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새 석유값이 장난 아닙니다. 자가용차를 갖고 계신 분이라면 한번 주유에 십만원 안팎으로 쓰시면서 토혈을 하실 것이고, 대중교통을 이용하시는 분들께선 갑자기 늘어난 동승자들과 부대끼느라 땀띠가 나실거라 생각되네요.
오일쇽 때마다 등장하는 메뉴로 "태양력/풍력발전에 향후 집중 투자" 라든지 "대체 에너지 자동차 20XX년까지 상용화" 등의 얘기가 나옵니다만, 이것도 20년째 봐온 패턴인지라 쓴웃음이 나오려 합니다.
여기서 대체 에너지라는 것은 화석연료와 핵분열식 원자력을 제외한 에너지를 가리키는 것이므로, 원자력 발전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대체 에너지 사용량은 OECD국중 최저 수준입니다 (전체 에너지의 2% 정도*). 환경적 이슈 때문에 수력발전의 비중을 높이는 것은 기대하기 어렵고, 풍력과 태양력 발전에 기대를 걸기엔 우리 땅은 너무 좁습니다.
(*경제대국이라고 해서 대체 에너지 사용상황이 특히 뛰어난 것은 아니어서, 일본이나 미국의 대체 에너지 사용비율도 우리나라의 두배 정도로 변변챦습니다. 에너지 선진국들은 주로 북유럽쪽에 몰려 있죠.)
그런데 발전 부문보다 더 시급한 것이 차량용 에너지입니다. 우리는 국토는 좁은데도 운송의 대부분을 자동차에 의존하는, 좀 특이한 나라입니다 (국토면적대비 도로연장 또한 커서, OECD국중 6위). 근본적으로는 결국 그 체질을 개선해야 하겠지만, 우선은 자동차가 먹는 석유 문제를 어떻게든 하는 것이 시급합니다.
그래서... 휘발유를 연료로 쓰는 자동차 말고 탈것으로 쓸만한 것들이 뭐가 있나, 얼른 살펴보죠.
- 경유 자동차 -

"뭐야 이건? 대체 에너지가 아니잖아?" 우리 화물수송의 대부분을 경유차량(트럭)들이 담당하고 있죠. 대표적인 경유 차량이었던 버스들은 요새 CNG를 쓰는 차로 교체되고 있는 반면, 고유가에 힘입어 경유 승용차는 조금씩 늘어나고 있는 상황입니다.
경유값은 최근 엄청나게 올라서, 리터당 가격이 휘발유와 거의 같거나 더 높지요 (정확히 말하자면 경유에 붙는 세금이 오른 것입니다만). 덕분에 화물차주들이 죽어납니다만, 만약 휘발유 트럭이었다면 사정은 두배로 나빴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경유 엔진은 동급의 휘발유 엔진보다 토크(torque)가 엄청나게 세거든요. 토크가 크다는 것은 엔진이 바퀴를 굴리는 힘이 세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배기량이 비슷하다면 경유차가 휘발유차보다 힘이 훨씬 좋습니다 (반면 휘발유차는 경유차보다 빠릅니다). 다시 말해 동급의 경유차와 같은 양의 화물을 운반하기 위해서, 휘발유차는 훨씬 많은 양의 연료를 필요로 하죠. 제 경험상 대략 두배 정도?
(휘발유보다 경유값이 훨씬 비싼 서구국가들에서도 대형 화물차만은 경유차량인 이유가 바로 이것입니다.)
한편 경유 승용차는 전통적으로 휘발유차에 비해 진동과 소음이 많고 고속에서의 주행성이 뒤지는 등 문제가 많았습니다만, 기술의 진보 덕분에 근년에는 많은 개선이 있었습니다 (특히 유럽차들). 역시나 연비가 엄청나게 좋다는 점이 강점인데, 일례로 배기량 2000cc급의 중형 경유차가 서울-부산간을 왕복하고도 연료가 꽤 남는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전통적으로 경유차라고 하면 대기오염의 주범이라 생각하게 됩니다만 실은 그렇지도 않아서, 대기오염물질의 배출량은 휘발유차와 비슷한 정도라고 합니다. 하지만 휘발유차와 달리 경유차의 배기는 냄새가 고약하고, 불완전연소가 되었을 경우 눈으로 보기에도 시커먼 매연이 뿜어져 나오는 등 민폐입니다.
