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찾아온 뜻밖이 손님이 있다 .
동백 꽃잎에 얌전히 앉아서 내가 왔노라고 나를 부른다. 초록 옷을 입고 앙증맞게 생긴 것이 내 눈을 의심하게 만든다. 뜻밖에 나에게 행운을 가져왔나보다고 기뻐했다. 사진을 찍어 딸에게 두 며느리에게 카톡을 보낸다. 어디서 왔을까. 어떻게 왔을까. 참 많이 궁금했다. 도저히 올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니 말이다. 우리 집이 물가에 있는 것도 아니고 숲이 가까운 곳도 아니다. 그 험난한 길을 뚫고 무사히 도심 한 복판 우리 집까지 어디서 왔을까. 오려면 수많은 위험이 있고 가까운 곳에 물을 먹을 수도 없는데 궁금 또 궁금하다. 우리 집에 올 그런 상황은 아닌 것 같은데 무얼 보고 어찌 왔을까. 여러 가지 상상에 빠져 본다.
이 손님은 계단 옆 사각 대리석 위에 있는 작은 화분 동백나무 잎 위에 자리하고 앉아 있다. 평소 내가 좋아하는 초록 옷을 입고 있는 앙증맞은 모습으로 등을 훤히 내놓고 평화롭게 쉬고 있는가 보다. 작은 꽃 하나도 하느님의 사랑이고 작품이다. 작은 풀꽃부터 나무에 핀 꽃, 식물이라면 다 좋아하는 나다. 너도 우리 화단에 와서 꽃도 감상하고 나에게서 사랑을 받고 싶은 것이었느냐. 뜻밖의 손님아!
아침이면 일어나 새로운 손님을 며칠 관찰하다 보니 숨을 쉬느라 입을 울 둑 불둑 작은 움직임, 바라만 보고 있어도 그저 반갑고 예쁘다. 시간 나는 대로 들여다보곤 했다. 울음소리도 정겹고 내게 행운을 가져다 준 것이라며 좋아했는데 며칠이 지난 후 입을 움직이지 않는다. 입의 움직임이 없다. 숨을 쉬지 않는 것 같아 몹시 걱정되었다. 내가 너무 오래 자세히 관찰한 까닭일까? 다음 날 갑자기 자리를 비우고 보이지 않는다. 어디로 갔을까. 죽은 것이거나 다른 동물에게 먹히지나 않았는지 몹시 걱정하고 있었다. 헌데 자기의 소재를 알리듯 집안 어디선가 계속 울음소리를 내고 있다. 날은 추워지는데 어떻게 하지 걱정이다.
겨울 준비로 화분을 안방으로, 거실로 베란다로 옮겨 놓았다. 며칠이 지나고 한 밤의 잠에서 깨어났다. 희미한 불빛 아래 무언가 나풀거리는 것 같아 ‘나비가 화분에 따라 들어 왔는가? 추위를 피해서 살아보려고?’ 아무래도 불을 켜 보아야 할 것 같다. 거실이 환해지자 눈에 뜨인 것은 어느새 초록 옷에서 누런빛 색깔로 옷을 갈아입고 있는 나의 손님이다. 잠을 자려고 잠옷이라도 갈아입은 것일까. 어느 화분 속에 옷 갈아입고 자리 잡고 누워 숨어 있다가 갑자기 집안이 따듯해지고 밝아지니 깜작 놀라 나왔는가 보다. 얼마나 당황했을 까. 쉴 곳을 잘못 찾아오다니 너도 당황했겠지만 나도 당황했다.
한 번도 잡아 본 적이 없는데 어떻게 잡아야 할지 걱정이다. 하지만 너를 그대로 둘 수는 없었다. 네가 겨울 집을 마련할 수 있도록 살려 주어야지 용기 내어 잡아보기로 했다. 맨손으로 잡을 수 없어 화장지를 둘둘 말아 직접 손에 닿지 않도록 간신히 잡았다. 살기 위한 투쟁 동면을 위해 찾아 온 곳이 우리 집이라니 한참 잘못 찾아온 것이잖아. 작은 동백꽃화분에서 바로 밑에 놓여 있던 잎이 욱어지고 조금 더 큰 화분으로 내려 앉아 숨어 있었던가 보구나. 화단으로 옮겨 주아야 하겠다. 날씨가 더 추워지기 전에 어서 땅 속으로 들어가 겨울잠을 편히 쉬고 내년 봄에나 나오려무나.
환경에 따라 자기 몸을 보호색으로 변하고 자신의 몸을 숨기며 동면을 위해 자리를 잡는 것을 보면 인간이나 동물이나 어찌 보면 같은 이치 속에 살고 있는 듯하다. 좋은 환경 속에서, 좋은 부모 밑에서 사랑으로 잘 자라듯 청개구리야! 쉴 곳으로 좋은 장소를 찾아야 하거늘 잘못 찾아오기는 한 것 같다. 생존의 본능, 환경을 다시 생각하게 하는 아주 특별한 손님이다 .
함께 이 겨울을 잘 보내고 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