, 에겐 남‧녀는 다정하고 섬세하며 감정에 민감한 성향을 지녔다.
인스타그램Instagram(사진을 위주로 올리는 소셜 네트워킹 서비스. 짧은 메시지를 기본으로 하는 트위터와 달리 인스타그램은 사진을 공유하는 것을 기본으로 한다)에선 ‘목소리가 큰 편이다.’ ‘혼자보다 친구들과 다니는 편이다.’, ‘감성 카페를 좋아한다.’ 등의 질문을 통해 자신이 어떤 성향의 사람인지 알아보는 테스트가 인기다. 테스트를 다룬 게시글에는 “나는 테토남과 에겐남 그 중간인 것 같다.”, “결과가 에겐녀로 나왔는데, 당찬 테토녀가 되고 싶다.”라는 댓글이 달렸다. 테토‧에겐 구분법에 관해 부정적인 시각도 적지 않다. 한 엑스(X‧ 옛 트위터) 이용자는 “학술적인 근거 없이 사람을 네 가지 유형으로 구분 짓는 게 지나치게 단순화된 해석 같다.”라고 말한다. 또 다른 이용자 역시 “성격을 성호르몬으로 이름 붙인 건 젠더 고정관념을 강화하는 것”이라며 우려했다.
나와 같이 고령자들은 테토 남‧녀든 에겐 남‧녀 같은 말들은 잘 알아듣기 쉽지 않지만 알고 싶지도 않다. 그런데 시대에 뒤지면 신문, 방송이나 급기야는 책 읽기도 어려워지는 건 아닐는지 걱정이 앞서기도 한다. 매사가 쉽고 편하지 않은 현실이 그저 안타까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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