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불가지론 : 인간은 신을 인식할 수 없다는 종교적 인식론. 이 학설은 유신론과 무신론을 모두 배격한다.
※ 범재론 : 자연과 신의 대립을 인정하지 않고, 일체의 자연은 곧 신이며 신은 곧 일체의 자연이라고 생각하는 종교관. 또는 그런 철학관. 인도의 우파니샤드 사상, 불교 철학, 그리스 철학, 근대의 스피노자·괴테·셸링 등의 사상이 이에 속한다.
※ 이신론 : 자연적인 것에서 구하는 이론으로, 신을 세계의 창조자로 인정하지만 세상일에 관여하거나 계시나 기적으로 자기를 나타내는 인격적 주재자로서의 신을 부정하였다.
※ 다신교 : 유대교·그리스도교·이슬람교의 유일신 신앙과 반대되며, 역사상 이들 세 종교를 뺀 거의 모든 종교들이 다신교적 특징을 지녔다. 힌두교의 특정 단계들에서처럼 많은 신들이 예배의 대상이 되는 어떤 최고신에게 종속되는 경우도 있고, 불교에서처럼 더 높은 경지나 궁극 목적, 또는 구원자에 종속되는 경우도 있으며, 그리스 종교에서처럼 최고신은 아니지만 지배적인 한 신에게 종속되기도 한다. 다신론적인 문화에서는 여러 신들에 대한 신앙을 비롯해 사악하거나 선한 영적 세력이나 권세도 믿는데 이 영(靈)들은 대개 이름이 없고 개념적으로도 확실치 않다는 점에서 신들과 다르다.
다신교의 신들과 영적 세력들은 다양한 형태로 나타난다. 종교는 흔히 자연력과 자연물을 신과 동일시한다. 이 자연신들은 흔히 천상·대기(大氣)·지상의 3신(三神)으로 나뉘는데, 그 전형적인 예가 인도-아리아족의 수리아(태양)·인드라(비와 전투)·아그니(불)라는 3신이다. 수렵 및 농경 문화의 종교적인 풍요제의에서는 대개 성장과 소멸의 반복에서 태양의 역할이 절대적임을 인정한다. 뿐만 아니라 태양을 전지(全知)한 존재로 보는데, 그것은 하늘을 창조와 관련된 것으로 여기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하늘의 신들에게는 대단히 큰 능력과 지혜가 있다고 믿었으며, 신화적으로 창조를 빛과 연관지었다. 식물을 생장하게 하는 모신(母神)은 으뜸가는 지신(地神)이다. 종교집단의 특수한 환경들도 종종 신적인 의미를 띤다. 그리스의 올림푸스 산 같은 신성한 산들과 인도의 갠지스 강처럼 신성한 강들이 그 예이다.
대부분의 다신론체계에서는 식물들과 동물들이 자주 등장하는데, 이 동물들과 식물들은 뚜렷하게 신격화되거나 신과 간접적으로 관련되기도 한다. 나무들은 대개 땅과 하늘에 대해 상징적인 관계를 갖고 있다고 보아왔다. 주요 식물신들은 그 지역에서 재배되는 식물들과 연관을 가지는데 중앙아메리카에서 자라는 옥수수와 지중해의 포도가 이 경우에 해당된다. 예를 들어, 그리스 시대의 디오니시우스 제의에서는 황홀경과 농업이 포도나무를 통해 상징적으로 연합되었다. 동물들은 문화에 활력을 주는 정도에 따라, 좀더 일반적으로는 그들의 생김새나 행동에 나타나는 특징들에 근거해서 신들의 체계에 등장한다.
다신교에서는 자연력과 자연물들 외에 치유·항해·전쟁·교육·사랑 같은 여러 사회적인 기능 등도 신격화된다. 특히 죽음과 사후심판에 관련된 신들, 이를테면 고대 이집트의 오시리스, 인도의 야마, 그리스의 하데스, 노르웨이 종교의 헬 등은 대단히 중요시된다. 또 신을 인간의 모습으로 표현한 신인동형설(神人同形說)은 다신론에서 널리 퍼져 있는 현상이다. 이것은 특히 그리스 종교 전승들에서 두드러지는데, 여기서는 신들의 생각과 감정이 인간과 똑같다. 어떤 경우에는 인간들이 자기 능력을 드러냄으로써 또는 스스로를 신과 일치시킴으로써 신의 속성을 취하기도 한다. 왕이 신으로 숭배되는 것은 고대 중동, 로마 세계, 일본·중국에서 특징적인 현상이었다. 문화적인 영웅들을 반신(半神)의 위치로 드높이는 일도 자주 있어 왔고, 불교와 자이나교의 전승들에서는 현인들이 숭배의 대상이 되어왔다.
