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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음식 맛이 없다고 타박하는 대통령은 없었어요". 엄상익(변호사)

작성자Jun Youn-kyu|작성시간21.09.28|조회수77 목록 댓글 1
“음식 맛이 없다고 타박하는 대통령은 없었어요"
음식뿐만 아니라 퇴임 후의 사는 집 그리고 가지고 있는 돈도 검소한 보통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엄상익(변호사)     


  이천이십일년 구월이십일일 추석이었다. 감옥에 있는 박근혜 이명박 두 전 대통령의 명절식단이 자그마한 기사로 떴다. 박근혜 대통령의 아침은 빵과 수프 양상추 샐러드에 음료는 두유였다. 점심은 감자탕이고 저녁은 돈가스였다. 그 외 특식으로 약과 한 봉지가 지급된다고 했다. 이명박 대통령의 아침은 수프와 핫도그이고 점심은 배추 된장국에 당면 볶음이었다. 저녁은 호박찌개에 떡볶음이었다. 복숭아와 망고 쥬스가 점심 때 특별히 제공됐다고 했다. 구름 위에서 군림하다가 세상의 가장 밑바닥에 떨어진 전직 대통령들이 식욕이 제대로 있을까.
  
  입맛이 아니라 무서운 의지로 음식을 집어 넣는 경우도 있었던 것 같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안전기획부 지하실과 육군교도소에 갇혀 있었다. 그에게 식판의 밥을 날라주던 수사관은 밥알 하나 남김없이 철저하게 먹던 김대중 대통령의 모습을 전했다.
  
  청와대에서 대통령을 할 때 그들의 식단은 어땠을까. 보통사람들은 얼핏 옛날 임금님의 수라상을 상상한다. 한 방송에서 대통령의 요리사가 인터뷰하는 장면을 봤다.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 박근혜 문재인 대통령까지 이십 년이 넘게 대통령들의 삼시 세 끼를 담당하던 청와대 주방의 책임자 천상현씨였다. 서른한 살 무렵 신라호텔에서 중국 음식을 만들다가 청와대로 들어가 일하게 됐다고 했다.
  
  “대통령들의 아침 식단은 어떤가요?”
  진행자가 물었다.
  
  “대통령 내외가 드시는 아침은 밥과 국 생선 한 토막 김치와 나물 정도입니다. 대통령의 밥상이라고 금가루를 뿌리는 건 아닙니다. 보통 가정하고 똑같아요.”
  
  “역대 대통령들의 식성은 어떠셨어요?”
  사회자의 눈에 호기심이 가득했다.
  
  “김대중 대통령은 홍어회를 좋아하셨어요. 산낙지도 좋아하시고 조기 찌개를 많이 끓였죠. 음식을 가리지 않고 다양하게 많이 드시는 편이었어요. 영부인이신 이희호 여사는 저희와 김장도 같이 하시고 추석 송편도 같이 만드셨죠. 청와대는 배추 이백 통 정도 김장을 했어요. 노무현 대통령은 서민적이셨죠. 음식을 가리지 않고 드셨어요. 술도 맥주 막걸리 가리지 않았죠. 다만 밀가루 알러지가 있어서 국수는 쌀국수로 대신했어요. 그런데도 일요일에는 저희들을 쉬게 하고 영부인과 관저에서 직접 라면을 끓여 드셨어요. 밀가루 알러지도 상황에 따라 다른 것 같아요. 그런 때는 라면을 드셔도 이상이 없었으니까요. 이명박 대통령은 바베큐를 즐기셨어요. 삼겹살도 많이 구웠죠. 청와대 경내 자체 환경이 바베큐 파티를 하기는 좋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은 청와대 근처의 일반 식당에 갑자기 가시는 적도 있었어요. 박근혜 대통령은 편식을 하는 분은 아니었죠. 여러 종류의 야채를 골고루 드셨어요. 그런데 늘 혼자 식사를 하셨어요. 오랫동안 혼자서 살아온 습관인 것 같아요.”
  
  “보통 사람도 음식 투정을 하거나 잔소리도 하는데 대통령들은 어땠습니까?”
  대통령들의 숨어있는 인품이 나타나는 민감한 질문일 수도 있었다.
  
  “음식 맛이 없다고 타박하는 대통령은 없었어요. 다만 음식이 좀 싱겁네요 짜네요 정도는 말씀하셨죠. 제가 이십 년 동안 청와대 주방에 있으면서 보면 역대 대통령들이 다 음식을 가리지 않고 잘 드시는 것 같았어요. 노무현 대통령은 항상 저를 보시면 ‘잘 먹었습니다. 고맙습니다’라고 말씀하셨어요. 밖에 있는 저를 보고 ‘들어와서 같이 듭시다’라고 하신 적도 있죠.”
  
  전직 대통령들의 밥상이 소박한 것 같았다. 아랫사람들을 대하는 태도를 보아도 나름대로 다들 인품이 좋아 보였다. 일본은 ‘국민식단’을 만들어 천황부터 일반 국민까지 같은 음식을 먹은 적이 있다고 했다. 박물관에서 그 식단의 모형을 본 적이 있다. 식판 위에 밥과 된장국 그리고 두 개쯤의 반찬이었던 것 같다. 대통령이 자신을 낮추고 가장 보통사람일 때 국민들은 존경한다. 국민을 가르치려고 하지 않고 자신의 행동으로 직접 보여줄 때 사람들은 대통령을 지도자로 인정할 것 같다. 음식뿐만 아니라 퇴임 후의 사는 집 그리고 가지고 있는 돈도 검소한 보통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 2021-09-27, 21:4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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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원문 : 경북중고40 동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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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Jun Youn-kyu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1.09.28 감사합니다. 전윤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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