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의 문화운동 현장에서 활동했던 경험과 생각을 토로하다!

작성자차니|작성시간26.06.07|조회수17 목록 댓글 0
  • 오늘도 걷는다마는, 정지창, 한티재, 2012.

 

오래된 유행가의 첫 구절을 제목으로 삼은 이 책은 ‘대학에서 연구하고 가르치는 일과 학교 밖의 일에 대략 반반씩 시간과 노력을 나누어’ 썼던 저자의 에세이를 모아 엮은 결과물이다. 저자는 대학원에서 독일분학을 전공하였으나, 기자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가 대학교수로 정착했음을 밝히고 있다. 하지만 ‘대학으로 자리를 옮긴 후에도 논문은 의무적으로 마지못해 써 냈을 뿐, 특별히 애정을 가지고 몰입하지는 못했’음을 강조하기도 한다. 다양한 지면의 청탁을 거절하지 않고 썼던 글 가운데 이 책의 출간 즈음에 ‘세월이 흘러 시의성이 떨어지거나 지나치게 인신공격적인 글들’을 제외하고, ‘단숨에 읽어야 필자의 의중과 호흡이 독자에게 전달’될 수 있는 글들만을 엮었다고 토로하고 있다.

 

저자가 ‘에세이나 잡문 시론을 무시하지 않고 소중하게 여기게 된 데는 기자 시절 본받으려 했던 이영희 선생과 그를 통해 알게 된 노신 선생의 영향’을 받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독일의 극작가인 브레이트를 전공하면서 자연스럽게 한국의 문화계와 긴밀하게 소통하게 되었고, 문화운동의 현장에서 만난 이들과의 소중한 인연을 맺게 되었다는 사실을 이 책에 수록된 다양한 글들을 통해 소개하고 있다. 한국문학을 전공하면서 한국의 문화운동에 관심이 적지 않았던 나로서도 이 책을 읽는 동안, 저자가 글을 쓸 당시의 문화운동의 현장 상황과 활동가들의 모습을 자연스럽게 머릿속에 떠올려볼 수 있었던 기회였다.

 

저자는 그동안 썼던 글들을 ‘독자들의 편의를 위해 문화 예술과 사회 역사, 생태 환경과 자전적 에세이 등 네 개의 범주로 분류’하여 엮어냈다고 밝히고 있다. 대구에 소재한 대학에서 근무하고 있었기에, 주로 지역문화에 대한 관심이 주류를 이루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하지만 당시 문화운동의 현장을 왕래하면서 인연을 맺었던 다양한 인물들과 얽힌 사연들은 당대의 상황을 파악할 수 있도록 하는 기록이라고 할 수 있다. 저자가 글을 쓸 당시 이미 고인이 된 활동가들에 관한 내용도 적지 않지만, 출간 이후 문화운동의 현장에서 활동하던 많은 이들이 세상과 작별을 고하기도 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아마도 이 책에 수록된 그들과 얽힌 사연들은 해당 인물들에 대한 생생한 현장 활동 보고서로서의 역할을 할 것이라고 생각된다. 

 

환경과 생태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지만, 저자는 ‘아직도 자가용을 버리지 못하고, 지리산이 좋은 나머지 가끔씩 지리산의 한 모퉁이를 찾아가 오염시키곤 하는 소시민’임을 토로하기도 한다. 그렇지만 ‘평범한 시민들도 누구나 정치, 사회, 경제, 안보에 관해 자기 의견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잇어야 진정한 민주주의 사회라고 말할 수 있’음을 역설하고 있다. 어쩌면 출간 이후 상당한 시간이 흐른 시점에 독자로서 감상을 남기고 있기에, 이 책에 수록된 내용들의 상당 부분은 현 시점에서는 이미 역사의 기록으로 기억될 것이라고 여겨진다. 그럼에도 저자가 소개하는 다양한 과거의 흔적을 접하면서, 나의 관점에서 그 시절을 되돌아볼 수 있는 기회였음을 굳이 밝히고자 한다.(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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