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1948년 폴 새뮤얼슨 미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가 ‘경제학’을 쓴 후 대부분의 경제원론은 이를 원전 삼아 집필됐다. 새뮤얼슨은 사변적 서술과 학설사(學說史) 중심의 집필 방식을 과감하게 버리고 그래프와 방정식을 이용해 명징하게 논리를 폈다. 그러나 1997년 그레고리 맨큐 미 하버드대 교수의 책이 나오면서 서술 방식에 또 한번의 변혁이 일어났다. 수학의 사용을 최소화하는 대신 풍부한 사례와 우화(寓話)를 활용해 초보자라도 쉽게 경제현상을 이해할 수 있게 한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중학생 논술 강좌의 교재로 쓰일 정도다.
▽맨큐는 정부의 적극적인 역할을 지지하는 신(新)케인스 학파에 속하면서도 ‘감세(減稅)로 인한 재정적자의 부작용이 생각처럼 크지 않다’는 논지를 폈다. 그 덕에 조지 W 부시 행정부의 백악관경제자문위원회 위원장으로 활동했다. 29세에 하버드대 최연소 정교수가 된 맨큐는 통화 및 재정이론에서 가장 앞서 가는 학자다. 그래서 ‘학문적 성과’로서가 아니라 ‘베스트셀러 교과서 저자’로만 알려지는 것을 달가워하지 않는다. 번역한 김경환, 김종석 교수도 교과서 역자로 기억되는 것을 마뜩잖아 한다.
▽국내 경제학자들이 ‘맨큐의 경제학’을 차기 대통령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으로 꼽았다. ‘경제 대통령’을 표방하지 않는 후보라도 한 번쯤 읽어야 할 책이다. 선거운동 하느라 바쁘다면 한국 사례가 자주 나오는 ‘생산과 성장’편만이라도 훑어보길 바란다. 요약하면 이렇다. “한국이 수십 년 만에 선진국 문턱에 들어선 것은 높은 성장률 덕분이다. 부자 나라가 계속 부자로 남거나 빈국이 가난에서 벗어나지 못하라는 법은 없다. 모두 성장률에 달렸다.”
허승호 논설위원 tigera@donga.com
맨큐의 경제학 (4판) Principles of economics
그레고리 맨큐| 김경환 역| 교보문고| 2007.01.01 | 1,032p | ISBN : 8970857907

| 맨큐의 경제학 (3판 ) Principles of economics |
| 그레고리 N. 맨큐| 김종석, 김경환 역| 교보문고| 2005.01.01 | 984p | ISBN : 8970856188 |
| 작가 소개 |
| 저자 | 그레고리 맨큐 |
| 하버드대학교 경제학과에 재직하고 있다. 그는 프린스턴대학교를 졸업하고 MIT에서 공부했으며, 거시경제학.미시경제학.통계학.경제학 원론 등 많은 과목을 강의했다. 맨큐 교수는 많은 저술과 학술 토론, 정책 토론에도 활발하게 참여하고 있다. 그의 논문들은 [American Economic Review], [Journal of Political Economy], [Quarterly Journal of Economics]등 주요 학술지에 게재되었으며, [The New York Times], [The Financial Times], [The Wall Street Journal], [Fortune]등에 기고하기도 했다. 맨큐 교수가 쓴 [Macroeconomics](Worth Publishers)는 거시경제학 교과서의 베스트셀러다. 그는 강의.연구.저술 활동뿐만 아니라 미국의 싱크 탱크인 National Bureau of Economic Research의 연구위원이며, 보스턴 연방준비은행과 의회예산처(Congressional Budget Office)의 자문교수다. 또 ETS의 경제학 시험문제 개발위원회 위원이기도 하다. 2003년부터 2005년까지 미국대통령 경제자문위원회(Council of Economic Advisors) 의장을 역임했다. [인터파크 제공] |
| 목차 |
|
제1부 서론 [알라딘 제공]
|
| 경제학원론 맨큐.테일러 ‘지구 점령’ | |||||
| |||||
|
국내 경제분야의 스테디셀러 작가는 누굴까.
