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6월 14일 일요일, 드디어 인수봉의 클래식 크랙 코스인 '취나드A(Chouinard A)'에 도전하고 왔습니다. 최고 난이도 5.10b에 달하는 만만치 않은 길이지만, 최고의 선배들과 함께여서 두려움 없이(사실 조금은 쫄았지만) 다녀올 수 있었습니다.
맑은 하늘로 시작해 갑작스러운 소나기로 하강하기까지, 다이내믹했던 그날의 기록을 시작합니다!
⛰️ 등반 코스 요약
위치: 북한산 인수봉 동면
등반 구간: 1피치 ~ 4피치 (소나기로 인해 3피치 종료 후 하강(대피?))
난이도: 최고 5.10b (슬랩, 크랙, 인공등반 혼합)
등반 시간: 약 4시간 00분(앞 팀 대기로 인해 지체)
날씨: 최저 16, 최고 30도 / 소나기
동행인 : 1st (선등): 강상균 선배, 2nd: 강현구 (나), 3rd: 김광호 선배
🧗 피치별 생생 등반 기록
🥾 어프로치 : 오랜만에 오는 북한산 인수봉
코오롱등산학교 정규반 시절부터 정말 수없이 올라갔던 인수봉입니다. 참 오랜만에 와서 그런지, 평소와 달리 괜히 더 애틋한 감정이 마음 한구석에서 피어올랐습니다.
인수야영장 부근에서 등산로 우측으로 꺾어 들어가면, 오직 바위를 타며 오름짓을 하는 사람들만이 아는 비밀스러운 인수봉 가는 길이 나옵니다.
오늘의 든든한 선등자, 상균 형님을 쫄래쫄래 따라가며 길을 걸었습니다. 혹시 인수봉 어프로치 길이 헷갈리거나 정보가 필요하신 누군가를 위해, 제 가민(Garmin)으로 루트맵을 기록해 두었으니 필요하신 분들은 아래에서 다운로드해 가세요! 👇
0피치 : 오 딱이야~ 편안함 (약간의 대기)
등반기: 취나드A의 진짜 시작점은 심우길과 벗길 등이 있는 '오아시스 구간'부터입니다. 따라서 오아시스까지 올라서는 이 구간은 엄밀히 말하면 어프로치의 연장선입니다. 편의상 '0피치'로 명기해 봅니다.상균형님이 오늘 선등자로 든든하게 깔아주신 로프에 기대어 아주 편안하게 올라갔습니다. 오후에 비 소식이 있어서 그런지 평소 주말보다는 사람이 많이 없는 듯했습니다. 그래도 오아시스에 도착하니 한 20여 분 정도가 계시더군요. 다행히 저희가 갈 취나드A 루트에는 앞 팀 1팀(5명)만 대기하고 있어서 등반하는 데는 크게 무리가 없을 것 같았습니다. 출발지점에 로프를 가져다 놓고, 간식도 야무지게 까먹으며 대기하다가 드디어 본격적인 스타트를 끊었습니다!
1피치 (5.6 / 약 25m) : 시작은 부드럽게..
나의 미션: 2nd로 올라가며 캠과 퀵드로 회수하기!
등반기: 초보 등린이인 나에게 딱 맞는 부드러운 시작이었습니다. 출발 전 광호 형님이 "디딤발을 쓸 때 최대한 무릎을 펴고 바위 쪽으로 몸을 붙여" 조언을 머릿속으로 계속 되새기며, 한 발 한 발 집중해 내딛다 보니 어느새 1피치 완료! 첫 단추가 아주 좋았습니다.
2피치 (5.8 / 약 35m) : 조금씩 다가오는 어두운 그림자
대기 시간은 곧 교육 시간: 선등한 상균 형님이 먼저 도착했으나 앞 팀이 밀려 지연되었습니다. 덕분에 확보지점에서 광호 형님과 꽤 오랜 시간을 보냈습니다. 나의 '지도교수님'인 광호 형님은 항상 조용조용하게 많은 것을 알려주십니다. 오늘도 자세 교정부터 이런저런 꿀팁들을.. 지난번엔 볼트따기를 몸소 시범까지 보여주시며 가르쳐주셨습니다.
복병의 등장: 오랜 휴식 끝에 다시 출발! 두 번째 볼트에서 퀵드로는 회수하지 않고 로프만 통과시킨 뒤 진입했습니다. 그런데 약간 침니처럼 넓은 크랙이라 줄을 통과시키고 크랙 안쪽으로 몸을 틀어버리니, 홀드와 발자리가 전혀 보이지 않았습니다. 몇 번을 시도하다가 머뭇거리게 되더군요.
