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다 느끼다 쓰다, 홍혜랑 외, 북인, 2019.
이 책의 집필자 가운데 한 사람이 익숙한 이름이기에 구입하여 읽게 되었다. ‘맹난자 수필을 말하다’라는 부제가 말해주고 있듯이, 이 책은 맹난자라는 현역 수필가의 희수(喜壽;77세)를 기념하여 지인들이 그 작품 세계를 소개하는 기념문집의 성격을 지니고 있다. 모두 8명이 참여하여 작가의 작품 세계와 출간된 책들에 대한 분석 또는 감상문들을 위주로 내용이 구성되었다. 고백하건대, 이 책을 읽기 전까지 ‘맹난자’라는 수필가의 이름을 접하지 못했다. 따라서 맹난자의 작품 세계에 대해서 정보가 어두울 수밖에 없었고, 여러 사람들이 집필한 이 책을 통해서 어느 정도 작품의 경향을 이해할 수 있었다.
집필진들의 원고를 통해서 보건대, 대체로 맹난자의 수필은 동양철학과 불교사상을 중심으로 다뤄지고 있다고 여겨진다. 이러한 주제들로 인해 작가의 작품 세계는 주로 철학적이고 사변적인 성격이 강하다고 평가될 수 있겠다. 유명인들의 묘지를 답사하고 삶과 죽음의 문제에 대해 성찰한 책들이 있는가 하면, 동양 철학 가운데에서도 가장 난해하다는 <주역>에 대한 해박한 이론을 제시하고 있는 저서도 목록을 통해서 확인할 수 있다. 따라서 이 책의 헌정 대상인 ‘맹난자’는 불교철학과 동양적 사유를 통해 깊이 있는 문제를 수필로 다루는 작가라고 이해된다.
수필은 엄연히 국문학의 한 갈래로 자리를 잡고 있지만, 아직까지 주류적인 위치가 아닌 주변 갈래로 취급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또한 누구나 다 에세이라는 제목을 걸고 자기의 글을 발표할 수 있기에, 나로서는 지금까지 굳이 수필이라는 갈래에 대해서 큰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던 탓도 있었다. 주지하듯이 수필은 흔히 형식의 제약을 받지 않고 개인적인 서정이나 사색과 성찰을 산문으로 표현한 문학양식을 일컫는다. 수필은 문학 갈래 중에서도 독특한 성질을 지닌다고 하겠는데, 서정 갈래인 시와도 다르고 서사 양식인 소설 등과도 전혀 다른 특징을 지니고 있다. 개인의 사유를 바탕으로 자유롭게 창작할 수 있으며, 때로는 가벼운 주제로 때로는 자연과 인생을 관조하는 내용을 담아낼 수도 있다. 굳이 수필의 하위 범주를 따지자면 소재에 대한 작가의 생각을 가볍게 논하는 것이 경수필 혹은 에세이라고 한다면, 인간과 삶 그리고 사회적인 문제에까지 깊이 있는 주제를 다룬 수필은 중수필 혹은 미셀러니라고 구분하기도 한다.
이 책의 발간사에서 집필자들은 그 대상이 되는 맹난자를 일컬어 ‘문학에 영혼을 저당 잡힌 사람’이라고 칭하고 있다. 문학을 전공하는 이에게, 이러한 찬사는 더할 바 없는 영예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아직 그의 수필을 제대로 읽어본 적은 없지만, 집필자들의 글을 통해서나마 어느 정도 그 면모를 엿볼 수 있었다. 아마도 <보다 느끼다 쓰다>는 집필자들이 맹난자의 수필을 통해서 책을 출간하는 과정을 드러낸 것이겠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대상 인물에 대한 총체적인 평가로 읽어도 무방하겠다고 여겨진다. 맹난자의 수필을 굳이 분류하자면, 철학적 사유를 진지하게 담아낸 중수필 혹은 미셀러니의 범주로 구분할 수 있을 듯하다.
이 책에는 맹난자라는 수필가의 전반적인 문학적 특징을 짚어내고, 그동안 출간되었던 다양한 저서들에 관한 집필자들의 비평적인 논평들이 함께 수록되어 있다. ‘헌정 문집’이라는 성격이 그렇듯이, 집필자들의 글의 성격도 다양하고 개성적인 면모가 엿보인다. 전반적인 작품 세계를 논하는 글들과 작가가 출간한 책에 대한 리뷰 형식의 원고가 섞여 있어, 이 책을 통해서 어느 정도 작가의 작품 세계를 짐작할 수 있었다. 수록된 글들은 감상문 수준의 원고와 깊이 있는 분석이 수반된 글들이 섞여 다양한 편차를 보인다는 점도 특징적이었다. 그렇지만 집필자들의 글을 통해서 동양과 서양의 철학을 섭렵하면서 수필에 녹아낸 맹난자라는 수필가의 진면목을 파악할 수 있을 듯하다. 당장은 아니겠지만, 맹난자라는 작가의 수필을 직접 읽고 그에 관한 내 생각을 정리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차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