다름 아닌 그레고리 맨큐(N. Gregory Mankiw) 교수다. ‘맨큐의 경제학(이하 맨큐)’으로 더 친숙한 그의 이름은 국내 경제학원론 교재의 대명사로 자리를 잡았다. ‘경제학원론 교수 이름은 몰라도 맨큐는 안다’는 우스갯소리가 들릴 정도로 캠퍼스 내에서 맨큐가 갖는브랜드 파워는 강력하다. 99년 국내에 초판을 낸 이래 매년 2만5000권 이상을 판 맨큐는 최근 4번째 개정 번역판을 내놓으면서 판매부수 20만권을 넘겼다.
통상 대학교재가 1년 동안 1만권 이상 팔리면 베스트셀러로 불리는 것을 감안하면 2배가 넘는 수치다. 교재가 아닌 일반 경제경영 서적도 10만권을 넘기면 스테디셀러 반열에 들은 것을 간주할 때 맨큐의 성공은 불황을 거듭한 국내 출판계에 조용한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1997년 미국에서 출간된 이 책은 이미 집필 전부터 화제를 모았다. 87년 29살의 나이로 하버드대 최연소 정교수가 된 그의 이력은 차치하더라도 맨큐가 이 책을 쓰기 전 출판사로부터 기한을 정하지 않은 채 140만달러의 거액을 받은 사실은 미 출판계에서 두고두고 회자되는 일이다. 출간되기 전인 95년 3월, 뉴욕타임스는 ‘블록버스터 경제학 서적을 찾는 출판업자들(Publishers Seek Blockbuster Economics Textbook)’이란 글에서 “(맨큐의 집필 계약금액은) 다른 교재 저자보다도 3배나 많은 금액”이라며 책의 성공여부에 관심을 보였다.
■ 맨큐, 한국에서만 20만부 이상 판매 ■ 결과는 대성공. 전 세계 20개국의 번역판과 번안본(유럽, 캐나다, 오스트레일리아)을 내놓았다. 영어판으로만 100만권 이상 팔려 그전, 반세기 동안 대학 도서관을 점령한 ‘새뮤얼슨 경제학원론(48년 초판, 16쇄 인쇄)’을 밀어냈다. 맨큐의 인기비결은 ‘쉽고 재밌게’로 설명된다. 99년 초판 당시 국내 대학서적 중 최초로 올 컬러로 출간됐다. 그 전까지 경제학원론 서적은 사진 없이 빡빡한 글자와 그래프, 수식, 한자 등이 섞여 있던 소위 딱딱한 대학교재였다. 맨큐가 서문에서 그리스 시인 칼리마쿠스의 ‘두꺼운 책은 지루하다’라는 말을 인용한 데서 알 수 있듯이 이 책은 철저히 학생들 눈높이에 맞춰져 있다. 딱딱한 이론을 설명하기보다 사례 분석과 정책을 통해 경제 문제에 접근했다.
‘타이거 우즈가 자기 집 잔디를 직접 깎아야 할까’라는 문제제기를 통해 비교우위 원리를 설명하거나 임금소득과 차별을 설명하는 부분에서는 영화배우 브래드 피트 사진을 넣어 ‘좋은 외모가 주는 경제적 혜택은 얼마나 될까’라고 화두를 던진다.
마치 어린아이가 호기심을 갖고 물어볼 질문을 경제학 관점에서 흥미롭게 풀어내는 것이 이 책의 장점이자 인기 비결인 셈이다. 김경환 서강대 교수는 “개정판마다 사례 연구와 뉴스 등을 꾸준히 업데이트하면서 읽는 독자로 하여금 경제학이 실생활과 밀접하게 관련이 있다는 사실을 일깨워준다”고 설명했다.
한편에선 ‘경제원리 설명에 충실하지 못하다’ ‘백과사전이나 잡지 같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게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대학생뿐 아니라 일반인들도 경제원리를 이해하고 흥미를 갖게 만들었다는 점에서 비판자들도 고개를 끄덕인다. 번역본을 낸 교보문고의 김미숙 출판 담당자는 “한 번은 강원도에서 목장을 운영하는 분이 전화를 해 경제원리를 알기 쉽게 설명해 이해가 빠르고 실생활에도 도움이 된다고 얘기했다”고 후일담을 전했다. 경제학 교과서의 패러다임을 바꿨다는 데는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 최소한 딱딱하고 지루한 대학교재의 분위기를 바꿨다는 데 이의를 달 사람은 없다. 물론 ‘쉽고 재밌는’ 경제학 강의를 따지자면 미국 스탠퍼드대의 존 테일러 교수가 원조다.