형님들의 특급 아바타 빌레이: "형님~ 현구 발자리 좀 봐주세요!" 저 위에서 지켜보던 상균 형님의 외침에 광호 형님의 원격 지도가 시작되었습니다. "크랙에서 나와 왼발은 슬랩 부분을 밀고, 오른발은 크랙 부분을 딛어!" 신기하게도 가르쳐주신 대로 하니 몸이 올라갔습니다. 2피치 무사 완료!
시스템 가동: 확보지점 공간이 편해 광호 형님까지 한 번에 올리기로 했습니다. 앞서 배웠던 확보자 백업 및 후등 빌레이 시스템을 기억하며 차근차근 가동했습니다. 나름 조금씩 성장하고 있는 것 같아 뿌듯함이 밀려왔습니다.
3피치 (5.10b / 약 30m) : 지난 세월의 파노라마, 그리고 소나기
상균 형님의 명품 리딩: 드디어 취나드A의 크럭스인 3피치입니다. 오버행 구간을 지나 약 20m의 수직 크랙을 치고 올라가야 합니다. 오버행을 넘어가면 선등자가 보이지 않아 빌레이어도 긴장되는 루트입니다. 하지만 상균 형님은 거침이 없었습니다. 오버행에서 좌측 발끝으로 밀고 우측 발끝을 우측 크랙 날등 상단부에 정확히 안착시키는 모습! 선배들이 이야기하는 교범 그 자체인 움직임에 절로 경외감이 들었습니다.
등린이의 눈물겨운 크럭스 돌파: 예상보다 빠르게 마무리한 상균 형님의 "출발~!" 신호에 긴장감이 온몸으로 퍼졌습니다. 어찌어찌 오버행 밑까지 갔으나 뻣뻣한 나의 골반으로는 형들처럼 오른발을 날등에 올리는 게 불가능했습니다. 뇌정지가 왔지만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를 속으로 외치며 오른쪽 무릎을 날등에 겨우 걸쳐서 억지로 일어섰습니다! 해냈다는 뿌듯함도 잠시...
끝없는 째밍(Jamming)의 연속: 여기만 통과하면 끝인 줄 알았는데, 눈앞에 길게 뻗은 크랙이 칼날처럼 나에게 내리꽂히는 느낌이었습니다. 아, 끝없는 째밍의 연속. 왼손은 크랙 사이에 끼우고, 왼발은 날을 세워 크랙 속에 박아 넣고, 골반을 크랙에 바짝 붙여 올리기. 이 짓을 수십, 수백 번 반복하며 필사적으로 버텼습니다.
"비야 안 돼~!" 하늘 향한 이상한 주문: 그때 갑자기 하늘에서 물방울이 떨어졌습니다. 소나기였습니다! 바위는 순식간에 미끄러워졌고, 째밍이 힘들어 잠시라도 발을 크랙 바깥으로 올리는 순간 찌르르 미끄러졌습니다. 역시 크랙에선 째밍밖에 답이 없었습니다. 그 와중에 저 위에서 상균 형님이 고함으로 이상한 주문(?)을 외치는데 두려움 속에서 허우적대던 저에겐 제대로 들릴 리 없었습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광호 형 올라올 때까지 안 돼~ 비야 멈춰줘!" 라는 간절히 날씨가 맑아지길 기원하는 주문이었습니다. (그땐 저한테 빨리 올라오라고 소리치시는 줄 알았습니다. ㅋㅋ)
🛑 아쉬운 등반 종료, 하지만 값진 경험
안전이 최우선!: 아래, 위에서 외쳐주시는 형님들의 격려와 응원 덕분에 눈물겹게 3피치 완료를 찍었습니다. 하지만 비는 점점 더 굵어졌고, 결국 저희는 하강을 결정했습니다.
마무리하며: 올인챌리저 취나드A 완등을 눈앞에 두고 비 때문에 내려와야 해서 아쉬움은 정말 컸습니다. 하지만, 소나기라는 돌발 상황 속에서 형님들의 침착한 리딩과 격려, 그리고 현장에서 온몸으로 배운 값진 시스템 교육(특히, 비상사태 시 하강 탈출) 그리고 멋진 카우보이 로프 던지기 기술로 크랙 사이에 낀 로프 빼내기 등 다급한 상황 속에서도 침착하게 상황을 대처하시는 선배들의 모습을 지켜본 것을 오늘의 그 어떤 완등보다 값진 선물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