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6월 13일 토요일, 드디어 기다리던 날이 밝았습니다. 알펜로버 준회원 가입 후, 처음으로 선배님들과 함께 멀티피치 등반을 위해 도봉산 선인봉을 찾았습니다.
이번에 우리가 다녀온 코스는 역사와 전통이 깊은 요델버트레스입니다. 선인봉에서 가장 길고 재미있기로 유명한 루트인데요, 우리 팀은 1피치부터 3피치까지 깔끔하게 등반하고 안전하게 하강하였습니다.
⛰️ 등반 코스 요약
위치: 도봉산 선인봉 전면부
등반 구간: 1피치 ~ 3피치 (3피치 종료 후 하강)
난이도: 최고 5.11a (슬랩, 크랙, 인공등반 혼합)
등반 시간: 약 3시간
날씨: 최고 온도 약 30도 (더운 날씨였지만, 등반할 때 바람이 선선하게 조금씩 불어주어 정말 좋았습니다!)
동행인 (A팀): 1st (선등): 이민하 등반대장, 2nd: 강현구 (나), 3rd: 유은정 선배
📖 여기서 잠깐! 요델버트레스 개척 정보 알고 가기
블로그 글을 쓰면서 찾아보니 이 길에 담긴 역사가 정말 깊더라고요. 책 *'한국 바위 열전'*을 인용해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요델 클럽에 의해 개척된 선인봉의 대표적 바윗길 중 하나다. 1968년 4월경부터 시작하여 1971년에 작업을 마쳤으나, 이후에 루트를 수정하여 1975년 6월 12일에 완성시켰다. 등반길이는 248미터이며 8마디에서 10마디까지 나누어 등반할 수 있다. 전체적으로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이동하며 정상으로 향하는 흐름을 보이지만 요즘은 하단부 등반이 끝나는 테라스까지 오른 후 인공 등반으로 오르는 상단부 크랙은 생략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한국 바위 열전, 손재식 지음
과거 선배님들의 땀방울이 서린 길을 제가 오르고 있다고 생각하니 등반하는 내내 감회가 새로웠습니다.
🧗 등린이의 눈으로 본 피치별 생생 후기
최고 난이도 5.11a의 매운맛을 보여준 요델버트레스 1피치 출발 지점!
1피치 (5.11a / 약 33m) : 시작부터 매콤한 선인봉의 맛!
선등 자일을 매고 멋지게 올라가는 이민하 등반대장님.리딩 빌레이는 유은정 선배가 든든하게 마크해 주셨습니다. 저는 밑에서 심장을 졸이며 지켜보다가 드디어 제 차례!
최고 난이도인 5.11a 답게 출발하자마자 슬랩과 크랙이 섞여 나와 밸런스 잡기가 어려웠습니다. 특히 첫 번째 볼트에서 위로 올라가기가 쉽지 않아 앞에서 한참을 고민했는데, 그 순간 머릿속을 스치는 기억! 지난번 광호 선배에게 배운 대로 '볼트따기' 기술을 써서 과감하게 한 번에 딛고 일어섰습니다. (광호 형님 감사합니다! 👍)
하지만 '엇, 다음 스텝이 꼬인다...!' 역시 실전은 만만치 않더라고요. 역시 등린이라 아직 배울 게 참 많다는 걸 뼈저리게 느꼈습니다. 저에겐 이 첫 볼트 구간이 요델버트레스 전체를 통틀어 가장 어려웠던 크럭스였던 것 같습니다.
그 고비를 넘기고 나니 좌향 크랙이 나타났습니다. 대장님이 깔아준 자일을 믿고 재밍(Jamming)과 레이백(Layback) 자세를 섞어가며 온 힘을 다해 열심히 치고 올라갔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첫 피치 확보지점에 무사히 도착했을 때의 느껴지는 그 짜릿함! 시작부터 온몸의 근육이 다 깨어나는 기분이었습니다.
2피치 (5.9 / 약 36m) : 자연스러운 크랙 레이백의 재미
1피치보다는 확실히 경사가 완만해져서 홀드가 조금 더 눈에 잘 들어왔습니다. 길게 이어진 크랙 라인을 다시 마주하니 다시 심장이 뛰기 시작하더라고요.
크랙을 잡고 레이백 자세도 취해보고, 상황에 맞춰 재밍도 과감하게 시도하며 한 걸음씩 올라가 보았습니다. 사실 중간에 삐끗하며 추락을 경험하기도 했는데요. 순간 가슴이 철렁했지만, 위에서 대장님이 칼같이 자일을 잡아주신 덕분에 다치지 않고 안전하게 텐션을 받았습니다.