동부(하버드대)에 맨큐가 있다면 서부(스탠퍼드대)에는 테일러라는 말이 있을 만큼 그의 강의는 명성이 자자하다. 특히, 테일러 준칙(잠깐용어 참조)은 전 세계 중앙은행이 통화정책의 기본 모델로 채택할 만큼 정평이 났다. 또 미국의 ‘경제 대통령’으로 불리던 앨런 그린스펀 전 FRB 의장도 테일러 준칙에 의거해 금리를 조절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의 이론과 실전 노하우가 들어간 테일러 경제학은 2002년 3판부터 시중에 번역돼 나왔다.
이상규 경희대 국제경영학부 교수는 “수요공급 원리 등 경제학의 기본 원리에 충실하면서 흥미로운 예제와 최신 경제정책 등이 적절히 섞여 학생과 교수 모두에게 호평을 받는다”고 평했다. 맨큐 성공에 자극을 받아 출판업자들은 스타급 경제학자들을 속속 교과서로 불러내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미 스탠퍼드대의 존 B. 테일러 교수, 미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현 의장인 벤 버냉키와 코넬대 존슨경영대학원의 로버트 프랭크 교수, 국제 경제학의 대가이자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로 활약한 폴 크루그먼 등도 최근 1~2년 간격을 두고 잇달아 경제학원론 책을 출간했다. 버냉키·프랭크 경제학(3판)은 지난해 말 처음 국내에 선보였다. 이 책 역시 8개 핵심 경제원리를 바탕으로 각 장마다 실생활에 적용할 수 있는 사례를 소개, 적용시키고 있다.
특히 장마다 경제적 사유(Economic Naturalist)라는 칼럼 형식 코너를 통해 미국 경제뿐 아니라 세계 경제에 일어나는 각종 경제적 이슈를 다루고 있다. 곽노선 서강대 교수는 “미국뿐 아니라 국내 경제 상황을 설명해 주는 그래프, 표, 데이터 등도 같이 실어 이해도를 높였다”며 “필자가 원작의 기본 틀을 유지하는 범위 내에서 그래프나 표, 경제 사례 등을 허용한 만큼 향후 개정판에서 IMF 외환위기 등 국내 주요 경제 사례를 모아 담을 생각”이라고 밝혔다.
오는 7월쯤에는 폴 크루그먼의 경제학원론 번역본도 출간될 예정이다. 80년대 말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그를 맨큐와 더불어 경제학계의 수재(whiz-kid) 8명에 포함시켰다. 98년 맨큐의 경제학원론의 성공에 자극받아 곧바로 출판계약을 맺었지만 칼럼 기고 등으로 시간을 뺏기면서 2005년 11월에야 출간됐다. 복잡한 경제이론을 풀이하는 데 탁월한 식견을 가진 그이기 때문에 책에 대한 주변의 기대는 크다. 전병헌 고려대 교수는 “범하기 쉬운 오류를 꼼꼼히 지적하고 현실 경제의 예를 각 장마다 한두 개씩 넣었다”며 “특히 시장경제의 효율성뿐 아니라 소득분배와 공평성에 대해 상세히 다루고 있다”고 강조했다.
