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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의 프로그램을 사용하다가 종료하려고 하면 정말 끝내겠느냐는 물음과 함께 화면에 ‘예’와 ‘아니오’를 선택해야 하는 새 창이 뜨는 경우가 있습니다. 또한, 시험지나 설문지에서도 “다음의 질문에 ‘예’, ‘아니오’로 답하시오.”라고 쓰인 경우가 있습니다.
그런데 대답하는 말은 ‘아니요’가 맞습니다. 가령, 친구가 ‘밥 먹었느냐’고 물어오면 어떻게 대답합니까? 물론, ‘응’ 또는 ‘아니’라고 대답해야 합니다. 그러나 자기보다 윗사람이 묻는다면 ‘예’ 또는 ‘아니요’라고 대답해야 합니다. ‘예’는 ‘응’에 대한 높임말이고 ‘아니요’는 ‘아니’에 ‘요’가 붙은 높임말입니다. 우리말에서 ‘요’는 아래와 같이 높음을 나타내는 조사로 쓰입니다. 가령, ① 밥 먹어. / 밥 먹어요. ② 집에 가. / 집에 가요. ③ 나 지금 공부해. / 저 지금 공부해요. 등에서처럼 높이지 않는 말끝에 ‘요’를 붙이면 높임의 뜻을 지니게 됩니다. ‘아니’에 ‘요’가 붙어도 높임의 뜻이 됩니다. 그러므로 컴퓨터의 질문에 대한 답은 ‘예’ 또는 ‘아니요’가 되어야 하고, 시험지나 질문지에서도 ‘예’, ‘아니요’가 되어야 합니다. 그리고 이상한 것은 컴퓨터의 질문에 우리가 굳이 높임말로 답해야 하는지 알 수 없습니다. ‘응’, ‘아니’로 답해도 충분할 것입니다. 그런데 왜 사람들이 ‘아니오’를 맞다고 여기고 있을까요? 그것은 아마 문장의 서술어로 쓰인 ‘-오’와 헷갈리기 때문입니다. 가령, ‘이것은 책이 아니오.’에서처럼 문장의 끝에 오는 ‘아니오’는 앞의 예시와는 다른 것입니다. 앞의 예시에서는 ‘요’가 없어도 문장이 성립되고 ‘요’가 붙으면 높임말이 되지만 이번 예시에서는 ‘오’가 없으면 문장이 성립되지 않습니다. 그러나까 ‘밥 먹어.’는 성립되지만 ‘이것은 책이 아니’는 성립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이때의 ‘오’는 국어 문법 용어로 서술어 종결어미라고 하고 ‘아니오’는 형용사 ‘아니다’의 이른바 ‘하오체’라고 해서 ‘나 집에 가오.’ 하는 것처럼 상대방을 높이는 한 등급입니다. 반면에 대답하는 말로서 ‘예’에 대립하는 말은 ‘아니요’이고 이 말은 줄여서 ‘아뇨’로 쓰이기도 합니다. 한편, ‘이것은 책이요, 저것은 공책이오.’처럼 연결형에도 ‘-요’가 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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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한글사랑 서울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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