든든하게 지켜주는 대장님이 계시기에, 겁 없는 등린이는 오늘도 바위 위에서 멈추지 않고 오름짓을 계속해 나갈 수 있었습니다!
손에 땀을 쥐게 만들었던 3피치 슬랩 진입 구간, 심장이 쫄깃해집니다.
3피치 (5.10d / 약 26m) : 요델의 하이라이트, 진땀이 쏙 빠지는 구간
여기가 진짜 요델버트레스의 주인공이었습니다. 크랙을 따라 힘차게 올라가다가 턱을 넘어서 왼쪽 슬랩으로 넘어가야 하는 크럭스 구간이 나옵니다. 세컨인데도 고도감이 엄청나서 온몸에 긴장감이 가득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선인봉이 인수봉보다 슬랩 레벨이 확실히 더 높다고 느껴졌습니다. 홀드 잡기도 애매하고, 발자리를 놓기도 애매해서 멘붕이 올 뻔했는데요. 하지만 전 후등이니까 괜찮아요! 🤣 선배님의 든든한 '텐(텐션)'을 받으며 온 힘을 쥐어짜 겨우 턱을 넘어섰습니다.
최고 30도의 더운 날씨 속에서 선인봉에 오르면서 정말 힘들었지만 오름짓을 멈출 수 없었던 것은, 이렇게 자일 속에 서로 의지하며 한 걸음 한 걸음 올라갔을 때 느낀 성취감이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크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오늘도 선배님들의 자일 덕분에 한 단계 더 성장했습니다.
🎓 현장에서 배운 값진 클라이밍 시스템 교육
🧗♂️ 후등 빌레이 & 한 손 클로브히치
시스템의 핵심: 후등자가 올라올 때 줄을 사리다가, 튜브형 하강기로 전환하기 전 클로브히치(까베스땅) 매듭으로 줄을 묶어 확보하는 방식입니다. 후등자와의 사인 미스나 갑작스러운 추락을 막아주는 안전장치입니다.
연습 팁: 한 손으로 클로브히치를 만드는 것은 매끄러운 진행을 위해 필수입니다. 집에서 카라비너와 남는 로프(또는 끈)를 이용해 손에 익을 때까지 반복 연습 필요
🔒 자기확보 백업 시스템 (실전 팁)
시스템의 핵심: 학교에서는 주 확보물 하나만 믿기 쉽지만, 현장에서는 쌍볼트의 다른 라인에도 내 로프를 연결해 백업을 합니다.
안전 이유: 혹시 모를 볼트 파손이나 확보물 이탈이라는 최악의 상황까지 대비하는 철저한 안전 습관.
안 그래도 등린이라 아직 모든 시스템이 익숙하지 않은데, 학교에서 배운 기초에 현장 심화 내용까지 한꺼번에 뇌에 집어넣으려니 제 나쁜 머리가 과부하가 걸린 듯 삐걱삐걱 소리를 내더라고요. 마치 군대에서 다시 이등병으로 돌아간 듯한 어리버리 그 자체였습니다.
💥 번외: "주먹펴고 일어서"에서 맛본 재밍의 처절함
요델버트레스 하강 후에는 선인봉의 유명한 크랙 코스인 "주먹펴고 일어서(5.10d)"에 도전해 보았습니다.
결과는... 정말 제대로 된 재밍의 처절함을 맛보고 내려왔습니다. 😭 손과 발을 크랙에 쑤셔 넣고 버텨야 하는데 마음처럼 쉽게 되지 않더라고요. "혹시 어디 재밍 속성으로 가르쳐 주는 학원이나 고수분 없나요? ㅠㅠ" 크랙 등반의 높은 벽을 실감하며 손등이 얼얼해진 채 하산했습니다.
💬 등반을 마치며
박쥐길, 표범길, 연대베첼로, 그리고 이번에 다녀온 요델버트레스까지... 선배 클라이머들이 정성스럽게 닦아놓은 선인봉의 위대한 명품 고전길들을 하나씩 알아가는 등린이입니다.
아직은 모든 게 어렵고 체력적으로도 힘들지만, 이런 역사 깊은 고전길을 한 피치씩 오르면서 좀 더 마음을 가다듬고 내면적으로도 한 걸음 한 걸음 성장하기를 간절히 기도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