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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선껌은 어느 역까지 불어야 할까 - 박경순

작성자꽃사슴|작성시간26.06.11|조회수0 목록 댓글 0

풍선껌은 어느 역까지 불어야 할까 - 박경순

 

완행열차는

시간을 천천히 씹어 삼키는 짐승이었다

청량리 플랫폼에 내려

한 사내가 주머니를 뒤집는다

먼지와 동전 몇 닢,

바스락거리는 하루의 잔고

그는 납작한 설탕을 샀다

말하지 못한 문장처럼

입안에서 녹다 질겨지는 것

아내는 껌을 받아 들고

잠시 따온 별처럼 웃었겠지

그는 껌딱지가 되고 싶었을 것이다

떨어지지 않는 시간,

신발 바닥에 붙어 끝내 함께 가는 운명처럼

그사이 낡은 연애의 역들은

하나둘 무정차로 통과해 버렸다

연서는 은박지 속에서 반짝이다

침묵으로 접혔고

사랑은 질겅질겅

단물을 잃은 뒤에도 버려지지 못한 채

이 사이에 남아있는 말이 되었다

아내는 말한다

“이제 선물은 말고 미역국이나 끓여줘요”

국물은 오래 끓일수록 맑아지지만

그 속에서 사라지는 것들도 있다

그녀는 알까

미역국에서 빠진 것이 소금이 아니라

처음 불던 풍선의 크기라는 걸

우리들은 모두

입안 가득 공기를 모아

터질 줄 알면서도

투명한 풍선을 불고 싶은가

사라진 완행열차 대신

빠르게 달리는 시간 속에서

잠시라도

둥글게 부풀어 오르는

기억도 나지 않는

어제의 숨을 보고 싶어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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