老齡에 自慰을 위한 詩
신경증 神經症
-은파
알 듯 모를 듯
갑자기 조여오는
정체불명의 힘에
온 정신이 어지럽다
불안이 엄습해 올 때마다
깊은 숨구멍으로 삼켜
잘도 소화시켜 왔는데
이번 것은 좀 다르다
이러다 질식하는 건 아닌지
예쁘게 살고 싶었는데
신경증이 가만두지 않는다
한때는 나를 위해 움직였던
모든 것들이 배반의 길로
가는 것이 아닌지 두렵다
언젠가는
온몸의 사지를 태워
강물에 던져야 할 때가 오겠지
누군가 수습해 따뜻한 양지에
묻어 줄지도 모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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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아니면 안 된다는 생각들
불안증은 선물이자 축복이다
<……>
그렇다면 현실은 어떠한가?
내가 없으면 세상이 돌아가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은 큰 착각에 불과하다.
내가 없어도 회사는 돌아가게 되어있다. 조직이라는 곳이 어느 한 사람이 빠진다고 해서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
내가 없으면 다른 누군가가 그 자리를 채우면 되는 것이다.
자동차 기름이나 배터리가 방전되면 그 역시 채우면 될 일이다.
걱정하던 일은 시작이 지나고 보면 그냥 걱정으로 끝나는 것이 대부분이다.
또한 불안증이라는 놈은 기대를 크게 자지고 있기 때문에 찾아오는 것이고,
한걸음 물러나서 생각하면 별겻 아닌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그것이 내 문제가 되면 상황은 전혀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가서
끝없는 걱정이 쌓이게 된다. 참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다.
그러면 불안증은 어떻게 보아야 할까?
하이데거는 어떠한 기분에 젖어있은 상태를 유정성有情性이라고 표현한다.
불안증도 하이데거가 말하는 유정성의 일부분이 아닐까 싶은데
이 글에서는 이런 전제하에 불안증을 살펴보고자 한다.
신경증이라는 시를 쓰기 전까지는 모든 일이 순조롭게 풀리고 있었다.
여름이었는데 휴가를 어디로 갈지. 어떤 숙소를 잡을 것인지, 휴가 중 필요한 물품은
언제까지 준비를 마칠 것인지 등을 생각하면서 들뜬 기분으로 지냈다.
하지만 한 통의 전화로 모든 것이 날아가 버렸다.
일이란 것이 그런가 보다. 하나가 풀리지 않으니
연달아서 생각지도 않았던 일들이 겹치기 시작했고,
나중에는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일이 커지고 말았다.
이러한 상황에 놓이자 전에 생각했던 휴가 계획은 머릿속에서 떠나버려 이미 내 일이 아니었다.
그 대신 닥친 일에 대해 푸념이 쌓여 갔다. 그리고 어떻게 일을 해결해야 할지
불안해하며 하나하나 풀어갔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
불안증은 갑자기 습격(닥쳐오는 것) 해 오는 것이라고 하이데거는 말한다.
신경증(神經症)이라는 시를 바탕으로 생각해 보면 불안증이 어떻게 닦아오는지 알 수 있다.
우리는 불안증에 대하여 흔히들 마음에서 주관적으로 나오는 것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하이데거는 불안증은 갑자기 피어오르는 것이라고 말한다.
즉 불안증은 ‘안’에서부터 오는 것도
‘밖’에서부터 오는 것도 아니다. 다만 우리를 에워싸고 있는 사물이나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 전적으로 달려 있다고 할 수 있다.
<……>
그렇다면 불안증이 사람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를 생각해 보자.
<……>
다만 모든 인간은 사회에 의존하도록 태어났기 때문에
어찌 보면 의존성은 우리의 숙명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불안증은 사회 속에서, 관계를 근거로 해서 발생하는 것이니
무조건 부정적으로 생각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왜냐하면, 우리가 불안증을 지배할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것이 우리의 자유를 훼손하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는 갑작스럽게 습격해오는 불안증 때문에 이를 극복하기 위한 시스템을 평소에 갖춰놓는다.
따라서 불안증은 결코 부정적이기만 한 것이 아니라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원동력이기도 하다.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불안증은 극복해야 할 대상이 아니라 내면화해야 할 성질의 것이 된다.
그러니 이제는 불안증으로 인해 과도하게 걱정하지 않았으면 한다.
불안증은 신의 선물이자 축복이 될 수도 있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불안증을 적당한 선에서 잘 다스려
우리의 삶을 좀먹지 않도록 하면서,
이를 기회로 잘 활용하여 각종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것이다.
오늘부터라도 불안을 평생 동반자로 삼고
남은 길은 뚜벅뚜벅 걸어가 보면 어떨까. -025~
출처> 도서>[철학을 만나 오늘도 잘 살았습니다] 은파 지음
≪후기≫유성 박한곤
늙음을 달래는 자위적인 시를 찾아본다.
시詩가 주는 감흥이 새롭기만 하니
노년이라는 연륜을 더해 갈수록 병고는 늘어가고
그와 합세하는 고독까지 음습하여
불안증에 휩싸이게 됨이
소수에서 다수로 늘어가는 슬픔,
"한때는 나를 위해 움직였던
모든 것들이 배반의 길로
가는 것이 아닌지 두렵다"<<신경증> 시 중에서>
노년이라는 연륜을 더해 갈수록 병고는 늘어가고
그와 합세하는 고독까지 음습하여
불안증에 휩싸이게 됨이
소수에서 다수로 늘어가는 슬픔,
"한때는 나를 위해 움직였던
모든 것들이 배반의 길로
가는 것이 아닌지 두렵다"<<신경증> 시 중에서>
기쁨과 불안증이 있기에 생각하는 동물을
동물 아닌 인간이라 칭한다.
웃는 기분으로 신경증을 음미하니
격했던 마음가짐을 열어보는 부끄러움! 같은 감정이
불안의 찌꺼기를 떨치게 하는 묘한 진통鎭痛을 느끼게 한다.
금을 내다 팔기 위해 보석상에 가본다면
유명인의 것이라고 값을 더해 주지 않는 것처럼
글을 처음부터 편독할 필요 필요가 있을까!
누가 채굴한 금이라도 동등한 가치로 여겨지는
금은 금일뿐이다.
그래서 진리 역시 시대와 환경을 초월함에 두 말이 필요 없다.
좋은 시는
숨어울며 더 넓은 바람소리를 낸다.
사람에 불안증은 감정의 유해균이라 할 수 있고
평안은 유익균이라 할 수 있다.
빈곤한 사고思考力으로 사는 동안 불안증은 스며들기 마련이다.
그래서 인간에게
배움이라는 의무가 주어진 것으로 여김을 받아들여야 한다.
인생길 걷기 위한 방법에서 불안을 피해가는 길을 안다는 것은
참으로 다행한 일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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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 김인태 (은파)=글 쓰는 직장인이자 카카오 브런치 작가. 하이데거라는 안경을 통해
또 하나의 페르소나를 써나가고 있다.
저서로는 시집 『숲이 있어 길도 있다』, 카카오 브런치 북으로는 『 ID 119 어린 왕자』,
『만만하니 체질 10가지 감정』이 있다. 본명은 김인태, 외교부와 뉴욕 총영사관에서 외교관으로 근무하였다.
현재는 전북 도의회 사무처장으로 재직 중이다. 군산 제일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전북대 행정대학원
석사과정을 수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