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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kculture:김정일 작품선(作品選)-(8)이야기:7) 곰동산과 토끼동산

작성자dragonboy|작성시간08.02.20|조회수247 목록 댓글 0

nkculture:김정일 작품선(作品選)-(8)이야기:7) 곰동산과 토끼동산

 

고개 넘어 또 넘어 굽이굽이 돌고 돌아 멀고깊은 두메에 쌍봉산이 있었습니다. 개울을 사이에 두고 두 봉우리가 어깨나란히 솟았는데 그 생김새가 비슷해서 쌍봉산이라고 불렀습니다. 이쪽 산은 곰들이 사는 곰동산이고 저쪽 산은 토끼들이 사는 토끼동산이였습니다.

 

곰동산도 토끼동산도 아름답고 살기 좋은곳이였습니다. 봄철이면 온 동산이 꽃향기에 묻히고 가을이면 고간마다 산열매가 넘쳐났습니다. 한해 가을에 거두어들이는 산열매면 3년을 먹고도 남았습니다. 그런데 어느해부터인가 곰동산의 나무들은 한그루 또 한그루 죽어가기 시작했습니다.

 

벌레가 잎을 모조리 갉아먹어서 죽는가 하면 비바람에 뿌리채 뽑히워 죽기도 했습니다. 그래도 곰들은 아랑곳하지 않았습니다. 《아니 당신들은 동산을 벌거숭이로 만들 차비요?》건너편 동산의 토끼들이 보다못해 한마디씩 하군하면 곰들은 흥흥 코방귀만 뀌군했습니다. 《흥, 한해에 3년 먹을것이 생기는데 무슨 걱정이람. 땀흘리며 일하기가 그렇게도 좋은가?》

 

그러다보니 이해에 거둔 산열매를 가지고는 3년은 커녕 한해 겨울도 나기 힘들게 되였습니다. 그래서 곰동산의 곰들은 가을철에 다 두드려먹고 겨울이 되자 집안에 꾹 들어박혀 잠만 쿨쿨 잤습니다.

 

그 이듬해 이른 봄이였습니다. 곰동산에도 토끼동산에도 음달쪽에도 아직 흰눈이 덮여있었으나 양지쪽에는 파릇파릇 풀이 돋고 시내물이 돌돌돌 소리내며 흘러내렸습니다. 새봄을 맞은 토끼동산에서는 동산을 꾸리느라 바빴습니다. 빈땅에는 나무를 심고 약한 나무에는 버팀대도 매주었습니다. 거름도 듬뿍듬뿍 주었습니다.

 

그러나 곰동산에서는 그냥 잠만 잤습니다. 나무모를 떠오던 토끼들이 곰동산쪽에 대고 소리쳤습니다. 《곰동산! 봄이 왔어요!》아무리 소리쳐도 누구 하나 내다보는 곰이 없었습니다. 《곰동산! 깨여나세요!》 여전히 누구도 내다보지 않았습니다.

 

토끼들은 골짜기에 흐르는 시내를 건너 곰동산으로 갔습니다. 《여보세요, 봄이 왔어요. 깨여나세요. 봄마중을 안한다고 봄아가씨가 노여워 돌아가고 말겠대요.》 토끼들은 곰네집 창문을 두드리며 이렇게 말하고는 까르르 웃어댔습니다.

 

웃음소리에 잠이 깨였는지 곰네 집 창문이 열렸습니다. 《이건 누가 시끄럽게 그래?》《봄이 왔는데 잠만 자면 어떡해요?》 《뭐? 봄이 왔다구?!》 곰은 목을 빼고 토끼네 동산쪽을 건너다보았습니다. 그런데 거기서 내다보이는곳은 음달쪽이여서 아직 흰눈이 그대로 있고 어떤데는 얼음이 깔려있었습니다.

 

그것을 본 곰은 목을 움츠러뜨리고 떠는 시늉까지 해보이는것이였습니다. 《어 춥다. 임자네들은 누굴 놀리는거요? 온통 눈세상인데 봄이 왔다구? 이 곰장사 성나기전에 썩 물러들 가우. 철두 모르구 덤빈다니까.》

 

토끼들은 어이가 없어서 돌아서고말았습니다. 《호호호. 정말 세월가는줄도 모르네.》 며칠이 지나자 나무가지들에 파릇파릇 잎이 돋아나고 봉긋봉긋 꽃망울이 부풀어올랐습니다. 토끼들은 나무모를 떠서 목고로도 메여나르고 칡넝쿨로 만든 삭도에 달아 나르기도 했습니다.

