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의 밥상(1)
전주안골복지관 수필창작반 양희선
우리나라 사람들은 밥을 먹고 산다. 밥이 보약이라는 말처럼 에너지인 밥을 먹기 때문에 건강을 유지한다. 우리 밥상은 오래전부터 이어져 왔다. 농어촌과 산촌은 그곳에서 생산되는 제철 먹을거리로 다양한 밥상을 차렸다.
우리나라 양반가의 밥상은 밥과 국, 간장, 고추장, 김치, 물김치, 나물, 생선 등 반찬 가짓수가 7가지면 7첩 반상, 9가지면 9첩 반상이라 했다. 웃어른에게는 독상을 차려 올리는 것을 반가의 법도로 여겼다. 어른을 섬겼던 밥상도 시대의 변천에 따라 차츰 사라지고, 요즘은 핵가족시대로 아이들 중심으로 밤상문화가 개선되고 있다.
영농기계와 기술이 발달되지 않았던 시절, 농민들은 손발을 기계처럼 부려 흙에서 소출을 얻었다. 일제강점기 공출이라는 명목으로 애써 지은 벼를 일본인들에게 착취(搾取)당하고 허기진 배를 잡곡밥, 고구마 밥, 무밥, 시래기 죽 등 되는대로 먹고 살았다. 산중사람들은 쑥, 고사리, 산나물 등으로 배를 채우고, 바닷가에서는 미역, 톳, 자반 등으로 연명했다. 전국 방방곡곡의 어머니들은 예전의 배고팠던 시절을 떠올리며, 죽지 못해 먹었던 눈물의 밥상을 기억하고 있었다. 살기가 넉넉해진 요즘은 옛날의 음식을 추억으로 먹고, 웰빙식품이라며 먹는다. 먹을거리가 풍족해진 지금은 각 지역대표음식을 다양한 조리법으로 선보이고 있다.
겨울안의 봄을 알리는 해초는 바닷가 갯벌에서 자란다. 해초가 너울거릴 무렵, 동해안 벌밭은 온통 잔디를 깔아놓은 듯 파랗다. 어머니들은 손에 걸려드는 녹색 감태를 따느라 허리 필 줄도 모른다. 향긋한 냄새가 감미롭다. 바다에서 나는 해초는 50여종이며 독이 없어 식용으로 쓴다. 철분이 많은 감태는 오염되지 않은 갯벌에서 자란 자연산해초다. 파래와 매생이의 중간쯤이 감태란다. 싱싱한 감태를 여러 번 씻어서 소금으로 간하고 고추를 숭숭 썰어 넣고 버무리면 감태 김치가 된다. 감태전도 부치고, 감태를 자반으로 말려 사시사철 양념장에 무쳐 밥상에 올린다.
진도의 작은 섬 접도, 어머니들 손으로 뜯어온 파래가 부드럽고 상큼하여 겨울입맛을 돋게 한다, 파래는 비타민A가 많고, 니코틴도 해소된다. 굴과 찰떡궁합으로 파래에 신 김치를 썰고 굴을 넣은 부침개는 맛도 일품이며 혹독한 겨울을 거뜬히 이겨내게 하는 해조류다. 파래굴 떡국은 담백하고 시원한 맛이 일품이다. 파래계란말이는 색감과 향이 좋아 아이들 도시락반찬으로 그만이다. 파래 김을 살짝 구우면 녹색빛깔과 바다냄새가 어우러져 향긋한 봄을 맛보게 한다.
톳은 겨울이 모내기철이란다. 철분과 칼슘이 듬뿍 들어있어 몸에 좋은 것을 안 약삭빠른 일본사람들이 거의 수입해간다. 쌀이 귀할 때, 톳 밥으로 배를 채운 구황식품이었다. 톳을 물에 데치면 새파랗게 싱싱해진다. 콩나물과 함께 무치면 잘 어울리고 맛도 좋다. 톳 자반 부침개, 뜸부기 갈파래 국도 맛있다. 자반자체가 향긋하여 다른 양념이 필요 없다. 바닷가 어민들은 한겨울도 쉬지 않고 텃밭인 갯벌에 나가 부지런히 몸을 움직여 자반도 뜯고, 조개를 캐며 혹독한 겨울을 거뜬히 이겨내면서 살림을 꾸려나가고 있다.
미더덕이 툭 터지면 봄이 온다고 한다. 마산지방에서 많이 생산되는 미더덕은 몸집은 작지만 일손이 많이 간다. 더덕더덕 붙은 미더덕을 일일이 따서 속살이 터지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겉껍질을 칼로 깐다. 해물 탕에는 미더덕이 들어가야 제 맛이 난다. 미더덕속살을 다져서 참기름 듬뿍 치고, 김을 부셔 넣어 쓱쓱 비비면 그 맛이 일품이다. 미더덕 찜은 들깨가루의 고소한 맛과 미더덕이 풍기는 바다향이 조화를 이뤄 감칠맛이 난다. 미더덕된장찌개는 서민들이 즐겨 먹는다. 예전에는 흔해서 공짜로 간식처럼 먹었지만, 요즘은 몸에 좋다는 영양분석결과로 몸값이 상승했다고 한다.
여수앞바다의 쪽색물빛이 눈부시다. 금오도를 중심으로 옹기종기 떠있는 섬들이 아름답다. 천길 벼랑이라도 잘 살기 위해서라면 길을 터야한다. 산비탈 벼랑 밭에서 해풍을 견디며 자란 여러해살이 방풍이 3년 정도면 움이 튼다. 따뜻한 봄날 방풍 잎을 데쳐 밥을 지어먹고, 된장국도 끓이고, 겉절이와 나물로 무쳐 먹고 다양한 음식을 만든다. 말려둔 방풍 잎은 겨울에 삶아서 먹는다. 풍을 막는다는 뜻으로 방풍이라 한다. 나이 들어 두려운 병이 풍이 아니던가. 풍을 막아주는 효험(效驗)약제로 소문나 가난했던 금오도가 방풍으로 많은 소득을 올려 잘살게 되었다고 한다.
언 땅이 풀리고 아지랑이가 피어나는 나주 영산강가에는 파란 보리밭이 싱그럽다. 보리뿌리를 꼭꼭 밟으며 흥얼거리는 가락이 구성지다. 여린 보리 순을 뜯어 홍어 애를 넣고 된장국을 끓이면 구수하고 알싸한 맛이 일품이다. 강알칼리성 식품인 흑산도 홍어는 삭아서 싸한 맛을 풍겨도 탈나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홍 삼 탁은 홍어와 돼지삼겹살과 묵은 김치가 삼합을 이루고 탁주 한 잔 곁들이면 애주가들이 모여든다.
나주하면 곰탕을 빼놓을 수 없다. 드넓은 평야를 안고 있는 나주는 예부터 우시장이 발달되었다. 소시장이 열리는 날, 따끈한 뚝배기곰탕국밥은 시장기를 채워주는 보양탕이었다. 4대째 내려온 나주곰탕집은 질 좋은 양지. 사태. 목살을 오랜 시간 푹 끓여야 깊은 맛이 우러난다고 한다. 100년의 세월이 빚은 노하우가 아닐까.
방방곡곡의 수많은 음식조리법이 소개되어, 우리나라의 밥상문화가 다양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기름진 음식, 담백한 음식, 다이어트식품, 힐링식품을 소개하는 ‘한국인의 밥상’에 더 눈과 귀를 기우려야겠다.
(2014. 3. 18.)
※ KBS-1TV ‘한국인의 밥상’을 시청하고 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