이처럼 경유차는 휘발유차보다 연비가 뛰어나서 석유를 절약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만, 결국 석유차이므로 해결책은 될 수 없습니다.
- 전기 자동차 -

석유 필요 없다! 배기가스의 배출도 없다! 일견 꿈의 자동차라 생각되는 것이 전기 자동차입니다.
에너지 효율이 약 20%인 석유 엔진에 비해, 전기 모터의 효율은 약 80%입니다. 또 전기차는 석유차에 비해 동력 전달체계가 단순하기 때문에 시스템 내부에서 낭비되는 에너지가 적다고 하는군요. 거기다 내연기관보다 전기모터가 가볍습니다. 이래저래 전기차는 에너지 효율이라는 면에서는 석유차를 크게 앞설 수 있는 것이죠.
사실 자동차의 여명기였던 20세기 초중반, 전기차와 석유차는 거의 대등한 위치에서 경쟁한 적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미국을 중심으로 자동차 도로망이 급속히 넓어지면서, 에너지를 가득 채우고 한번에 달릴 수 있는 거리가 석유차만 못한 전기차는 점차 인기가 없어졌죠.
게다가 당시 생산공정의 차이 때문에, 전기차는 석유차보다 훨씬 비쌌습니다 (약 1.5~2배). 또 결정적으로 그때는 석유 가격이 맹물만큼이나 싸던 시대였으니, 전기차는 주류에서 완전히 밀려나고 말았죠.
하지만 제이슨이나 프레디가 번번히 무덤에서 돌아오듯, 석유값이 치솟을 때마다 전기차가 컴백하곤 합니다. 일례로 위 짤방에 나온 일본산 전기차 "타마" 는 1947년에 나온 것으로, 2차 세계대전 패전후 석유가 귀했던 일본에서 나온 차죠. 또 70년대 오일쇽때 영국에선 관용차들을 전부 전기차로 바꾼다며 법석을 떨었더랬습니다 (영국 우체국 차들 중에 아직도 전기차가 남아 있지 않던가요?).
오늘날엔 전지 제작기술이 크게 발달했기 때문에 전기차도 옛날것에 비하면 훨씬 좋아졌습니다. 리튬 폴리머라든지 아연-공기 전지 등을 사용해서, 주행거리가 거의 300 킬로미터에 최고 시속 120킬로미터를 넘는 전기차를 만들 수 있다고 하는군요 (참고로 위 "타마" 의 최고속력은 시속 30킬로미터).
....라는 것은, 그러니까 아직도 석유차에는 한참 못 미친다는 말씀입니다만, 뭐 궁하면 그거라도 써야죠. 그런데 더 큰 문제는 자동차에 석유 대신 전기를 넣기 시작하면, 그 전기를 어떻게 충당하는가 하는 것입니다. 우리나라의 경우라면, 원자력 발전소를 더 지어서?
- 하이브리드 자동차 -

하이브리드 차는 전기차와 석유차의 혼혈이라 할만한 물건이죠. 석유 엔진과 전기 모터가 같이 달려 있는 차입니다.
이것들은 전기차처럼 전지를 갖고 있긴 합니다만 그것을 충전하는 전기를 자체 발전한다는 점이 특징인데요, 그 발전을 그럼 언제 하는가 하면 정속주행시 (즉 가속패달을 안 밟고 있을 때), 그리고 감속시에 합니다.
운전사가 브레이크 패달을 밟아서 속도를 줄이려고 하면, 브레이크 대신에 발전용 롤러가 차축에 걸리면서 발전기를 돌립니다. 그러면서 전지에 충전도 시키고, 차량의 속도도 떨어뜨리는 것이죠 (물론 급정거시에는 진짜 브레이크도 작동합니다).
