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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금가다’의 의미

작성자baeron|작성시간11.10.12|조회수3,304 목록 댓글 0

 

   “작년에 예선 탈락한 것에 비하면 올해 준우승 한 것은 우승에 버금가는 일이지”라고 할 때의 ‘버금가다’는 어떤 의미일까요? 문맥으로는 ‘수준이나 정도가 뒤지지 않는다’는 ‘못지않다’는 뜻으로 읽힙니다. 그렇지만 사전을 찾아보면 ‘버금가다’는 다음과 같이 뜻풀이되어 있어서 문맥과 조금 차이가 있습니다.


 • 버금가다「동」【…에】【…과】으뜸의 바로 아래가 되다. ≒버금하다. ¶왕에 버금가는 권세/실력이 그에 버금가다/아우가 삼손에게 품고 있는 외경심은 신앙에 버금갈 정도였다.≪김주영, 달맞이꽃≫∥유명한 화가의 작품이 웬만한 서민들의 집 한 채 값과 버금간다./김환의 호칭이 선생님으로 낙착된 것이 바로 거물로, 권필응과 버금가는 거물로 보았기 때문이다.≪박경리, 토지≫「비」다음가다.


   사전에서 ‘버금가다’는 첫째의 바로 아래인 등급이나 정도를 의미합니다. 즉 ‘왕에 버금가는 권세’는 왕과 비슷하다는 뜻이 아니라 왕보다 못한 권세를 의미합니다. 그러므로 ‘왕에 못지않은 권세’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이러한 점에서 위의 ‘우승에 버금간다’ 또한 ‘우승에 못지않다’는 의미가 아니라 ‘우승’ 다음이라는 의미이므로 정확하게 사용했다고 하기 어렵습니다.

   그렇다면 ‘버금가다’가 ‘못지않다’는 의미로 혼동스럽게 쓰이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요? 아마도 ‘버금가다’의 ‘버금’이 의미를 짐작하기 어려운 말이고 ‘무엇에 못지않다’에 비해  ‘무엇에 다음가다’는 그렇게 사용할 일이 많지 않다는 것이 그 이유가 될 것입니다. 원래 의미로는 쓸 일이 많지 않은 ‘버금가다’를 쓸 일이 많은 ‘못지않다’로 잘못 해석하게 된 것이지요.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면 ‘버금가다’만으로도 충분한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 철수는 수영 선수에 버금가는 수영 실력을 가지고 있다.

 • 영희는 노래 하나는 가수에 버금간다.


   위의 ‘버금가다’는 ‘못지않다’는 의미는 아니지만 ‘철수’와 ‘영희’가 대단한 실력을 갖추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 주는 데는 모자람이 없습니다. 앞으로는 ‘버금가다’를 제대로 써 보면 어떨까요?

 

 

<출처: 한글사랑 서울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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