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택리지, 이중환, 허경진 역, 한양출판, 1999.
조선시대의 문화와 역사를 연구할 때, 이중환(李重煥 1690~1756)의 <택리지(擇里志)>는 자주 인용되는 문헌 가운데 하나이다. 우선 제목으로 삼은 ‘택리(擇里)’라는 표현은 사람이 사는 곳을 선택함이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저자가 활동하던 18세기 전반기를 중심으로, 사대부를 중심으로 형성된 마을의 지리적 위상과 자연 환경은 물론 산업 및 문화 등에 관한 다양한 정보 등에 관해 서술하고 있다. 따라서 이 책은 단순히 사람이 살고 있는 마을 주변의 자연 지형만이 아니라, 그곳에서 어떻게 살아갈 수 있는지를 따지고 환경과 문화적 조건까지 포괄하여 소개하는 이른바 인문지리의 성격을 지니고 있다고 평가되고 있다.
이중환의 <택리지>의 목차는 책의 성격을 간략하게 정리하여 논한 ‘총론’과 ‘발문’을 제외하고, 크게 세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가장 먼저 ‘사민총론(四民總論)’에서는 조선시대 백성을 구성하는 계층을 사농공상(士農工商)으로 구분하고, 그 가운데 지배계급인 사대부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하는 내용이라고 하겠다. 바로 이러한 관점에서 이중환이 강조한 ‘택리’라는 개념은 바로 ‘사대부가 살만한 곳’에 대한 내용을 강조하고 있다고 파악된다. 유학자로서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내면서, 사대부가 사회를 이끌어가는 존재라는 관점을 분명하게 드러내고 있다고 이해된다.
이어지는 ‘팔도총론(八道總論)’은 조선시대 팔도의 지형과 주요 지역에 관해 서술하는 내용이다. 그 가운데 저자의 고향인 충청도와 사대부들의 영향이 막강했던 경상도, 그리고 당시 현실 정치의 중심지인 한양을 비롯한 경기도에 관한 설명이 비교적 상세하게 기록되어 있다. 이중환은 다양한 지역을 직접 찾아다니며 해당 지역의 지리와 문화 등을 살펴 이 책을 저술했다고 하는데, 지역에 대한 편견 탓인지 전라도와 평안도에는 발길을 하지 않았다고 전해진다. 아울러 조선 팔도의 ‘택리’에 대해 서술하면서, 이중환은 각 지역의 지형적 특성을 논하면서 주로 사대부들이 살만한 곳인가를 집중적으로 따지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복거총론(卜居總論)’에서는 사대부들이 살 만한 곳을 ‘지리(地理)’와 '생리(生利)' 그리고 ‘인심(人心)’과 ‘산수(山水)’ 등 네 가지 범주로 구분하여 서술하고 있다. ‘복거(卜居)’란 사람이 살 만한 곳을 가려서 선택한다는 의미인데, 결국 사대부들이 거처를 정할 때 이 네 가지 요인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라고 하겠다. 이 가운데 ‘지리’는 자연 지형을 의미하고, ‘생리’는 사람의 조건을 풍족하게 하기 위한 문화적 조건을 포함하여 일컫는 표현이라고 하겠다. 하지만 ‘인심’의 항목에서는 조선시대 당파가 형성된 유래로부터 저자가 활동하던 당시까지의 당파와 당쟁의 전개 과정을 상세하게 소개하고 있다. 이러한 내용은 지금까지도 조선시대 당파와 당쟁에 관한 논의의 주요 근거로 활용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산수’는 흔히 배산임수(背山臨水)라는 자연 조건을 떠올릴 수 있듯이, 사람들이 거처를 정할 때 근처에 산과 물이 있는지를 살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숙종의 후계를 둘러싸고 경종과 영조의 후원 세력들은 서인에서 각각 소론과 노론으로 갈리게 되는데, 이중환은 경종을 후원했던 소론으로 분류될 수 있다고 한다. 이들 세력 사이에 치열한 권력 투쟁이 전개되었으며, 영조가 즉위하면서 노론이 권력을 장악하고 이에 저항했던 소론 세력은 당시 정계에서 대거 물러나게 되었다, 이중환도 그러한 권력 투쟁의 와중에서 두 차례에 걸쳐 유배를 떠나게 되었고, 유배에서 풀려난 이후에 전국 각지를 답사한 결과물로 <택리지>를 저술할 수 있었다고 한다. 이 책은 당시 유행하던 풍수지리의 주요 사상을 기반으로 하고 있으며, 사대부의 신분이 지나치게 강조되고 특정 지역에 대한 편견이 반영되어 있는 등의 내용이 한계로 지적되기도 한다. 그러한 한계에도 불구하고, 저자가 직접 답사했던 내용을 기반으로 다양한 정보들을 모아 엮은 인문지리의 성격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 또한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하겠다.(차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