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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시와 수필

그럼에도 불구하고 / 김월미

작성자이상목|작성시간26.06.07|조회수26 목록 댓글 0

그럼에도 불구하고 / 김월미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을 눈부시게 살아가고 있는 우리 모두에게 이 곡을 바칩니다.” 한마디의 말이 참으로 편안하여 감미로운 느낌이다.

잔뜩 기대하던 음악은 전주의 멜로디가 흐르고 노래보다 먼저 성악가 ‘최성훈’의 내레이션이 시작이다. 짧은 문장이 주는 편안함을 어떻게 말해야 하나.

눈망울이 크고 몸피가 자그마한 샹송 가수 ‘에디뜨 삐아프’의 <사랑의 찬가>를 카운터테너 최성훈이 부른다니 성악가는 샹송을 어떤 분위기로 노래할까? 귀를 기울이는데 느닷없는 내레이션으로 시작된 노래는, 이보다 더 아름다운 사랑의 찬가가 또 있을까 하는 마음으로 듣게 되어 참으로 감동적이었다. 파리올림픽에서 캐나다 가수 ‘셀린 디옹’이 열창하던 모습도 무척이나 인상적이어서 좋았던 음악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는 문장 속에 담긴 단어와 글을 이어주는 관용구가 되어, 한 줄기 빛이 구름 사이로 흐르듯 글의 틈새에서 희망의 빛으로 들려온다. 다사다난하다는 말이 부족하여 엉망진창이며 모순투성이 위정자들의 말장난에 초라해진 대한민국, 인간만이 느끼는 대형 사고의 비극으로 우리 모두 힘들었던 2024년. 한 해가 저물어가는 모퉁이에서 보이기도 하고 들려오기도 하는 위로의 글과 말은, 노래를 통해 듣게 되고 문학을 하는 사람의 글 속에서 얼굴을 내밀어 많은 것을 사유하게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는 우리 가까이에서 스치듯 뱉어내는 말이기도 하고 누구의 글 속에 담겨 지나가기도 한다. 나는 이 말이 있는 곳에서 자비를 느끼며 분노의 마음을 내려놓게 된다. 한편으로는 앞의 말에 반기를 들고 조용히 반격하는 뜻도 있으나, 좋은 의미로 받아들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말이 주는 은근한 힘에 희망을 담고 있는 것일 수도 있지 않을까. 모든 잘못된 것을 모르는 척, 눈감아 버리고 다시 시작하라는 의미로도 들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는 어쩌면 새해에 붓다Buddha가 나에게 주는 화두인 것 같다. 붓다가 열반에 들 때, 제자인 ‘가섭존자’가 부처님께서 가버리시면 저희는 무엇에 의지해야 하냐고 묻는다. 붓다께서 인간의 삶이 고통이고 고뇌에 차 있으며 비록 병들어 아프고 늙어가는 초라한 삶일지라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생은 누구나 수행을 통해 깨달으며 삶을 살아가라는 평소의 가르침을 여섯 글자로 남기었다. ‘자등명 법등명’이라는 가르침의 말이었다. 즉 자신의 등불을 스스로 밝히고 난 후에 법과 지혜의 등불에 의지하라고 일러주며 열반에 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토를 사랑하니까’라는 글을 나나오시 휴게소 앞에 내걸고 다시 관광의 붐을 일으킨 섬나라 일본은, 지진을 대비한 국민의 꾸준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언제나 지진의 위험이 바탕에 깔려있다. 강진과 호우가 겹치어 483명이 숨지고 두 명의 실종자가 생긴 실로 비극적인 상황을 겪은 노토반도의 사람들에게 크나큰 용기가 필요한 때가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도 서로에게 희망을 주는 따듯한 글귀가 감동을 주어 오뚝이처럼 일어선다. 자기가 사는 곳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신념과 삶을 사랑하는 강인한 모습이 빛나 보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글귀의 뉘앙스는 나를 더욱 글쓰기에 전력투구하게 한다. 어떤 사회의 부조리와 인간의 잔인함을 바라보면서 화가 나고 욕이 나더라도 고운 말을 하고 고운 글을 쓰겠다는 마음을 다스리는 힘을 주는 말이기도 하다.

인간의 삶은 보이지 않는 곳에 보이는 것보다 더 악의 속성이 감추어져 있다. 그래서 우리 삶이 어느 곳에 어떤 리스크가 감추어있는지 감을 잡지 못한다. 앞길에 무엇이 다가오는지 알 수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은 태어나고 삶을 사랑하며 살아간다. 우리는 어디서 태어나고 어느 시기에 살게 되는 것에 선택의 여지가 없다. 전쟁이 끝나고 헐벗고 굶주림이 힘들던 시기에, ‘무솔리니’의 파시즘이 극단의 정치를 하였던 시대에 살아야만 했던 시인‘브레히트’는 서정시를 쓰기가 힘들다고 외친다. 더욱 고운 단어나 고운 마음을 서정시로 표현하고 싶다고 호소하던 시인은, 서정시를 쓰기가 어렵던 시절을 살아야만 했다. 어쩌면, 인간다운 모습이나 자연의 아름다운 풍광이 사라져 버리는 것이 두려워 스스로 위로하려는 시인의 마음이 외침으로 들리는 듯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쉼표처럼 쉬어가게 하는 이 말이 주는 고마움이 있다. 느낄 사이도 없이 지금도 막 내 곁을 스치며 지나간다. 흔히 사랑하고 인내하라는 용기를 가지라는 등, 교시처럼 딱딱하게 해버리는 말이 있다. 사랑, 인내, 용기를 내포한 아름다운 언어들이 고난이나 어려움, 두려움 같은 아픔을 지닌 말의 뒤에 따라 나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는 어두워진 마음을 밝게 비추어 힘을 실어 주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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