■ 토종경제학책은 고사위기 ■ 맨큐의 성공은 국내 토종 경제학원론 서적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쳤다. 그동안 국내 경제학원론은 소위 고시, 수험서가 장악했다. 약칭 삼인공저(김대식·노영기·안국신)로 불리는 현대경제학원론(박영사)이나 이준구·이창용 교수의 경제학원론(법문사)는 신림동이나 노량진 고시 학원에서 전성기를 누렸다. 이들 책들은 고시와 공무원 인기에 힘입어 여전히 꾸준한 판매량을 보이고 있다. 85년 초판을 낸 현대경제학원론은 현재까지 누적 판매량 35만권 이상을 기록한 것으로 출판사 측은 추정하고 있다. 하지만 맨큐의 영향으로 불필요한 분량은 줄이고 다양한 사례와 사진, 그래픽 등을 넣음으로써 내용과 편집, 디자인의 변화가 이뤄졌다. 현대경제학원론은 2007년 1월 개정판에서 기존 크라운판(가로 167mm, 세로 236mm)에서 4×6 배판(가로 190mm, 세로 260mm)으로 크기를 키우고 사진, 그래픽 등 비주얼에 좀 더 신경을 썼다. 조성호 박영사 기획부 차장은 “경제학원론이 사법고시 1차 필수 과목이었던 90년 초까지만 하더라도 1년에 5만권까지 나간 적이 있다”며 “95년 이후 출판 양이 줄기 시작해 IMF 외환위기 이후부터는 1만권 내외로 팔리고 있다”고 밝혔다. 법문사의 경제학원론도 97년 초판을 낸 이후 현재까지 7만~8만권의 누적 판매량을 기록 중이다. 2003년부터는 기존 경제학원론을 한층 쉽게 풀이한 ‘경제학 들어가기’를 내놓았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2000년 이후 국내 저자들이 만든 경제학원론 책을 찾을 수 없다는 점이다. 고영수 시그마프레스 차장은 “집필 자체의 어려움도 있겠지만 학연, 지연 등의 문제도 무시 못 한다. 저명 인사의 경제학원론책을 무리 없이 번역하는 게 낫다는 게 출판 안팎의 현실”이라고 밝혔다. ▶ 잠깐용어 ·테일러 준칙(The Taylor Rule):금리 수준을 인플레이션율에 맞춰 조정하는 것이 경제를 안정화시키는 데 가장 중요하다는 이론. [김충일 기자] |
매혹적인 일상의 해결사, 경제학
![]() |
| 경제학이 실생활에 얼마나 유용하고 매력적인 학문인지 알려주는 책들. |
지난해 어린이용 경제서를 기획하면서 경제학원론 교과서인 ‘맨큐의 경제학’(교보문고) 3판을 구입했다. 개념정리를 할 때 참고하려고 샀는데, 책을 다 만들고 난 요즘도 984쪽에 달하는 이 책을 가끔 뒤적인다. 이유는? 재미있으니까.
“경제를 의미하는 economy라는 단어는 원래 ‘집안 살림하는 사람’이라는 의미의 그리스어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가정 살림살이와 경제에는 많은 공통점이 있다.”
제1장 첫머리부터 경제학의 ‘경’자도 모르는 나 같은 사람의 시선을 잡아당긴다.
뉴욕 아파트 값이 비싼 이유는?
기회비용과 비교우위에서는 골프 선수 타이거 우즈를 앞세워 귀에 쏙 들어오게 설명해 준다. 우즈가 자기 집 잔디를 깎는 데 2시간이 걸리고, 2시간 동안 나이키 광고를 촬영하면 1만달러를 번다고 하자. 그리고 옆집에 사는 포레스트 검프는 우즈의 집 잔디를 4시간 걸려 깎을 수 있고, 4시간 동안 맥도날드에서 일하면 20달러를 벌 수 있다고 하자. 우즈는 잔디 깎는 일에서 검프보다 절대우위다. 그러나 비교우위는 검프에게 있다. 왜냐하면 잔디 깎는 기회비용은 검프가 더 낮으니까.
“경제학은 인간의 일상생활을 연구하는 학문”이라고 한 19세기 경제학자 알프레드 마셜의 말은 오늘날에도 유효하다. 맨큐는 21세기에 왜 경제학을 공부해야 하는지 세 가지 이유를 들었다. 첫째, 경제학은 여러분이 살고 있는 세계를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준다. 왜 뉴욕시에서는 아파트를 구하기가 그렇게 어려운가? 왜 토요일 밤을 지내고 돌아오는 승객의 왕복 항공권은 더 싼가? 이런 질문이야말로 경제학 과목을 수강하면 답할 수 있다. 둘째, 학생 시절 얼마만큼의 교육을 받아야 하는지, 취직을 한 뒤 얼마나 소비하고 얼마나 저축해야 하는지 등 수많은 경제적 결정을 할 때 유용하다. 그러나 경제학을 공부했다고 다 부자가 되는 것은 아니다. 셋째, 경제학을 공부하면 경제정책이 달성할 수 있는 것과 그 한계를 이해하게 된다. 그래서 어떤 정책을 지지할지 반대할지 경제학적 근거를 갖고 판단할 수 있다.