이렇게 장만한 전기를 가지고, 차량이 가속을 할 때 전기모터를 돌려서 석유 엔진을 도와줍니다. 따라서 석유엔진이 일을 덜 해도 되고, 덕분에 연비가 상당히 좋아진다는 것이죠. 우리나라처럼 급가속-감속이 잦은 도로교통환경을 가진 나라에서라면, 꽤 유용할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하이브리드 차는 이처럼 감속시 낭비되는 에너지를 재활용한다는 점에서 뛰어나긴 합니다만, 구조가 굉장히 복잡하고 일반 차량에 비해 더 무겁습니다 (전지와 발전기, 모터의 무게 때문에). 게다가 감속-가속시 발전기와 모터의 운용을 위해 컴퓨터가 쉴새없이 일해야 하기 때문에, 고장이 날 여지가 많이 있죠. 더구나 차값도 비쌉니다 (동급 차량 가격의 1.3~1.8배). 이 때문인지 최근 일본 혼다는 "하이브리드는 별로다... 차라리 경유차 개발에 힘쏟겠다" 라는 취지의 발표를 한 바 있습니다 (하이브리드 기술에서 자신을 훨씬 앞서가는 토요타를 물먹이려는 속셈이었는지도 모릅니다만;).
어찌 되었든 하이브리드도 경유차와 마찬가지로 효율이 좋은 석유차일 뿐, 대체 에너지 자동차는 아닙니다. 과도기적 선택은 될지 몰라도, 근본적인 대안이라고 볼 수 없죠.
(*참고로 현재 대부분의 하이브리드 차는 휘발유 엔진에 전기 모터가 붙은 형태입니다만, 그외에도 디젤+전기, 개스+전기 등 다양한 하이브리드 기관을 만들 수 있습니다.)
- 수소 자동차 -

수소 연료라고 하면 크게 두가지 이용방법이 있는데, 요새 입에 오르내리는 수소 자동차는 그중에서 수소 연료전지 자동차를 가리키는 것입니다. 수소를 이용한 내연기관은 요새 유행이 아니죠...
수소 연료전지라는 것은 이름대로 수소 "연료" 를 소모해 전력을 내는 "전지" 입니다. 연료인 수소를 전지에 공급하면 화학 반응을 통해 전기를 만들어내는 장치죠 (자세한 설명은 않겠습니다만 수소 연료전지 역시 PEMFC, 즉 폴리머 교환막 방식 연료전지로, 발전 반응식은 이렇습니다. 양극: 2H2 => 4H+ + 4e-, 음극: O2 + 4H+ + 4e- => 2H2O, 전체적으로는 2H2 + O2 => 2H2O. 즉 수소분자 두개와 산소분자 한개를 가지고 발전을 한 뒤 물분자 두개를 만드는 것이죠).
수소차도 동력은 결국 전기이기 때문에 내연기관 대신에 전기 모터를 갖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에너지를 전기의 형태로 충전지에 담아두는 전기차와 달리, 연료전지의 전기는 수소분자의 결합력 그 자체로부터 (산소를 이용한 화학 반응을 통해) 얻어지는 것이기 때문에 전기차보다 더 멀리, 더 빠르게 달릴 수 있다는 특징이 있죠. 게다가 배기가스래봐야 수증기 뿐이므로 대기오염의 걱정도 없습니다 (좀 눅눅할 것 같긴 합니다).
현재 가장 큰 문제는 연료인 수소를 차 안에 어떻게 저장하는가 하는 것, 수소 연료전지의 성능 개선, 그리고 전국에 수소 충전소망을 건설하는 것이죠. 다행히 연료전지의 성능은 점점 좋아지고 있고, 수소 충전소야 충분한 노력과 돈이 있으면 해결될 문제입니다만, 수소차의 연료 탱크는 상당한 난제입니다 (적어도 영하 20도 정도로 냉각된 액체수소 탱크를 차안에 달고 다녀야 하는 것이므로... 물론 다른 방식도 고안된 바 있습니다만, 아직 실용화단계는 아닙니다).

그래서 수소차가 나온다면, 연료로 수소만 있으면 되겠죠. 수소는 우주에서 가장 흔한 원소라니까 쉽게 구할 수 있을 것 같긴 한데, 구체적으로는 어떻게 얻는 것일까요?
