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리스토텔레스, 조대호, 아르테, 2019.
주지하듯이 아리스토텔레스는 스승인 플라톤과 더불어, 서양철학사의 핵심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인물이다. 그리스 최고의 사상가로 꼽히는데, 그의 사상은 후대의 학자들에게 막대한 영향을 끼쳤다. 그는 철학은 물론 정치학과 윤리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연구를 진행했으며, 그가 남긴 <시학>과 <수사학>은 오늘날 문학을 연구하는 이들에게 필독서로 여겨질 만큼 중요한 저작이라 하겠다. 이밖에도 물리학과 동물학 등의 분야에서도 적지 않은 연구 성과를 남겼으며, 이 책의 저자 역시 아리스토텔레스의 동물학 연구에 대해 그 중요성 만큼 진지하게 다뤄지지 않았음을 강조하기도 하였다.
아마도 서양철학을 전공한 저자에게 아리스토텔레스라는 인물은 반드시 거쳐야 할 중요한 연구대상일 것이다. 이 책의 성격을 고려할 때 저자는 단순히 문헌을 통한 연구가 아니라, 아리스토텔레스의 흔적을 찾아 답사하면서 그의 생을 재구해보고 싶었던 것이라 여겨진다. 그래서 비록 시간이 흘렀을지라도 그리스에 직접 가서 그가 활동했던 지역을 돌아보고, 아리스토텔레스의 흔적과 사상의 연원에 대해서 짚어보는 시간을 가졌던 것이다. ‘에게해에서 만난 인류의 스승’이라는 부제가 달린 이 책의 앞부분에는, 저자가 확인한 아리스토텔레스의 활동 지역이 지도와 함께 제시되어 있다. 모두 8곳의 지역이 소개되어 있는데, 각 지역에서 아리스토텔레스가 어떻게 활동했는가 하는 내용이 번호 순서에 따라 간략하게 언급되어 있다. 그리고 이 책의 흐름 역시 그 순서에 따라 답사를 하면서, 아리스토텔레스의 행적을 재구하고 있는 것이다.
저자는 자신의 그리스 여행에서 ‘이미 2400년이 지난 지금 새로운 것을 찾으리라는 기대는 처음부터 하지 않았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그 지역들을 돌아보면서 ‘흑백사진 속 생각들이 여행을 통해 다채로운 빛으로 되살아나고, 머리만 있던 생각들이 구체적인 장소와 시간 속에서 걸어다니기 시작했’음을 고백하고 있다. 나 역시 국문학 전공자로서 문학 작품이나 작가와 관련된 장소를 답사를 하다보면, 추상적인 생각들이 보다 구체적인 형상으로 다가오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답사의 중요성을 몸소 체험했던 것이다. 이 책을 통해서, 저자는 아리스토텔레스를 ‘격동의 시대를 산 국외자의 모습’과 ‘자연 관찰자의 모습’으로 그려내고자 했다고 밝히고 있다. 비록 <시학>을 비롯한 문학 분야의 서술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 아쉽긴 했지만, 적어도 저자가 그려내고자 한 아리스토텔레스의 두 가지 모습이 잘 포착되어 서술되어 있었다고 평가된다.
이 책의 내용은 모두 7개의 항목으로 이뤄져 있고, 첫째 항목은 고향을 떠나 아테네의 유학생으로 지냈던 아리스토텔레스의 17살 시절부터 시작되고 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플라톤의 아카데미아에서 10년을 학생으로, 그리고 다시 10년을 교육자로 지냈다고 한다. 플라톤의 죽음 이후 학식으로 따진다면 충분히 교장의 직위를 맡을 수 있었으나, 상대적으로 젊고 아테네에서는 이방인이기에 다른 사람에게 그 자리를 양보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 추정한다. 아울러 그의 흔적을 돌아보면서, 저자는 그가 남긴 <동물지>가 바로 서양 생물학의 시작이었다고 단언한다. 그리고 그의 동물 연구가 본격화된 곳이라고 추정되는 레스보스 섬을 찾았다가, 그곳을 떠나는 날 한 어부에게서 얻은 물고기를 통해 저자의 생각들을 연결시켜 설명하기도 한다.
저자의 다음 행선지는, 바로 우리에게 알렉산더대왕이라고 알려진 알렉산드로스의 스승으로 지냈던 테살로니키 지역이다. 왕자 시절 알렉산드로스의 스승으로 활동하였고, 그가 즉위한 이후에도 아리스토텔레스는 지속적으로 영향력을 끼쳤다고 한다. 그 결과 후에 마케도니아에 적대적인 아테네 사람들로부터 질시와 비난을 당하기도 했으며, 마침내는 그곳을 떠나야만 했던 것이다. 이후 다시 아테네를 찾은 아리스토텔레스는 이곳에서의 연구를 통해 지적 영역을 더욱 확장시켜 나갔다. 철학과 자연과학을 두루 섭렵하면서, 생물학에도 관심을 기울여 여러 권의 저작을 남겼던 것이다.
그리고 다시 그의 아들인 니코마코스가 편집한 <니코마코스 윤리학>과, 그의 <정치학>이라는 저작을 통해 후세의 학자들에게 귀감이 되었던 것이다. 저자는 이 두 저작이 ‘그로부터 2400년 뒤 세상을 사는 우리에게도 여전히 유효한 사람다운 삶의 길’을 깨우쳐주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그리스 전역을 석권하고, 다시 동방 원정에 나섰던 알렉산드로스가 33세의 젊은 나이로 죽자, 스승이었던 아리스토텔레스 역시 ‘심각한 위기’에 봉착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를 기념하는 비석 등이 사람들의 손에 의해 훼손되기도 했으며, 끝내 에우보이아 섬의 칼키스로 피신을 가야만 했으며. 끝내 곳에서 생을 마쳤던 것이다.
사실 이전까지 아리스토텔레스의 문예 사상에 대해서 공부한 적은 있지만, 그의 삶과 사상의 전 면모에 대해서 깊이 있게 배웠던 적은 없다. 그래서 이 책을 통하여 그동안 피상적으로 알고 있던 그의 생애는 물론, 그의 사상과 삶의 궤적을 어느 정도 그려낼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성과라 할 수 있다. 저자는 ‘아리스토텔레스는 현재하는 과거이자 미래를 여는 현재’라고 평가하고 있다. 그는 인문학과 과학을 망라하여 섭렵하여 서양사상사의 뿌리와 같은 역할을 하고 있으며, 지금도 문학이나 정치학은 물론 자연 과학 분야에서도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그의 사상이나 행적을 확인하고자 할 때, 이 책이 적어도 나에게는 좋은 참고도서가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차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