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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친 피동 표현

작성자카페지기|작성시간12.02.21|조회수1,841 목록 댓글 1
 

우리가 잘못 쓰는 말 가운데 피동(입음) 표현을 쓸데없이 겹쳐 쓰는 경우가 많이 있다. 예컨대 “경험한 일을 바탕으로 쓰여진 글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을 말해 보자.”에서 ‘쓰여진 글’은 ‘쓴 글’로 바로 바로잡아야 하고, “젊은이들에게는 진취적인 사고와 적극적인 행동이 요구되어진다.”에서 ‘요구되어진다’는 ‘요구된다’로 바로잡아야 한다.

왜냐하면 ‘쓰다’의 피동 표현은 ‘쓰이다’이고 ‘요구하다’의 피동 표현은 ‘요구되다’인데, 여기에 다시 ‘-어지다’라는 형식을 겹쳐 쓴 ‘쓰여지다’, ‘요구되어지다’는 잘못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런 보기는 많이 있다. ‘닫다’의 피동 표현은 ‘닫히다’인데, 여기에 ‘-어지다’를 겹쳐 쓴 ‘닫혀진’은 잘못이며(예: ‘닫혀진’ 대문 → 닫힌 대문), ‘자르다’의 피동 표현은 ‘잘리다’인데 여기에 ‘-어지다’를 겹쳐 쓴 ‘잘리어진’도 잘못이다(예: ‘잘리어진’ 나이테 → 잘린 나이테). 또한, 사역(시킴)의 의미가 없는 문맥에서 동사를 만드는 접미사 ‘-하다’가 나타날 자리에 ‘-시키다’를 쓴 표현도 잘못이다(예: 어린이들이 ‘작동시켜도’ 안전한 장난감 → 어린이들이 작동해도 안전한 장난감).

 

능동 표현이 행동 주체를 부각하기 위해 이를 주어로 표현하는 방식이라면, 피동 표현은 피행동주를 부각하기 위해 이를 주어로 표현하는 방식이다. 가령, “동물원에서 호랑이가 어린이를 물었다.”는 행동 주체를 부각하기 위해 ‘호랑이’를 주어로 삼은 능동문이고, “동물원에서 어린이가 호랑이에게 물렸다.”는 피행동주를 부각하기 위해 ‘어린이’를 주어로 삼은 피동문이다.

 

그래서 피동문은 다양한 표현을 위해 필요한 문법 방식이기도 하다. 옛말에도 현대말 못지않게 피동문이 많이 쓰였음은 이를 증명해 준다. 그런데 가끔 우리 주위에서 피동 표현은 외국어 흉내라고 하면서 쓰지 말자고 주장하는 것을 본다. 이는 하지 않아도 될 데에 피동 표현을 지나치게 남발하는 것을 두고 하는 말이다. 우리의 대화에도 행동 주체를 부각하여 말할 상황도 있고, 때로는 피행동주를 부각하여 말할 상황도 있다.

 

따라서 상황에 따라 적합한 표현을 하면 된다. 아울러 피동 표현에 문제가 되는 것은 위에서처럼 이를 겹쳐 쓰거나 접미사 ‘-하다’가 나타날 ‘-시키다’를 함부로 쓰는 버릇 때문일 것이다.

 

 

<출처: 한글사랑 서울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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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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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바람 | 작성시간 12.08.25 글을 쓸 때 항상 주의해야 할 부분이네요. 저도 그동안 아무 생각없이 피동표현을 겹쳐 쓰고 있었군요,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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