그렇다고 너도나도 ‘맨큐의 경제학’ 같은 경제학 원론 교과서를 읽자는 이야기는 아니다. ‘경제학 열풍’이라고 할 만큼 시중에 쉽게 풀어 쓴 경제학 책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인터넷서점 검색창에 ‘경제학’을 쳐 넣으면 몇 쪽에 걸쳐 목록이 나온다. ‘서른살 경제학’ ‘여자 경제학’ ‘괴짜경제학’ ‘시골의사의 부자경제학’ ‘경제학 콘서트’ ‘경제학 비타민’ ‘인생은 경제학이다’ ‘롱테일 경제학’ ‘행동 경제학’ ‘직장인을 위한 생존 경제학’ ‘2040 경제학 스트레칭’ ‘푼돈의 경제학’ ‘스무 살 경제학’ ‘일상의 경제학’ ‘17살 경제학’ ‘마흔 살 경제학’ ‘관심의 경제학’…. ‘주식에 돈을 묻어라’ 같은 주식투자 책도 ‘5년 후 부자경제학’이라는 부제로 경제학 열풍에 슬쩍 올라탔다.
세상에 부자경제학은 없다
사실 베스트셀러인 ‘시골의사의 부자경제학’(박경철 지음, 리더스북)은 경제학 책이 아니다. 부동산이나 주식 등 실물자산 투자법에 대한 총론적인 강의를 하는 투자 지침서다. 저자 자신도 서문에서 “투자를 위한 사이비 경제학”이라고 고백했다. 강의실에 가 보라. 부잣집 자식이나 가난뱅이 자식이나 똑같은 경제학 책으로 배운다. 세상에 부자경제학이란 없다. 그런데도 독자는 부자+경제학에 열광한다.
김경훈 한국트렌드연구소 소장은 이 책에 대해 “부자 되는 투자법이 아니라 부자경제학이기에 더 많이 팔렸다”고 했다. 즉 부자 되기의 욕망에 경제학이라는 학문의 아우라(좀더 객관화한 법칙성을 다룬다는 권위)를 입혔더니 대박이 났다는 얘기다. 김경훈 소장은 “한국인이 재테크라는 전술적 차원에서 벗어나 장기적이고 전략적인 관점에서 부를 생각하기 시작”(‘경제학 열풍, 패드인가 트렌드인가’, ‘기획회의’ 2007.1.5)한 것도 이런 변화에 한몫했다고 본다. 이 책 이후 ‘재테크 경제학을 만나다’(김영호 지음, 원앤원북스), ‘주식투자에 돈을 묻어라-5년 후 부자경제학’(정종태 지음, 한경BP) 같은 책들이 나와서, 경제원리를 모른 채 투자에 나서는 것은 무분별한 투기나 다를 바 없다며 ‘경제학 바이러스’를 퍼뜨리고 있다.
사실 ‘부자경제학’이라는 말을 처음 사용한 것은 1992년에 출간된 유시민의 ‘부자의 경제학, 빈민의 경제학’(푸른나무)일 것이다. 물론 이 책에 ‘부자 되는 투자 지침’ 같은 것은 한 줄도 나오지 않는다. 오히려 거시경제학의 틀 안에서 ‘부자의 경제학’이 주도하는 이 세상을 비판적으로 바라본다. 이후 저자는 ‘유시민의 경제학 카페’(돌베개)에서도 비슷한 논지를 이어가며 경제학을 강단 밖으로 끌어내는 데 성공했다.
‘경제기사 궁금증 300문 300답’(곽해선, 동아일보사)은 경제·경영 부문에서 소리 소문 없이 스테디셀러로 자리매김한 책이다. 1998년 초판이 나온 이래 매년 개정판을 내며(따끈따끈한 경제뉴스를 삽입하기 위해) 8판에 이르렀다. 누적 판매부수가 10만부를 훌쩍 넘는다. 경기, 물가, 금융, 주식·채권 환율, 국제수지, 무역 등 각 장의 제목만 봐도 알 수 있듯이 이 책은 평이하게 풀어 쓴 경제학 원론 교과서 또는 호흡이 긴 경제용어 사전에 가깝다. 이 책이 이리도 생명력이 긴 이유는 경제기사에서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나올 때마다 교과서나 사전처럼 곁에 두고 참고하기 좋아서다.
