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우파니샤드의 세계
1) 우파니샤드의 뜻과 기원
우파니샤드(Upanisad), 즉 '가까이에 앉는다.'라는 뜻을 지닌 용어의 어근(語根)을 고찰해 볼 때, 거기에는 두 가지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 무지(無知)를 없애는 것과 브라만에로 나아가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이중적 의미 속에는 일찍이 비밀스런 가르침의 특징이 내포되어 있었다. 예컨대 교사가 되기 위하여 스승에게서 1년을 배우지 않는 학생에게는 그 가장 높은 비밀이 전해질 수 없었다. 가르침이 비밀스럽다는 이유는 우파니샤드의 어근을 분석해 보면 알 수 있다. 우파니(Upa-ni)와 샤드(sad)의 합성어를 분석해 보면, 샤드라는 '앉다' 앞에 접두사인 '우파니'가 '가까이'라는 뜻을 지니고 있다는 점이다. 어떤 사람의 가까이에 앉아 있는 다는 것은 일정정도의 학습기간에 스승의 가까이에 앉아서 가르침을 비밀스럽게 전수받는다는 의미를 생각 할 수 있게 한다. 이것은 인도의 전통적인 가르침의 방식과 관련이 있다.
이들의 전통적인 가르침의 방식은 숲에서 은밀하게 진행 되었다. 그런 점에서 우파니샤드는 숲속에서의 가르침을 담은 ‘밀림서(密林書)’ 즉 ‘아라냐카(Āranyaka)’의 사상과 맥을 계승하고 있다. 『아라냐카』는 원래 베다의 제의 해설서인 『브라흐마나』의 보충적 문서였지만, 『리그베다』의 본집인 『상히타』의 부록으로 여겨지게 되었다. “숲에 속한다”라는 문자적인 의미를 지닌 『아라냐카』는 숲속의 은둔자들에게 제사의 중요성뿐만 아니라 인간과 우주에 대한 신비적 사색을 하게 해 줌으로써 우파니샤드로의 길을 열어주고 있었던 것이다. 『아랴냐카』에서 설명되고 있는 제의적 진술은 성스러운 것으로 여겨지고 있고, 적절한 자격 없이 어설프게 진행되는 부적절한 제의는 인간에게 위험을 초래 할 수 있음을 경고하고 있다. 그러기에 제자들은 마을에서 공공연히 배우는 것이 아니라, 숲속에서 은밀히 홀로 배워야 했다.
제의 문서인『브라흐마나』의 보충적 주석서로 출발한 『아라냐카』는 점차 제의를 비유와 상징으로서의 알레고리적인 방식으로 해석하게 됨으로써, 제의의 실제적인 해석을 제시하고자 했던 『브라흐마나』와는 점차 결별을 보이게 되었다. 그러나 이 둘 사이가 완전히 절연된 관계는 물론 아니고 제사에 관해 『아라냐카』는 더욱 명상적이고 사색적인 경향으로 흘러갔다는 뜻이다. 특히 베다의 교훈에 따라 브라만을 학습하는 학습기(學習期, brahmacharya)와 가장으로서의 역할을 해야 하는 가주기(家住期, grihashta)를 거쳐서 숲 속에 은둔하면서 철학적 사색과 경전 연구를 위해 은둔기(隱遁期, vānaprastha)에 접어든 사람들 곧 ‘바나프라스타(Vānaprastha)’는 초기 우파니샤드보다 분명 시대적으로 앞선 개념이다. 바나프라스타는 문자적으로 “숲에 거주한다”는 뜻으로 힌두인의 일생의 4단계(Āshrama, 아쉬람) 가운데 3단계에 해당한다. 마지막 4번째 단계는 이 은둔기를 지나 방랑걸식하며 브라만의 지식을 가르치는 ‘유랑기(流浪期, sannyāsa)’다.
밀림서인 『아라냐카』가 제의문서인『브라흐마나』보다 베다의 해석에 있어서 더 사색적이었던 것처럼, 이제는 『아라냐카』보다 한결 더 깊은 심오한 사색의 단계로 들어선 작품의 결실이 베다의 끝을 차지하는 베단타 철학 곧 우파니샤드로 탄생하게 되었다. 우파니샤드에게 주어지는 최대 공약수로서의 집약적 표현은 바로 우주와 인간의 근원적 자아인 아트만(Ātman) 혹은 브라만(Brahman)의 본성에 대한 진술이다. 이 본성을 언급하는 우파니샤드의 표현은 종종 ‘비밀스런 단어(密語)’, ‘금언(金言)’, ‘비밀스런 본문(密本)’, 또는 ‘비밀스런 의미(密意)’로 제시된다. 그리하여 우주와 인간의 본성을 말함에 있어서 비밀스런 가르침의 형태는 다양한 비유를 통하여 나타난다.
