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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문]조선의 오래된 노래

작성자차니|작성시간26.06.23|조회수16 목록 댓글 0

조선의 오래된 노래(조선 가사 16편으로 만나는 사람과 시대), 김용찬, 한국문화사, 2026.

 

 

책머리에

 

지금까지 한국문학 연구자로 활동을 하면서, 연구와 수업을 위해 다양한 작품들을 접할 수 있었다. 문학 연구는 기본적으로 대상 작품을 꼼꼼하게 읽고, 그 내용을 정확하게 이해함으로써 시작된다고 할 수 있다. 고전문학 작품의 경우 줄거리와 전반적인 흐름을 중시하는 소설 갈래와 달리, 시가 갈래에서는 대체로 사용된 표현이나 단어 하나로 인해 전체적인 의미나 주제가 다르게 해석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읽으면서 곧바로 이해되는 작품이 있는가 하면, 여러 번을 거듭 읽어야만 의미를 헤아릴 수 있는 작품들도 적지 않다. 그렇기에 작품에 사용된 단어의 의미를 정확하게 해석하는 일이 매우 중요하며, 특히 고전시가 갈래 중에서도 비교적 길이가 긴 가사 작품을 제대로 읽어내기 위해선 이러한 면모가 두드러지게 나타날 수밖에 없다.

 

연구자로서 논문을 쓰거나 전공과목의 수업을 원활하게 진행하기 위해, 가사 작품의 해독과 함께 그 내용은 물론 배경이 되는 정보까지 상세하게 설명하는 작품론이 큰 도움이 된다는 것을 갈수록 절감하게 된다. 무엇보다 고전시가 전공자로서 작품을 읽으면서 정확한 의미 파악이 되지 않아 어려움을 느꼈던 경험이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특정 용어가 처음 사용되었던 원전原典을 확인하거나 옥편玉篇이나 사전 등을 활용하여 해당 표현의 정확한 의미 파악이 가능한 한문학 자료와는 달리, 국문으로 표기된 시가 작품들은 기록자에 따라 같은 단어가 다르게 표기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또한 작품이 창작된 지역의 방언이 사용되었거나, 작자 혹은 작품을 전사했던 사람이 사용하는 일상 언어의 특성이 작품에 따라 고스란히 드러나는 경우도 발견할 수 있다. 이러한 특성이 가사 작품을 정확하게 읽고 이해하는데 여전히 적지 않은 장애로 작용하고 있다.

 

오늘날에는 정확한 언어 사용을 위한 ‘표준어’나 ‘맞춤법 통일안’ 등이 제정되어, 글을 쓰거나 문학 작품을 창작할 때 하나의 지침으로 활용되고 있다. 독자들 역시 그러한 지침을 참고로 해서 작품의 오류를 발견하고, 글쓴이는 이를 토대로 잘못된 표현을 교정하여 바로잡을 수도 있다. 하지만 가사 작품들은 대체로 ‘표준어’라는 개념이 존재하지 않던 시절에 창작되거나 각종 문헌에 기록되었음을 주지할 필요가 있다. 그렇기에 여러 종류의 이본이 존재하는 작품의 경우 표기법이 달리 나타나기도 하고, 일부 구절이 빠지거나 첨가되는 등의 현상이 빈번하게 발견되고 있다. 혹은 일부 시행의 순서가 뒤바뀌어 나타나기도 하여, 해당 작품의 독해에 있어 적지 않은 어려움을 안겨주기도 한다. 일부 연구자들에 의해 다양한 이본들을 검토하여 정밀한 교감校勘을 거친 작품이 ‘표준형’이라는 형태로 제시되기도 하였다. 비록 연구자의 노력에 의해 엄격한 교감을 거쳐 제시된 작품일지라도, 그 역시 ‘표준형’이 아닌 다양한 이본 가운데 하나일 뿐이라는 점은 명확하다.

 

최근 대학입시나 교사 임용시험 등에 다양한 가사 작품들이 새롭게 지문으로 출제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문학이 정답을 위한 시험의 자료로 사용될 수 있는가 하는 점에 대해서는 다양한 의견이 제시될 수 있겠으나, 이전과 달리 새로운 문학 작품들이 대학입시나 임용시험에 활용되는 현상은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하겠다. 그동안 교육 현장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국어 교사들을 적지 않게 만났지만, 대체로 고전문학 작품 중에서도 특히 가사 작품은 가르치기 쉽지 않다는 말을 종종 접하였다. 주요 작품들을 현대어로 옮기고 적절한 주석을 첨부한 책들이 이미 다양하게 출간되었지만, 여전히 작품 이해에 어려움이 적지 않다는 언급이 대부분이었다. 나 역시 연구자로서 가사 작품의 독해가 쉽지 않음을 잘 알고 있기에, 개별 작품들을 쉽게 설명하고 전체적인 흐름을 파악할 수 있는 가사 작품론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었다.

