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삶과 철학, 한국철학사상연구회, 동녘, 1994.
'철학이란 무엇인가?’ 이 책은 이러한 질문에 대한 나름의 해답을 찾고자, 여러 명의 전공자들이 참여하여 마련한 하나의 모범답안이라고 할 수 있다. 지금도 그런지는 잘 모르겠으나, 대학에 개설된 ‘철학개론’이란 과목은 대체로 ‘동서양의 잘 알려진 철학 사상을 요약 정리하여 소개하는 방식’으로 진행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물론 후세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친 사상가들의 삶과 사상들을 아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것 또한 하나의 지식으로 여겨질 뿐이다. 플라톤이나 헤겔의 사상을 잘 이해하고, 또한 공자와 주희 혹은 이황의 삶과 사상이 무엇인지를 잘 아는 것이 철학의 본질은 아니기 때문이다. 결국 철학의 본질은 ‘나의 삶’을 성찰하여, 자신이 살아가는 세상에 조화롭게 적응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이 책에서는 ‘철학은 스스로 하는 것이지 그냥 남이 만들어 놓은 것을 학습하는 것이 아니라는’ 교훈을 깨닫고, 여러 명의 전공자들이 제시한 다양한 주제들에 대해 독자들이 고민하도록 이끄는 내용으로 구성되어 잇다. 그리하여 가장 먼저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주제로 서론을 풀어내고 있다. 교과서적인 의미가 아닌 각자의 입장에서 ‘삶에 대한 물음’을 던지고, ‘행복한 삶’과 ‘자아실현’이라는 주제와 함께 ‘자유와 반항’과 ’개인과 사회‘ 등의 주제에 관해 고민하도록 이끄는 질문을 제시하고 있다. 철학은 단지 지식이 아닌, 자산의 관점에서 세상을 바라보고 바람직한 삶을 고민할 핑요가 있음을 강조하고 있다고 하겠다.
이 책에서 다루는 세부적인 주제들은 다음과 같디. 먼저 ‘마음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통해, 기존의 사상들을 소개하면서 독자들이 생각하는 마음의 본질에 대해 고민하도록 이끌고 있다. 여기에 ‘건강한 욕망, 병든 욕망’이라는 주제를 제시하면서, 사람들의 마음속에서 강렬하게 추구하는 욕망이 과연 건강한 것인지 되새길 필요가 있음을 역설하고 있다. 나아가 ‘사랑, 결혼, 가족’의 본질에 대해 질문을 던지면서, 결혼만이 삶의 목적일 수 있는지에 대해 생각하도록 한다. 이어지는 ‘노동과 소외’ 그리고 ‘상품과 근대 사회’라는 항목은 근대 이후 자본주의 체제가 성립되면서 등장한 주제라고 하겠는데, 특히 마르크스를 비롯한 근대 사상가들의 이론에 기대어 서술되어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문화와 대중 사회’라는 주제는 대중문화와 유행이라는 문제에 대해 진지하게 따질 필요가 있음을 강조하고, ‘환경과 기술 문명’ 그리고 ‘과학과 자연’이라는 항목에서는 철학과 자연과학과의 관계는 물론 환경 위기에 대한 성찰이 필요하다는 점을 역설하고 있다. 마지막 ‘종교와 초월’이라는 주제를 통해 종교의 의미와 그 본질에 대래 깊이 성찰하여야 하며, 각자의 종교만이 아닌 세상과 더불어 살아갈 수 있는 방식이야말로 진정한 ‘종교적 삶’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 책의 결론은 ‘철학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통해, ‘진실로 철학을 배우고 싶은 사람은 우선 성실한 삶, 고뇌하며 반성하는 삶을 살아야한다’라는 내용으로 정리할 수 있겠다.
이 책이 출간되 지 이미 상당한 시간이 흘렀기에, 다루고 있는 내용들 가운데 시의성이 떨어지는 서술들도 적지 않았다. 그렇지만 저자들은 철학이란 단지 주어진 정보를 지식으로 습득하는 것이 아니라, 각자가 발 딛고 있는 현재의 삶에 대해 진지한 고민을 전지는 자세가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었다. 이 책이 출간되고 어느 정도의 세월이 흘러, 새로운 시대와 환경에 맞춰 개정판이 출간되었을 것이라 짐작된다. 그럼에도 굳이 오래 전 출간된 책을 읽으면서 리뷰를 쓰는 이유는, 그 내용에도 불구하고 각자의 삶에 대한 진지한 성찰을 강조하는 기획 의도에 공감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서문에서 강조했던 ‘이 시대 이 땅에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탐색과 함께, ‘삶에 대한 물음에서 시작하여 인간과 사회와 현대 문화를 생각해 본 뒤 철학에 대한 물음으로 끝나는’ 이 책의 기획 의도를 독자의 한 사람으로 충분하게 확인할 수 있었다.(차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