그 가운데 부정적(否定的) 방식의 가르침인 ‘무엇도 아니고 무엇도 아니다’라는 뜻의 ‘네티 네티(neti neti)’의 양식은 아주 독특하다. 어떤 명제에 대한 진술을 함에 있어서 그 어느 것도 단정적으로 혹은 긍정적 형식으로 설명 되어질 수 없고, 오직 부정의 형식을 거쳐야 지고(至高)의 뜻이 드러날 수 있다는 뜻이다. 이것은 마치 노자(老子)의 도덕경(道德經) 제 1장에서 “도를 도라고 하면 영원한 도가 아니고 이름 지어 붙인 것은 영원한 이름일수 없다(道可道非常道名可名非常名)”는 것과도 통하는 방식이다. 이러한 부정의 접근형식 외에도 존재의 ‘숨’ ‘죽음’ ‘탄생’의 뜻과 관련되는 ‘잘란(jalān)’이라든지, “진리 가운데 진리”를 뜻하는 “사티야스야 사티얌(satyasya satyam)” 또는 “궁극적 목적”으로서의 “타드바남(tadvanam)" 같은 단어가 비밀스런 가르침을 이루는 주요 표현 양식이다. 물론 ‘옴(Om)’과 같이 우주의 비밀을 드러낸다는 독특한 신비적 표현도 사용되고 있다.
이 같은 우주와 인간의 본성에 대한 비밀스런 가르침을 전수하기 위해 베다의 스승이 제자에게 숲속에서 신비한 가르침을 전수했고 그것이 우파니샤드의 형태로 드러나게 되었다. 『아라냐카』가 ‘밀림서’라는 이름에서 드러나듯이 ‘숲속에서의 교육’에 중점을 둔 것이었다면 『우파니샤드』는 점차 시간이 흐르면서 보다 깊은 신비적 사색의 결과물인 ‘텍스트로서의 가치’로 드러나게 되었다. 그러나 이 깊은 철학적 사색의 결과는 제사 중심적 바라문 계급의 산물이라기보다는 오히려 제의 계급을 어느 정도 부정하고 나선 왕족이나 무사(武士) 출신인 크샤트리아 계급이 주종을 이루었다는 점이다. 우파니샤드의 등장인물을 보더라도 전사(戰士)나 지혜로운 임금, 왕자, 그리고 귀족들이 지혜로운 가르침을 전수하고 있다.
예컨대 『찬도기아 우파니샤드』에서는 웃달라카 아루니(Uddālaka Āruni)가 5명의 학식 있는 바라문들에게 “깨어있는 상태의 아트만”(Ātman Vaishvānara)의 본성에 대하여 가르침을 주고 있는 장면이 나온다. “깨어 있는 상태”라 함은 인간 의식의 4단계 중의 첫 단계로서 지능을 가지고 외계 사물을 판단하는 단계를 말한다. 그런데 웃달라카 자신도 아트만의 본성에 대해 참된 가르침을 줄 수 없는 한계를 깨닫게 되자 이들 6명은 모두 아쉬바파티 카이케야(Ashvapati Kaikeya) 왕에게 가서 참된 가르침을 받는다. 이처럼 『우파니샤드』는 기존의 제사 중심의 해설서인 『브라흐마나』를 중심으로 한 바라문의 전문적 권위가 지혜로운 왕이나 현자들의 수중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바라문적 사고에서 크샤트리아의 사고체계로의 이동은 제사 중심의 사고에서 벗어나고 있음을 보여주는 반증이기도 하다. 특히 윤회(輪廻)의 이론은 바라문의 사고이기보다 왕들 중심의 크샤트리아들이 제기한 사상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은 바라문 계열에서 인정하지 않으려고 할 뿐만 아니라 심지어 인도인들도 잘 수긍하려고 들지 않는다. 오히려 크샤트리아 계급의 한가한 자랑에 지나지 않는 것이고, 기본적인 사상적 기초는 바라문에게 있지 크샤트리아 계급일 수는 없다고 보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파니샤드 본문이 지시하고 있듯이 왕과 전사 계급의 지적이고 철학적인 사색의 역할과 그 영향은 부인할 수 없다. 이러한 논란에도 불구하고 아트만-브라만의 교리는 이미 『브라흐마나』에서 그 사상적 맹아를 보였고, 『리그베다』의 사상에 대한 논리적 발전을 보여줌으로써 베다 사상의 전체적인 통일성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은 누구도 부인하지 못한다.
『우파니샤드』의 철학은 아리아인(Aryan)들의 것이라기보다는 인도의 원주민이었던 드라비다인(Dravidian)의 영향이 더욱 컸으리라는 주장도 종종 제기되고 있다. 그 이유로는 시간이 점차 경과하면서 드라비다인의 혈통이 아리아인들에게 더욱 확산되어 갔고, 아리아인들의 전투적인 기질보다는 드라비다족의 사색적 분위기가 『우파니샤드』의 내용과 더 일치된다는 주장이다. 뿐만 아니라 언어의 변화과정도 드라비다인들의 영향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 어느 것도 아직 입증 된바가 없기에 다만 상호 영향을 미친 정도로 밖에 이해 할 수 없다. 『우파니샤드』의 범신론(汎神論, pantheism)적 경향은 고대의 물활성(物活性)적인 정령론(精靈論)적 견해에서 출발하여 아리아인들의 신인동형론(神人同形論, anthropomorphic)적 자연신들과 대조를 보이면서 점차 하나의 철학적 결과물로 발전해 갔던 것을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사실을 종합해 볼 때 『우파니샤드』는 『베다』의 사상의 끝을 이루는 것이지만 인도의 초기 사상에서 그 맹아를 보였던 것이고, 아리아인들과 드라비다인들(Aryo-Dravidian) 사이의 문화적 종교적 혼합 형태의 사상적 결과물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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