경제학 열풍, ‘선구안’이 중요하다
요즘은 딱딱한 경제 원리에다 일상에서 뽑아낸 이야기로 당의정을 입힌 책이 점점 늘고 있다. ‘서른살 경제학’(유병률, 인물과 사상사), ‘여자 경제학’(유병률, 웅진지식하우스)이 대표적이며, ‘괴짜 경제학’(스티븐 레빗·스티븐 더브너 지음, 웅진지식하우스), ‘경제학 콘서트’(팀 하포트 지음, 웅진지식하우스) 등도 유사하다. ‘서른살 경제학’과 ‘여자 경제학’이 좀더 경제학 교과서 같은 구성을 하고 있다면, 뒤의 두 책은 에피소드를 앞세우고 경제 이론을 뒤로 숨기는 전략을 구사한다. ‘괴짜 경제학’은 목차만 봐서는 도대체 이게 무슨 책인가 싶을 만큼 엉뚱하다. 교사와 스모 선수의 공통점은? 마약 판매상은 왜 어머니와 함께 사는가? 완벽한 부모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종잡을 수 없는 질문을 던져놓고 퍼즐을 맞추듯 독자를 경제학의 세계로 끌어들이는 전략이다. ‘스타벅스의 경영 전략’을 책머리에 놓은 ‘경제학 콘서트’의 서술 방식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이런 책들은 경제학이 우리 실생활에 얼마나 유용하고 매력적인 학문인지 알려준다. 막연하게 대학에서 경제학을 전공해볼까 하는 학생들에게 맞춤한 진로 안내서가 아닐까 싶다. 전문분야를 대중소설만큼이나 재미있게 서술한 저자의 글솜씨도 압권이다(그 점에서 ‘괴짜 경제학’이 ‘경제학콘서트’보다 한 수 위다).
비즈니스 세계에서 실질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경제학 책으로는 ‘롱테일 경제학’(크리스 앤더슨 지음, 랜덤하우스)과 ‘행동 경제학’(도모노 노리오 지음, 지형)을 꼽을 수 있다. 그래프에서 판매곡선이 긴 꼬리처럼 내려가 밑바닥에 닿을 정도로 뻗어나가는 것을 가리키는 ‘롱테일’은 디지털 혁명으로 매스마켓이 수백만개의 틈새시장으로 세분되는 현상을 설명한다. 롱테일 현상은 아직 아마존(책), 아이튠스(음악), 넷플릭스(영화), 구글(검색) 등 온라인 문화산업에 국한되어 나타나지만, 그동안 기업들이 금과옥조처럼 여겨온 선택과 집중 원칙을 하루아침에 무너뜨릴 수도 있을 만큼 새로운 경제 패러다임으로 각광받고 있다.
‘행동 경제학’은 2002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프린스턴 대학의 다니엘 카너먼 교수의 ‘프로스펙트 이론’ ‘휴리스틱과 바이어스에 과한 연구’ 등을 쉽게 풀어 쓴 책이다. 경제학 책의 색인에서 ‘감정’이라는 항목을 찾아보라. 있을 턱이 없다. 경제학은 이성적인 인간의 합리적인 판단과 행동만을 가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예외적으로 로버트 프랭크가 ‘미시경제학과 행동’이라는 책에서 경제학 세계에 감정을 도입했다. 이것이 행동 경제학의 시초다. ‘롱테일 경제학’이나 ‘행동경제학’ 모두 주류경제학의 세례를 흠뻑 받은 사람들에게 새로운 자극이 될 수 있다. 자, 경제학 책이 다 같은 경제학으로 보이는가? 제목에 속아서는 안 된다.
| 나쁜 사마리아인들 (장하준의 경제학 파노라마) |
| 장하준| 이순희 역| 부키| 2007.10.01 | 384p | ISBN : 9788960510197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