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닷길이 만든 충남의 역사... "논산도 바다와 연결돼 있었다"태안 난파선부터 강경포·시진포까지... "충남의 바다는 살아있는
작성자신성복(하양)작성시간26.06.12조회수3 목록 댓글 026.06.11 10:45ㅣ최종 업데이트 26.06.11 10:45
바닷길이 만든 충남의 역사... "논산도 바다와 연결돼 있었다"태안 난파선부터 강경포·시진포까지... "충남의 바다는 살아있는 역사박물관"
▲문경호 공주대 역사교육과 교수가 10일 논산문화원에서 열린 충남학 강좌에서 ‘충남의 바다와 해양유산’을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 서준석관련사진보기
"바다가 없는 도시라고 생각했던 논산이 사실은 바닷길로 번성한 도시였다."
10일 오후 2시 논산문화원에서 열린 충남학 강좌는 시민들에게 익숙한 고장을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보게 한 시간이었다. 고려와 조선 시대 충남의 바다는 단순한 해안선이 아니라 국가 경제를 움직인 물류망이었고, 논산 역시 그 바닷길과 긴밀하게 연결돼 있었다.
이날 강연은 논산문화원이 시민들의 지역사 이해를 돕기 위해 마련한 충남학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진행됐다. 강사로 나선 문경호 공주대 역사교육과 교수는 '충남의 바다와 해양유산'을 주제로 충남 해안과 금강 수계에 남겨진 역사적 흔적들을 쉽고 흥미롭게 풀어냈다. 강의실을 가득 메운 수강생들은 2시간 가까운 강연 내내 자리를 뜨지 않았고, 강의가 끝난 뒤에도 질문이 이어질 만큼 높은 관심을 보였다.
▲문경호 공주대 역사교육과 교수가 10일 논산문화원 충남학 강좌에서 태안 앞바다 수중문화유산 발굴 일화를 소개하고 있다. 문 교수는 고려청자 보물선 발견의 계기가 된 쭈꾸미잡이 어선 이야기를 전하며 "태안에는 이를 기념하는 쭈꾸미 공덕비까지 세워져 있다"고 설명해 수강생들의 관심을 끌었다. ⓒ 서준석관련사진보기
일반적으로 충남의 역사라고 하면 백제문화나 내포문화권을 떠올리기 쉽다. 그러나 문 교수는 "충남의 역사는 곧 바닷길의 역사"라며, 태안 앞바다의 수중유산과 금강 수운을 통해 번성했던 강경포·시진포의 역사를 소개하며 충남 해양유산의 가치를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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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고려와 조선 시대 충남 서해안이 남부 지방의 물산이 한양으로 올라가는 국가 물류망의 핵심 통로였다고 설명했다. 특히 태안반도 일대는 전라도와 경상도에서 거둔 세곡과 물자가 반드시 지나야 하는 길목이었다. 반면 안흥량은 암초와 급류가 많아 수많은 선박이 침몰한 '죽음의 바닷길'이기도 했다.
강의의 백미는 태안 앞바다에서 발견된 고려시대 난파선 이야기였다.
▲문경호 공주대 역사교육과 교수가 10일 논산문화원에서 열린 충남학 강좌에서 태안 앞바다에서 발견된 고려시대 난파선과 수중문화유산의 가치를 설명하고 있다. 문 교수는 고려청자와 목간, 선원들의 생활 흔적이 담긴 난파선 사례를 소개하며 충남 해양유산이 지닌 역사적 의미를 생생하게 전달했다. ⓒ 서준석관련사진보기
문경호 교수는 태안선과 마도 1·2·3·4호선 발굴 사례를 소개하며 "바다 밑에 잠들어 있던 배들은 난파선이 아니라 당시 사람들의 삶을 그대로 간직한 타임캡슐"이라고 말했다.
실제 태안선에서는 고려청자 2만 3000여 점과 목간, 선원으로 추정되는 30대 남성의 인골까지 발견됐다. 마도선에서는 곡물과 젓갈, 관료들에게 보내는 물품, 선원들이 사용하던 솥과 빗, 장기알까지 출토돼 고려인의 생활상을 생생하게 보여주고 있다.
특히 참석자들의 관심을 끈 대목은 논산과 해양유산의 연결고리였다.
▲문경호 공주대 역사교육과 교수가 10일 논산문화원에서 열린 충남학 강좌에서 논산과 관련된 역사 기록을 소개하며 강연하고 있다. 문 교수는 PPT 자료를 통해 시진포와 강경포를 중심으로 한 금강 수운의 역사와 논산이 해상 교통망과 연결돼 있었던 과정을 설명하며 수강생들의 관심을 모았다. ⓒ 서준석관련사진보기
문 교수는 금강 수운을 중심으로 번성했던 시진포와 강경포를 소개하며 "오늘날 내륙도시로 인식되는 논산 역시 과거에는 바다와 연결된 물류 중심지였다"고 설명했다. 고려와 조선 시대 금강을 따라 오가던 배들은 논산천과 연결된 시진포를 이용했고, 이후 강경포는 조선 후기 전국 3대 시장 가운데 하나로 성장하며 충청·호남권 물류의 중심 역할을 담당했다.
관촉사 은진미륵과 옛 시진포의 관계를 설명하는 대목에서는 수강생들의 메모가 이어졌다. 문 교수는 고려시대 수로와 관촉사의 연관성을 소개하며 "문화유산은 개별 유적이 아니라 교통과 경제, 사람의 이동 속에서 이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경호 공주대 역사교육과 교수가 10일 논산문화원에서 열린 충남학 강좌를 마친 뒤 수강생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문 교수는 충남 해양유산과 금강 수운, 논산의 옛 포구 역사 등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주며 시민들과 소통하는 시간을 가졌다. ⓒ 서준석관련사진보기
강연에 참석한 시민들은 "그동안 충남의 바다를 단순한 관광지 정도로만 생각했는데 역사적 가치가 이렇게 큰 줄 몰랐다"며 "특히 태안 앞바다에서 발견된 난파선 이야기와 강경포의 역사가 인상 깊었다"고 입을 모았다.
문 교수는 강의를 마무리하며 "충남 해안은 고려와 조선 1000년 조운의 역사이자 상업과 해군의 역사"라며 "갯벌과 포구, 조창과 수군진, 수중문화유산을 체계적으로 보존하고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충남의 바다는 단순한 풍경이 아니었다. 태안의 갯벌 아래 잠든 고려청자와 강경포의 뱃고동 소리, 그리고 관촉사로 이어지던 옛 수로까지. 이날 강의는 시민들에게 충남의 바다가 품고 있는 또 하나의 역사를 새롭게 발견하는 시간이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논산포커스에도 실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