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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새롭게 표준어가 된 말 가운데 ‘떨구다’가 있습니다. ‘떨구다’는 그동안 ‘떨어뜨리다’의 비표준어로 처리되다가 이번에 새로 표준어의 자격을 얻게 되었습니다. ‘떨구다’는 ‘떨어뜨리다’에 비해 고개를 숙이거나 눈물을 흘린다는 의미일 때 잘 어울리는 말입니다.
• 그는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며 고개를 떨구었다. • 슬픈 영화를 보다가 나도 모르게 눈물을 떨구었다.
위에서 ‘떨구다’를 ‘떨어뜨리다’로 바꾸어 ‘고개를 떨어뜨렸다’, ‘눈물을 떨어뜨렸다’로 하면 느낌이 제대로 살아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이와 반대로 단순하게 물건을 떨어뜨렸다는 의미일 때는 ‘떨구다’는 잘 쓰이지 않습니다.
• 사람들에게 밀리는 바람에 손에 들고 있던 화분을 떨구었다. • 가족의 위신을 떨구는 일은 해서는 안 된다.
위의 예는 ‘떨구다’보다 ‘떨어뜨리다’가 더 자연스럽게 느껴집니다. 이는 ‘떨구다’와 ‘떨어뜨리다’의 의미 영역이 미세하나마 차이가 있다는 뜻입니다. ‘떨구다’와 함께 표준어의 자격을 얻은 ‘-길래’ 또한 기존의 표준어인 ‘-기에’와 미묘한 의미 차이가 있습니다. ‘-길래’는 ‘-기에’보다 말로 하는 언어인 ‘구어’에서 잘 쓰이는 말입니다. 물론 ‘-기에’도 구어에서 쓰이지만 상대적으로 ‘-길래’가 구어에서 더 자연스럽습니다. 예전에 많은 인기를 끌었던 ‘사랑이 뭐길래?’라는 드라마를 ‘사랑이 뭐기에?’로 바꾸면 뭔가 이상한 느낌이 드는 것도 두 말에 차이가 있기 때문입니다.
• 네가 뭐길래 내 일에 상관이야? • 누가 뭐랬길래 이렇게 울고불고 난리야?
위의 예에서 ‘-길래’를 ‘-기에’로 바꾸면 어색하고 어감이 제대로 살지 않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이처럼 어감의 차이가 있는 두 말이 널리 쓰일 때 두 말을 복수 표준어로 선정하는 것이 표준어 선정의 원칙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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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한글사랑 서울사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