 

《영차! 영차!》 장단을 맞춰내는 흥겨운 영치기소리는 건너편 곰동산까지 흔들어 놓았습니다. 그 바람에 곰들은 더는 잠을 들수 없어서 아쉬운대로 잠자리에서 일어들났습니다. 《흥, 그까짓 손가락같은 나무모나 나르면서 별루 요란스럽게. 쯔쯔…》

 

엄지곰과 새끼곰들이 어정어정 밖으로 나와 토끼동산에 대고 소리쳤습니다. 《여보게들, 부끄럽지두 않소? 고따위 나무모 하나에 둘셋씩 달라붙어 소란을 피우나?》 곰들은 힘자랑을 하느라고 집뒤에 있는 아름드리 나무들을 뿌리채로 뽑아 휭휭 내두르다가 휙 던졌습니다.

 

나무들은 공중에 떠올랐다가 떨어지며 허리가 부러지기도 하고 데굴데굴 골바닥으로 굴러내리기도 했습니다. 《하하하하, 하하하하…》 곰들은 좋아라 웃어댔습니다. 토끼네는 그냥 보고만 있을수 없어서 한마디씩 했습니다. 《저런, 나무를 심지는 못할망정 다 자란 나무는 왜 뽑아던져요?》

 

《그러다간 곰동산이 번대산이 되겠군요.》 곰들은 그들대로 가만있지 않았습니다. 《체, 우릴 가르칠 작정인가? 흔한것이 나문데 새로 심지 않은들 큰일날가.》 《흥, 털처럼 많은 나문데 별걱정 다하는군.》

 

뙤약볕이 뜨겁게 내려쬐는 무더운 여름이 되였습니다. 토끼네는 골바닥 개울가에 돌담도 쌓고 산사태가 날만한 곳에는 울짱도 쳤습니다. 그러나 곰들은 음달을 찾아다니며 낮잠만 잤습니다. 토끼동산에서는 흥겨운 노래소리, 영치기소리가 높아갔으나 곰동산에서는 코고는 소리만 높아갔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쌍봉산하늘에 먹장구름이 모여들기 시작했습니다. 회오리바람이 불어대고 나무잎이며 마른 나무가지들이 하늘높이 날아올랐습니다. 쌍봉산우에 번개가 뻗치더니 우뢰에 하늘땅이 진동하고 뒤이어 소나기가 쏟아져내리기 시작했습니다. 물통으로 쏟아붓듯이 좌락좌락 소리치며 내렸습니다.

 

온 골안에 물안개가 뽀얗게 피여오르고 벌건 흙탕물이 콸콸 사품치며 흘렀습니다. 비는 온종일 내리고 다음날도 그냥 내렸습니다. 산이 패이고 돌이 굴러내렸습니다.

 

토끼동산마루에서 굴러내리던 돌들은 얼마 못내려와서 나무에 걸리고말았습니다. 그러니 곰동산마루에서 굴러내리기 시작한 돌들은 나무 몇대없는 펀펀한 산을 거침없이 굴러내렸습니다.

 

그 돌들은 이쪽저쪽 부딪치면서 다른 돌까지 굴려놓았습니다. 굴러내리는 돌은 백, 천으로 불어났습니다. 그 백, 천이 굴러내리는 앞에서는 바위돌도 견뎌내지 못했습니다. 그 앞에서는 아름드리 나무도 벋쳐내지 못했습니다.

 

드디여 곰동산에 사태가 났습니다. 여기저기서 곰들의 아우성이 들렸습니다. 돌과 흙, 바위와 나무가 온통 뒤죽박죽이 되여 골바닥을 메웠습니다. 그러자 이번에는 골바닥을 흐르던 흙탕물이 빠지지 못하고 맴돌이치며 불어올랐습니다.

 

요행 산사태에 묻히지 않았던 몇채 안되는 곰네 집들이 이번에는 물에 둥둥 떴습니다. 물에 빠진 곰들은 허우적거리며 어쩔줄을 몰랐습니다. 토끼들이 달려와 아름드리나무에 바줄을 매고 그 다른 한끝을 물에 던져주었습니다.

 

물에 빠진 곰들은 마침 그 바줄을 잡고 토끼동산으로 올라와 겨우 죽음을 면했습니다. 곰들은 땅을 치며 통곡했습니다.《아이구, 곰동산이 망했구나!》 비는 다음날에야 멎었습니다. 토끼들은 온갖 꽃들이 만발하고 푸른 나무들이 무성한 아름다운 동산에서 재미나게 살아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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