※ 범신론 : 즉 신이란 없고 그대신 현존하는 우주 안에 나타나 있는 실재·힘·이법(理法)들의 총합이 있을 뿐이라는 교리이다. 이와 비슷한 교리인 '만유내재신론'(萬有內在神論 panentheism)은 신이 비록 자기 존재의 전부는 아니지만 그 일부에 해당하는 우주를 포함한다고 주장한다.'범신론적'이라는 형용사는 합리주의 자유사상가 존 톨런드가 그의 저서 〈올바로 진술한 소치누스주의 Socinianism Truly Stated〉(1705)에서 처음 사용했고, '범신론'이라는 명사는 몇 년 뒤에 톨런드의 반대자 중 한 사람이 처음 사용했다. 1828년 K.C.F.크라우제는 범신론이라는 용어를 자신의 철학을 가리키는 말로 사용했다. 이 두 개의 용어는 동양·서양을 가릴 것 없이 여러 철학 전통의 특정 측면을 나타내는 데 소급 적용되어왔다.
범신론에는 몇 가지 유형들이 있는데, 의식이 전체로서의 자연으로부터 기인한다고 보는 범심론(汎心論 panpsychism), 세계는 현상에 불과한 것이며 궁극적인 비실재라고 해석하는 비우주적 범신론(acosmic pantheism), 합리적인 신플라톤주의적(유출론적) 범신론, 직관적이고 신비주의적인 범신론이 있다. 힌두교와 불교의 교리에는 여러 유형의 범신론이 혼합되어 있으며, 이러한 범신론 형태가 〈베다 Vedas〉·〈우파니샤드 Upaniṣad〉·〈바가바드기타 Bhagavadgῑtā〉에 깊이 뿌리박고 있다. 여러 그리스 철학자, 특히 크세노파네스·헤라클레이토스·아낙사고라스·플라톤·플로티노스 및 스토아 학파 주창자들은 서양 범신론의 기초를 닦는 데 이바지했다. 신플라톤주의와 유대-그리스도교 신비주의를 통해 전달된 이 전통은 요한네스 스코투스 에리게나, 마이스터 에크하르트, 쿠사의 니콜라우스, 조르다노 부르노, 야코프 뵈메에 의해서 중세와 르네상스 기간까지 지속되었다(→ 무우주론).
유대인 합리주의자 베네딕트 스피노자(1632~77)가 가장 철저한 범신론 체계를 공식화한 것은 서양 철학에서 근대가 시작될 무렵이었다. 그는 무한한 속성을 지닌 단 하나의 실재만이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따라서 신과 자연은 하나의 동일한 실재를 가리키는 2개의 이름일 따름이며, 만일 그렇지 않다면 '신과 세계'는 신보다 훨씬 더 큰 총합이 될 것이라고 했다. 그러므로 신의 필연성은 세계의 필연성을 뜻하며 자유의 어떤 가능성도 배제한다.
전통적으로 범신론은 정통 그리스도교 신학자들에게 배척을 당해왔는데, 그 이유는 범신론이 창조주와 피조물 사이의 구분을 없애고, 신을 비인격체로 만들며, 초월신보다는 내재신을 암시하고, 인간과 신의 자유를 배제하는 것으로 인식되었기 때문이다. 새뮤얼 존슨은 범신론이 "신과 우주를 혼동한다"고 했다.
만유내재신론은 개인의 자유와 창의성을 부정한 범신론과 신이 멀리 떨어져 있다고 한 고전적인 유신론(有神論)의 중간에 자리잡고 있다. 유사(類似)만유내재신론은 플라톤의 〈법률 Nomoi〉에까지 거슬러 올라가지만, 그 교리가 조직적인 체계를 갖춘 것은 19세기 독일 관념론(피히테·셸링·헤겔)과 20세기 과정철학(화이트헤드)에서였다. 화이트헤드의 계승자인 찰스 하트숀은 개별적이고 반(半)자율적인 세포들(알려지거나 알려지지 않은 실재의 모든 구성요소)로 구성되는 유기체(신)에 관한 유추에 근거해 범신론에 대한 명확한 신학적 분석을 내놓았다.
'만유내재신론'(萬有內在神論):기본적으로 범신론과 일신론을 조화하려는 시도)으로 불리는 크라우제의 철학체계에 따르면, 신은 전우주를 자기 안에 포함하는 실재이나 결코 그것만으로 그치지 않는 실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