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는 그대로의 세상을 드러내다!

작성자차니|작성시간25.03.04|조회수10 목록 댓글 0
  • 라신 아저씨와 괴물, 토미 웅거러, 이현정 역, 비룡소, 2010.

 

일상에서 쉽게 만날 수 없는 괴물이나 공룡 등의 존재는 아이들에게 무척이나 매력적인 대상인 것 같다. 이 책은 괴물을 소재로 하고 있지만, 괴물 자체가 아닌 특별한 것에 관심을 두는 세상 사람들에 대한 비판적인 시선이 강하게 드러나는 내용을 다루고 있다. 세무서에서 근무하다가 퇴직한 주인공 라신 아저씨는 한적한 시골에서 농사를 짓고 있는데, 어느 날 그가 기르던 배나무에 배가 몽땅 사라지는 일이 발생한다. 며칠을 주시하다가 다시 나타난 괴물을 발견하고, 라신 아저씨의 관심은 이제 농사가 아닌 과물에 맞춰지게 된다.

 

라신 아저씨는 어느 날 저녁 집으로 찾아온 괴물에게 소시지와 과자 등을 주면서 친해지게 되고, 매일 찾아오는 괴물과 재미있게 놀면서 지내게 된다. 음악을 함께 듣고, 오보바이를 함께 타고 드라이브를 하는 등 ‘나이 많은 아저씨가 괴물 친구와 함께 놀이터에서 신나게 뛰어노는 모습’을 연출하게 된다. 물론 이러한 내용은 글과 함께 흥미로운 그림으로 형상화되고 있다. 라신 아저씨는 괴물과 함께 노는 것에 그치지 않고, 괴물에 대한 연구를 하지만 그가 ‘세상 어느 것과도 비슷하지 않은 완전히 새로운 생물’이라고 여기게 된다.

 

결국 파리에 있는 학회에 편지를 보내고, 학회의 초대를 받아 괴물을 소개하기 위해 함께 여행을 떠나게 된다. 파리 사람들의 환영을 받으며 학회 현장에 도착해서 괴물을 소개하지만, 괴물 모양의 껍데기가 부풀어 터지더니 그 속에서 어린아이 둘이 나왔던 것이다. 학회의 기대와 달리 엉뚱한 사건으로 종결되고, 사람들에게 이 소식이 전해지면서 ‘한마디로 엉망진창 뒤죽박죽’의 결과를 초래하게 된 것이다. 그러나 라신 아저씨는 두 아이의 ‘영리함과 참을성을 칭찬하면서, 그들과 함께 집으로 돌아와 각자의 부모들에게 데려다준다. 이후에도 변함없이 아이들과 사이좋게 지내면서, 자신이 키운 배를 나눠먹는다는 내용으로 마무리된다. 

 

번역자의 소개에 의하면, 이 책의 저자인 토미 웅거러는 ‘인간이 서로에게 갖는 선입견의 위험성을 날카로운 풍자를 이용하여 끄집어내는 작품들을 주로 발표’했다고 한다. 이 책 역시 그러한 저자의 의도가 짙게 반영된 내용이라고 여겨진다. 세상에 없는 존재라서 관심을 가졌지만, 그것이 아이들이 꾸민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도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라신 아저씨의 모습도 인상적이다. 괴물이라는 존재에 관심을 가졌던 파리의 학회 사람들이 그 정체가 밝혀지자놀라서 ‘걷잡을 수 없는 소동’이 일어난 것과 뚜렷하게 대비되는 형상이라고 하겠다. 특히 라신 아저씨와 괴물이 함께 하는 분위기와 구별되는 세상 사람들을, 어지럽고 모순투성이처럼 그려지는 그림들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고 여겨진다.

 

사라진 배를 훔쳐간 존재를 알아내기 위해서 우스꽝스러운 갑옷을 입고 있는 라신 아저씨의 모습에서 언뜻 돈키호테의 모습을 연상할 수도 있을 것이다. 흥미로운 그림과 함께 라신 아저씨와 아이들로 대표되는 순수함의 모습이 인상적으로 그려지고 있다. 이와 달리 세상 사람들은 괴물의 존재에 관심을 가지지만, 그것이 거짓으로 밝혀지면서 그저 한바탕의 소통으로 치부하는 것이다. 수많은 사람들이 등장하는 그림에서는 서로 다투고 어지러운 모습을 연상하는 다양한 사람들을 형상화하기도 한다. 이러한 그림 또한 ‘아이들에게 보여 주기 위하여 세상을 아름답게 포장하는 것을 지양해야 한다’는 작가의 의도가 잘 드러난 내용이라고 여겨졌다.(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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