 

그러던 와중에 한국가사문학관에서 2014년 계간지로 창간한 󰡔오늘의 가사문학󰡕의 지면에 ‘가사 명품 산책’을 연재하면서, 그것이 가사 작품론의 집필에 집중할 수 있었던 직접적인 계기로 작용했다. 1년에 네 차례 발간되는 잡지에 작품론을 연재하면서 대상 작품의 전문을 소개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해당 작품의 전체적인 내용과 사용된 용어 등에 관해서도 상세하게 설명하고자 노력했다. 작품론을 집필할 때 대체로 작가와 관련된 내용을 소개하면서, 작품의 창작에 관련된 시대적 상황 등 다양한 정보를 담아내고자 했다. 이 책에는 󰡔오늘의 가사문학󰡕의 ‘가사 명품 산책’에 2018년 여름(17호)부터 2022년 봄(32호)까지 4년 동안 연재했던 16편의 작품론을 묶어, 작가의 활동 시기와 작품의 창작 연대를 고려하여 시대순으로 배치했다. 아울러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의 편의를 위해 가사의 특징과 유형의 분류에 관해 정리한 글을 새롭게 집필하여, 맨 처음의 ‘프롤로그’ 항목으로 수록하였다. 무엇보다 가사 작품들을 꼼꼼하게 읽고 전체의 내용과 흐름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기에, 작품론에서는 개별 작품의 해석과 의미 파악을 할 수 있도록 서술하고자 노력했다.

 

여러 해 전부터 고전문학을 연구자로서 대학에서 전공과목으로 수강하는 학생들은 물론, 각종 시험에 대비하기 위해 문학 작품을 공부하는 이들도 쉽게 접할 수 있는 작품론을 쓰려고 노력하고 있다. 이 책의 출간 역시 그러한 의도의 하나라고 할 수 있으며, 가급적 가사 작품 전체를 소개하면서 독자의 입장에서 원문을 읽고 이해하기 쉽도록 집필하겠다는 원칙을 지키고자 하였다. 그동안 작품의 독해에 어려움을 느꼈던 이들에게, 이 책에 수록된 가사 작품론이 해당 작품을 이해하기 위한 지침으로 다가갈 수 있기를 진심으로 기대한다. 독자들이 여기에 수록된 작품론을 읽고, 가사 작품을 대상으로 출제되는 다양한 시험에 대비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모든 문학 작품은 작품을 창작한 작가와 그가 살았던 시대의 환경을 고려하여 이해할 필요가 있다. 그런 점에서 책의 제목을 출판사에서 제안한 󰡔조선의 오래된 노래들󰡕로 정하고, 여기에 ‘조선 가사 16편으로 만나는 사람과 시대’라는 부제를 달기로 했다. 완성된 원고를 검토하여 출간을 결정한 출판사의 관계자에게 진심으로 감사의 마음을 전하면서, 특히 윤문과 교정을 담당했던 편집자의 역할에 큰 도움을 받았음을 밝혀둔다.

 

이 글을 쓰면서 문득 대학에서 교수로 자리를 잡은 이후, 연구와 교육에 전념했던 세월을 새삼스레 더듬어 보았다. 몇 년 후에 교수로서의 신분을 마감하는 정년을 맞이하게 되는데, 그동안 강의실에서 학생들과 만나고 연구의 결과를 논문으로 발표하는 일을 가장 큰 보람으로 여기고 있다. 그동안 한결같이 옆에서 지켜보며 응원을 아끼지 않았던 아내 심명선은 여전히 나의 학문 생활을 듬직하게 받쳐주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아내의 도움과 응원에 힘입어, 지금까지 연구와 강의에 전력할 수 있었기에 진심으로 고마움의 마음을 전한다. 그동안 연구했던 결과를 독자들이 쉽게 접할 수 있도록, 앞으로도 고전시가 작품들을 소개하는 작업을 꾸준하게 하겠다는 약속을 스스로에게 해 본다. 오랫동안 연구자로서 온축했던 지식을 활용해 쉽고 상세한 설명을 곁들인 작품론을 집필하여 소개하는 작업이야말로, 전공자로서 내가 할 수 있는 마땅한 소임이라는 사실을 잊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2026년 6월

순천의 죽도봉 자락 여중재與衆齋에서

김용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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