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70년대 문학연구, 민족문학사연구소 현대문학분과, 소명출판, 2000.
치열하게 살아가고 있는 현재의 시점도 어느 정도의 시간이 흐르면 자연스럽게 역사의 대상이 된다. 문학에서도 비평의 대상으로 여겨지던 작가 혹은 작품들이 세월이 흘러 문학사의 자료로 활용되는 것이 당연하다고 하겠다. 다양한 연구자들에 의해 비평의 대상으로 활용되어 축적된 성과물들이 문학사의 자료가 되어 기록으로 남겨지게 되는 것이라 하겠다. 1970년대의 문학에 대해서 정리한 이 책의 내용은 비평과 문학사 서술의 중간 형태를 포함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 책에서 연구 대상으로 삼았던 작가들이 출간 무렵 대부분 현역에서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었으며, 그렇기에 그들에 관한 평가는 현재 진행형으로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 짐작된다. 하지만 그로부터 상당한 시간이 흐른 지금의 시점에서 이 책에서 거론된 작가들 대부분은 이미 작고하여, 이제는 그들 또한 비평의 대상이라기보다는 정밀한 평가를 거쳐 문학사의 한 항목으로 거론될 수 있다고 하겠다.
책의 ‘머리말’에서 이 책은 ‘과거를 어떻게 이해하느냐에 따라 현재에 대한 인식 또한 달라진다는 것’을 내세우며, ‘1970년대 한국문학을 연구하는 의의’로 삼아 기획했음을 밝히고 있다. 더욱이 ‘정체성을 잃은 혼돈의 한국문학이 자기 갱신을 이루어 가는 데 있어 가장 좋은 교과서’로서 1970년대 문학을 꼽고 있다. 주지하듯이 1972년 이른바 ‘10월 유신’으로부터 1979년 박정희의 죽음에 이르기까지, 1970년대의 역사는 ‘독재’와 ‘경제’라는 두 개의 핵심어로 기억되는 시기라고 할 수 있다. 문학은 항상 시대적 상황과 밀접하게 관련을 맺을 수밖에 없는 바, 1970년대의 문학 역시 그러한 사회적 분위기를 통해서 분석되고 평가되는 것이 자명하다고 하겠다. 그럼 측면에서 1970년대 문학을 평가하고 점검하는 작업은 ‘21세기 문학’에 대한 전사(前史)로서 충분히 의미가 있다고 여겨진다.
크게 세 부분으로 구성된 목차에서, 첫 번째는 ‘총론’이라는 제목으로 모두 5편의 논문이 수록되어 있다. 1970년대를 규정하는 ‘산업화 시대의 민족문학’과 남북의 분단을 주제로 내세운 ‘1970년대 분단소설’ 그리고 ‘1970년대 민족문학론의 성과와 한계’라는 주제가 포함되어 있다. 여기에 <창작과 비평>과 함께 당시 문단을 주도했던 ‘1970년대 <문학과 지성>의 이론 전개와 그 의미’를 살피는 논의와 ‘유신시대와 기억으로서의 1970년대 문학’을 점검하는 기획들이 수록되어 있다. 이러한 연구 성과들을 통해서 1970년대가 ‘산업화’와 ‘민족문학’은 물론 ‘유신시대’와 ‘분단문학’ 그리고 ‘창비와 문지’로 대표되는 문학지를 통한 작가들의 활발한 활동이 선명하게 드러나고 있다고 하겠다.
이러한 총론에 이어 2부의 ‘주제론’에서는, 1970년대 문학의 흐름을 파악할 수 있는 다양한 분야의 주제들이 다뤄지고 있다. 소설 분야에서는 ‘노동소설’과 ‘농민소설’ 그리고 ‘역사소설’에 대한 탐구가 주목되고 있으며, 시 분야에서는 이른바 ‘민중시’와 ‘여성 시인’의 활동 양상은 물론 ‘1970년대 모더니즘 시’를 집중적으로 탐색하고 있다. 여기에 비평 혹은 문단의 흐름에 대해 ‘’리얼리즘론‘과 ’동인지‘를 통해 활동했던 작가들의 성과와 의의, 그리고 그 시대를 대표했던 평론가인 ’김현과 김우창‘의 비평 활동을 조망하는 글이 포함되어 있다. 특히 1970년대 문학의 흐름을 주도했던 <창작과 비평>과 <문학과 지성>의 활동이 주로 강조되고 있지만, 그 이면에 <70년대>를 비롯하여 <자유시>와 <반시> 등의 동인지를 통해 활동했던 시인들의 역할도 적지 않았음을 논하고 있다.
아울러 3부의 ’작가론‘에서는 1970년대 문학에서 도드라진 활동을 했던 작가들에 초점이 맞춰져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소설가로서 황석영과 조세희 그리고 이청준과 최인호 등이 연구자들의 주목을 받고 있으며, 시인으로서는 김지하와 신경림은 물론 황동규와 정현종 등이 논의 대상으로 포착되고 있다. 물론 이들의 문학적 성과는 앞선 ’총론‘과 ’주제론‘에서도 충분히 다뤄지고 있지만, 대상 문인들의 1970년대 발표작을 중심으로 작가론을 서술하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아울러 1980년대 이후까지 그들의 활동이 지속적으로 이뤄지고 있었다는 점 역시 충분히 고려되어야만 할 것이다. 또한 여기에서 다뤄지지 못한 작가들의 역할에 대해서도 점검할 필요가 있으며, 그러한 점을 고려하여 1970년대의 문학사가 더욱 확장된 관점에서 기록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차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