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자 표기법은 한글 표기에 따라 적는 것이 아니라 소리에 따라 적는 것이 원칙이라는 점은 지난 시간에도 여러 번 강조한 바 있습니다. 그런데 소리 나는 대로만 적다 보면 표기의 효율성이나 가독성이 떨어지는 경우가 있어 때로는 소리에 따라 적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따라서 소리를 따라 적는 경우와 소리를 따라 적지 않는 경우를 구분해야 합니다.
먼저, 자음 사이에서 동화 작용이 일어나는 경우에는 소리를 따라 적습니다. 즉, ‘백마’는 ‘ㄱ’과 ‘ㅁ’ 사이에서 동화 작용이 일어나 [뱅마]로 소리가 나므로 ‘*Baekma’가 아니라 ‘Baengma’로 적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다음은 같은 경우에 속하는 예들입니다.
신문로[신문노] Sinmunro × Sinminno ○
‘ㄴ’이나 ‘ㄹ’이 덧나는 경우와 구개음화가 되는 경우에도 소리를 따라 적습니다.
학여울[항녀울] Hagyeoul × Hangnyeoul ○
‘ㄱ, ㄷ, ㅂ, ㅈ’ 등의 예사소리가 ‘ㅎ’과 합하여 ‘ㅋ, ㅌ, ㅍ, ㅊ’와 같은 거센소리로 되는 경우에도 소리를 따라 적는 것이 원칙입니다. 단, 체언에서 ‘ㄱ, ㄷ, ㅂ’ 뒤에 ‘ㅎ’이 따를 때에는 ‘ㅎ’을 밝혀 적어야 한다는 점은 지난 호에서 설명한 바 있습니다.
좋고[조코] johgo × joko ○
하지만, 뒤에 오는 ‘ㄱ, ㄷ, ㅂ, ㅅ, ㅈ’ 따위의 예사소리가 ‘ㄲ, ㄸ, ㅃ, ㅆ, ㅉ’와 같은 된소리로 되는 경우에는 소리에 따라 적지 않으므로 특별히 주의를 해야 합니다. 된소리되기 현상을 로마자 표기에 그대로 반영하게 되면 ‘pkk, ltt, kss’와 같이 좀처럼 이어 나기 힘든 자음 셋이 나란히 적히게 되어 외국인이 발음을 하는 데 오히려 방해가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이 경우에는 소리 나는 대로 적지 않도록 한 것입니다.
압구정[압꾸정] Apkkujeong × Apgujeong ○
이렇게 소리를 따르거나 한글 표기를 따르거나 하다 보면 정확한 발음을 알 수 없는 경우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Jungang’에 대응하는 한글 표기는 무엇일까요? 어디에서 끊어 읽느냐에 따라 ‘준강’이 될 수도 있고 ‘중앙’이 될 수도 있습니다. ‘Haeundae’도 마찬가지입니다. ‘해운대’로만 읽히는 것이 아니라 ‘하은대’로도 읽힐 수 있습니다. ‘ae’가 ‘ㅐ’를 나타내기도 하지만 ‘eu’가 ‘ㅡ’를 나타내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로마자 표기법에서는 발음상 혼동의 우려가 있을 때에는 음절 사이에 붙임표-를 쓰는 것을 허용합니다. 물론 붙임표를 쓰지 않았다고 해서 틀린 것은 아니므로 쓰는 사람이 상황에 맞게 사용 여부를 결정하면 될 것입니다.
반구대 Ban-gudae 붙임표가 없으면 ‘방우대’로 읽힐 수 있음
다음 호에서는 ‘로마자 표기법 알아보기’ 마지막 시간으로, 성명과 지명 등을 적을 때 알아 두어야 할 내용을 다루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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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국립국어원 쉼표, 마침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