"물의 전기분해를 통하여." - 물의 전기분해를 통해 얻는 수소를 연료전지에 넣어 다시 전기로 만들 경우, 효율이 100%를 밑돕니다. 수소를 만드는데 들어가는 전기가, 수소 연료전지에서 나오는 전기만 못하다는 것은 도저히 수지가 안 맞죠. 게다가 우리는 물도 그리 넉넉한 편은 아닙니다 ("바닷물을 쓰면 되쟎아?" - 그러면 부산물로 무서운 독가스인 염소가스가 발생합니다).
"천연가스나 석유, 석탄의 열처리를 통해서." - .... 그런 자원이 그리 넉넉하지 못하다는 것이 문제죠.
"바이오 연료로부터." - 미생물이나 식물로부터 얻어지는 연료, 소위 바이오 연료를 처리해서 수소를 얻는 방법이 고안되고 있긴 합니다만, 바이오연료의 생산이란 것이 의외로 만만치 않다는 것을 슬슬 깨닫기 시작하고 있는 현재 상황에서 이것이 최상의 해결책이다-라고 말하긴 어렵습니다 (차를 굴리기 위해 사람을 굶긴다?!).
결국 아이슬란드나 핀란드처럼 대체 에너지의 생산에 자신이 있는 나라들을 제외하곤, 수소차 역시 진정한 미래의 차라고 말하긴 좀 이르다는 것이죠.
- 바이오 연료 자동차 -

식물이나 미생물로부터 얻어지는 연료가 바이오 연료죠. 식물계 연료라고 하면 2차대전 직후 흔했던 목탄(숯) 버스 따위를 생각하시는 분들도 있...지는 않겠습니다만, 요새 식물계 바이오 연료는 쉽게 말해서 식용유 비슷한 것입니다.
(그렇다고 진짜 콩기름/옥수수 기름을 연료통에 붓는것은 아니고, 먼저 치환 에스테르화 라는 화학적 처리를 해야 연료로 쓸 수 있습니다.... 그런데 엔진에 따라서는 그냥 폐 식용유를 때는 것도 불가능하진 않다고 하는군요.)
우리에겐 좀 생소한 물건인 바이오 디젤유는 사실 유럽에선 꽤 흔히, 미국과 캐나다에선 부분적으로 사용되는 화물차용 연료입니다. 100% 바이오 디젤을 때는 것보단 일반 경유에 바이오 디젤을 첨가해서 쓰는 경우가 흔하다고 하는데, 그 이유는 바이오 디젤도 제법 비싸기 때문이죠. 나라에 따라서는 그냥 경유보다 더 비싼 경우도 있다고 하는군요 (...)
석유를 대신하기엔 단가가 너무 높다는 문제는, 바이오 연료용 농작물을 보다 많이 재배하므로써 해결할 수 있습니다만, 이걸 어디서 키우느냐가 또 문제입니다. 커피, 설탕 등의 환금작물을 재배하느라 사람 먹을 것을 재배할 땅이 점점 좁아지는 마당에, 이번엔 자동차 연료까지 재배하기 시작한다면 아프리카와 남미를 중심으로 굶어죽는 사람이 속출할 것이 빤하죠.
...라고 말씀드렸습니다만, 연료용 작물의 재배는 분명 꾸준히 증가할 것이며 바이오디젤 자동차의 사용도 늘어날 것입니다 (수소를 제끼고 대체연료의 주류로 등극할지도 모릅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연료용 작물을 자급자족하기엔 경작지가 너무 모자라니, 해외에 경작용 토지를 마련하거나 완성품을 수입해 오는 수밖에 없겠죠.
여기까지 미래의 탈것들...이라기보다 그 후보자들을 간략하게 살펴봤습니다. 포스트 제목에 미래가 아니라 "미래" 라고 쓴 이유는, 벌써 코앞까지 닥쳐와 있기 때문이죠. 아니, 까놓고 말해 대체 에너지의 개발은 1995년쯤 완료해서 지금은 상용화를 해놨어야 하는 상황입니다. 벌써 너무 많이 늦었죠!
하지만 후회한들 무엇 하겠습니까. 그래서 다음번 포스트에서는, 5년, 10년후가 아니라 바로 다음주 월요일부터라도 탈 수 있는 진정한 미래의 차에 대해 자세히 소개하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