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황현산의 사소한 부탁, 황현산, 난다, 2018.
추석 연휴(2018년)를 맞아 하루만에 읽었던 책이다. 실상 전작 산문집인 <밤이 선생이다>를 읽고, 다시 이 책을 구입하기까지 많이 망서리기도 했다. 쉽게 읽히는 저자의 문체와 달리, 전작에서는 다루고 있는 내용이 다소 가볍다고 생각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특히 사회 현실에 대해 날카로운 목소리를 내는 이 책의 문체에서 또다른 느낌을 받았다. 그것은 아마도 저자만이 아닌 동시대를 살았던 사람이라면 누구나 느끼고 있었고, 또 우리 사회 곳곳에서 벌어졌던 부조리한 현실이라는 배경이 큰 몫을 하고 있다고도 할 수 있다. 그리하여 2016년에 거대한 파도로 우리 사회를 감쌌던 촛불집회로 그 힘이 결집되었던 것이라 하겠다.
다른 한 가지 이유는 이미 저자가 유명을 달리하여 더 이상의 산문집이 나오지 않을 것이라는 현실도 이 책의 구입을 결정하게 된 요인이라 하겠다. 결론적으로 이 책을 읽으면서, 첫 번째 산문집에서 느꼈던 아쉬움은 말끔히 사라졌다. 모두 5부로 구성되어 있는 목차에서, 나는 개인적으로 1~3부의 내용이 더 좋았다고 생각되었다. 대체로 1~3부의 글들은 신문이나 잡지 등에 2013년부터 기고했던 글을 모아 엮은 것이라 생각되는데, 당시 사회 현실을 바라보는 비판적인 시각과 저자의 관점이 잘 드러나 있다고 여겨졌다.
저자는 '머슴새와 밭 가는 해골'이라는 제목의 서문을 대신한 글에서, 죽어서 박새가 된 머슴 이야기로 시작한다. 죽어서까지 박새의 또다른 이름인 머슴새로 불리는 불합리한 중세적인 신분제의 불합리한 현실에 대한 문제 제기를 하고 있다. 이 글을 읽다가 문득 시집살이 끝에 배고파 죽은 뒤 '소쩍새'가 되어, 밤마다 '솥이 적다'고 우는 설화를 떠올렸다. 결국 체념과 인종이라는 태도는 현실을 결코 바꿀 수 없다는 것을 말해주는 것은 아닐까?
세월호라는 거대한 배에 갇혀 끝내 살아오지 못한 영혼들을 달랠 수 잇는 것은 그러한 현실을 초래한 불합리한 사회에 대해 결코 가만히 있으면 안된다는 것을 깨우쳐 주고 있다고 생각되었다. 그만큼 저자의 사회를 바라보는 시각이 냉철하고 비판적이라는 것을 다양한 글을 통해서 알 수 있었다. 아마도 이 책의 원고들이 대체로 박근혜 정권이 출범했던 2013년부터 시작하고 있어서인지, 저자의 국가주의에 대한 비판적 시각이 도드라져 표출되고 있다고 생각되었다. 문학과 문화 현상에 대한 단평이 담긴 4부와 5부의 내용도 흥미로웠지만, 적어도 나는 이 책의 3부까지의 내용에 대해서 더 크게 공감했다. 늦게라도 유명을 달리한 선생의 영전에 명복을 빌어본다.(차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